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을 한자리에서 즐기다, 장항 스카이워크와 송림
금강이 바다를 만나 서해에 입 맞추고,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자리한 항구 장항. 장항제련소 굴뚝이 상징하듯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던 장항이 지금은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솔숲이 아름답고 갯벌이 드넓은 장항송림산림욕장에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바다와 솔숲, 하늘길이 만났으니 육해공의 멋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무궁무진한 해양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문을 열어 두 곳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소나무숲 위에 건설한 장항 스카이워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장항송림의 명물, 15m 높이 스카이워크
지난 3월 장항송림에 명물이 들어섰다. 키 큰 곰솔 높이에 맞춰 지그재그로 바다까지 이어진 장항 스카이워크가 그 주인공. 높이가 15m, 길이는 286m에 달한다. 솔숲 사이사이 튼튼한 기둥을 세웠는데 마지막 기둥은 갯벌 위에 있다. 밀물이 들면 기둥이 물에 잠겨 찰랑찰랑한 바다 위를 걷게 되고, 썰물 때면 갯벌이 드러난다.
입구를 지나 나선형 계단을 오른 다음부터는 굴곡 없이 평지로 이어진다. 나무데크를 깐 곳은 그나마 지나가기 쉽지만 구멍 뚫린 철망을 깐 곳은 고소공포증이 없는 이들도 괜히 아찔해진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스카이워크가 살짝 움직이기 때문에 더 긴장된다. 하지만 안전에는 아무 문제없다.
장항 스카이워크 입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소나무 사이로 스카이워크 기둥이 서 있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탁 트인 하늘과 시원한 바다 사이로 걷는 하늘길이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장항제련소 굴뚝과 송림 그리고 갯벌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이곳 소나무는 유독 키가 크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솔잎이 가득해 싱그러운 솔향기를 맡으며 하늘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남쪽으로는 장항의 랜드마크인 장항제련소 굴뚝이 우뚝 솟아 있고, 옆으로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스카이워크 끝에는 전망데크가 기다린다. 바다를 향해 심호흡도 하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바닥이 숭숭 뚫려 더 짜릿하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스카이워크 끝에 자리한 전망데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다로 툭 튀어나간 덕분에 밀물 때면 파도가 찰랑거린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스카이워크 덕분에 장항송림을 찾는 이가 많이 늘었지만 송림을 아껴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해변에 작은 솔숲이 형성돼 있는 건 일반적이지만 장항송림처럼 길고 두텁게 자리한 곳은 드물다. 수령 40~50년 된 곰솔 13만여 그루가 빽빽하게 숲을 이룬다. 곰솔 숲은 해안을 따라 길이 1.8km, 면적 200ha에 달할 만큼 넓다. 1989년 군장국가공단 조성 계획을 추진하면서 솔숲을 없애려고 했는데, 공단을 세우는 것보다 숲과 갯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살아남게 되었다고. 해안 사구의 모래 유실을 막고,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며, 바다 생물의 산란장 역할도 계속하고 있다.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모래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갯벌 탐사를 떠난 가족이 남긴 신발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솔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 나 있다. 모래가 고운 길, 다져진 마사토길도 있다. 소나무 아래 맥문동이 자라고 있어 8월에는 보라색 꽃이 솔숲에 운치를 더한다. 길 중간 중간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고, 돗자리를 펼치기 좋은 원두막과 들마루도 군데군데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간단한 체력 단련 기구도 있다. 송림 북쪽으로는 서천청소년수련관과 솔바람캠핑장이 자리한다.
송림욕장 안에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닷가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감상하는 부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송림 곳곳에 벤치와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솔숲에 꼭꼭 숨어 있는 놀이터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해변 끄트머리에는 방파제가 있기 마련인데, 송림 해변에는 어디에도 방파제가 보이지 않는다. 옛날 어부들이 그랬듯이 그냥 해안에 배를 부린다. 썰물에는 배가 갯벌 위에 덩그렇게 올라앉아 있다가 밀물이 들어오면 바다로 나간다. 아이들은 미끌미끌한 갯벌을 걷거나 고운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을 재미있게 논다. 백사장 길이가 1km 넘게 이어지고 바닥이 단단해 자가용으로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장항송림은 모래찜질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고려시대에 두영철이라는 인물이 유배를 왔다가 모래찜질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모래에 함유된 염분과 철분 같은 성분 덕분에 찜질을 하고 나면 신경통, 관절염이 좋아지고 피로회복도 된다고 한다.
호기심 자극하는 해양생물의 모든 것, 국립해양생물자원관
2015년 4월 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문을 열었다. 송림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전시동 출구에 송림과 스카이워크 가는 길이 표시돼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 자원의 수집, 보존, 관리, 연구, 전시,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시동으로 들어가면 1층 로비에 우뚝 솟은 씨드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양생물 표본 5,000점을 탑처럼 쌓아 올린 이곳의 상징물이다. 먼저 4층으로 올라간 다음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대로 전시물을 둘러보게 구성돼 있다. 해양생물의 다양성, 미래해양산업, 해양정보홀, 해양주제영상, 기획전시실, 4D영상실로 동선이 이어진다. 4층 인터렉티브 미디어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이용한 체험 전시물이다. 벽 앞에 서서 움직이면 자신의 머리에 상어 머리가 나타난다거나, 손이 가재의 집게로 변하는 등 다채롭게 변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카이워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해양생물 표본 5,000점을 쌓아 올린 씨드뱅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이고, 지구 생물종의 80%가 해양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된 200만 종의 생물 가운데 해양생물은 16%에 불과하다. 앞으로 탐사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바다와 해양생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물고기 전시도 놓치지 말자.
출처:(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2024-10-29-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