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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O M I N W O O 노민우에 대한 섣부른 오해
꽃미남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도도함이나, 진한 메이크업을 한 채 현란한 기타 연주를 막힘없이 뽑아내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이 매일 디즈니 음악으로 힐링하는 이 남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예도 아니고, 기존에 볼 수 없던 꽃미남도 아닌데, 자꾸만 새롭고 자꾸만 눈길이 간다.
EDITOR김규나 Photographer 최남용
Interview
사회의 찌든 때가 상처처럼 덕지덕지 붙은 채 읽은 <어린 왕자>는 어딘지 서글펐다. 경쾌한 음악이 연신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도 가슴 한편을 쓸어내리듯 아프게 느껴졌다. 동심이란, 순수함이란 얼마나 사치스러운 감정 소모인지 매일 반복되는 현실에서 깨지고 부딪히며 절감하게 되었다. 그런데‘여자보다 예쁜 얼굴’과 도도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섣불리‘여자 같은’남자로 오해 받고 있는 이 남자는 그 ‘동심’으로 힘을 얻는단다. 열여덟 살에 엑스재팬의 드러머 요시키가 프로듀싱한 록 밴드‘트랙스’로 데뷔해 활동한 이력과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4년의 시간. 엑스트라와 단역, 조연을 거쳐 <풀하우스 테이크 2>로 첫 주연을 맡고 <명량>을 통해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하기까지의 끈질긴 도전의 저력은 엉뚱하게도 매일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고, 방 안 가득 어릴 적부터 모아둔 베이비 인형으로부터 얻는 동심이라고. 대체 이 남자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Q 오늘만 두 번째 인터뷰라면서요?
지난해 한국에서 찍은 드라마 <최고의 결혼> 이 일본과 중국에서 방영을 앞두고 있어서 해외 매체에서 영상 인터뷰를 촬영하러 왔어요. 방영 전인데도 제법 반응이 뜨거워요.
Q 아시아 팬이 상당히 많은데 언제‘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느끼나요?
제가 출연하면 판권이 바로 팔릴 때? 해외 공연할 때도요. 꽉 차있는 객석을 볼 때도, 매달 엄청난 선물이 사무실에 도착할 때도.
Q 최근 받은 선물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워낙 단것과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나라별 유명한 초콜릿부터 와인, 와인잔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 모아온‘큐피’라는 아기 인형 시리즈를 팬들이 정말 많이 보내주셔서 지금은 200개 정도 모았어요. 일본은 개방적인 문화라 성인용품을 보낸 팬도 있었어요(웃음).
Q 외국 매체와 인터뷰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뭐예요?
이상형. 전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명해줘요. 일단 요리를 잘해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 안 가득 빵 냄새가 풍기면 좋겠어요. 자기관리를 잘하고 일을 중요시하는 여자를 제가 정복하는 거죠. 아하하!
Q 요즘 드라마 촬영으로 매우 바쁘다면서요.
<나의 유감스러운 남자친구(이하 유감남)> 촬영 중이에요. 4월 10일부터 MBC드라마넷에서 금·토요일에 방영해요. OST 3곡도 직접 작곡했어요. 기본 포맷은 어린 왕자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설정으로 순수남이 조금씩 사랑을 알아가는 내용이죠.
Q 요즘 순정남, 호구남이 대세이긴 해요.
그런가 봐요. 극 중 역할이 꽃집을 운영하는 멍청할 정도로 순박한 남자예요. 저와 비슷한 점도 있어요. 전 겉모습과는 정반대예요. 만나보면 멍청한 부분도 있지만, 겉모습은 지금 기자님과 대화하는 것처럼 헤헤거리지는 않잖아요.
Q 그러게요. 예상과 많이 빗나갔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노민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도 외모겠죠?
그렇죠. 여성적일 것 같다, 외모를 엄청 가꿀 거 같다 등? 실제로 무척 남성적이에요. 물론 여자를 좋아하고요. 오히려 겉모습 때문에 더 열심히 태닝해요. 여배우보다 화면에 하얗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Q 민우 씨의 매력을 3가지만 뽑는다면?
얼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먹혀요. 국내에서는 악플도 많지만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질투하는구나’생각하고 말죠. 서른다섯 살쯤에 영화를 찍으면 그땐‘정말 잘생겼다’는 말로 바뀌겠구나 싶어요. 둘째, 음악적인 재능. 악기를 다루고 작곡한다는 거. 마지막은 마음? 팬들을 환자로 지칭하는데(본인이 의사로서 음악으로 팬들을 치유한다는 뜻) 진심으로 대한다는 걸 팬들도 알아주시죠.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요. 팬들을 만날 때나 작품할 때도 평생 남는 거니까 그때그때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Q 애늙은이라는 소리 좀 들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친구들은 시어머니 같다고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제 외모때문에 자주 오해를 받았고, 그런 오해 때문에 부모님은 주위에 친구들이 없어질까봐 저를 엄하게 기르셨어요. 잔소리도 많이 하시고 절 털털하게 키우려고 노력하셨어요.
Q 서른다섯 살에 영화를 찍으면 멋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이미 멋진 영화를 만나지 않았나요?
