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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목 차
_ I. 머리말
_ II.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의 연구 동향
_ III. 미국법의 변천 과정 개요
_ IV.캘리포니아 주의 개정 입법
_ V. 소년가정법원판사전국위원회의 모델법
_ VI. 맺음말
I. 머리말
_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그 가정의 자녀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는 부모의 일방을 친권자나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비추어 볼 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민법에서는 친권자나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가정폭력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자녀의 복리라는 추상적 기준에 의하여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판례를 살펴보아도 가정폭력을 행사한 전력을 들어 가해자를 친권자나 양육자 지정에서 배제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어버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 되어 있어서 실무적으로도 이것을 쟁점으로 하여 재판에서 다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_ 그러나 미국의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그 가정의 자녀에게도 위해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가해자에게 원칙적으로 친권이나 양육권이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법 현실은 이 문제에 대하여 전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경험을 소개하고, 우리 법에 반영할 수 있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_ 가정은 자녀들에게 안전과 보호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자녀의 복리는 실현될 수 없다. 미국에서는 한 해 1000만 명의 어린이 중 330만 명의 어린이가 가정폭력을 목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섭식장애, 악몽을 경험하며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서 문제를 겪기 쉽다고 한다. 나아가 자살을 시도한 어린이의 65%는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주1) 미국에서도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배우자간의 가정폭력에 노출된 어린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었다.주2) 배우자간의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주에서 어린이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주3)
주1)
_ 캘리포니아 주의 개정법(1998)에서는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폭력의
전력이 문제된 부모의 일방에게 친권이 부여되려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특정하여 설시하도록 법원에 요구하고 있다.주4) 또한 친권이나 면접 교섭권에 관한 재판에서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가 법원의 일차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자녀의 복리 차원에서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그 후에도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배우자를 때린 부모의 일방에게 공동친권이나 단독친권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추정('rebuttable presumption' against awarding joint or sole custody of a child to a parent who had battered the other parent) 규정을 개정초안에는 두고 있었지만 이것이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정은 2004년에 가서야 도입되었다. 이 추정은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어버이가 친권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친권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직접 입증해야 할 부담을 지는 것으로 그 만큼 더 자녀 보호와 피해자에게 유리한 기준이 되며,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가 현실적으로 법원의 일차적 관심사로 자리 잡히기 위해서는 이 추정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보는 데 그 개정이유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 추정을 도입하는 개정이 있기 10년 전인 1994년에 소년가정법원판사전국위원회는 모델법인 가정폭력법(Model Code of Domestic and Family Violence)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이러한 취지의 추정 규정을 이미 담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법 개정이 이루어진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캘리포니아 주법과 위의 모델법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검토함으로써 우리 법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의 사회과학적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미국법의 변천과정을 개관한 후, 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4)
