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언급했지만 후진국의 국내선을 타는 일은 각오해야 한다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는 계획을 짜야할 정도로 비행기 딜레이가 잦다
씻기만 하고 잠깐 잠들었다가 새벽 2시경에 공항으로 향했다
조식은 호텔에서 준비해준 밀박스를 들고
공항에선 우리처럼 각 호텔이름이 적힌 봉투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5시 5분 아스완 공항을 출발하는 비행기인데 수속을 마치고 나니 1시간 딜레이 된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리곤 기다리고 기다려 9시가 가까운 시간에 비행기에 탈 수 있었으니
도대체 몇시간을 낭비한 거지?
아스완 공항에서 내려 아부심벨이 있는 곳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30분을 더 달려가야 한다
이번 이집트 여행지 중 최남단이라고 보면 된다
끝도 없는 사막을 달리고 또 달려간다
황량한 사막 어딘가에 이렇게 힙한 휴게소가 나타난다
사막의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화장실도 가고, 허리도 좀 펴고, 커피도 한 잔 사 마신다
내부만 봐도 여긴 사막의 한가운데야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부심벨이 멀지 않으니 좀 더 힘을 내라고 낙타와 각종 상형문자가 격려해 준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위에 올랐던 람세스 2세와 그의 아내 네페르타리의 신전이 있는 이곳에 도착해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호텔이름도 네페르타리다
그렇게도 아름다웠다는 네페르타리
우린 허허벌판을 모래바람 맞으며 아부심벨과 하토르신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드디어 서서히 모습을 보여주는 아부심벨의 장엄함
약 20미터나 되는 4개의 좌상이 있는 신전인데 지진으로 한 개의 얼굴은 훼손되어 있다
이 신전은 나일강 위의 절벽에 사암을 깎아 만들었는데 아스완 하이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유네스코에서 기금마련에 힘써 이 신전이 수몰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3 등분하여 3년간의 작업 끝에 70미터 정도 위로 올려 옮겼다고 한다
유네스코의 이 작업을 계기로 역사적 유물은 이제 한 나라만의 소유가 아닌 전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신전을 보기 위해 우린 비행기를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어렵게 온 것이다
내가 피라미드 다음으로 꼭 보고 싶었던 신전이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에서도 아부심벨이 등장하고 나일강 크루즈가 이어지며 미스터리 속으로 우릴 끌어들인다
신전 내부엔
이집트 인들의 생활모습과 신께 바치는 공물들을 묘사한 그림과
상형문자가 벽 가득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내가 상형문자를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조각상 발가락 하나 크기보다 작은 내 발
남편도 내부 석상의 무릎 아래에 머문다
이렇게 거대한 조각을 가능케 한 능력은 신의 힘이 들어가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 같다
참으로 웅장하고 거대한 람세스 2세의 모습이 무척이나 힘 있고 건강해 보인다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다
모든 관람객들이 돌아가는 고요한 밤이 오면 벌떡 일어나 이 사막 어딘가를 저벅저벅 걸어 다닐지도 모른다
람세스 2세의 사랑하는 왕비 네페르타리가 기둥에 조각되어 있다
이 기둥의 상형문자는 네페르타리를 칭송하는 내용이리라
네페르타리 여왕을 위해 건축된 신전인 하토르 신전은 아부심벨 대 신전을 짓기 이전에 만들었다고 한다
입구에 서 있는 2개의 상은 람세스 2세 그리고 하토르의 복장을 한 네페르타리 왕비가 함께 서 있다
이곳을 떠나기가 아쉬워 남편을 붙들고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아부심벨 앞으로 해서 되돌아 나가자고 했더니
속으로 좀 투덜대는 것 같다
나는 아부심벨 앞에서 좀 한참 앉아있다 가고 싶은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 했다
그리고 우린 아스완으로 다시 돌아와 3일간 생활할 나일강크루즈에 체크인했다
유려한 곡선이 있는 계단을 올라 우리 방은 4층에 배정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직원에게 가방을 맡기고 롬 키를 주니 번쩍 들고 올라간다
2달러 흔쾌히 지불하고 짐을 풀었다
땡큐 대신
'슈크란' 하고 아랍식 인사를 했더니 아주 좋아한다
크루즈 안의 룸은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그야말로
'있을 것은 다 있고요 없을 것 없답니다 화개장터'
이 노래를 부르며 룸 탐험을 시작하니 남편이 웃는다
싱글 침대 2개, 작은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옷장과 욕실 등이 오목조목하게 들어있다
욕실도 제법 넓어 옹색하지 않다
이만하면 3일 간 묵어가기에 아주 훌륭하다고 만족해했다
룸탐험을 끝내고 루프탑에 올라가 보니 아스완이 아주 화려해 보인다
우리 옆에 또 다른 크루즈가 수없이 많이 정박해 있다
옆으로 배를 붙여놔서 배를 건너고 건너 우리 배를 찾아와야 한다
3일간 크루즈에 묵으며 나일강을 따라 올라가며 관광하는 여정이 아주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