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와 연애하는 남자, 황준
오디오와 연애에 빠진 남자가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어느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
책의 저자 황준 씨가 바로 그 주인공. 오디오를 연애에 비유하며 풀어낸 이 책은 오디오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한때 오디오에 눈이 멀어 콩깍지가 씌었었다고
하는 저자 황준이 전하는 오디오와 제대로 연애하는 법!
■ 글 권아영 사진 김은주
오디오 마니아 황준 씨의 집, 그의 리스닝룸으로 쓰이는 작은 방안에는 그가 손수 매칭 해 놓은
오디오 기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앉아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각 기기들의 배열과 간격 그리고 의자의 위치, 모두 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직접
구성한 것이다. 돈으로 환산해도 2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오디오 기기들. 오디오와 사랑에 빠져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한 황준 씨의 그간의 풀스토리를 들어보자.
#1. 오디오와 사랑에 빠지다
"남녀의 만남처럼 한눈에 반하는 것?
한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사람이 무엇에 미칠 수 있다는 건 순수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오디오 마니아 황준 씨 역시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오디오를 보면 갖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한다.
“오디오가 꼭 연애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비유하면 좀 이해하기 쉬울까요?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면‘사랑’을 하는 남자와‘연애’를 하는 여자가 나옵니다. 여자에게 푹 빠져 있는
남자는 사랑을 하는 거지요. 여자도 남자를 좋아하기는 하나 자신의 모든 걸 다 걸고 올인하지 않습니다.
속도조절을 하는 거죠. 그게 사랑과 연애의 차이입니다. 흔히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하죠? 하지만 사랑의 끝을 아는 사람은 컨트롤을 할 줄 압니다. 오랫동안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죠. 설사 헤어지더라도 친구로 남을 수 도 있고요. 그래서 연애에 기술이 필요하듯이 오디오뿐만
아니라 진정한 마니아라고 하면 자기 통제 하에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황준 씨와 오디오의 첫 만남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시절 워낙 음악을 좋아해
카세트테이프로 즐겨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소장하던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럴수가. 소리가 자신의 그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지금도 당시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카세트는 이어폰을 통해 귀로만 듣는 소리라면 오디오는 머리로 듣는 소리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악기와 가수가 머릿속으로 그려지고 관객은 유일하게 저 혼자여서 모든 소리가 온몸을 타고와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소리의 맛을 알게 된 그는 대학교에 들어가 과외로 번 돈으로 처음 오디오를 구입했다. 이
오디오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저 오디오에서는 또 어떤 소리가 날까. 그렇게 오디오와 연애에
재미가 들린 그는 더 좋은 소리를 찾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소위 오디오 바꿈질이
시작되었다.‘세운상가의 보안관’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오디오샵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온갖
오디오의 소리를 들어보게 되었다.
#2. 오디오와의 사랑, 이별 그리고 추억
“연애 잘하는 법? 경험이 최고다.
남녀가 서로 잘 어울리는지는 사궈봐야 안다”
“오디오에서 앰프와 스피커의‘매칭’이 중요합니다. 남자와 여자의 궁합이 중요한 것 처럼요.
처음에는 저도 비싸고 모양이 예쁜 앰프와 스피커가 만나면 무조건 좋은 소리를 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맞지 않으면 아무리 비싸도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거든요. 저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매칭해서
듣다보니 이제는 어떤 것끼리 매칭하면 소리가 좋을지 나쁠지가 대충 감이 오더라고요. 연애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입니다. 연애도 많이 해봐야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알게 되거든요. 오디오도
이 소리도 들어보고 저 소리도 들어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게 됩니다. 그때
오디오 바꿈질도 멈추게 되죠.”
황준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을 터.
그래서 자신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오디오 입문자들을 위해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
“건축사무소를 차리고 30분씩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글을 썼습니다. 가방에 항상 조그만
노트북을 넣고 다니는데, 왕복 1시간이니 1년이면 350시간 정도 환산 할 수 있겠죠?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집중해서 쓰다 보니 나중에는 엄청난 양이 쌓이더라고요. 그날그날 쓴 내용은 블로그에다
정리해서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어느 날 보니 책 한권 낼 분량이 족히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그는 3년 동안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까지. 오디오 관련 책을 총 3권 집필했다.