II.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의 연구 동향
_ 미국법에서 가정폭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밀접한 관계에 있던 현재의 파트너 및 이전의 파트너에 대한 물리력의 사용 내지 그러한 위협으로 인하여 정서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러한 폭력이 배우자사이에 일어날 때 배우자간의 남용이라 불린다. 일반적으로 그 희생자는 여성이다.주5)
주5)
_ 한편 가정폭력은 자녀에 대한 비신체적인 남용이라고 한다.주6)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자녀에 대한 남용 형태가 바로 자녀가 매 맞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다.주7) 자녀에 대한 신체적, 성적 남용의 해로운 영향은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으나 배우자간의 남용을 목격한 자녀가 그로 인해 입는 영향은 최근에 와서야 연구되기 시작했다.주8) 이러한 상황에 처한 자녀는 직접 학대를 당한 자녀가 겪는 것과 유사한 정신적 외상 내지 심리적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주9) 더구나 자녀가 가정폭력을 목격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자녀는
위해를 입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주10) 예컨대 매 맞는 어머니가 몸져 누워있거나, 입원해 있거나, 폭행에 의하여 상해를 입어서 자녀를 돌볼 수 없는 때 자녀는 해를 입는다.주11) 자녀는 자기에게 직접 일어난 일과 마찬가지로 자기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주12) 최근 캘리포니아의 한 사건에서주13) 심리학자가 증언하기를, 자녀는 배우자간의 폭력에 노출됨으로써 이차적(부차적, 종속적) 남용을 겪을 수 있다고 하였다. 자녀가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되는 것도 때때로 매 맞는 여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잔혹한 행동에 노출되어 있는 자녀는 직접 신체적인 학대를 당하는 자녀와 비슷하게 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주6)
_ 가정폭력에 노출된 자녀가 받는 영향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그 상황에 직면해 있는 자녀는 순응의 문제를 겪게 된다고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을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아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제를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하며, 무력한 상황에서 기력을 유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주14) 순응의 결과는 고립감과 무력감으로
드러난다.주15) 폭행하는 자는 자신의 아이를 고립시킴으로써 자기 행동의 비밀을 유지하기 때문에 아이는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장애를 받게 된다. 또 언제 폭력이 폭발할 지 예견할 수 없고 폭행자를 달랠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자기의 세계를 통제하는 데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장래에 대하여 운명론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에게는 자살 사고가 많고 소년비행의 위험이 증가한다.주16)
주14)
_ 가정폭력의 또 다른 정서적 영향은 지속적인 불안이다.주17) 아이는 또 다른 폭력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정에서 보호와 안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지속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지속적인 불안이 노이로제 증상과 학교생활의 부적응을 초래한다. 한편 자기비난과 자책은 부가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이들은 때때로 자기들이 가정폭력의 원인이라고 느낀다. 또 폭력을 멈추게 할 수 없는 데 대한 자책과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자책에 빠질 수 있다.주18) 자기비난과 자책에서 비롯된 정서적 불안의 결과로서 폭력가정의 자녀는 인식상의 또는 언어상의 문제를 경험할 수 있고, 발달지체, 두통, 종양, 발진과 같은 신체적인 질병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어버이로부터 떨어지려 하지 않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엄마가 어디 있는지 지속적으로 알려고 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통하여 불안 행동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몸이 차고, 목이 따갑고, 오줌을 싸고, 불면에 시달리고, 잠이 불규칙적인 것과 같은 신체적 증상은 가정폭력에 처한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주17)
_ 가정폭력에 놓인 아이들은 신체적 상해의 위험도 증가한다.주19) 배우자에게 폭행을 하는 남자는 아동학대의 비율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주20) 나아가 구타는 임신 중에 증가하기 때문에 태아도 상해의 위험이 있으며 사산되기까지 한다.주21) 아이들은 폭력의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상해를 당하기 쉽다. 어머니가 매 맞는 동안에 아이를 안고 있다면 아이가 상해를 입을 수 있다.주22) 때때로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은 폭행당하는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끼어들려 하다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폭력행사 중에 날아다니는 물체에 맞아 직접적인 상해를 입기도 한다.주23) 이처럼 잠재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자는 아이의 안전을 전적으로 무시하기 일쑤다.
