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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의 봄] 02 - 사랑도 대행이 됩니까?
1. S# 1부 앤딩과 연결.
태봉 (본다. 특유의 멋진 미소를 씩 날리며)
정말 기억 안나요? 그 날밤에 나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달자 (오잉???) 그날 밤?
태봉 그래요, 그날 밤.
동시에 달자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남성 아카펠라 사중창, M.
“그날밤~ 그날밤~ 그날밤~ 그날 바암~” (단조로)
달자 혹시, 서, 서, 설마 너.....어! (하고 태봉을 돌아보는 표정에서)
2. S# 호텔방 N. (그 날밤)
(앞씬연결, 비장한 느낌으로 울밑에 선 봉선화야 멜로디에 개사한 노래로
“그날밤에! 그날밤에! 그날밤에! 그날밤에!”)
털썩! 술에 취해 침대에 정신을 잃은 듯 쓰러지는 오달자,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봉, 오달자 주변에 어지러이 흩어진
미니양주병들을 거칠게 와르르 한쪽으로 쓸어치우더니
쓰러진 오달자를 보며 탐욕?스럽게 푸하하하하 웃는다.
순간 아오오!!!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야수의 표정으로 돌변하더니,
그대로 달자가 누워있는 침대위로 탄력있게 점프한다. 순간 스틸.
침대에 누워있는 달자, 그 허공에 점핑한 상태로 멈춰선 태봉위로
달자E 안돼애!!!!! 이 나쁜 자쉭!
3. S# 재고물류창고. (또는 다른 외곽장소)
동시에 찰싹! 태봉의 뺨을 때려버리는 달자,
아야! 뺨을 감싸쥔 채 황당하다는 듯 달자를 쳐다보는 태봉,
태봉 왜 때려요?
달자 (분기탱천해서) 왜 때려요? 왜 때리는지 몰라서 묻냐 너 지금?
이 날라리 깡패, 양아치에, 파렴치한 불한당같은 놈아!!!
태봉 뭐요? (기막혀서 보면)
달자 너! 나한테 한짓이 그게... 그게 무슨짓인지 알어?
술에 취해 무방비한 여자를 상대루... (순간 울컥! 분해죽겠다)
너, 그거 아주아주 저질범죄야, 알어?
능지처참을 당할 특수강력범죄라고 이 나쁜 놈아!
태봉 (웃긴다 진짜) 보쇼, 아주머니. 나두 여자 보는 눈 있거든?
달자 그러니까 날 건드렸겠지! 꼴에 보는 눈은 있어서!
태봉 참나.. (웃음밖에 안나온다)
나요,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는 잡식성 아니거든요?
달자 (뭐라고?)
태봉 남자는 아무 여자나 보고 다 껄떡거리는줄 아나?
것두 다 조건과 삘이 받쳐줘야 하는짓이지, (하면서 아래위로 훑어보면)
달자 (순간 슬쩍 뻘쭘해지면) 아니..라구?
태봉 아니지 당연히!
달자 (소심해져서) 정말... 아니니?
태봉 쪽팔리대매, 복수해주고 싶다매!
달자 ???? (본다. 복수...?하는 표정에서 순간 기억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4. S# 회상> 호텔방안 (그날 밤)
달자, 잔뜩 취해 코와 볼이 발그레.. 해진 상태로,
달자 쪽팔려...
태봉 (베개를 끌어안은채 지겨운 듯 길게 하품한다)
달자 복수해주고 싶어.
태봉 (따분... 한 듯 긁적긁적긁적)
달자 다... 부숴버릴거야. (한모금 더 마시고 카!)
태봉 (지겹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제발 계산부터 좀 해주시죠, 예?
지금 새벽 두시라고, 나두 그만 장사접고 들어가야지! 예?
달자 (흘끗 보더니) 짜질한 놈.
태봉 ? (한쪽 눈썹이 쓱 올라간다, 짜질한 놈?)
달자 사내 자식이 되서 푼돈에나 연연하다니.. 짜질해빠진 놈.
태봉 (어이없다) 아, 그래요, 나 짜질해, 그러니까 얼른 돈이나 달라고!
달자 이보게! 사내대장부면 대장부답게 큰 뜻을 품어봐!
태봉 ?
달자 어떤가, 나를 위해 일해볼 생각 없나?
태봉 (? 보면)
5. S# 다시 현재> 재고물류창고
달자 (황당한 듯) 그래서?
태봉 계약했지,
달자 어떤 계약?
태봉 한달동안 내가 아줌마 가짜 애인해주기로.
달자 가짜애인? 하.. 한달동안이나? (허..! 본다. 기막혀서) 얼마에?
6. S# 다시 회상> 호텔방 (그날 밤)
태봉 삼백.
달자 삼백?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취했다)
태봉 하루 세시간에 십만원씩 한달이면 삼백,
시간이야 매일매일 써도 상관없고, 일주일치 몰아써도 상관없고.
달자 좋아!
태봉 손잡고 어깨동무하는건 기본 써비스에 포함,
강도높은 스킨쉽이 필요한 경우 껀당 2만원씩 추가비용 발생.
달자 좋고!
태봉 데이트시 모든 경비발생은 오달자씨 부담,
단, 수수료는 일시불로 선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음.
달자 좋다고, 까짓거! 하자고!
7. S# 다시 현재> 재고물류창고.
달자 (이런 젠장!) 그래서 했다고?
태봉 했으니까 내가 왔지,
달자 내가 무슨 돈으루?
태봉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해주대?
달자 (오 마이 갓! 순간 촤르르 무언가 차례로 떠오르는 표정에서)
8. S# 아주 짧은 인써트> 통장 잔고. CG처리
계산기 촤르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찍히는 글씨들,
통장 잔액 3,283,250.
빼기> 호텔 방값 272,030. (부가세, 양주값 포함)
빼기> 가짜 애인 3,000,000 (인터넷 뱅킹 수수료 면제)
현재 잔액 딸랑, 11,220원!!
E. 땡! 하는 소리와 동시에,
9. S# 다시 현재> 재고 물류창고,
달자 안돼! 인정 못해! 그 계약은 무효야!
술취한 사람을 상대로 그런 계약 하다니, 반칙이지 그건.
태봉 그래서 다섯 번씩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달자 기억안나.
태봉 정말 안나요?
달자E 기억난다. 기억나기 시작했다.
달자 (시치미 뚝!) 안나! 그러니까 내 돈 삼백만원 도로 내놔.
태봉 선불로 내신 돈은 반환해드릴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을텐데요. 것두 다섯번씩이나.
달자 기억 안난다구 글쎄!
태봉 (어쭈) 정말 안난다고?
달자E 기억난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달자 (무시하고) 어쨌든! 이건 말이 안돼는 얘기지!
돈 삼백이 애들 장난이니? 껌값이야?
내가 아무리 남자가 궁해두 그렇지, 돈까지 줘가면서,
그것도 너같은 어린애를 상대로 가짜 연애를 하다니! 그게 말이 되니?
태봉 (OL) 미안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비즈니스거든요?
구두상의 계약도 엄연히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다는걸 알아야죠.
달자 뭐? 버,버,버업?
태봉 본인이 원해서 계약하고, 본인의 원해서 입금하고,
계약사항에 대해 다섯 번 이상씩 주의사항을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지로 계약을 강행해놓고 이제와서 무효라니?
달자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술에 취해서...
태봉 (OL) 내가 만약 술에 취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 살인이 없던게 됩니까?
달자 그야 안되지, (하다가) 하지만,
태봉 (OL) 내가 만약 술에 취해서 여자한테 임신을 시켰다면,
그 임신 없던걸로 무효화시킬수도 있습니까?
달자 것두 안되지...(하다가)...만! 그래도 이건 경우가 다르지,
태봉 (OL) 다를거 없지, 술에 취했든 정신이 멀쩡하든,
약속은 약속이고, 계약은 계약이니까!
그러니까 한달동안 서비스를 받든지, 싫으면 선불로 낸 돈을 포기하든지,
선택은 알아서 하쇼,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드릴테니까. 예?
달자 (허..! 말로는 못당하겠다 빤히 보더니)
너 선수지? 맞지? 이런식으로 몇 명이나 뜯어먹었니? 내가 몇번째야, 어?
태봉 (한쪽 눈썹이 쓱 올라간다, 뭐라구?)
달자 새까맣게 어린 놈이 어디 사기쳐먹을게 없어서.. (하는데)
태봉 (동시에 바싹! 무섭게 달자의 얼굴앞으로 코를 쑥 들이밀며 무섭게)
이봐요, 오달자씨!
달자 (순간 움찔...!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뭐,, 뭐어? 왜? 뭐!
태봉 내가 정말로 사기를 치고 싶었다면
당신같은 잔챙이는 건들지두 않어, 알어?
(알지도 못하면서 쯧! 그러면서 쓱 달자를 지나쳐 나가는데)
달자 (어쭈! 이 자식 봐라? 열받는다. 돌아보며) 야!
태봉 (돌아보며 무섭게 버럭) 뭐!
달자 (일순 쫄아서 소심하게) 전화기 꺼놓지마.
어떻게 할건지 충분히 생각해본 다음에 연락할거니까.. 어?
태봉 그러든가 말든가! (하더니 쿵! 문닫고 나가버린다)
달자 (본다. 보다가 아, 진짜.. 신경질 나는 표정에서)
10. S# 화장실 안.
고순애 그러게 한번 쪽팔리구 말지, 왜 그런 근본도 모르는
날라리 양아치 자식을 불러들여? 겁두 없이 기집애가,
달자 어떡하지? 경찰에 신고할까?
고순애 너 사회생활 이걸로 종치구 싶니?
“노처녀 오달자, 가짜애인 연하남한테 사기당함!”
그러구 너 얼굴 들구 회사 다닐수 있겠어?
신세도 위선주 걔네들 앞에서 등피고 걸어다닐수 있겠냐고!
달자 그럼 어뜩해 언니, 돈이 삼백인데!
나 아직 전세 융자도 갚아야하고, 중고차 할부도 남았다구,
그런 피같은 돈을 어떻게 그냥 다 날려! 어떻게에!!!
고순애 그러게 누가 술취해서 지랄하래?
달자 아...! (돌아버리겠다 증말. 앞머리 비비적거리며 긁적이는위로)
달자Na 이럴땐 인생경험 많은 선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1. S# 변호사 사무실.
명패에 변호사 아무개라고 써져 있는 그 앞으로 변호사1,
변호사1 (경상도 억양으로) 뭐, 찾을수 있심다. 찾을수 있고요,
달자 삼백만원 전부 다 말이죠?
변호사1 당연히 찾을수 있지요, 왜 못찾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찾을수 있심다.