<명량>이요? 그럼요, 제 대표작인데! <명량>을 찍고 난 후 감독님들이“눈빛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촬영 내내 류승룡 선배님에게 많이 배웠어요. 정말 인간적이고 겸손하세요. 무거운 갑옷을 입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 집중해서 모바일 게임을 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금세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를 하시더라고요(웃음). 인생에 있어서 뭔가 잘해야 하고 꼭 이뤄야 하는 일에는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고 배웠죠. 그 후부터 엄청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저도‘컷’하면 게임도 하면서 여유를 부려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브라운관에 제 얼굴이 더 잘 나오더라고요, 편안하게!
Q 하지만 연기자 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잖아요.
열여덟 살에 일본에서 록 밴드 트랙스로 데뷔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4년이 걸렸어요.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초등학교때부터 드럼과 기타를 배우면서 당연히 음악 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저의 우상인 엑스재팬 드러머 요시키가 프로듀싱하는 밴드에 들어갔으니 꿈만 같았죠.‘아, 나는 이렇게 제2의 엑스재팬이 되는구나’싶었어요(웃음).
Q 연기자가 된 계기가 있나요?
우연히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을 보게 됐어요. 누군지도 몰랐는데,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가수더라고요. 나도 기무라타쿠야처럼 한국에서 음악도 하고 연기해야지 다짐했는데, 현실은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이 아니더라고요. 4년 가까이 오디션마다 우수수 떨어졌어요.
Q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했지만, 실제로 얼굴을 알린 건 드라마 <파스타>인 것 같아요.
제가 준비되지 않아 <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 등 좋은 작품을 눈앞에서 놓치고 크게 좌절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머리 질끈 묶고 옷도 대충 입고 갔는데 감독님이“프로필 사진하고 많이 다르네. 생각보다 얼굴이 크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욱’해서“죄송한데 그쪽도 크시거든요”라고 맞받아쳤죠. 감독님이 뭐 하는 놈이냐고 물으시더니 다음 날 대본 받으러 오라고 하셨어요(웃음). 그 작품이 바로 <파스타>예요. 감독님이 없던 역할까지 만들어주셨는데 제가 잘 못 살렸어요. 잘하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힘을 잔뜩 넣었거든요. 지금은 그냥 해요. 그러고 나니 더 자연스럽게 화면에 비치고 마음도 편안해요.
Q 음악할 때와 연기할 때의 얼굴이 너무 달라요. 단지 메이크업의 문제가 아니에요.
아하하!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전혀 긴장을 안 해요. 제가 손을 올리면 관중이 환호하고, 밤새워 고민하고 쓴 가사를 몇 천 명이 따라 부를 때의 희열이란! 무대에 오르면 엄청나게 사랑받는 느낌이고, 덩달아 피부도 엄청 좋아져요. 메이크업하는 친구한테“요즘 내 피부 안 좋아”라고 하면“괜찮아요, 오빠. 곧 공연할 거잖아요”라고 할 정도로 공연할 때가 되면 피부가 좋아져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완전히 발산하는 시간이에요.
Q 로커라 평소 음악 취향도 그럴 줄 알았는데, 힐링 음악으로 디즈니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서요.
오늘도 들었어요.‘When you wish upon a star’. 제 방에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물건과 인형들이 가득 있어요.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서요. 방에 들어가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디즈니의 시그널 음악을 들으면 설레요.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팬들도 제 공연에서 그런 설렘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Q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피터팬>. (기자가 <라이온 킹>을 꼽자) <라이온 킹>은 슬퍼요. 명대사 기억나세요? 아빠 사자인 무파사가 엄마 사자에게 “내가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이유는 당신이 나의 이유이기 때문이야”라고. 그리고 벌레가 되게 맛있어 보이잖아요. 치킨 맛이 난다고 하고.
Q 피아노에 드럼, 기타, 승마까지 섭렵했고,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어요. 도대체 연애는 언제 해요?
매일 만나는 연애는 불가능해요. 한 달에 두세 번 만나도 괜찮아요. 여자가 본인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유학생처럼? 하하. 지금 연애하면 뭔가 일을 제대로 못 하고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문자로 대화해도 충분히 외롭지 않거든요.
Q 외로움을 반려견 모모가 달래주나 봐요. 인스타그램을 봤는데, 민우 씨 못지않은 인기 스타더라고요.
진짜 예쁘죠? 정말로 작년 가을쯤 밤에 너무 외로워서 계획도 없이 모모를 입양했어요. 모모는 머리가 좋고 애교가 많아요. 무릎에 올려 달라고 떼를 써서 겨우 앉히면 자기도 지쳤는지 저랑 똑같이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어요.
Q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뭐예요?
“왜 여자 친구 안 사귀냐?” 주위에서 요즘 제 얼굴이 좋고 편안해 보인데요. 실제 제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니 여유로워졌어요. 나쁜 생각이 들려고 하면 혼자 되뇌어요.‘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변한 건 나뿐이야’라고.
Q 그럼 반대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뭐예요?
“편하게, 마음 편하게!” 중요한 일일수록 힘을 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요.
Q 서른 살인 올해 이루고 싶은 건 뭐예요?
대중들이 모두 알 만한 노민우의 대표작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실력과 운이 모두 따라야겠죠. 공중파건 케이블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유감남>에 거는 기대는 있지만,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하나의 추억 만들기? 스태프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하고 있는, 그 자체로 행복하니까요.
첫댓글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 OST만 들어도. . 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