주19)
_ 가정폭력은 학습된 행동이다.주24) 가정폭력을 목격한 어린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 폭력 없는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보다 배우자를 구타할 개연성이 더 크다.주25) 폭력 성향은 세대 간에 전이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주26) 특히 아이들은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에게서 여성에 대한 폭행은 수용될 수 있다는 잘못된 교훈을 얻게 된다. 남자 어린이는 폭행자를 모방하려는데 반하여 여자 어린이는 희생에 순응하는
경향을 성년이 되어서도 보이는 경우가 많다.주27) 가정폭력이 그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미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가정폭력이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주28)
주24)
III. 미국법의 변천 과정 개요
_ 친권과 관련하여 법원이 가정폭력을 어떠한 인식하에서 어떻게 평가해 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법원은 가정폭력을 가정사로 보아서 관련당사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겼다.주29) 또한 법원은 남편이 그의 가족을 징계할 권리를 옹호했다. 여성은 남편의 재산이자 책임으로 치부된 것이다.주30) 1960-70년대까지도 가정폭력의 잔혹성은 국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각 주에서는 법 개정을 주저하였고, 그 이유는 신성한 가정의 영역에 법이 간여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정폭력은 법적으로 면책되었으며 현재도 가정폭력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주31)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가정폭력은 드물다. 2) 폭력은 정상적인 관계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3) 가정폭력은 외부의 간섭 없이 해결되어야 할 사적인 문제이다. 4) 매 맞는 아내는 남편의 폭력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가정폭력과 관련된 이러한 인식은 적어도 친권과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극복되어야만 한다.주32) 가정폭력의 증거는
친권 문제의 결정과정에서 반드시 제출되어야 한다. 친권 문제의 결정과정에서 가정폭력을 적절히 고려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가정폭력을 행사한 자는 친권과 관련하여 불리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보내는 일은 법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주33)
주29)
_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혼 및 친권자의 결정에 있어서 어버이의 행위의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졌다.주34) 당시에는 이혼 및 친권부여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주된 원인이 학대였다. 배우자간의 남용은 학대로 여겨졌고, 유책주의 이혼법 하에서는 남용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친권이 부여되지 않았다.주35) 1970년대에 들어 무책주의 이혼법을 도입하자는 개정운동이 일어나면서 친권 문제는 부모의 도덕성으로부터 자녀의 최선의 이익으로 그 중점이 옮겨 갔다.주36) 이혼 원인으로서의 학대도 무책이혼법 하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부모사이의 관계는 친권 문제와는 점차 관련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자녀에 대한 물리적 영향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 그러하였다.주37) 부모사이의 관계가 친권 문제와 관련성을 덜 가지게 되면서 가족법 전문 변호사들도 혼인 중에 일어나는 폭력의 상세한 사항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주38) 그리고 친권자 결정에서 모에게 우선적 지위를 인정하던 과거의
판례가 성차별을 금지하는 입법에 의하여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됨으로써 성 중립적인 관점에서 자녀의 최선의 이익 기준에 따라서 친권 문제가 다루어진다.주39) 그러나 무엇이 자녀의 최선의 이익이냐를 결정하는 데 고려되는 여러 요소들은 폭행을 가하는 사람(통상 남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쉽다.주40) 사실상 경제력에 상당한 비중이 주어진다. 이 요소는 잘 알려진 대로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소득이 높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보육과 보살핌의 역할에서 어머니를 선호하던 요소(모 우선의 원칙)는 성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것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고려되지 않는다. 친권자를 결정하는 원리로서 자녀의 최선의 이익 기준과 함께 다른 새로운 기준들도 도입되었다. 우호적인 부모 규정(면접 교섭에 대하여 이혼배우자에게 보다 우호적인 일방을 친권자로 지정하는 원칙)과 빈번하고 지속적인 부모와의 접촉 확보를 선호하는 규정(이혼 후에도 공동친권을 선호하는 원칙)이 여기에 속한다.주41) 이혼 후에도 공동친권을 선호하는 입법이 대개의 주에서 채택되어 친권문제를 해결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주42)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기준들은 가정폭력이 있는 경우에 친권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부적절한 고려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주34)