달자 (표정 밝아진다, 다행이다!) 저기 그럼 수임료는 얼마나...
변호사1 마, 삼백만 주이소, 삼백이면 깨끗하게 해결봐드림다.
달자 ??? (멍... 하니 쳐다보는 표정위로)
달자Na 다급할땐 법도 내편이 아닌 듯 보였다.
12. S# 거리 일각.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달자, 한숨을 푹 내쉬며 걸어오다가
전봇대 앞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돈 받아드립니다!>
달자, 잠시 망설이는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쳐다보는 위로,
달자Na 결국 믿을데라곤 한군데뿐인가?
13. S# 야산 일각. N
수건으로 입을 묶힌채 밧줄로 꽁꽁묶여 있는 태봉,
구덩이 한가운데 무릎꿇고 앉아있다.
태봉, 뭐라 끙끙거리면서 애절하게 달자쪽으로 시선을 주면,
달자, 친절한 금자씨 버전으로 코트에 검은 마스크까지 쓴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서 있다.
덩치1 (태봉의 턱을 홱! 당기면서) 아야, 삥을 친다는 거슨 말이여,
사회적으로다 삥을 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외모를 가진 사람,
즉, 사회적으루다 혐오감을 주는 우덜같은 면판떼기덜이
쳐묵고 사는 것이 고거시 삥이라는것이여,
볼쪼곤허니 잘빠진 너같은 섀끼덜이 머시 부족해서 삥을 쳐분다냐?
것도 연약한 여자헌티 술까정 쳐멕여갖고, 삼백씩이나야?
태봉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그러겠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질 않고)
달자 (차갑게) 시간 너무 지체하지 맙시다.
덩치1 아, 예, 알겄슴다. (일어서며) 아나, 묻어라.
덩치들 (일제히) 예! 형님!
태봉이 무릎꿇고 앉아 있는 구덩이안으로 ?을 퍼메우기 시작한다.
태봉 자갈이 물린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달자, 무섭다. 귀막고, 고개 돌리고, 외면하는데 바로 그 때
달자의 얼굴위로 강한 써치라이트가 비춰지면서
“꼼짝마!!! 너희들을 살인교사 및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우르르 몰려드는 경찰들, 덩치들 도망치고 아수라장 되는 가운데
제복 경찰한테 붙잡히는 달자,
달자 어머어머! 안돼! 아니예요, 아니라니깐! 난 아니라구우!!!!! (외치는데서)
14. S# 다시 거리.
빠아앙!!! 차소리를 내며 달자 바로옆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동시에 헉!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서는 달자,
달자Na 그래, 그건 아니지, 아니야.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팻말을 뒤로한채
종종종걸음으로 도망치듯 화면쪽으로 쭉 걸어나와 프레임-아웃 되면,
15. S# 회사 엘리베이터 앞.
완전 고개 숙인 여자 오달자,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위로
달자Na 결국.. 피같은 돈 삼백을 이렇게 떼이고 마는구나..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문이 열리면
땅이 꺼져라 푹!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달자,
버튼을 누르고 막 문이 닫히려는데,
그 때 누군가 후다닥 달려와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는다.
달자, 멈칫...? 쳐다보면 신세도다.
신세도 안녕하세요 달자씨. (씩 웃으면서 나란히 옆에 올라타면)
달자 (쓱 흘겨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잰눈으로 쳐다보는 위로 문 닫히면)
16. S#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 양쪽에 어색하게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달자와 신세도.
달자의 머리위로 모락모락 글씨들이 떠오른다. (CG)
“나쁜XX” “개XX" "왕재수” “못된X” “망할XX”
달자, 슬쩍 신세도쪽 흘겨보다가 멈칫.. 시선이 마주친다.
두 사람, 서로 어색하고 겸연쩍게 웃으며 다시 시선 앞으로 돌리는데
신세도 달자씨 취향이 그쪽인줄 몰랐어요.
달자 (? 돌아본다) 네?
신세도 그 젊은 친구 말이예요, 호텔에서 만났던... (보면)
달자 (이름 잘 기억 안남, 대충 얼버무리듯) 아아.. 예에.. (슬쩍 시선 피하면)
신세도 난 달자씨가 훨씬 더 보수적인줄 알았거든요.
키스만 해도 결혼하자고 달려드는 그런 여자들 있잖아요 왜,
부담스럽고 재미없는 그런 여자들...
달자 아, 예에... (시종일관 쿨한 미소 유지한채 고개 돌리는 위로)
천하에 재수없는 바람둥이 자식!
신세도 그런데 내가 달자씨를 오해하고 있었나봐요,
좀 더 제대로 알때까지 시간을 가져볼걸...
내가 너무 성급하게 포기해버린게 아닐까 후회도 되고,
달자 (순간 멈칫..! ? 돌아본다 E) 오잉? 후회?
신세도 (돌아본다. 보며)
당신을 바라봤던 팔년이... 결코 가볍지가 않더라구요.
(하면서 그윽한 시선으로 마무리 해주면)
달자 (??? 쳐다보는 위로)
땡! 엘리베이터 도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데서,
17. S# 사무실 일각.
헷갈리는 표정으로 쭉 걸어들어오는 달자, 멈춰서서 한번 돌아본다.
저 뒤쪽으로 회의실안으로 들어가는 신세도가 보인다. 뭐지...?
달자, 다시 걸어와 자리에 털썩 앉는다. 생각에 빠진다.
턱을 괸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탁탁 친다.
달자E 에이 설마...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왠지 찜찜한듯 의자에 기댄다.
생각에 잠긴채 의자를 빙그르르르 돌리다가 저쪽 회의실안에
자리잡고 앉은 신세도를 본다.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그의 모습,
동시에 E. 메시지 왔다고 울리는 소리.
달자, ?해서 책상위에 있던 핸드폰 집어들어 보면
<내일 망년회 모임 꼭 참석할거죠? ---신세도>
허걱! 달자, 이건 또 뭐지? 하는 표정으로 다시 홱 신세도를 돌아보면
저쪽 회의실안에서 달자쪽을 쳐다보던 신세도와 시선 마주친다.
신세도, 달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씩 한번 보낸다.
순간 홱! 다시 책상쪽으로 돌아앉는 달자, 멍한 표정으로
달자E 뭐야? 그러니까...
놓친떡이 커보인다 그거냐 지금?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하!“하고 웃음인지 기막힘인지 모를 짧은 외마디!
동시에 주위사람들, 일제히 달자를 돌아보면
달자, 완전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듯 주변 사람 전혀 개의치 않은채
느긋한 기분으로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댄다.
달자E 그렇단 말이지?
(오케바리! 딱 걸렸어! 회심의 미소 씩 지으며 시선 돌리는데서)
18. S# 커피 ? 일각.
탁!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이력서 한 장..
태봉, 뭔가하고 쳐다보면,
달자, 비장한 표정으로 태봉을 보며 그의 앞으로 쭉 민다.
태봉, 달자를 한번 본 뒤, 집어들어 보면,
종이 한 장 빠곡히 써져 있는 가짜 이력서,
태봉 (쭉 읽어내려가며) S대를 수석졸업하자마자 로펌변호사에 취직,
연봉 1억이 훌떡 넘는 잘나가는 변호사...?
달자 거기에 외제차는 필수,
압구정동엔 니 앞으로 된 아파트도 한채 소유하고 있어.
태봉 이상이 너무 높으시다, 이러니 여태 시집을 못갔지,
달자 한마디만 더 해라. 계약 확 엎어버린다.
태봉 (순간 말 돌리며) 이왕 지르는거 골프회원권두 집어넣죠 왜,
달자 (? 본다. 보더니 나쁘지 않네, 홱! 뺏어다가 급하게 적어넣는다)
태봉 (들여다보며) 쓰는김에 호텔멤버쉽도 추가하면 좋고,
달자 (흘끗 한번 보더니 급하게 또 추가한다)
태봉 (보면서) 그렇지, 그 정도는 돼 줘야 먹어주지,
태봉 (흘끗 한번 더 쳐다본뒤 다 쓴 종이를 다시 돌려주며)
자, 앞으로 한달동안 여기 적힌 그게 너야.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달달 암기해둬,
그리구 내일 저녁 일곱시까지 회사근처로 나와, 알았어?
(그리고 가방 챙겨 일어서는데)
태봉 그건 좀 곤란하겠는데요?
달자 ? (일어서려다 말고 멈칫.. 쳐다보면)
태봉 연봉 일억이 넘는 로펌변호사라매요,
뽀다구 질질 새게 이런 옷꼴로 어떻게 나가, 안그래요? (능청)
달자 (? 본다. 보다가 아.. 진짜..! 하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데서)
19. S# 백화점 안 몽타쥬.
거울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봉의 근사한 모습,
뒤에서 지켜보던 달자, 별로 맘에 안드는 듯
다른 옷들을 몇벌 더 골라 태봉의 품에 척척 안겨주면
프리티우먼처럼 계속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태봉,
바뀌고, 또 바뀌고, 또 바뀌고, 그러는 중간에
여점원1 (슬쩍) 누나신가봐요?
태봉 아뇨, (하는것과 동시에)
달자 (불쑥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면서) 애인인데요?
여점원1 (썰렁하게 잠시 보더니 갑자기 박수 짝짝짝 치면서)
어머어! 너어무 잘 어울리신다아~
(하더니) 다른 옷도 보여드릴까요? (하면서 피하듯 쓱 가버리면)
달자 (기분나뻐 끝까지 째려본다)
태봉 (재밌다는 듯 씩 웃는데서)
경과>
카운터에 척! 척! 척! 커버로 싼 옷들을 내려놓는 여직원의 손,
계산서를 쭉 뽑아 내밀며
여점원1 다 합해서 425,000원입니다.
달자 (카드를 내밀던 손 멈칫..! 멈춘다. 표정위로 E.) 젠장...!
짧은 인써트> 통장 CG.
현재 통장 잔액 11,220원!!
빼기> 이놈 옷값 425,000원 (일종의 체면유지비에 속함)
현재잔액, ― 413,980원.
동시에 E, 계산기 땡! 하는 소리와 함께.
20. S# 백화점 앞 일각. (또는 거리 일각)
계산서를 들여다보며 황망히 서 있는 달자,
그 옆으로 쓱 프레임-인 되서 같이 계산서를 들여다보는 태봉,
태봉 어이구, 너무 질렀네. 잔고 빵구 나는거 아니예요?
달자 (흘끗 돌아보더니 주섬주섬 계산서 집어넣으며 침착하려고 애쓰며)
괜찮아. 이 정돈.. 끄떡없어.
태봉 하긴, 아무리 가짜애인이래두 남한테 후줄근해 보이는건 좀 그렇지,
(보며) 그렇죠? (능청능청 그런 능청이 없다)
달자 당연하지, 나두 사회적 위치와 체면이라는게 있는데.
