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에서 문학의이해라는 수업을 듣고있는 서채영이라는 학생입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연극을 보았는데요 깊은감동 느끼고갔습니다.
수업이없는 공강날이라 수요일에 가서 봤는데요 역시 좋은연극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와서
자리가 꽉차더라고요~
수업시간에 썼던 저의 감상문을 올리고 갑니다. 멋진 연극하시는 여러분, 화이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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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마 그 모든 종류의 사랑을 다 이야기하려면 세상이 끝날때 까지 한다해도 부족할 것이다.
나는 대학교입시를 치르며 했던 입시미술 중에서 소묘를 좋아했다.
말그대로 소묘는 연필 한자루와 선을 그리는 것 만으로 하나의 완성품을 탄생시키는 예술이다.
이 연극도 무대라는 도화지에 다섯개의 소묘를 그려나가는 듯이 한장씩 한장씩 완성되어졌다.
여관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어떻게 우리 인생과 사랑을 묘사할 것인지 흥미로웠다.
1편
여자의 따발총같은 말투와 남자의 입담으로 빚어지는 재미난 상황들이 돋보였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남녀가, 겉으로는 짓궂게 장난만 치고 서로 헐뜯기만 하는 모습이
그냥 내 주변 보통사람들의 모습과 닮아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어린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이들도 삐딱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둘이 잘 될 것을 암시하며
끝이나는 것을 보고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구나 느꼈다.
비록 성질도 까탈스럽고 부족한 것이 많은 노총각 노처녀인 그들이지만,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도 사랑이 묻어나는 걸 보니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2편
독특한 구조였다. 난 처음에 남녀 둘이 같이 방에 들어온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서로를 의식하지않고 혼자 있는 듯이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니까 재밌었다.
사실은 다른 말을 하고있지만 어딘가 연결되는 듯한 대사나 상황들 또한 묘한 느낌을 주었다.
어짜피 사람은 저렇게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각자 하고싶은 말만 하고 사는 건 아닐까.
마지막에 "누구세요?"하는 반전은 약간 유치한 듯 했지만
오히려 그런 키치적인 요소가 흥미를 더 끌어올린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서로를 알아보게 된 사실에, 나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3편
가장 재밌게 본 이야기였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재기발랄한 대사와 몸짓을 보여주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심각한 일을 가볍게 말할 줄 아는 법과, 작은 것에도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마음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이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사실 남편은 폭행죄로 도망치다시피 서울에 온거고 부인은 애들 학원비도 못주고
남편을 찾으러 올라온건데도 이들에게는 부족함이 느껴지긴 커녕 뭔가 풍족한 기운이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남산타워를 데려가주겠다는 남편과, 남편이 선물한 스카프를 두르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부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살고싶다.
다 갖진 못했지만 다 가진 것처럼 살고싶다.
4편
내가 좋아하는 절제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여자역할을 하신 분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삶의 고뇌와 슬픔을 억누르는 듯한 차분함이 느껴져서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고마는 그녀를 보며 너무나 가슴아팠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지옥에 떨어져도 좋을 것 같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픈 한가지 소박한 욕심이있다.
아픈 남편에게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에서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사랑이, 어떤 상황이 닥쳐도 꿋꿋하게 불타올라서 이들에게 힘을 준다면 좋을텐데.
5편
늙은부부이야기를 연상케 한 건 사실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사랑을 하는데에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이미 늙은부부이야기를 통해 확실히 느꼈지만
여기 나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한 귀여운 애정표현과 수십년간 지켜온 사랑으로
작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특히 어렸을 적 사진이 담긴 앨범을 보며 옛 추억에 빠져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나도 얼마전에 초등학교 동창과 연락이 닿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너무나 변한 서로의 모습에 놀랍기도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다.
함께한 시간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다.
***
1편부터 5편까지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있다. 모두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풍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1편에 나오는 남녀는 어렸을적 소풍갔던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기고 급기야 수줍은 마음으로
함께 소풍을 가기로 한다. 2편에선 시련의 아픔에 자살을 시도하려던 여자가
소풍가기 좋은 날씨라며 갑자기 들뜨고, 옆에 있던 남자는 베트남여자와 결혼을 하기위해
베트남으로 떠나는 여행을 소풍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다짐한다.
3편에선 서울에서 제일 높은곳에 부인을 데려다 주고싶던 남편이 남산타워로 소풍을 가자고 한다.
4편에서도, 5편에서도 소풍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풍을 꿈꾼다.
노총각 노처녀의 소풍, 자살을하려던 여자의 소풍 등, 연극에 나온 소풍의 의미는 모두
행복한 꿈이 있는 곳이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고픈 휴식의 공간이다.
우리 인생엔 한번쯤 소풍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삼 느낀 것인데, 배우들이 대사를 외우는 능력과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말하는 솜씨에 너무나 감탄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에는 NG란 것이 없으니까. 정말 대단하다.
거기 누구 없소, 해뜰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같은 정감있고 힘찬 노래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첫댓글 그렇다 연극에는 엔지가 없지, 맞아
ㅎㅎㅎㅎㅎㅎ전쟁같은 일상에서 사랑은 소풍과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