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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신가요? 저는 뭐, 이럭저럭합니다.
그나저나 인사 멘트가 너무 식상한 것 같아 갑자기 고민이 되네요.
문제는 이 인사가 가장 무난하고 가장 안성맞춤인 것 같아 바꿔볼 여지가 딱히 없다는 점이겠죠.
도서명: 수어사이드 하우스
저자: 찰리 돈리
* 이 책은 시각장애인 재활통신망 도서관 아이프리 추리 코너에 데이지도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번 감상문은 문학 말고 다른 분야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통신망 도서관을 열심히 헤매고 돌아다녔다. 실제 2권의 책을 선별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서평을 남기고 있는 건 추리물이다. 역사책 2권 모두 읽고 보니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너무 가볍고 내용이 좀 부실했고, 다른 하나는 내용이 풍부하긴 하지만 톡톡 튀는 맛이 없었다.
그리하여 어깨를 늘어뜨리고 다시 도서 검색에 착수했다. 그러다 뭔가 아리송한 제목의 작품 《수어사이드 하우스》를 발견했다.
영어 제목이다. 그런데 뜻을 모르겠다. 하우스면 집인데 수어사이드는 뭐더라?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고, 좀 으스스한 뜻도 알게 됐으며, 소개글을 통해 흥미도 생겼다.
사진 설명: 보라색 지갑 위에 놓인 동전의 모습.
- 《수어사이드 하우스》 작품 내에서 주요한 단서로 쓰인다.
《수어사이드 하우스》 - 자살의 집, 그들이 그곳에서 죽는 이유
“나는 동전 하나로 형을 죽였다. 간단하고도 가볍게, 그리고 완벽히 그럴듯하게.”
소설은 어떤 일기장으로 시작한다. 누군가가 낭독해주는 것이다. 상담사를 향해서 말이다. 범죄자와 교도소 상담사와의 상담 내용일까?
그런 의문을 잠시 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기의 화자, 그가 읽는 내용이 어릴 때, 그것도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는 중학교 초반쯤의 시점이라는 것을 책을 읽다가 깨닫게 되었다. 그럼 이 상담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란 뜻인가?
하지만 상담사의 기묘한 태도가 어딘가 꺼림칙함을 더한다. 이 충격적인 상담 내용을 서두로 이야기에 천천히 시동이 걸린다. 과연 이 일기의 주인은 누구일까?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이 일기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맨 인 더 미러. 맨 인 더 미러. 맨 인 더 미러.”
2019년 어느 여름날, 웨스트몬트 사립기숙학교에 버려진 사택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태너 랜딩과 앤드루 그로스, 수사 결과 살해당한 두 명의 학생 신원이 밝혀지고, 그들 외에 여럿이 사립학교의 버려진 사택에서 ‘맨 인 더 미러’라는 심령 놀이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찰스 고먼이라는 학교의 화학 교사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수사 중 그의 집 금고에서 사건을 꾸미고 계획한 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과연 찰스 고먼이 범인일까? 그는 왜 학생들을 살해한 것일까?
의문이 쌓이는 와중 찰스 고먼은 열차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죽지 않고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그리하여 웨스트몬트 학교 살인 사건은 일단 종결된다. 범인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니 말이다.
“그는 사건이 일어났던 작년 6월 21일 밤 버려진 사택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죠.”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살인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살아남은 학생들, 그러니까 어느 여름날 밤 ‘맨 인 더 미러’ 게임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하나씩 다시 사택으로 돌아가 찰스 고먼이 그랬던 것처럼 기차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은 여학생 브리짓 매슈스, 이어서 같은 여학생 대니엘 랜드리까지, 차례로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죽기를 택했다. 1년 전 여름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 과연 진짜 자살이기는 할까? 악령 전설이 얽힌 ‘맨 인 더 미러’ 게임을 했는데, 혹시 정말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일까?
본래도 꺼림칙했던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은 연이은 자살 학생들로 인해 더 관심을 끌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파헤치는 팟캐스트, 일명 ‘수어사이드’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테오 콤프턴까지 기차 선로 위에서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는 팟캐스터 진행자 유명 MC 맥 카터에게 웨스트몬트 학교 살인 사건의 범인은 화학 교사 찰스 고먼이 아니라는 말을 남긴 바 있었다. 댓글로 사건의 비밀을 털어놓겠다고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던 테오 콤프턴도 결국 시신이 되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것인가?
이제 그 사건의 생존자는 그웬 몽고메리와 개빈 함스, 단 둘뿐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뭔가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는 듯하다. 과연 그 여름날 밤, ‘맨 인 더 미러’ 게임이 펼쳐졌던 숲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진 설명: 설로에 서 잇는 이 서평 작성한 필자의 모습.