(하면서 태연한척 하는 표정위로 E)
그 놈에 사회적 체면땜에 앞으로 한달은 쫄쫄 굶게 생겼다,
태봉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예요?
달자 (멈칫..! 돌아본다) 뭐?
태봉 선불금 삼백에 이렇게 비싼 옷까지 장난 아닌 액순데,
그만큼 복수할 가치가 있는 남잔가해서,
달자 그 남자의 가치같은건 상관없어.
이건 여자로서 내 자존심이 달린 문제니까.
태봉 여자의 허영심은 아니구요?
달자 (그 말에 다시 멈칫..! 본다, 보더니)
내일 저녁 일곱시야! 늦지 말구 와!
일분만 늦어도 계약 확 엎는다. 알았어?
태봉 알겠슴다! 늦지 않게 대령합죠,
(하면서 어딘지 비웃는 듯 씩 웃으면)
달자. 왠지 기분 나빠진다. 그대로 홱! 돌아서서 걸어오면
그 뒤로 여전히 빈정대는듯한 미소로 쳐다보는 태봉의 모습위로
달자Na 비웃어도 상관없다.
21. S# 거리.
물밀 듯 걸어오는 사람들 사이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달자의 옆모습,
달자Na 발악을 하는거래도 할수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지키고 싶은게 있는거다.
달자, 점점 걸음 빨라지면서 인파속으로 헤집고 들어서는 순간
(모노톤으로 화면 바뀌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는 어린 달자(9살쯤)로 바뀌는 그 위로,
어린달자E 엄마! 엄마아!!!
22. S# 달자네 밥집. (회상)
어린달자 (드륵! 문 열고 들어서며) 엄마, 팔자가 쎈게 뭐야?
정정애 뭐? (반찬을 만들다 말고 어이없다는 듯 돌아본다)
어린달자 우리반 영식이네 엄마가 그랬대,
우리집 여자들은 팔자가 쎄서 집안 남자들이 다 일찍 죽었다구,
그래서 영식이두 나랑 안논대요,
나하고 놀면 자기도 일찍 죽는다고, 안놀겠대.
정정애 (순간 열받은 듯, 퉁명) 그럼 너두 놀지마.
어린달자 그래두 놀구 싶은데? (하는데)
정정애 (버럭!) 세상에 남자애가 영식이 하나밖에 없어?
그런 놈이랑 뭐가 그렇게 놀구 싶어, 놀구 싶긴!
넌 여자애가 자존심두 없니?
어린달자 (흠짓! 그 한마디에 뭔가 충격을 받은 듯 두 눈 동그란 얼굴에서 스틸)
그 위로 타이핑 되는 자막, “자.. 존.. 심?”
달자Na 그렇다. 바로 자존심이다.
23. S# 스튜디오.
쿵! 어딘지 저돌적인 느낌으로 문을 밀고 들어서는 달자,
쭉 걸어들어오는데 저쪽에서 회의실에서 나오던 신세도가 보인다.
두 사람 서로 마주보며 다가서는 위로
달자Na 그래, 나랑 놀기 싫다는 놈! 나도 놀기 싫다!
날 하찮게 여기는 놈따위! 나두 배려해주기 싫다!
하지만 이 놈은....!!!
신세도 (달자옆으로 스쳐지나는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 짧게 스틸되는 위로)
달자Na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달자 (지나쳐가며 신세도를 향해 역시 다른 의미의 미소, 짧게 스틸되는 위로)
달자Na 한번도 아니고, 네 번씩이나!
동시에 짧게 짧게 플랫쉬 백으로 넘어가는 자존심 실추 장면장면들,
플랫쉬 백1> 1부 45씬. 회사 복도 일각.
달자를 앞에 두고 못본척 위선주하고만 희희덕거리던 신세도,
플랫쉬 백2> 1부 49씬. 화장실 씬.
달자, 소심하게 “메시지 들으면 나한테 전화 좀 해줄래요? 꼭이요..”
하는데, 그 전화 무시하는 신세도.
플랫쉬 백3> 1부 57씬, 호텔 바 안.
바에서, 기다리는 달자앞으로 위선주와 같이 들어오던 신세도/
플랫쉬 백4> 1부 67씬, 수근거리는 회사 직원들 그 위로
고순애E 회사에 소문 쫙 퍼졌어 기집애야,
너 신세도 그 인간한테 차였다구,
다시 현재> 스튜디오,
거의 스치듯 옆으로 지나쳐가는 달자와 신세도,
멀어지는 신세도의 뒷모습과
뒤돌아보지 않은채 자기 자리를 향해 쭉 걸어오는 달자, 그 위로,.
달자Na 내 나이 서른 둘, 이제 곧 서른 셋,
그 오랜 세월을 오로지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나다.
달자 (돌아보며 DP에게)
옷들이 어두우니까 배경을 좀 더 환하게,
보라색보다는 연핑크쪽이 낫겠어요, 로고는 좀 더 오른쪽으로 그렇지!
(그 옆으로 옷을 입고 리허설하는 모델들을 향해)
이번 옷에 포인트는 실용성이예요,
최대한 몸을 움직여서 편하고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강조해주세요,
모델들 알았다면서 한쪽으로 우르르 흩어지는 그 뒤로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차려입은 위선주,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이어폰 끼고, 마이크 달고, 스탠바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달자, 보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위로,
달자Na 이젠 더 이상 바보처럼 찌그러져 있지만은 않겠다.
무엇이 됐든, 받은만큼 갚아주마!
달자 (동시에 탁! 위선주앞에 멈춰서더니 상당히 도전적인 느낌으로)
준비되셨나요?
위선주 언제든지, (여전히 도도하고 일관된 나른한 톤)
달자 좋아요. 그럼 시작하죠.
자신만만한 미소로 씩 웃는 달자의 얼굴위로
조명빛이 점점 하얘지더니 화면, 화이트 아웃되면서.
타이틀 “오달자의 봄”
그 밑으로 서브 타이틀,
“제 2 부, “사랑도 대행이 됩니까?”
태봉F 물론 대행이 됩니다.
24. S# 동대문 시장 일각.
복잡한 사람들 사이로 달자가 사준 옷가지들을 어깨에 맨채
풍선껌을 크게 불어가면서 쭉 걸어오는 태봉 그 위로
태봉F 가족 행사나, 각종 환갑, 회갑, 생일파티 및 커플모임이 괴롭습니까?
불러만 주십쇼, 여러분의 친절한 애인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문을 밀고 옷파는 빌딩안으로 들어서는것과 동시에,
25. S# 옷파는 빌딩안, 춘호네 코너.
턱! 하니 달자가 사준 옷가지들을 올려놓는 태봉,
가게안에서 만화책을 입고있던 힙합족 춘호(레게머리에 동그란 안경테),
흘끗 눈만 치켜뜬채 태봉을 쳐다보면,
태봉 이십만 쳐줘라.
춘호 (재빨리 옷가지들을 훑어보더니) 십,
태봉 이거 입지도 않은 생짜다 짜식아,
백화점가 사십이만원짜리야 이거,
춘호 십,
태봉 십팔만원.
춘호 (본다. 보더니) 십.
태봉 십오만원, 더 이상은 안돼, 싫음 말구, (하며서 도로 가져가려는데)
춘호 (탁! 옷을 잡더니 쓱 옆에서 십오만원 세서 내밀며) 봉잡았냐?
태봉 한달짜리다. (돈 받으며 씩 웃더니) 또 보자! (돌아서려는데)
춘호 그 사람들 어제도 왔다갔었다.
태봉 (멈칫.. 풍선껌을 불려다말고 돌아보면)
춘호 두달째 감감 무소식, 코빼기도 못봤다 그랬어.
한강밑바닥 뒤져보랬다, 혹시 거기 가라앉았을지도 모르니까.
태봉 (마저 훅! 불어 탁! 터뜨리더니) 간다! (씹으며 돌아서서 간다)
춘호 (뒤에 대고) 몸 조심해라!
태봉 (쭉 가면서 돌아보지는 않은채 알았다고 손만 들어 올리는데서)
26. S# 은행 일각.
기계에서 쑥 뽑아져 나오는 통장을 집어드는 태봉의 손, 그 위로,
입금자 오달자로부터 들어온 삼백만원 확인,
그래서 총 잔고는 50,209,210원.
27. S# 은행창구 일각.
은행직원 카운터앞으로 쑥 자신의 통장을 들이미는 태봉,
태봉 거기 있는 돈 전부다 여기로 좀 보내주세요. (하면서 송금카드 내밀면)
받는 이 이름에 <최희연> 이라고 써져 있다.
태봉,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풍선껌 후우~! 부는 얼굴에서.
28. S#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고순애 (번쩍 고개들어 쳐다보며) 복수?
달자 어, 복수. (하면서 맛있게 후루룩)
고순애 니가 무슨 청춘의 덫이냐? 심은하야? 복수는 개뿔..
달자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먹는 위로 계속)
고순애 막말루 니가 신세도랑 잠을 잤어, 애를 낳았어?
두어달 사귀면서 뽀뽀 몇번하다 채인게 대체 뭔 상처받을 일이라구..
그래 그게 삼백씩이나 쳐들여가면서 할 짓이니? 할 짓이야?
달자 그래야 ?들두 사람 무서운줄 알지.
고순애 뭐야?
달자 사람 마음 갖구 장난치는거.. 그게 얼마나 사람한테 못할짓인지
걔들두 당해봐야 두 번 다시 그런짓 안한다구.
고순애 얘, 오달자야.
달자 말리지 말아요. 아니, 말려두 할거야 나, 하기루 결심했어.
고순애 신세도, 위선주 두 인간 다 연애쪽으로는 닳구 닳다못해
니 머리꼭대기에서 탭댄스 추는 애들이야.
너만 또 개망신당하구 끝날거 뻔한데, 어떻게 안말리니 기집애야!
달자 걱정마. 나한텐 삼백만원짜리 연하남이 있잖어. (또 한입 가득)
고순애 삼백 아니라, 삼천만원짜리가 와두 게임이 안된다구 너느은!
달자 글쎄 되나 안되나 두고보면 안다구.
(하면서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더니) 잘먹었어 언니,
고순애 니껀 니가 내 기집애야,
달자 나 이번달 개털이잖어, 당분간 빈대 좀 붙을께,
고순애 허이구 이쁜소리만 골라헌다, (그러더니) 그래서.
달자 응?
고순애 계획이 뭐야? 어떻게 복수할건데?
달자 뭐, 일단 나의 존재가치부터 확실하게 재각인 시켜줘야지.
