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들은 역사를 품고 있다.
“바빌로니아의 젊은 황소들을 다 죽여라. 그들을 도살장으로 끌고 가거라. 바빌로니아가 벌받을 때가 되었으니 그들에게 화가 미쳤다.”(예레미야 50:27)
검고 깊은 눈망울로
풀을 뜯고 있는 새까만 황소는
연하고 맛난 젊은 놈으로 간택되었다.
도살장 트럭이 오는 날,
젊은 소는 숲으로 도주해버렸다.
빨치산 아들이 산으로 도망하자 아버지를 포박하여 끌고 갔듯이 ….
아버지 소는 트럭에 태워졌다.
시꺼먼 눈망울을 번쩍이는 황소는
자기 애비를 잡아먹는 소이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슬픈 역사를 품고 있듯이 ….
*** 바빌로니아 제국은 젊은 황소처럼 세계 패권을 잡은 나라였다. 교만으로 결국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황소의 신세가 되어 멸망하고 말았다.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다. 행한대로 갚음을 받는다.
우리집의 검은 황소는 검은 눈을 번쩍이며 열심히 풀을 뜯는다. 죽음의 순간, 도망쳐서 살아남은 황소이다. 대신 아버지 황소가 도살장으로 갔다. 아들 검은 황소는 슬픈 사연을 품고 살아있다.
오늘, 내가 살아있음도 수많은 죽은 이들의 사연(역사)을 품고 있다. 그러기에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헛되이 살지 않아야 하겠다.
“주여, 오늘도 당신의 역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