- 2021년 1월에 파주 임진각 공원에서 찍었다. 그런데 소설 읽고 보니 어째 이 설로가 무시무시해 보이는데......
《수어사이드 하우스》 - 위트 있는 수사관과 독특한 전문가의 등장!
“외딴곳이고 어두워 사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제어하기 좋은 환경이야.”
“범인과 마주친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가는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에 새롭게 발을 내디딘 수사관과 전문가가 있다. 그들은 작품 내에서 제법 독특한 캐릭터성을 자랑한다.
우선 법정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러 레인 필립스가 있다. 사건 해결 능력이 뛰어나며 언변과 외모가 되기 때문에 언론에서 늘상 주목을 받는다. 그는 팟캐스터 MC 맥 카터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웨스트몬트 학교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뛰어든다. 그러다 문자 그대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폭발에 휘말리는데......
다음으로 로리 무어도 빼놓을 수 없다. 미해결 사건 전문가인 그녀는 차림새부터 꽤나 독특하다. 자신의 특징, 이를테면 자폐증 및 하나에 꽂히면 집착하는 성격 등을 사건을 해결하는 데 활용한다. 사건 피해자와 유별난 유대감을 느끼고, 취미인 골동품 인형 복구 작업을 통해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 해결에 뛰어들며 그녀의 오랜 연인이 죽을 뻔하기도 하는데......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을 맡아 조사하던 헨리 오트 형사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로리와 레인은 2019년 6월 20일 여름밤의 있었던 사건에 한 발 한 발 접근한다. 그리고 자살한 사람들의 소집품 중 공통된 한 물건, ‘동전’이 실마리가 되어 과거의 한 사건과 지금의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는데......
“마크 매커보이, 스물다섯 살, 두 아이 아빠. 작년 사우스벤드에서 실종되었죠. 텍사스로 출장 간다고 떠나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한편 미스터리 범죄 사건 전문 블로거이자 저널리스트인 라이더 힐리어는 독자적으로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을 파헤친다. 그녀는 맥 카터보다 먼저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그가 같은 주제로 유명세를 얻자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 그놈의 이슈가 뭐라고 성급한 행동까지 저질러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러다 신문사에서 적당히 던져준 실종자 후속 기사 취재를 하던 중 뜻밖의 단서를 발견한다. 바로 마크 매커보이의 실종에 관한 수수께끼였다. 그도 웨스트몬트 학교의 재학한 적 있었고, ‘맨 인 더 미러’ 게임에 대해 알고 있으며, 그 게임에 묘한 집착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문제의 그날, 2019년 6월 20일에 실종되었다는 것.
그리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새로운 사건은 남은 생존자 그웬과 개빈, 두 학생의 비밀과 얽히게 된다. 크리스천 캐스퍼와 가브리엘라 해노버, 학교의 두 상담 교사가 아이들의 비밀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밝히지 못한 그 수수께끼. 과연 실종된 이 남자는 문제의 그날,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사진 설명: 볼록 거울에 비친 부녀의 모습
- 이화 벽화마을에서 찍었다. 숨은그림 샘플이 없어서 이 사진으로 대신한다.
이지러지고 뿌옇게 맺힌 형상은 실제 모습과는 갭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별난 형상에서 실물을 찾아내는 숨은그림 찾기라고 여겨주시면 매우 감사하겠다.
이렇게 거창하게 갖다 붙였지만 실상 ‘꿈보다 해몽’이라는 tt.
《수어사이드 하우스》 - 숨은그림처럼 다양한 인물 속에 숨겨진 서술 트릭!
작가 찰리 돈리 씨는 《수어사이드 하우스》의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쓴 스릴러 소설은 모두 독자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반쯤은 틀린 주장이다. 내용 중간중간 로리나 레인 등이 ‘과거의 어떤 일’을 회고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카밀 버드 사건이라든가, 로리가 오두막에서 무엇을 했다는 등의 일 같은 것.
또 이 작품에 있는 인물이 다른 소설에 주인공인 듯한 뉘앙스도 엿보인다. 소설 《수어사이드 하우스》의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은퇴 형사 거스 모렐리의 경우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식의 스타일이다.
그리하여 다른 작품을 읽는 게 전체적인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니 작가님, 우리 솔직해지죠. 이거 다른 작품도 읽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연출하신 거죠? 아주 의도적으로!