고순애 ? (보면)
29. S# 스튜디오,
위선주 마지막 주문 전화 받으면서
이상으로 위선주의 명품다이어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하면)
30. S# 부조실.
앞씬 모니터 화면으로 바뀌면서,
신세도 하이 캇뜨! 2번 캠, 디피쪽 타이트 잡아주시고, 큐!
(화면 다이아 목걸이, 귀걸이, 반지 디스플레이 잡아주는데서)
중간 광고 나갑니다. 셋, 둘, 큐! (중간 광고 나가면서) 수고하셨습니다.
기술스탭들 (돌아보며)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정리하는 분위기 가운데)
달자 수고하셨습니다.
(낑낑거리며 커다란 상자 한아름 안고 들어선다)
기술스텝1 어! 오달자씨! 오늘은 좀 팔렸나?
달자 아무래도 시즌이라 수량이 많이 빠지네요.
고기사님도 한세트 사다 사모님 갖다 드리세요, 점수 따고 딱 좋겠구만,
기술스텝1 아이고, 돈이 어딨어,
달자 꿔드려요?
기술스텝1 그럴 돈 있으면 술이나 한잔 사라.
달자 그럼 언제 날 잡아서 연락주세요, 화끈하게 한잔 쏠께요!
남스텝2 저두요 오대리님!
여스텝1 저두 끼워주세요.
달자 알았어, 알았어, 다 같이 날 잡아 통보만 해줘, (웃더니)
아, 그리구 신피디님! (하면서 신피디쪽으로 돌아서다가)
그 때까지 모른척하고 딴청피우고 앉아있던 신세도의 뒷통수를 퍽! 친다.
신세도 아! (충격이 꽤 크다)
달자 어머어머 어떡해! 아우 미안해요! 진짜 아프겠다, 죄송해요...
신세도 (뒷통수 맞고 은근히 불쾌하면서도 그런척 못하고) 아니 뭐 괜찮아요.
달자 (미안하면서도) 신년 상품건으로 전략회의 있어요, 십분뒤 회의실에서,
신세도 알았어요, 곧 가죠,
달자 정말 뒷통수 괜찮으시죠?
신세도 아, 물론!
달자 그럼 십분뒤에 뵐께요! (다른 사람한테도)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나가면)
기술스탭1 오달자씨 언제봐도 사람이 참 유쾌해. 안그래?
여스탭1 그러니까 여섯 살 연하 남친까지 사귀죠.
기술스탭1 누군가 계탔네, 계탔어, 솔직히 저만하면 얼굴 빠지지 않지,
성격좋지, 일 잘하지, 안정적이지,
어떤놈인가 물어가는 놈이 땡잡은 거지, 안그래?
여스텝1 땡잡은거죠,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흘끗 신세도쪽 쳐다보면)
신세도 (모르는척 시치미 뚝 떼고 듣는데서)
31. S# 스튜디오 앞,
씨익! 웃는 얼굴로 쭉 걸어오는 달자, 기다리던 여스탭2에게,
안고 있던 상자를 도로 돌려주면서
달자 빌려줘서 고마워!
(돌아서서 “아이고 시원하다아~!” 발걸음도 상쾌하게 쭉 걸어오는데서)
32. S# 회사, 회의실 안.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앞으로 차례차례 종류별로 놓이는 음료수병.
달자 남부장님 토마토 쥬스, 이실장님 오렌지 쥬스,
(봉지에서 계속 음료수를 꺼내 사람들앞에 차례로 내려놓으며)
김차장님 당근 쥬스, 호준씨는 마일드 커피,
남스탭1 감사합니다.
달자 영희씨는 녹차 맞지?
여스탭1 네에, 잘 마실께요 선배님! (좋아라)
달자 (마지막 위선주 앞으로 다가서며) 그리고 위선주씨는...
위선주 난 인스턴트 음료는 딱 질색인데.
여스탭1 (밥맛 없다는듯 위선주를 본다, 입모양으로만 ‘어우 재수없어...’)
달자 (씩 웃으며) 그래서 생수로 사왔어요,
(하면서 위선주 앞에 휘리릭 생수병 하나를 꺼내 탁! 놔주면)
여스탭1 (픽 웃으며 남스탭1에게만 들리게) 냉수먹고 속 좀 차리셔야지.
남스탭1 (같이 픽 웃다가 위선주와 시선 마주친 순간 얼른 웃음 거두면)
신세도 (거의 동시에 문 열고 들어서며)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남대수 어, 괜찮아요, 아직 시작안했어.
달자 (돌아서며 마지막 하나 남은 음료를 신세도 앞에 내밀며)
신피니님은 카푸치노 맛, 맛죠?
신세도 고마워요. (받으며 짐짓 의미있는 미소 한번, 자리에 앉으면)
남대수 대단해 오달자씨, 이 많은 사람들 기호를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허나?
업주2 그게 다 노하우고 커리어 아닙니까, 안그렇습니까 달자씨? 하하하.
달자 뭐.. 그렇죠, (씩 웃는 위로 E) 좋아, 좋아, 분위기 좋고.
남스탭1 워낙에 꼼꼼하시잖아요,
기획서 만들때도 오대리님이 안봐주시면 불안하다니깐요,
달자 에이 왜 이래, (기분 좋은 위로 E) 그렇지, 그렇지, 계속해, 계속해.
여스탭1 진짜 오선배님 최고예요. 존경해요, 멋있어요!
달자 왜들 이래, 부끄럽게, 그냥 하던대로 하는것뿐인데 새삼..
(하면서) 티슈 줄까? (하고 여스탭1에게 친절하게 티슈까지 건네는 센스)
위선주 (그런 달자를 어이없다는듯 보더니 생수를 들어 마신다)
달자 (슬쩍 거만하게 보는 위로 E) 속 좀 타나보네? 위기의식 느끼나?
위선주 (탁! 생수를 내려놓으면)
남대수 자, 회의 시작할까? (하다가) 아 참, 이따 망년회겸 회식말인데...
달자 (순간 생각난 듯) 어머 맞다 참! 오늘이 망년회였죠,
내 정신 좀 봐 어쩌지? (살짝 당황하는척)
여스탭1 왜요 오대리님?
달자 내가 깜빡하고 다른 약속을 해버렸네. 어떡한대?
남대수 거 며칠전부터 망년회 회식이라고 딴 약속 잡지 말라니깐,
신세도 무슨 약속인데요? (관심있는듯)
여스탭1 뻔하죠, 남자친구랑 데이트 약속이겠죠. (달자 보며) 그쵸?
달자 어? 어어... (괜히 난처한척)
남대수 저번에 왔던 그 젊은 친군가? 아, 그럼 같이 오라 그래,
달자 아우 그래두 회사 회식 자리에 어떻게..
여스탭1 뭐 어때요, 그렇게 하세요, 오대리님이 빠지면 안돼죠,
신세도 그렇게 해요, 달자씨 빠지면 무슨 재미예요, 분위기메이컨데,
달자 (신세도의 그 말에 순간 표정 환해지더니)
그럼.. (아주 마지못해) 그렇게.. 할까요? (씩 웃으면서 선주를 보면)
위선주 (빤히 달자를 쳐다보고 있다. 살짝 지루한 듯한 표정에서)
33. S# 짧은 인써트> 카페 일각.
고순애 아우우 유치해.
(한심한 듯) 너는 그런 유치한 방법이 먹힐거라고 생각하는거니?
달자 물론! (씩 웃으며 커피향을 맡으면서, 한모금 들이키는 위로)
달자Na 원래 복수란 유치할수록 그 향과 맛이 더하는 법!
어쨌든, 모든 것들이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34. S# 삼겹살 집. (회식하는 집) N
드륵! 문 열리면서 나타나는 태봉의 모습.
순간 안에서 왁자지껄 건배하고 회식하던 사람들,
(남대수, 신세도, 위선주를 포함 남녀 스탭들과 그리고 오달자까지)
일제히 조용해지며 돌아본다.
너무나 후줄근한 아래위 한벌짜리 츄리닝에 잠바때기 하나 걸치고,
머리고 부시시한 것이 완전 오리지널 백수상태 그대로의 모습위로
달자Na 그 자식이 그런 허접한 꼴로 날 배신하기전까지는.
태봉 (번죽좋게 씩 웃더니) 아! 또 뵙겠습니다.
저는 강태봉이라구 일전에 인사드린 달자씨 애인입니다.
달자 (젠장!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신세도와 시선 마주친다)
신세도 (뜻모를 미소로 달자를 본다)
달자 (예의상 미소 씩 날린뒤 고개 돌리며 E) 아... 쪽팔려... (하는데)
남대수 어서 와서 앉아요 , 거국적으로 한잔 합시다 강태봉씨.
태봉 아, 예. 그럼... (번죽좋게 달자옆에 끼어 앉더니, 앉자마자)
우와! 고기다! (후다닥 젓가락 집어들고 고기를 집어먹기 시작)
달자 (허! 기막혀 태봉을 빤히 보는데)
남대수 자, 한잔 받아요, 오달자씨 남자친구 강태봉씨.
태봉 아! 감사합니다! (받는다. 마시더니 카아!) 아우우 죽인다 죽여,
(하면서 다시 고기로 집중공략 시작하면)
일제히 (키득키득 웃는 분위기)
달자 (절망...!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아이구 챙피해...)
남대수 거 참 보기 좋네, 젊구, 패기있고, 식성도 좋고,
그래, 오달자씨 남친께선 하시는 일이 뭔가?
태봉 (고기 한입 가득 넣은채) 아.. 하는 일이요, (순간 달자와 시선 마주친다)
달자 (태봉을 노려본다. 제대로 말해 너! 하는 무언의 압박!)
태봉 (꿀꺽 고기를 삼키더니) 로펌에 좀 있었습니다.
일제히 (동시에 우와! 뜻밖이라는 듯 태봉에게 시선집중)
달자 (후유! 일단 한숨 돌리는데)
신세도 그래요? 나두 아는 선배들중에 로펌회사에서 일하는 분이 몇분 계신데..
(태봉을 보며) 어느 로펌이예요?
달자 (젠장..! 순간 긴장하면서) 저기 그게... (거기까진 생각못했다! 그 때)
태봉 리앤장입니다. 한 삼년정도 있었나?
위선주 (리앤장? 쳐다본다)
달다 (어쭈? 생각보다 준비를 잘해왔네? 보면)
신세도 대단하네, 거긴 서울에서도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큰 로펌회산데,
일제히 (와아.. 그렇게 좋은데서 일을 해? 술렁이는 분위기)
남대수 이야 오달자씨 생각보다 실력있네?
저 싱싱한 나이에, 저 출중한 외모에, 로펌회사까지..
연봉두 당연히 억단윌거 아냐, 어?
