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옷 한 벌/ 심정자 시선집
달이 지어놓은 사계절의 옷들이
달빛이 되어 촘촘히 빼곡히 빛을 내고 있는 이 풍경을 무엇이라 말해야 하나 사람하나가 오는 것은 전생애가 오는 것이지만 책 한 권이 오는 것은 이생과 전생, 모든 시간들이 오는 것이며 그 책이 쓰인 시간부터 내게로 오는 걸음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시인의 독백과도 같은 산문시에는 할아버지, 아버지, 시누이, 시누남편, 어머니, 친구, 수많은 사람들이 호출됩니다 그리고 시인의 통제를 거치지 않고 발화되는 고독의 고백들에는 비로소 시인의 정체성이 얼굴을 내밀고 생명에 대한 연민들로부터 끈끈한 유대감을 품고 삶과 죽음이 소통하는 생태적 상상력에 도착합니다
'남자의 고독'
"그곳을 향한 수많은 가지 끝마다 무덤까지 갖고 가버린 남자의 고독을 말하고 있습니다".
'선운사 마릴린 몬로'와 같이 여성성으로 가득 꽃 피운 시는 오래전 심정자 시인이 낭송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나는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다"던 의정부에 계시는 이 시인님의 조붓한 말이 어제처럼 공감을 끌어올렸습니다.
마치 자서전 같기도 하고 단락들을
이어 붙인다면 장편의 소설이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달빛이 내어준 옷 한 벌을 펼치고
달이 붓으로 기록한 서정시를 봅니다.
아! 달의 선물은 또 있습니다.
보는 듯 안 보는 듯 들여다보고 있던
달이 흘리는 이슬 한 방울입니다.
차갑고 뜨거운 달의 눈물입니다.
<신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