▲오디오 마니아 황준의 리스닝룸 안에 있는 오디오 기기들. 그는 쭉쭉빵빵한 소리보다는 포근하고
감칠맛나는 소리를 좋아한다.
오디오 연애박사 황준. 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엠프와 스피커 매칭 기기의 조합이다.
네임오디오 NAIT와
모니터오디오 GOLD-2 스피커
네임오디오 32/62 + 110과
린칸 스피커
네임오디오 NAIT-3와
윌슨 CUB(검은색) 스피커
보스 1705와 보스 이탈리아노 스피커
오디오리서치 SP-8/ 크렐 KSA-50과
윌슨 CUB(나무색) 스피커
오디오리서치 SP-15/ 마크레빈슨 27과
스펜더 SP-1/2
#3. 나에게 꼭 맞는 소리와 평생 백년해로 하리
"연애 상대자도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
중요한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맞는 연애 상대자를 만나는 것이다”
황준 씨는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한국, 일본, 중국의 여러 건축 사무소를 거쳐 현재는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황준도시건축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학을 강의하고 있다. 건축설계 일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할 것 강의에 오디오 마니아로서 삶의
균형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디오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황준 씨.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남들처럼 집 평수를 늘리기보다
아담하지만 현재의 집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오디오를 평생 즐기기 위해 양보한 것이다.
이유인 즉, 사랑도 연애도 어쨌거나 절실해야 한다는 것. 돈이 넉넉하면 쉽게 손에 넣게 되고,
그러면 쉽게 버릴 수도 있는 법이다. 그토록 갖고 싶은 것도 일단 자기 손에 들어오면 금세 마음이
시들해지고. 다른 것에 눈이 돌아가게 되고, 남이 가진 것이 더 좋아보이기 마련이다. 오디오
마니아로서 그는 헝그리 정신을 제일 강조한다.
“오디오를 좋아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디오 마니아 중에도 오디오에 빠져서
후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꺼에요. 쉽게 말해 술, 담배, 도박 같은 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제 아들이 오디오를 수집한다고 해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좋아한다고
강요할 생각도 없고요.”
요즘은 중국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서울과 중국을 오가며 더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는
불경기 탓에 건축업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오디오샵을 운영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어디까지나 제 본업은 건축설계입니다. 오디오 마니아라고는 하지만 사실 저도 아마추어죠에
속하죠. 매일 다양한 오디오를 통해 음악 감상하는 것이 생활화된 오디오샵 운영자들이야말로
프로죠. 저야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서야 겨우 오디오를 접하는데요. 딱 지금처럼만, 크게 욕심
안 부리고 평생 즐기고 싶어요.”
2009년은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전망하는 만큼 황준 씨는 생존을 위해 본업인 건축업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오디오에 관한 책들만 썼는데 건축설계자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무엇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디오 마니아 황준의 저서
<오디오 마니아 매뉴얼>
:지난 20여 년 간 수백 차례 매칭을 조합하며 실험한 저자 황준의 기기 매칭에 대한 평가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자신이 직접 듣고 경험한‘베스트 매칭’과‘워스트 매칭’을 소개한다.
<오디오 마니아 바이블>
:오디오를 좋아하되, 오디오에 빠지지 않고 오디오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마니아’로서 사리판단을 못하고 가족이나 친구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느 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습니다>
:이전의 책들이 실용적인 의미의 취미 서적이었다면 이 책은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인생’이야기에
가깝다.
오디오를 연애와 비유해 어렵지 않게 풀어썼다.
오디오 마니아 황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uneeeeeee
<출처;tong.nate
justinKIM>
첫댓글 한곳에 깊이 빠지면 이렇게 또 한분의 전문인이 탄생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