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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 “고소하려면 하라고 해” 2005/11/08 14:34 | 추천 0 스크랩 1 |
사진출처:교보북클럽
지난 주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뉴스가 하나 있었죠. 바로 가수 김흥국씨가 2002년 대선비화를 공개하는 책을 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책 제목은 이른바,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 제목은 그렇다치고 출판사 이름이 아주 걸작입니다. ‘보고사’라는 곳에서 출판됐습니다. 보고사라니, ‘보고 사’란 말로 들리지 않나요.
사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선 이야기는 전체 책 내용의 1/10도 안됩니다. 나머지는 그의 방송 실수담, 그가 다시 독도 사랑 캠페인에 뛰어들게 된 이야기, 그의 축구사랑 이야기들로 채워져있습니다. 가령 그 유명한 김흥국의 ‘우크라 대학’(UCLA 대학을 우크라 대학이라고 읽음)’, ‘씨버러버’(Cyber Lover를 씨버러버로 읽음)’, '이승만 어린이'(이승복 어린이를 이승만 어린이로 말함), '시인 네프킨'(푸시킨을 네프킨이라고 말함) 사건 등이 책 속에 양념처럼 끼워져 있습니다. 풍문으로 듣던 이야기도, 책으로 읽으니 한번 더 웃게 되더군요.
사진출처:조선닷컴
이런 김흥국이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니, 잘은 모르지만 나름대로 맘고생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말조심을 아무리 해도 말이 새나오고, 아무리 처신을 조심해도 '뒷말'이 따라붙는 곳이 정치판일텐데,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던 김씨에겐 더더욱 '뒷 담'이 따라다녔겠죠. 동료 연예인 박미선씨는 그가 정치에 뛰어든 것을 보며 느꼈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결코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치른 대선 정치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보스가 좋아서, 축구가 좋아서 정치판에 나가 응원을 해준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뒤에서 욕을 한다. 김흥국이 뭐 한자리 바라고 저런다는 소리를 들을 때 그의 동료로서, 그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 내가 잔소리를 한다.‘내일 모레면 50인 사람이 왜 그렇게 철이 없냐!’고”
김씨가 ‘뭘 바라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아닌지 알 순 없지만, 분명 김씨 같은 ‘순진 돌쇠형’이 뛰어들기엔 정치판은, 특히 2002년 대선은 너무 거대한 소용돌이였을 겁니다. ‘언론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난감해 했던 에피소드들도 있으니까요.
“사실 정 회장은 서민들의 일상용품 값을 잘 모른다. 배추 한 단에 얼마인지, 담배 한 갑에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니 거스름돈도 제대로 받을 줄 모른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것을 나쁜 쪽으로만 보도한다. 시장경제를 모르고, 어떻게 대통령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사진 찍고, 자전거 타고, 버스 타고, 전철 타고 사진을 찍는다고 서민을 알고 시장 경제를 알까. 그것은 아니다. 낙선한다고 해도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중략) 내가 (정 후보를) 따라가며 말씀을 드렸다. ‘회장님, 회장님이 (거스름돈을) 직접 받으셔야 한답니다. 카메라 기자들이 그걸 찍으려고 하는데...’ ‘나더러 쇼를 하라는 거냐. 니가 받으면 어때서?’”
역술인에게 부적을 받았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산행을 하던 중 ‘계룡산 도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삿갓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그는 “이번 대선에선 무조건 정 도령이 된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이 하늘에서 합의를 했는데, 정 후보가 대통령을, 박 의원이 국무총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후에 김씨의 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참고만 할게"라고 웃어넘긴 정 후보의 옷 뒷주머니에 김씨가 몰래 왕(王)자가 적힌 부적을 넣었다는 이야기도 버젓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정말이지, 정치는 '요지경'입니다;;;.
이렇게 소용돌이 속에서 한바탕 '정치홍역'을 치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되돌리면 절대 다시 정치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던데, 놀랍게도 김씨는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다시 ‘정사모’(정몽준을 사랑하는 사람들)같은 정치모임을 다시 만들고 싶다는 고백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가능한 일일지,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책 속에 적나라한 이야기들도 간혹 있어서, 읽으면서 제가 괜히 아슬아슬했는데, 김씨는 마지막에 그의 어록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간접적으로 '들이대고' 있더군요.
13살 때 여자친구에게 강제로 키스했다고 고백하는 김흥국. 천하의 김용만도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우리의 김흥국. 그래,고소하려면 해!
고소하려면 하랍니다.
김흥국 '2002년 대선비화' 공개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가수 김흥국씨가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책으로 펴냈다.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 진영에서 일했던 김씨가 이달 초 출간한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이란 책에는, 그가 정 의원의 ‘문화예술특보’로 일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철회 파동 때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김씨는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이렇게 삼파전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 때 갑자기 민주당 쪽에서 ‘후보를 단일화하자, 여론조사를 하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가 ‘이번에 반드시 이긴다’ 이랬던 것도 아닌데, 그 쪽도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김씨는 두 후보간 ‘단일화 여론조사’ 발표가 있던 날을 회고하며 “당연히 우리가 이기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여론 조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전날 언론보도에서도 우리가 당연히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조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민주당 쪽에선 가용한 모든 조직을 가동했고 거기에 노사모가 똘똘 뭉쳐 여론조사에 적절히 대응을 한 결과였다”고 했다. ‘몇 시에 여론조사를 하니 그 시각에는 일반 전화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라, 외출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는 식으로 민주당 측이 대응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정 회장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었던 단일화에 승복했다. (중략) 그러나 투표 하루를 남겨두고 민주당의 욕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유세장에서는 각본이 있어 5분짜리 연설이라도 단상에 누구누구가 올라가고, 옆에 누가 서는지까지 다 짜여져 있었는데, 공조기간 내내 노무현·정몽준 중심으로 짜여졌던 단상이 선거 전날 명동 유세에서 노 후보와 측근 국회의원, 그리고 맨 끝에 정 회장으로 짜여졌다”고 주장했다.
종로 유세 때 상황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쪽 사람들은 단상 근처에 아예 얼씬도 못하게 해놓고 단상 위를 민주당쪽 사람들로 채웠다. 청중들은 ‘대통령 노무현, 차기는 정몽준’ 이런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노 후보가 ‘노무현 다음에 정몽준이라구요. 아니 무슨 소리냐, 여러분 너무 앞서가지 마십시오. 우리 당에서는 경선을 합니다. 정동영, 추미애도 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선거 유세가 끝나고 우래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정 후보의 부인 김영명 여사가 울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김 여사가 ‘세상에 그런 나쁜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우리 애 아빠를 그렇게 이용해 먹고 막판에 와서는 그런 식으로 버리느냐’라며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 후 ‘국민통합 21’ 측의 지지철회 결정이 내려졌고, 정 회장은 평창동 집으로 오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노 후보와 정대철 의원이 정 후보 집을 찾아왔을 때 상황을 ‘표정관리, 정치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밖에서는 민주당쪽 사람들이 정 회장을 만나자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내가 가끔 입구로 가서 상황을 보고 왔다. 가만히들 서성거리다가 사진 기자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마치 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인 양 행동을 취했다. 표정 관리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정치인들의 쇼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