참고로 발행 순서 및 로리 무어가 처음 등장한 순서대로 줄을 세우자면, 《어둠을 선택하는 자》, 《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수어사이드 하우스》이다. 첫 번째 작품 빼고 나머지 두 작품은 다 아이프리에 데이지도서로 제작되어 있다. 《어둠을 선택하는 자》는 국내에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이거 시각장애인 전자도서관에 신청하면 제작이 가능할까?
여하튼 다시 《수어사이드 하우스》로 돌아가서, 소설은 크게 세 가지 사건과 세 가지 의문으로 진행된다. 그 수수께끼는 각각의 인물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고 말이다. 등장 인물이 워낙 많아서 작품도 400여 페이지의 제법 긴 분량을 자랑한다. 내가 괜히 위에서 각각의 인물을 언급한 게 아니다. 혹시나 이 작품 읽을 미래의 어느 독자들을 위한 ‘인물 가이드’인 셈이다. 캐릭터가 좀 많아서 초반에는 좀 헷갈린다. 그 인물들 틈에 배치된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 동전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상담 일기의 주인은 누구이며, 웨스트몬트 학교의 사건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어릴 때부터 살인자의 싹수를 자랑한 그 인물이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도 저지른 것일까?
둘, 학생들의 연이은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아니면 비과학적인 가설이지만 ‘맨 인 더 미러’ 게임의 저주인가. 학생들은 왜 같은 장소, 동일한 방법으로 죽었는가. 아이들 속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셋, 2019년 6월 20일에 실종된 남자는 웨스트몬트 학교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대체 그 여름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고백하자면, 나는 상담 일기의 주인이 찰스 고먼이 아닐까 의심했다. 금고에서 살인 계획서가 발견되지 않았는가. 테오 콤프턴 학생이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을 때는 웨스트몬트 사건의 범인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형을 죽인 동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집 금고의 살인 계획서는 뭔가 싶었지만 말이다.
소설 중후반부의 한 대목을 보고서는 교내 상담 교사 가브리엘라 해노버가 숨은 흑막이 아닐까 용의 선상에 올리기도 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 간호사들 몰래 나오는 그 장면. 나는 거기서 휠체어 환자가 찰스 고먼이고, 손잡이를 미는 사람이 가브리엘라 해노버라고 은연중 여겼던 것이다.
‘맨 인 더 미러’라는 게임인지 동아리인지, 아무튼 학생들의 사조직을 접할 때에는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다. 애들의 도를 넘은 장난질에 교사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장난은 도를 넘었다. 아니 무슨, 중2병도 정도가 있지!
혹은 학생 중 누군가가 어떤 일을 감추기 위해 다른 친구를 엉겁결에 밀었던 걸까 추측하기도 했다. 하필 다툼이 있었던 곳이 설로 근처였고 말이다. 장소가 안 좋았던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 내가 세운 가설들은 죄다 엉터리였다. 헛다리만 짚다가 말았다. 하지만 이건 작가가 의도한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했다. 실력 없는 목수가 괜히 도구 탓을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 아마추어 추리소설 독자가 자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탓하는 게 아니다. 어, 아마도?
글 내부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독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 독자의 고정관념을 이용해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감추어 놓는 것, 우리는 이 기법을 ‘서술 트릭’이라고 부른다. 내 생각인데, 나는 작가가 소설에 의도적으로 설치한 이 서술 트릭에 당한 것 같다. 캐릭터 관계도에 숨은 그 트릭에 말이다. 근거는 위에 소개한 내 억측들이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 안 간다고? 책 읽으면 답 나올 테니 보충 설명은 PASS!
하지만 그냥 머리 비우고 사건을 따라가기만 하면 《수어사이드 하우스》는 읽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단지 워낙 캐릭터가 다양하기에 인물 파악하는 게 좀 벅찰 수 있다. 특정 캐릭터 몇 명이 사건을 파헤치고, 그 주변 서브 캐릭터가 감초처럼 활약하는 식의 구조를 가진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작품을 따라가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수 있겠다.
게다가 시점이 마구 뒤섞여 있기도 해서 책을 중반부 넘게 읽었음에도 현재 사건(2020년) 풀이에는 진척이 없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긴 호흡의 작품이라 읽다가 지칠 수 있다는 뜻이다. 좀 스피디한 전개를 즐기는 독자라면 체질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막판에 등장하는 범인과 사건의 진씰은 기나긴 작품, 복잡한 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고 읽은 인내에 대한 보상이 된다. 숨은그림 찾기 같은 소설이지만, 막판에 답지를 제공해주기에 스트레스는 풀린달까?
그렇지만 《수어사이드 하우스》가 워낙 복잡다단한 구성을 자랑했기에, 그 뒷권인 《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를 들기가 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거 어쩔까, 읽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