17년 전.
소록도를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세상에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오른손 기계에 들어가 72조각 난 뼈들을 맞추고 조막손으로 변해 있었고, 화재로 전신 75%의 화상으로 생사를 오고가는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퇴원하여 화장실 가다 넘어져 왼쪽 고관절이 부러져 투병 생활, 그 사이 아내는 14개월 된 아들을 놀이방에 맡겨 두고 난 병실에 두고 가게 팔아 가출을 해 버렸다. 퇴원을 하고 나니 지체1급 장애인이라는 장애인증이 남아 있었고, 22번의 전신마취 수술을 했었던 과거가 남아 있었다.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성경의 욥을 비유하며 위로해주던 지인들에게 욥은 뼈는 다치지 않았으니 내가 더 고난을 받고 있다고 철없는 소리도 했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주의 종이 되어 사역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 때 소록도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환자로 살면서 사람이지만 사람대접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그분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1995년 12월에 소록도를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봉사선교 단체인 자오나눔선교회를 설립하게 되었고, 17년 동안 1년에 4번씩 소록도 봉사를 가게 되었다. 작은 부분이라도 그분들을 섬길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했다. 올해도 벌써 네 번을 다녀왔었다. 신정 때 떡국을 끓여 드리러 갔고, 3월엔 정수기 필터를 교환해 주러 갔고, 5월엔 행사가 있어서 방문했고, 여름엔 수련회 겸 봉사를 하러 150명을 인솔해 다녀왔었다.
김장을 750포기 했었다. 소록도 어르신들께 450포기를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이 되었다. 김치를 싣고 갈 차량이 필요했다. 성남 모란시장 근처에 있는 신흥성결교회 최승득 장로님께 도움을 청했다. 장로님은 홍집사님께 부탁을 드렸고, 홍집사님은 흔쾌하게 동참을 약속해 주셨다. 김치를 싣고 떠나는 주일 오후. 차량이 두 대 출발한다. 용달엔 김치를 싣고, 내 차엔 어르신들께 드릴 떡과 과일을 실었다. 밤에 나름 추억을 만들 석화도 구입해 실었다. 친구와 후배가 내 차에 동승했다. 오후에 출발했는데 밤길을 달려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 소록도 구북리에 있는 북성교회에 도착했다. 예배당에 들려 기도를 먼저 하도록 했다. 참 감사했다. 안전하게 도착함도 감사했고, 나 같은 사람이 다른 분들을 태우고 운전하고 올수 있었음이 감사했다. 기도를 마친 후 부엌에서 석화구이로 추억을 만들었다. 일행들에게 밤이 깊도록 소록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새벽이 가깝다. 소록도 어르신들이 새벽기도를 드리러 오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2시밖에 안됐는데…. 결국 예배당에 가서 새벽을 깨웠다. 새벽예배 때 대표기도를 해 달라는 말씀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새벽 예배 후 친구와 후배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상이 없어 방바닥에 그릇을 놓고 먹는 아침 식사지만 참으로 감사했다. 아침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김치 배달을 간다. 구북리와 남생리, 그리고 내가 10년 동안 봉사 다녔던 동생리까지…. 아름다운 소록도 경치를 구경하며 김치 배달을 다닌다. 구북리에는 떡과 과일까지 내려 드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어르신들과의 포옹이 눈물 나게 고맙다. 그리움이었다. 어르신들의 기도로 지금까지 사역을 잘 해 올수 있었다. 그 기도로 내가 지금까지 불편한 몸으로도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사역을 할 수 있었다.
김치 배달이 끝났다. 이젠 소록도 어르신께 심방을 갈 차례다. 김동월 할머님을 찾아 갔다. 내가 왔다니 엉덩이로 기어 나오며 반가움의 비명을 지르신다. 팔순이 가까운 할머님은 참으로 많은 고통을 받으며 소록도에서 처녀로 늙으신 분이다. 무릎 아래는 고무다리다. 양쪽 손은 손가락이 없는 조막손이다. 눈꺼풀은 아래로 쳐져서 눈물이 수시로 흘러내린다. 코는 작게 형체만 남아 있다. 입술은 닫히지 않는다. 수시로 흐르는 침을 조막손으로 닦으신다. 볼의 살은 축 쳐져서 보기에 안타깝다. 그런 상황에서도 감사가 나오는 할머님을 뵈며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할머님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할머님께 기쁨을 드리는 일이다. 연고자가 없는 할머님은 누군가 찾아와 주면 그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하신다. 내가 오면 주겠다며 드링크를 먹지 않고 보관해 놓으셨다. 엉덩이로 기어가 가져오신다. 어서 마시라며 손짓까지 하신다. 감사기도를 드리고 시원하게 한 병을 들이켰다. 할머님이 서운해 하실까봐 더 맛있게 마셨다. 일행들도 많은 것을 느끼는 표정들이다. 할머님과 함께 기도를 했다. 할머님의 축복 기도도 받는다. 할머님의 건강을 위한 기도도 해 드린다. 일어서는 우리를 배웅하는 할머님. 신정 때 떡국 끓여 드리러 다시 내려오겠다고 하니 기도하겠다고 하신다. 나머지 심방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처음 방문한 일행들이라 소록도 견학을 시켜 드렸다. 말로만 들었던 곳이었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을 하고,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그분들이 당한 고초를 소록도의 역사를 보면서 일제에게 분노를 느낀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녹동에 있는 현대병원에 심방까지 하고 가려면 마음이 바빴다. 소록도로 시집 온 베트남 새댁 소망씨를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구북리 이장인 이 집사님이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을 위해 고구마를 구워서 비닐봉지에 넣고 가는 베트남 새댁.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서 소록도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행복한 다문화 가정이 되기를 기도한다. 병원에 들려 위문을 하고 격려를 해 준다. 군고구마를 우리에게 주면서 차에서 먹으라고 하는 이 집사님,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른다. 정으로 사는 세상이라고 한다. 이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정이 있기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내가 봉사선교회를 17년 전에 설립하면서 만들었던 표어가 있다. 물론 기존에 있는 단어를 합성시킨 것이다.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표어다. 정말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섬김은 남이 모르게 하라고 했지만, 나는 한 사람이라도 나눔과 섬김의 현장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봉사 후기를 올리고 있다.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며 말이다.
자오쉼터에서 양미동(나눔)
첫댓글 봉사는중독되고 행복은 전염시키시는 전도사님..저역시 전도사님처음만나 악수하던때가 생각납니다.. 중독되게하시고 전염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ㅡ
봉사 중독 되셨으니 행복도 전염되게 하소서~~
마음으로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님 감사해요
와~~ 오랜만입니다. 추운데 어찌 지내세요. 자주 들리세요. 기다리는 사람들 있다는 거 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