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도순태
꽃이 문을 여는 외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이
단청 없이 나무속살로 봉우리부터 만개가 안으로 접혀있다
저 내밀한 꽃 안이 궁금하다
숨겨둔 꽃을 내듯 접어둔 꽃살문을 펼친다
모란 국화 연꽃이 사방연속으로 피었다
여덟 짝 문이 꽃밭이다
꽃이 열고 닫는 문
온전히 나무결이 색이 되는 당당함이 더 오래 꽃을 보게 한다
모란 꽃살문이 환하다
법당앞 보리수나무 열매 주렁주렁
꽃살문 안으로 긴 그림자 꽃처럼 흔들고 있다
열매가 화음花陰이다
불상을 깨우치는 단계를 꽃봉우리와 활짝 핀 꽃에 비유란다
법당 안 아미타불이 웃는다
--------------------------------------------------
입하
진초록이 점령한 소호를 간다
산길은 이파리 냄새로 출렁인다
초행의 풍경이 고개 아래로 정겹게 따라 걷는다
햇살을 맹렬히 가지 끝에 모은 나무들이 산을 두르고
녹음 일색 정적에 잠시 주춤 거린다
물앵두 산 아래서 붉게 봄을 보내는
왔던 길이 더운 초록 속으로 지워진다
당리 앞 창고, 오래 적 거울처럼 칠 벗겨진 문이 반짝인다
찔레꽃 소복한 향을 얹어 창고 곁에 초록으로 서 있다
소호분교의 너무 늙은 느티나무는
알 수 없는 깊은 그늘 내려놓아 운동장이 어둡다
사방 초록이 뿜어내는 열기가 후끈하다
나무 사이로 밀고 오는 빛이 두꺼워지는
도순태
200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울산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난쟁이 행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