_ 이혼당사자간의 관계가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공동친권을 요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자와 그 희생자 사이에 지속적인 대화와 접촉을 요구하게 되므로 이러한 상황을 영속화시킨다.주43) 그리고 '우호적인 부모'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녀와 접촉하고 돌보는 것을 꺼리게 되는데,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친권자로 지정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 가정폭력은 이혼 후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해자가 이 규정을 준수하려고 한다면 자신을 위험 속에 빠뜨리게 된다.주44) 따라서 이러한 규정들은 가정폭력의 희생자에게 불공평한 영향을 준다. 친권자 결정의 목적은 자녀의 최선의 이익 기준에 따라서 부모의 일방 또는 쌍방에 친권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구현하려는 것 이다.주45) 자녀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이냐를 결정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들은 특히 자녀에게 영향을 주는 부모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려를 포함해야 한다. 특히 부모 사이의 남용관계는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친권자 결정에서 고려사항으로 포함되는 예는 거의 없었다. 처에 대한 폭력 성향은 폭행자의 그 자녀에 대한 관계로부터 독립적인 것으로도, 구별되는 것으로도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주46) 따라서 가정폭력은 친권 문제의 결정과 관련됨을 인식하면서 가정폭력의 희생자에게
타당하지 아니한 기준들은 그 적용을 배제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처에게 남용을 하는 남자는 어버이로서 적합한 부모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에 대한 남용은 자에 대한 남용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처에 대한 남용은 이혼으로 단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친권이나 면접교섭을 통한 장래의 접촉이 지속되는 폭력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친권문제의 결정에 앞서 가정폭력의 증거가 있는지를 사전에 반드시 밝히도록 하고,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판사가 인식하도록 도움을 주는 입법을 통하여 친권 문제의 결정에서 가정폭력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주47)
주43)
IV. 캘리포니아 주의 개정 입법
_ 캘리포니아 주 법은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가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결정하는 데 법원의 일차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하고, 자녀에 대한 남용이나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해가 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빈번하고 지속적인 자녀와의 접촉 및 자녀의 양육에 관한 부모공동의 책임을 선호하는 원칙도 채용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의 원칙 중 자녀 및 가족구성원의 건강, 안전, 복지가 우선됨을 명시하고 있다.주48)
주48)
_ 미국에서는 친권과 관련된 문제는 각 주의 법으로 통제된다.주49) 친권 문제를 결정할 때 가정폭력에 주어지는 고려도 현재 각 주 사이에 통일되어 있지 않다. 캘리포니아 주는 가정폭력이 친권문제의 결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할을 인정하는 데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캘리포니아 가족법은 가정폭력이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결정함에 있어 고려되도록 판사에게 요구하고 있고주50) 공동친권 선호 원칙과 함께 자녀의 최선의 이익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주51) 이 법 제3011조는 법원이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결정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명시하고 있다.주52) 자의 건강, 안전, 복지와 함께 어버이에 의한 남용의
전력을 판사는 고려하여야 한다. 또 어버이의 현재의 배우자, 동거인, 그리고 부모가 아니면서 양육권을 구하는 사람 및 그 현재의 배우자와 동거인의 남용 전력도 고려해야 한다. 남용 주장에 대한 고려의 선결문제로서 법원은 실체적이고 독립적인 보강증거를 요구할 수도 있다. 남용으로 문제된 어버이에게 단독친권이나 공동친권을 위한 명령을 법원이 내릴 경우에는 제3011조에 따라서 법원이 서면으로 그 이유를 설시하여야 한다.주53) 이것은 판사의 신중한 판단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그리고 가정폭력의 전력이 있는 경우 친권 또는 면접교섭권의 부여를 위해서는 서면의 결정이유를 밝힘과 동시에 시간, 날짜, 장소, 자녀를 인계하는 수단 등을 특정하여야 한다. 판사에게 이유를 기재하게 하는 것은 친권과 관련된 사건의 항소심에서 희생자가 승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이유를 설시하게 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자는 판사의 재량권 남용을 다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주54)
주49)
_ 제3004조는 공동의 신상의 친권(자녀에 대한 일상적 보호를 부모가 분담하는 형태)을 정의하고 있는데 이 조문 역시 개정되었다.주55) 이
