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부 5년 만에 2023연말랭킹 1위에 오른 안미숙
수없이 많은 동호인들이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입상하지만 누구나 연말 랭킹 1위가 되지는 않는다. 탄탄한 실력은 기본이고 근성도 있어야 하고 파트너 운도 따라야 한다. 특히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두말할 것이 없다. 또 상대보다 먼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매 년 연말이면 각 단체 부서별로 랭킹1위가 결정이 되는데 그 중 2023카토 국화부 연말랭킹 1위 안미숙을 만났다.
안미숙은 키가 크다. 174센티에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 라켓을 잡기 전에 다양한 구기 종목을 해 왔다. 배드민턴을 했고 스쿼시도 했다. 손목을 사용하는 배드민턴은 테니스의 스매싱을 강하게 만들어 줬고 스쿼시는 민첩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었다. 로빙이 떴다 하면 포인트로 이어지고 웬만한 공은 포기할 줄 모르고 네트를 넘기는 순발력과 주력까지 겸비했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랭킹 1위는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시즌 중간에 몸이 아파 병원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화부에 진입한지 5년 만에 연말랭킹 1위가 된 안미숙과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본다. 안미숙은 테니스를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몸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맨 처음 덧붙였다.
*어떻게 라켓을 잡게 된 것인가?
평소 운동을 좋아해 2015년 말에 테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체육문화센타 단체레슨을 등록하게 되었다. 사실 시아주버님 부부가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던 테니스 홀릭이라 라켓을 잡기 전부터 가족 모임에서 테니스 관련 이야기를 듣다보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를 해 보니 어떻던가?
모든 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타입이다. 테니스를 하기 전에는 주로 실내에서 저녁운동을 해 왔다. 그런데 테니스는 낮에 야외에서 여성들과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특히 여성클럽에 가입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가족만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인연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떤 클럽에 가입했는가?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화, 목 모이는 구양회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고 현재 회원은 63명으로 전 회원들이 가족처럼 지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18년 9월 9일 개나리부에서 우승 한 카토 bnp파리바 대회다. 그 때 결승 경기를 주말에 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응원을 해 주었다. 남편은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분이고 처음으로 코트에서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때 가족들 앞에서 우승했던 행복한 기억은 멋진 추억이 되었다.
*국화부가 되고 나서는?
개나리부를 우승해서 국화부가 되고 나면 테니스의 모든 숙제가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국화부로 출전하면서 한동안 예탈을 밥 먹듯이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해 내겠다는 마음으로 레슨을 받으며 준비해 나갔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새로운 세상,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코로나 기간에도 전국대회는 없었지만 레슨은 멈추지 않았다.
*국화부 진입 5년 만에 연말랭킹 1위가 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사실은 얼떨떨하고 기쁘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일 일 것이다. 올해 초부터 열심히 대회에 출전했고 성적도 났지만 랭킹 1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성남철죽배와 수원화성배를 우승하고 수원화홍과 벼룩시장, 그리고 농협은행배와 유성태조배는 준우승했다. 그외 다수 입상을 했는데 주로 같은 클럽의 지인들과 대회를 출전했다. 지인들과 성적이 나면 꼭 다른 파트너를 소개해 주었으니 이 모든 영광은 모두 다 파트너 덕분이다.
*대회출전해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어느 순간 반전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하는 편이다. 파트너에게도 마지막 경기로 생각하며 즐기다 집에 가자고 한다. 때론 나와 성적을 냈던 파트너가 경쟁상대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특히 언행에 신경을 쓴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안미숙은 가족 중에서 혼자만 테니스를 한다. 그래도 아들과 남편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단다. 테니스 하기 전에 해 오던 운동들은 이미 오래전에 접었고 요즘은 테니스에 관련된 사람들만 만나고 산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 테니스에 깊숙하게 빠져 기어코 연말랭킹 1위를 해 낸 안미숙은 대단하다. 대회 현장에서 의견이 다른 상대를 만나면 늘 조용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실력이 느는 만큼 동호인들의 귀감이 되는 ‘멋진 인간’이 되려고 매사 조심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도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안미숙의 2024년은 어떨지 기대를 모아본다.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