달자 네 뭐..., 그렇죠, 하하하... (일단 웃으며 한숨 돌리는데)
태봉 근데 얼마전에 때려쳤습니다.
달자 ....! (멈칫..! 태봉을 홱! 돌아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위선주 (흘끗 본다)
신세도 (? 보면)
남대수 아니 그 좋은 회사를 왜요?
태봉 적성에 안맞아서요, 그만둔지 한 일년쯤 되가나?
달자 (돌겠다, 이 자식이 증말..! 쳐다보는 위로)
남대수 그럼 지금은 뭘하고 계시나?
태봉 그냥 다음 일을 위해 잠시 휴식기간을 갖고 있는중입니다.
그러다가 달자씨를 만나게 된거죠,
뭐 지금은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하..
남대수 아, 그래요? (그럼 그렇지, 슬쩍 깔보는듯한 웃음으로 달자를 보더니)
요즘 좀 허리가 휘청하겠네 오달자씨?
하기사 어린 남친 만나면서 아끼면 안돼지. 허허허
일제히 (다들 그럼 그렇지... 하면서 웃어넘기는 분위기)
신세도 (같이 슬쩍 미소띤 얼굴로 달자를 쳐다보면)
달자 (아...! 이대로 땅으로 꺼지고 싶다.. 죽을 맛인데)
태봉 (속도 모르고 카! 마저 잔을 비우더니 달자를 돌아보며)
마이 달링 달자씨, 오늘 의상컨셉 죽이네? 그런 의미루다,
(기분좋게 빈잔 앞으로 내밀며) 나 한잔 따라줘볼래?
달자 (어금니 꾹 문채 노려보며 E) 너 한번 죽어볼래? (시선에서)
35. S# 삼겹살집 화장실. N
태봉을 (멱살을 잡다시피) 붙잡고 들어오는 달자,
한쪽에 쿵! 몰아세우더니 다짜고짜
달자 뭐야 이 자식아! 옷꼬라지가 대체 그게 뭐야 너!!!
내가 사준 옷은 어쨌니? 구워먹었니? 삶아먹었어?
태봉 오늘은 왠지 편한 룩이 어울릴거 같아서, 나름 컨셉으루다..,
달자 (OL) 세상에서 가장 추한게 먹을거 밝히는 인간이란건 알구 있니?
고기 구경 첨해? 아까 먹는거 보니까 아주 철판까지 구워먹겠드라?
태봉 에이, 아무리 그래도 고기랑 철판정돈 구분할줄 알지이.
달자 게다가 뭐? 일년전에 그만두고 지금은 휴식중이야?
왜 니 맘대로 각색해서 쓸데없는 히스토릴 만들어?
내가 이 나이에 너같은 백수자식 뒷치닥거리하는 여자로 보여야겠니?
나를 왜 그런 한심하고 불쌍한 여자로 만들어, 왜!
것두 신세도 위선주 앞에서 왜! 왜! 왜!
태봉 (침 튀었다. 거 참.. 디럽게... 닦더니) 아, 그렇게 자신이 없어?
달자 뭐야?
태봉 자기 자신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냐구,
로펌에, 연봉 일억에, 외제차 몰구 다니는 애인같은거 없으면,
오달자씬 아무 의미가 없는 사람이예요? 그래?
달자 ...! (보면)
태봉 남자 친구같은거 백수면 어떻고 부자면 좀 어때!
옷 좀 잘 입고 못입으면 어떠냐구.
그런거 조건으로 주렁주렁 매달고 무슨 연애를 하겠다 그래요?
달자 누가 너랑 연애하겠대? 복수해준댔지?
태봉 (OL) 그러기전에 본인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요.
신세돈가 뭔가 하는 남자, 진심으로 사랑한게 맞는지.
달자 (? 보면)
태봉 사랑이 아니라면 복수같은거 할 필요도 없고,
정말로 사랑했다면.. 그렇다면 더더욱 복수같은거 하는게 아니고!
달자 허! (이 자식이 증말) 내가 지금 사랑 때문에 이러는줄 아니?
미안하지만 나 사랑 때문에 이러는거 아냐, 자존심때문이지.
태봉 (자존심? 보면)
달자 차라리 사랑이었다면... 그래, 한순간이라도 사랑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기분드럽고 자존심 상하진 않았을거야.
니가 보기에 그 딴 자존심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 싶겠지만
나한텐 그래, 지금 나한텐 사랑보다 자존심이 중요해! 왜냐면!!!
(여기까지 숨도 쉬지 않고 쏟았다가 한 호흡 간격을 두더니)
지금까지 나는 그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으니까.
남자도 없고 애인도 없는 내가 이 나이까지 꿋꿋하게 버틸수 있었던것두
바로 그 자존심 때문이니까, 그러니까 너!
태봉 (보면)
달자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들지마. 까불지 말라구!
(그리고는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태봉 내가 보기에 당신은...
진짜 자존심이 뭔지 잘 모르는거 같네.
달자 (멈칫! 멈춰선다)
태봉 진짜 자존심이란건 그런다구 지켜지는게 아니잖아.
달자 ! (돌아본다)
태봉 (제법 진지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달자 (보더니, 순간 그대로 가방으로 퍽! 머리를 날려버린다)
태봉 아야! (급습에 놀라서 보면)
달자 재수없는 놈! (하더니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태봉 (??? 본다. 보다가) 아니 내가 뭘? (쳐다보는데)
바로 그 때 쏴아! 물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덜컥!
칸막이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위선주.
태봉, 순간 썰렁...해져서 보면
위선주, 전혀 표정의 변화없이 또각또각 태봉옆으로 다가와 손을 씻는다.
태봉, 여자 화장실안에서 여자와 마주치다니 입장 참 곤란해지는데,
위선주, 수돗물을 잠그고 태봉을 향해 돌아선다.
태봉 (? 본다)
위선주 (쓱 태봉앞으로 다가선다)
태봉 아... 저기, 그러니까요, 제가 왜 여자화장실에 있냐면은... (하는데)
위선주 (바로 옆으로 페이퍼타월을 한 장 척! 뽑는다)
태봉 (흠짓.. 놀라서 보면)
위선주 (조용히 페이퍼 타올로 손을 닦으며 시선은 계속 태봉에게 고정)
태봉 (본다. 썰렁하게 한번 베식..! 웃는데)
위선주 맞네, 재수없는 놈. (아주 시니컬하고 건조한 톤으로)
태봉 네? (보면)
위선주 (무시. 휴지통에 페이퍼 타올을 톡! 던지더니 또각또각 돌아서서 나간다)
태봉 ????? (대체 뭐지? 빤히 쳐다보는데서)
36. S# 음식점 앞 거리. N.
달자 택시! 택시!!!
손을 흔들어 잡지만 대부분 손님을 태운채 쌩쌩 지나쳐간다.
아, 진짜..! 뭐하나 맘대로 되는게 없다.
순간 한숨 푹! 내쉬는 달자, 기분도 꿀꿀하고 왠지 축 쳐지는 기분위로
달자 뭐냐 이게... 한심해 죽겠네 진짜....
(자책하듯 나즈막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또각또각 옆으로 다가오는 힐소리에 멈칫... 돌아보면
바로 달자 옆으로 와서 멈춰서는 위선주,
담배를 입에 문채 불을 붙이더니 후우! 내뿜는다.
달자 (다시 고개 돌려 다른쪽 보는데)
위선주 혹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생각해?
달자 (멈칫... 이건 또 뭔 뚱딴지야? 하고 돌아보면)
위선주 그냥 궁금해서 묻는거야,
오달자씬 다 좋은데, 사람 보는 눈이 영 별루잖아.
괜히 영양가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일일이 잘보이고 싶어 애만 쓰구,
달자 (참자, 참어! 꾹 누른채) 택시! 택시이!!! (괜한데 소리지르는데)
위선주 피곤하게 살지마. 인생 짧어.
달자 (순간 홱! 돌아보며) 나두 인생 짧은거 알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영양가 없는 사람들한테 잘 보일라고 애를 쓰든, 용을 쓰든
냅두세요, 내가 좋아서 내 멋에 그렇게 사는거니까 냅두라구요! 예?
위선주 (후!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씩 웃더니)
참 알기 쉬운 여자야, 오달자씬.
달자 뭐가요!
위선주 있어, 그런게.
달자 (뭐야 진짜? 왠지 벌쭘해지는 기분으로 보는데)
띠리리 울리는 핸드폰 벨.
달자 (얼른 받으며) 여보세요? 네! 저 오달자 맞는데요,
(듣다가 순간) 예에에에에? (놀라서 두 눈 동그래지는위로)
37. S# 인써트> 사고현장. N
쿵! 쿵! 쿵! 스틸컷 넘어가듯 사고 현장들이
강하게 화면을 강타하는것과 동시에,
남스탭1 (이마에 피가 흐르고 여기저기 다친 자국이 있는 얼굴로)
차가 전복됐습니다. 스튜디오로 가다가 빙판길에 미끄러졌어요.
그 뒤로 전복된 차량과 구급차들, 119구조 차들 서 있고,
여호스트1과 PD, 스탭등등 차례로 실려서 구급차에 태워지고 있다.
그 옆으로 119한테 상처 치료를 받고 있는 남스탭1,
남스탭1 담당피디, 쇼호스트 다 한군데씩 부러지구, 기절하구...
연말 특집 생방송인데.. 빵꾸나게 생겼습니다, 오대리님!
비상사태예요!
38. S# 다시 음식점 앞 거리. N.
달자 (다급하게 시계 한번 쳐다보더니) 알았어!
내가 지금 회사로 들어가서 어떻게든 수습해볼테니까
호준씨는 사고당한 사람들 좀 챙겨줘, 알았지?
위선주 (흘끗 보는 위로 계속)
달자 그래, 걱정마!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볼테니까! 당신 몸이나 챙기라구! 어!
(핸드폰 끊고) 아, 어떡해, 어떡해....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다)
택시! 택시이!!! (역시 잡히지 않는다 발을 동동 구르는데)
위선주 (본다. 보더니 바로 그 뒤로 섹시한 자태로 손을 쭉 뻗더니)
택시이!!! (부르는것과 동시에)
거짓말 처럼 끼이익! 하고 모범택시 하나가 와서 급정거한다.
달자, 벙찐 표정으로 멈춰선 택시와 위선주를 돌아보면
위선주 (여유있게) 먼저 가, 안에 있는 사람들한텐 내가 얘기할테니까.
달자 (왠지 얼떨떨한 기분으로 빤히 보는 위로)
달자Na 알수 없는 여자다.
위선주 뭐해? 안가?
달자 (본다. 보더니 일순 프로다운 표정으로 변하더니)
그럼 부탁드릴께요, (재빨리 차에 올라타면)
39. S# 달리는 택시 안. N
출발하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달자, 슬쩍 돌아보는 위로,
달자Na 한가지.. 알수 있었던 건,
조금 전 그녀가 베푼 호의는 진심이라는 것이다.
40. S# 다시 음식점앞 거리. N
뒤에 남겨진 위선주, 남은 담배 연기를 한모금 더 후우! 내뱉은 뒤
담배를 끄고, 돌아서서 또각또각 걸어들어가는 모습위로
41. S# 회사 사무실. N
문이 열리면서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남대수, 신세도, 그 외 회식에
참석했던 직원들 우르르르...
남대수는 넥타이를 여전히 머리에 두른채,
어떤 남자직원은 탬버린 든채,.가지각색 놀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대수 뭐야? 어떻게 된거야? 사고라니? 몇 명이나 다쳤대?
달자 연말특집 생방팀 전부 다요,
스탭 두명, 쇼호스트 두명, 담당 피디에 카메라까지 일곱명 전부
지금 응급실로 실려갔답니다.
어떡할까요? 생방까지는 한시간도 안남았는데...
남대수 그냥 재방송 틀어야지 뭘 어떡해.
업주3 아이구 안됩니다! 저희 이번 특집 방송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부장님! 어떻게 좀 안될까요?
남대수 그래두 그렇지 한시간밖에 안남았는데...
달자 스튜디오상황은 어떻게든 제가 메이크업해보겠습니다 부장님.
남대수 또 나선다, 또 나서! 아, 2팀에서 사고가 난걸 왜 우리가 땜빵을 해,
더군다나 연말자정에 누가 홈쇼핑을 본다구,
달자 일주일전부터 연말특집 광고나간거 부장님도 아시잖아요,
이건 고객과의 약속이기도 하다구요 부장님.
남대수 그러다 스코어 안나면 고스란히 우리만 독박쓰는건데,
그렇게 되면 자네가 책임질거야? 책임질거냐구!
달자 책임지면 저희가 방송 맡아도 되는겁니까?
남대수 ! (본다)
달자 (보면)
신세도 (불쑥) 영희씨! 지금 부조에 기술스탭 누가 남았는지 체크해줘요,
본팀 사고나서 연말생방특집 내가 준비한다구.
전략회의 끝나자마자 나두 곧 갈테니까.
여스탭1 네, 알겠습니다. (뛰어나가면)
남대수 이것봐 신피디! (제지하려는데)
기술스탭1 에라 모르겠다. 마누라한테 욕 한두번 얻어먹냐,
땜빵이든 뭐든 일단 방송부터 내고 보자! 뭣들해 나를 따르라!
(하면서 나가면 스탭들 서너명 우르르 따라나간다)
남대수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쳐다보더니) 아우 그래 맘대로들 해!
대신 난 몰라, 오달자씨가 책임진댔으니까 알아서 해,
(하면서 머리에 넥타이 탁! 풀러버리면)
달자 (씩 웃더니) 경민씨 쇼호스트들 연락 좀 맡아줘,
여스탭2 네 오대리님!
달자 아무라도 괜찮으니까 연락가능한대로 빨리 좀 와달라구,
여스탭2 네, 알겠습니다. (재빨리 움직이면)
달자 오실장님은 지금부터 상품설명부터 좀 해주시구,
화미씨! 쇼호스트한테 브리핑할수 있게 자료 좀 정리해줘.
여스탭3 네! 알겠습니다. (후다닥 움직이면)
다들 분주하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가운데
달자, 신세도와 시선 마주친다.
달자 고마워요,
신세도 언제든지. (씩 웃더니 나간다)
달자 (본다. 고마움으로 바라보는데)
남대수 (뒤에서) 아, 뭐해! 빨랑빨랑 안움직이구!
달자 (화들짝 놀라며) 예! 움직여요, 움직인다구요! (후다닥 움직이는데서)
42. S# 몽타쥬. N
1. 회의실,
업주3, 옷들을 보여줘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신세도, 포인트 공략 어떻게 할지 기술스탭과 같이 얘기,
한쪽에서는 여스탭3이 열심히 대본을 타이핑하고 있고,
2. 대기실, 달자 모델들이 옷을 입는걸 보면서 일일이 체크하고,
3. 스튜디오,
조명, 설치하고, 카메라 움직이고
그 가운데로 달자, DP상황 체크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4. 부조. 신세도, 기술스탭들과 시스템 스탠바이 시작하는 가운데,
43. S# 스튜디오, N
정신없이 스탭들이 움직이고, 모델들 워킹 동선 맞추는 가운데,
그 한쪽으로 뛰어들어오는 여스탭3,
여스탭3 오대리님! 어떡해요, 안돼요! 안되겠어요!
달자 (? 돌아본다) 안돼?
여스탭3 다들 연말이라 아예 연락들이 안되구요,
그나마 연락 되는 사람은 스키장에 가 있든가, 근교에 나가 있어요.
가장 빨리 올수 있는 사람이 한시간 이상은 걸려야 한 대요,
달자 (시계를 본다) 이제 오분밖에 안남았잖아, 어떡하지? (하는데)
바로 그 때, 또각또각 구두발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달자와 여스탭3은 물론 분주히 움직이던 스탭들도
하나둘 돌아보면 그 사이로 완벽하게 옷을 갖춰입고 분장까지 한
위선주, 또각또각 힐굽 소리를 내며 달자앞으로 다가선다.
달자 (빤히 보면)
위선주 바지는 절대 안입을거야.
달자 ! (본다)
위선주 대신 쟈켓은 제품옷으로 입어주지, 그럼 되는거지?
달자 (본다. 작은 감동으로 잠시 보더니 들고 있던 브리핑 자료 건네주며)
여기 큐시트예요, 오분, 아니.. 사분 남았어요,
위선주 충분해.
(탁! 받더니 자기 자리로 가서 의자에 탁! 걸터앉는다, 대본을 쭉 훑는다)
달자 (시계를 한번 본 뒤 위선주를 본다) 준비됐어요?
위선주 (고개들어 본다) 언제든지.
달자 (빙긋 웃더니) 오케바리! 스탠바이!
44. S# 부조실, N
신세도 스탠바이! 10초전!
화면으로 특집방송 자막화면이 나가고 음악이 흐르고 있고,
옆 모니터에서는 위선주가 조용한 시선으로 대본 보고있다. 그위로
신세도 셋! 둘, 하이 큐!
45. S# 스튜디오, N
위선주 (화면을 향하며 능숙하게) 안녕하세요 위선줍니다.
오늘은 연말특집생방송으로 여러분께 기분좋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한숨을 돌리며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달자,
조용히 위선주의 모습 바라보다가 부조쪽을 돌아보는데서,
플랫쉬 백> 35씬, 신세도 “언제든지”라고 말하는 모습,
플랫쉬 백> 37씬, 위선주 “언제든지”라고 말하는 모습,
달자Na “언제든지...”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INSERT> 부조에서 계속 큐싸인을 보내는 신세도 위로,)
그 순간만큼 그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었고,
(INSERT> 카메라앞에서 열심히 옷에 대해 설명하는 위선주위로)
그 순간만큼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적이 아니었다.
나의... 동료들이었다.
달자, 잔잔히 감동스러워지는 모습에서, dis.
46. S# 태봉의 옥탑방안. N.
스탠드불만 켜져있는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혼자 TV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는 태봉,
화면안으로 위선주가 옷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걸 바라본다. 그 위로,
플랫쉬 백>
달자 재수없는 놈!
위선주 맞네, 재수없는 놈!
태봉, 자꾸만 그게 뭘까 복잡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듯,
47. S# 태봉의 옥탑방 앞. N
쿵!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태봉,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안절부절못하다가
도무지 못참겠다는 듯 머리를 벅벅벅 긁적이더니 홱! 돌아보며
태봉 아! 거 참 되게 신경쓰이게 하네 거! (하는데서)
48. S# 거리 풍경, N.
1. 동대문 시장 일각. N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오는 태봉의 모습들 위로 “오!”
불빛과 네온사인으로 반짝거리는 거리거리마다 가득한 인파들, “사!”/
그 와중에도 전기 시설 보수 공사하고 있는 아저씨들 위로 “삼!” /
버스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는 기사아저씨 위로 “이!”/
연인들끼리,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끌어안고 설레는 기분으로
제야의 종을 바라보는 사람들 위로 “일!” / (동시에)
“해피 뉴이어!” “새해가 밝았습니다!” 동시에 터지는 사진플랫쉬들/
땡! 땡! 울리기 시작하는 제야의 종소리위로 터지는 불꽃놀이/
사람들 서로 끌어안고 새해 축하인사를 하고/
어떤 연인들은 키스를 하고/
전기 보수 공사하던 아저씨도 핸드폰으로
“여보! 새해 복 많이 받어, 사랑해” 하며 흐뭇하게 웃는 얼굴에서,
49. S# 동대문 춘호네 옷가게, N
동시에 쿵! 진열대위로 도착하는 태봉,
태봉 춘호야! 어제 내가 맡긴 옷 팔렸냐?
춘호 (짜장면 한가득 입에 문채 빤히 쳐다보는데서)
50. S# 사무실. N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스탭들과 오달자,
다들 피곤하고 지친 듯 목운동하고, 어깨운동해가며 서로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새해 ? 많이 받으세요” 등등등.
달자 새해 축하해! 복 많이들 받어! 내일 보자구들!
스탭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오대리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오!!!
(등등등 각자 인사하고, 가방 챙기고 외투 챙겨 나가면)
한쪽에 나즉히 코를 골며 잠이 든 남대수,
달자, 그 앞으로 다가가서 일부러 턱! 책상을 치면,
순간 남대수, 얼른 안잔척 하며 일어나 서류를 펼친다.
달자 새해예요 부장님! 집에 들어가셔야죠,
남대수 어? 그래. 그렇지..
(하더니 일어나 주섬주섬 외투 챙겨 나간다. 나가다 다시 돌아와)
방송은? 끝났나?
달자 (픽 웃으면) 네, 잘 끝났어요. 매출도 괜찮구요,
남대수 어, 그래. 그래야지. (그러면서 경황없이 나가면)
여스탭2 오선배님, 여기 핸드폰이요. 회의실에 놓고 가셨더라구요,
달자 아, 고마워. (받아들면)
여스탭2 남친한테서 계속 전화온거 같든데.
달자 남친? (하다가 아... 태봉이) 아아... (하면)
여스탭2 해피뉴이어 오선배님, (마지막으로 나가면)
달자 (뒤에 대고) 그래, 해피뉴이어다. (하면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텅빈 적막한 사무실 안,
달자, 잠시 돌아보더니 흩어진 집기며 비뚤어진 의자며 하나둘
제자리로 옮겨놓기 시작한다 그 위로,
달자Na 그렇게 방송은 무사히 끝났고,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서른셋이 되었다.
그 때 띠리리리 울리는 핸드폰,
달자 들어서 보면 발신자 표시에 “강태봉”이라고 써 있다.
달자, 잠시 본다. 보다가 받지 않고 그대로 꺼버리는데서,
51. S# 회사 앞, N
엇 추워! 하면서 밖으로 나오는 달자, 쭉 걸어나오는데
그 때 한쪽으로 차를 세워둔 채 기다리고 있는 신세도의 모습,
신세도 (? 돌아보더니) 왜 이렇게 늦었어요?
달자 (? 걸음을 멈추고 보면)
신세도 춥죠? 어서 타요, (하면서 차 문을 열어준다)
달자 (순간 빤히 쳐다본다)
신세도 뭐해요? 어서 안타구,
새해도 됐는데 시원하게 강변북로 드라이브나 합시다, 응?
달자 (본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위로)
달자Na 드디어 내가 바라던 순간이 왔다.
여기서 이 남자를 통쾌하게 차버리면 나의 복수도 끝나는거다.
신세도 뭐해요? 어서 타요, (쳐다보는데)
달자 (갑자기 부시럭부시럭 가방안에서 찌그러진 선물상자 하나를 내민다)
이거... 세도씨 줄려구 산거예요. (살짝 수줍게 웃으며)
크리스마스때부터 내내 가방안에 넣고 다녔더니 다 찌그러졌네..
신세도 (? 본다. 받는다. 풀러보면 잿빛 목도리. 다시 달자를 보면)
달자 지난 두달동안 데이트했던 남자친구한테가 아니라,
내 입사동기이자 지난 팔년동안 나한테 힘이 되준 동료에게 주는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세도씬, 남자일때보다 동료일때가 훨씬 매력적이거든요.
신세도 (? 본다. 보더니) 지금 나.. 거절당하는거예요?
달자 아뇨, 지금 방금 좋은 친구가 하나 생긴거죠,
신세도 (본다. 보다가 짐짓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 문을 탁! 닫더니)
뭐.. 것도 나쁘진 않겠네, 나로선 좀 아쉽긴 하지만. (씩 웃으면)
달자 (본다. 짐짓 미소를 짓더니 악수를 청한다) 해피뉴이어.
신세도 (본다. 악수한다) 해피뉴이어.
달자, 미소로 일별한 뒤 돌아서서 쭉 걸어온다.
쳐다보는 신세도를 뒤로한채 쭉 걸어오는 달자,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달자Na 내 나이 서른 둘, 오늘부터 내 나이 서른 셋..,
좋아했던 남자에게 좋은 친구가 되자고 했다.
서른 두살엔 결코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해냈다.
달자, 기분좋게 프레임-아웃 되면,
신세도, 들고 있던 목도리를 목에 두른 뒤 돌아서다가 멈칫..!
회사 입구쪽에 도도한 자태로 서 있는 위선주를 본다.
신세도 (일순 표정 관리하며 반갑게) 아.. 선주씨!
위선주 (본다. 보더니 또각또각 천천히 걸어와 세도앞에 선다)
신세도 (선수답게,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늦었어요? 춥죠? 어서 타요.
(하면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차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새해도 됐는데 시원하게 강변북로 드라이브나 합시다, 응?
(예의 그 작업남의 미소로 쳐다보면)
위선주 (뭔가 알수 없는 미묘한 미소로 신세도를 빤히 본다. 시선에서)
52. S# 택시 정류장. N.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달자,
손을 흔들어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려고 하지만 잡히지 않고,
띠리리 울리는 핸드폰, 달자 집어들어서 보면 “강태봉”이다.
달자, 잠시 바라보다가 끊는다.
다시 택시가 안오나 쳐다보는데 또 다시 울리는 핸드폰,
달자, 다시 쳐다보면 발신자 “강태봉” 달자, 보더니 탁! 받으면서,
달자 (핸드폰에 대고) 지금은 내가 피곤해서 전화를 받을수가 없사오니
삑소리가 나도 음성메세지같은거 남기지 말고,
연락할 전화번호같은것도 남기지 말아주라. 이상! (탁! 끊는다, 그러자)
태봉E 나중에 언제요?
달자 (귀찮다, 다시 핸드폰 들어 귀에 대고)
글쎄 나중에 내가..
(하다가 멈칫..다시 핸드폰을 본다. 어? 끊었는데? 그 때)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는 발,
달자, ?해서 쳐다본다. 달자의 시선으로 발부터 틸-업하면
그 자리에 (달자가 사준 옷을 입은) 태봉, 서서 달자를 바라보고 있다.
달자 (본다. 빤히 보다가) 뭐하니, 거기서? 이 시간에? 그렇게 차려입고?
태봉 하루에 세시간씩이라고 했잖아요, 잊었어요?
아까 고기집에서 삼십분밖에 안썼으니까 아직 두시간 반이나 남았네,
그거 땜빵해야죠. (씩 웃는데)
달자 (아주 담담하게) 괜찮아. 안그래두 돼.
태봉 진짜 피곤한가보네? 그럼 내일 만날래요?
오늘것까지 시간계산 같이 해서?
달자 아니,
태봉 그럼 주말에 몰아서 왕창 쓰시게?
달자 아니, 내일두 주말두 안만나.
앞으로도 쭉 안만날거야, 가짜연애질.. 포기했다구 이젠.
태봉 (? 보다가) 환불은 안된다니까.
달자 알어, 앞으로 살면서 내내 그 돈만 생각하면 벌떡벌떡 잠이 깰만큼
속은 쓰리지만 어쩌겠니, 그냥 비싼 수업료 낸 셈 쳐야지.
태봉 (이마를 한번 짚어보며) 어디 아파요?
달자 아픈데 없음.
태봉 (손 내리며) 아니면 한번 떠보는거예요, 내가 어떻게 나오나?
달자 그럴 기운도 없음.
태봉 근데 왜 갑자기 그런 무지막지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건데?
달자 방금전에 나이 한 살 더 먹었거든.
한 살 더 먹은김에 나이값 좀 한번 해볼까하구,
태봉 대체 몇살이나 되셨길래?
달자 서른셋.
태봉 어, 쫌 됐네, 되기는.
달자 그래도 후회는 없어.
태봉 (? 보면)
달자 왜 진작 연애를 못했을까,
왜 진작 괜찮은 남자 하나 나꿔채지 못했을까, 그런 후횐 없다구.
비록 서른셋 노처녀에 만년대리에.. 뭐 딱히 내세울건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어.
그것만두 너무 대견하구 기특해.
(보며)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드라구, 잘나가는 애인같은거 없어두.
태봉 이제라두 알았으니 됐네.
달자 그러니까 이제 너두 됐다구.
가짜애인같은거... 이젠 필요없어졌다구, 알겠니?
태봉 에이 무슨 그런 섭한소리! 이제야말로 내가 필요한 타이밍인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구요,
달자 연습? 무슨 연습?
태봉 연애 연습.
달자 연애.. 연습?
태봉 별루 어려울거 없어요, 내가 하단대로만 하면 되니까.
일단 오늘은 맛베기로 무도회장부터 한판 뛰고, 오케이?
달자 (본다. 순간 한심해져서)
얘, 나 이제 무도회장에 가서 뛰어놀 나이 아니거든?
그런데 가면 내 무릎관절이 욕해, 허리도 예전같지 않구, 무리라구.
태봉 그럼 분위기 좋은 바에 가서 와인이라두 마시지 뭐,
그건 괜찮죠? 앉아서 마시는거니까. (하면서 손을 잡아당기면)
달자 글쎄 됐다니까 얘는... (잡힌 손 빼내려는데)
태봉 택시! (하고 부른다)
달자 지금 이 시간엔 택시도 잘 안잡힌다구 글쎄,
태봉 택시이!!! (한번 더 부르자)
거짓말처럼 끼익! 그 두사람을 스쳐지나가면서 멈추는 차 한대.
달자, 어처구니 없다는 듯 기가막혀서 쳐다보면,
태봉 잘만 잡히는구만 뭘, (의기양양하게 씩 웃으면서 돌아서는 순간)
멈춰선 차, 택시가 아니라 검정색 세단이다.
그 차에 내려서는 양복입은 두 사내들.
시선 마주치는 순간 태봉, 표정이 싹 변한다.
달자, 그런 태봉을 뭐야?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태봉 (살짝 난처한듯) 저기이..., 지금부터 내가 뛰자 그러면
무릎관절이나 허리에 무리가 많이 올까?
달자 뭐? (쳐다본다. 순간)
태봉 뛰어! (하더니 달자의 손을 잡은채 냅다 뛰기 시작한다)
순간 태봉에게 이끌려 몸이 홱! 돌아가면서 프레임-아웃 되는 달자,
차에서 내린 두 사내들 두 사람을 ?아 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으아아아!!! 영문도 모른채 태봉에게 이끌려 무작정 뛰는 달자 모습에서,
53. S# 도심 버스 정류장 일각. N.
두툼한 공단 두루마기에 털쇼올까지 두른 이끝순 여사와
대충 겹겹이 둘러입은 정정애 여사,
수많은 인파사이에서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이끝순 고저, 제야의 ?소리는 직좁 와서 들어야 맛이디, 안그렇네?
정정애 (뚱하니 버스가 오는쪽만 돌아보며)
왜 이렇게 버스가 안오는거야,
이끝순 안오면 택시 잡으라우.
정정애 새벽 두시까지 연장운행한댔어요, 금방 올거예요,
이끝순 내래 얼어둑갔서, 날래 택시 잡으라우,
정정애 여기서 집까지 얼마나 먼데요, 그 택시빌 어떻게 감당하라구,
이끝순 택시값 아낄래다 니 시오마니 잡을래?
정정애 (볼멘소리로) 그러니까 앞으로 제야의 종소리는 테레비로 보세요,
따뜻한 방안에서 생중계로 다 해주는데,
이끝순 내래 다른건 몰라두 열여덟살 소시적부터,
제야의 ?소리만큼은 직접 보신각에 나와서 들어서,
니가 몬데 남의 뎐통을 무시할라 그러네,
정정애 연세를 생각하셔야죠 이제.
이끝순 웃기디 말라. 내래 목숨이 다할때까진 직접 나와서 듣갔서!
날래 택시 잡으라우! (추상같은 명령)
정정애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달자 이 노무 기집애, 그 놈에 중고차는 모셔둘라구 샀어?
이럴 때 차 끌고 나와 노모한테 봉사나 할것이지,
애인두 없는 기집애가 어디서 뭐하는거야 진짜. (말이 떨어지자마자)
“비켜요! 비켜어어어어!!! 비켜오오오!!!”
하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오는 태봉과 손잡고 달려오는 달자,
이끝순과 정정애여사 바로 앞으로 홱! 지나쳐간다.
이끝순과 정정애여사 ??? 해서 같이 홱! 돌아본다.
이끝순 저거이, 저거... 저 머슴아래 손잡구 내달리는거이 달자 아이네?
정정애 (설마... 하면서도 왠지 그런것같아 고개를 쭉 내밀고 보는데)
그 옆으로 후다닥 뒤를 ?는 사내 둘,
이끝순과 정정애, 대체 뭔가하고 둘이 똑같이 고개를 쭉 빼고 쳐다보면
54. S# 거리 일각. N.
정신없이 달려오던 태봉과 달자,
순간 달자, 태봉의 손을 뿌리치며 달리는걸 멈춘다.
태봉, 멈칫.. 같이 멈춰서서 달자를 돌아본다.
태봉 왜 그래요?
달자 (숨이 턱에 차오르는 듯 헉!헉! 거리며 돌아보더니)
아니.. 우리 엄마랑 할머니를 본거 같아서..
태봉 (같이 숨을 몰아쉬며 돌아보는데)
달자 근데! (홱! 태봉을 쳐다보며) 너 뭐냐?
대체 뭔 잘못을 저질렀길래 새해벽두부터 ?겨다니는데?
너 조폭이냐? 수배범이야?
태봉 빚쟁이들.
달자 빚쟁이들?
태봉 잡히면 골치아파요, 재수없으면 같이 파묻히는수가 있다구,
달자 (순간 머시라? 놀라면서) 같이 파묻혀? 내가 왜?
나는 너랑 상관없잖아! 내가 돈을 빌린것도 아닌데 내가 왜?
태봉 쟤들이 나랑 같이 있는걸 봤잖아요, 꼭 안심할수만은 없지.
달자 ! (본다. 시선에서)
55. S# 짧은 인써트> 달자의 상상.
구덩이에 태봉과 달자, 나란히 꽁꽁 묶힌채 입까지 막힌채,
덜덜 떨며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는 가운데
덩치1 아야, 돈을 빌려갔으면 갚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여,
헌디 약속을 어겼응게 워쩌, 응분의 대가를 받으야제.
(일어서며) 뭐더냐, 묻어라!
덩치들 예! 형님! (동시에 삽을 들고 흙을 퍽! 뜨면)
달자/태봉 (으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시야위로 흙이 뿌려지는것과 동시에)
56. S# 다시 거리 일각. N
헉!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달자,
사내 두명이 저멀리에서부터 달려오는게 보인다.
달자 (본다. 자기도 모르게 슬슬슬 뒷걸음치더니) 뛰어!
(하는 순간 태봉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태봉 (이번엔 반대로 홱! 끌려가면서 ??? 달자를 보는데서)
57. S# 달리기 몽타쥬, N.
1.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이리저리 피하며 달려오는 태봉과 달자
“비켜요! 비켜! 비켜요오!!!” 외쳐대며 달리는 태봉과
“으아아아아!!! 엄마야아아아아!!!” 지르며 따라 달리는 달자,
그 저만치 뒤에서 ?아오는 두 사내,
2.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포장마차 일각.
뛰어오는 두 사내,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리는 가운데
일일이 사람들을 확인하고 태봉을 찾는 가운데
바로 뒤쪽 모자파는 리어카에서 모자를 쓰고 있던 두 사람,
살금살금 도망치려는데 “이봐요! 모자 값 내구 가야지!” 외치는 주인,
소리에 돌아보는 두 사내, 들켰다.
달자와 태봉, 으아아아아!!! 모자를 벗어던지고 다시 도망치기 시작.
3. 다시 거리.
달리고 또 달리면서 어느새 숨바꼭질처럼 숨고, 달리고, 소리지르고
?기는 긴박함보다는 어린아이들의 놀이처럼
신이 나서 달리는 태봉과 달자, 그 위로,
달자Na 그렇게 신나게 달려본건
고3때 체력장 이후로 한번도 없었다.
홱! 어느 떡볶이 포장마차앞을 지나가는 태봉과 달자,
순간 달자, 다시 되돌아와 ‘와! 맛있겠다!’ 쳐다보면
후다닥 되돌아와 달자의 팔을 잡아당겨 도로 끌고 가는 태봉,
달려가다가 어느 골목길을 발견하고 재빨리 달자를 끌어당겨 사라진다.
58. S# 어느 골목길 안, N.
겨우 두 사람이 들어갈수 있을만큼 비좁은 공간에 숨는 달자와 태봉,
숨이 턱에 차오르는 듯 헉헉! 숨을 몰아쉬며 뭐가 재밌는지 킬킬거린다.
태봉, 쉿! 얼른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면,
달자, 같이 쉿! 쉬잇! 하면서 같이 손가락을 입에 댄다.
그러면서도 계속 킬킬 웃음이 나오는데,
골목바깥쪽을 살피던 태봉, 갑자기 달자쪽으로 몸을 확! 밀착시키면서
몸을 숨긴다. 태봉의 가슴이 달자의 몸에 확! 밀착되어 오는 순간
E. “두근...!” 달자, 자기도 모르는 아찔함으로 태봉을 본다.
달자Na 내가 너무 달렸나?
갑자기 숨이 차오르고,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산소가 부족해서 생긴 현기증이었을까...?
E. “두근! 두근! 두근!”계속 달자의 가슴은 점점 더 크게 방망이질하고,
밀착된 젊은청년의 단단한 가슴과 압박하는 그의 무게감,
그리고 땀흐르는 체취에 갑자기 기분이 아찔해져온다.
(여전히 달리던 기운으로 둘 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상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태봉, 계속 뭐가 재밌는지 웃음을 참으며 혼자
쉿! 쉿! 거리며 골목 바깥을 살핀다.
골목 저 바깥으로 기웃거리던 두 사내, 결국 반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계속해서 밀착된 태봉의 떡벌어진 가슴앞에
달자의 심장은 두근두근에서 쿵쿵! 뛰는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 당황스럽던 달자,
자기도 모르게 얼른 태봉을 밀어내는데.
태봉 잠깐만요, 쉿! (달자의 상태 전혀 눈치 못챈채 골목밖만 살피고 있다)
달자의 심장 E. 점점 더 크게 “쿵! 쿵! 쿵! 쿵!”
안되겠다, 다시 태봉을 밀어내려는데
태봉 아, 잠깐만, 아직 안갔을지도 모른단 말야, 잠깐만...
(하고 더 꽉 안 듯이 밀착해오면서)
순간 태봉의 붉은 입술이 달자의 눈앞으로 다가온다.
달자의 심장 E “쿵쿵쿵쿵!!!!” 북소리처럼 정신없이 몰아친다.
그러던 어느 순간,
59. S# 상상인써트> 달자의 정신세계.
태봉의 얼굴을 양손으로 턱! 감싸더니 그대로 잡아먹을 듯
거칠게 키스해버리는 달자,
(화양연화의 여주인공 버전의 타이트한 옷과 머리스타일로)
오랫동안 굶주린 듯 태봉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는다.
영화처럼 이쪽벽, 저쪽벽으로 쿵! 쿵! 서로 부딪혀가며
정신없이 키스를 탐닉하는 달자와 태봉,
순간 태봉, 달자의 옷을 확! 잡아뜯어제끼는 순간,
달자E 안돼! (단말마의 비명)
60. S# 다시 현재> 골목 안. N
두 손으로 앞가슴을 꼭 부둥켜 안은채 두 눈을 질끈 감는 달자,
그러다 순간 멈칫... 썰렁한 기운에 천천히 눈을 뜨고 보면
황당한 듯 빤히 쳐다보고 있는 태봉,
태봉 뭐.. 해요, 지금?
달자 아... (순간 민망함으로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태봉 뭐가 안돼요? 예? (쳐다보는데)
달자 아.. 아니야, 암것두. 그냥 좀 어지러워서 그래..
(하면서 태봉을 밀쳐내며 비좁은 틈에서 나온다)
태봉 괜찮아요? (하면서 걱정스러운 듯 달자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달자 (순간 화들짝 놀라듯 태봉의 손을 쳐낸다)
태봉 (멈칫... 본다. 보다가 일순 표정 장난스럽게 바뀌더니)
뭐야아. 분위기가 영 수상한데?
달자 (뜨끔!) 수상하긴 뭐가?
태봉 호흡도 거칠고, 얼굴도 빨개지고... 수상해, 수상해.
달자 (젠장..!) 그야 시내 한복판을 전력질주했으니까 그렇지,
내 나이에 그렇게 뛰구두 쓰러지지 않은걸 다행인줄 알어, 참나..
(하면서 슬쩍 시선 피하는데)
태봉 (갑자기 턱! 달자가 서 있는 벽쪽으로 양손을 짚더니)
좀 더 솔직해집시다 우리.
달자 (다시 두근! 하면서) 뭐.. 뭐얼?
태봉 무슨 상상했어요?
달자 뭐? (찔린다)
태봉 나랑 끌어안는 상상? 키스하는 상상?
달자 어머어머 얘 좀 봐, 점점? 허! (하는데 마구마구 찔린다)
태봉 상상 말고 실전연습 한번 해볼래요?
달자 (멈칫... 뭐? 쳐다보면)
태봉 손잡는거랑 어깨동무는 기본,
좀 더 진한 스킨쉽은 껀당 2만원 추가. 어때요? 생각 있어요?
달자 됐거든?
태봉 써비스겸 맛베기로 키스 한방정돈 그냥 날려줄수도 있는데.
달자 됐다구, 좋은말루 할 때 비키라구, 어?
태봉 남자랑 키스 한번도 안해봤어요? 왜 이렇게 떨어요?
달자 안비킬래?
태봉 (장난스럽게 더 바싹 다가서며) 정말 생각없어?
달자 ! (본다. 보더니) 비키라구 이 자식아!!! (하면서 밀쳐내려는데)
태봉 (장난스럽게 양팔에 힘을 팍 준채 풀어주지 않는다. 바로 그 때!)
엄기중E 거기 뭐하는겁니까!
순간 밀쳐내려던 달자와 장난스럽게 막아서던 태봉,
동시에 멈칫.. 돌아보면
바로 거기, 그 자리에 근사한 양복차림의 엄기중(30대 후반)이 서 있다.
달자Na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하게 근사한 모습으로,
엄기중 당장 그 여자분한테서 떨어지지 못해요?
태봉 예? (? 본다)
달자 (??? 보면)
엄기중 (본다. 보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그 두사람을 향해 걸어온다)
얼떨떨한 표정의 태봉과 달자,
두 사람앞으로 다가서는 엄기중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