규정에 의하면, 신상의 공동친권은 부모 양쪽과 빈번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자녀에게 확보해 줄 수 있는 경우에만 부여될 수 있다. 이 규정은 제3011조(자녀의 최선의 이익 규정)와 제3020조(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 우선 원칙)에 지금은 종속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속적인 접촉을 수반하는 신상의 공동친권은 그것이 자녀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또는 그것이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를 담보하지 않는다면 선호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3020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추가되었다.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는 친권과 관련된 어떠한 명령을 내리는 경우에도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결정함에 있어 법원의 일차적 관심사가 된다는 것이다. 또 자녀가 거주하는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남용이나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해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친권에 관한 법원의 어떠한 명령도 두 가지 입법정책 사이에 저촉이 발생하는 때에는 부모 양쪽과 빈번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확보하기보다는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와 모든 가족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주56)
주53)
_ 제3040조에서는 친권을 부여함에 있어 선호되어야 할 원칙에 관해 규정한다.주57) 부모 중 어느 쪽이 비양육친과 자녀의 빈번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더 허용하려고 하는지를 법원은 친권에 관한 명령을 내릴 때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법은 이러한 고려도 제3011조(자녀의 최선의 이익 규정)와 제3020조(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 우선 원칙)에 부합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우호적 어버이' 규정 하에서 한 어버이를 평가하기에 앞서 자녀의 최선의 이익 및 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우호적 어버이' 규정이 남용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불공평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인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주57)
_ 캘리포니아 주의 1997년의 개정법의 개정초안에서는 과거 10년(2004년 개정법에서는 5년으로 됨) 사이에 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에게 단독친권이나 공동친권을 부여하는 것은 제3011조에 따라 자녀의 최선의 이익에 해가 된다는 법적 추정을 도입하여 제3044조에 추가 규정을 넣으려고 했었다.주58) 또한 남용자가 이 추정을 번복하려는 경우에
필요한 사항들을 명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1997년의 개정법에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법적 추정은 2004년의 개정법에 의하여 비로소 도입되었다.주59)
주58)
_ 이와 같은 강력한 효력을 가지는 개정초안이 1997년의 개정 당시에 채택되지 않은 데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었다. 최선의 이익 지침은 불명확하고 포괄적인 규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판사는 그의 재량으로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서 문제를 제기한다.주60)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친권을 다투는 남용자의
40%에게 친권이 아직도 부여되고 있다.주61) 제1심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친권자 결정은 제1심 법원이 그 재량을 남용했거나 또는 친권의 부여가 명백한 증거에 반하지 않는 한 항소심에서 일반적으로 번복되지 않는다.주62) 주63)
주60)
_ 캘리포니아 주에서 친권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이용하는 또 하나의 수단은 중재이다. 그러나 중재는 가정폭력이 있는 경우에 매우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수단이다.주64) 왜냐하면 효율적인 중재는 자발적 참여와 상대적으로 동등한 협상력, 대리인의 질의 유사성, 동등한 투자의 접근성 등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중재과정에서 남용자로 인하여 초래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캘리포니아 주는 부모 각자가 따로따로 조사관이나 중재자와 대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주65) 또 개정법은 친권 중재를 제3011조(자녀의 최선의 이익 규정) 및 제3020조(자녀의 건강, 안전, 복지 우선 원칙)에 종속되도록 개정하였다.주66) 그러나 이와 같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자녀를
폭력에 노출시킨 가해자를 위하여 중재를 허용하는 것은 일반인의 정서에 반하는 면이 있다.주67)
주64)
_ 캘리포니아 주의 1997년의 개정법은 친권과 관련된 사건에서 가정 폭력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가정폭력은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판단하기 위한 다른 여러 가지 고려사항의 하나일 뿐이다.주68) 이러한 입법방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주에서는 가정폭력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 가해자에게 원칙적으로 친권을 부여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상의 추정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추정은 캘리포니아 주의 1997년 개정법보다 진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 추정 원칙을 2004년에 가서야 법 개정을 통하여 도입하였다. 이 추정 규정을 둠으로써 자녀에 대한 실체적 위해의 증명 내지 처에 대한 남용과 자에 대한 남용과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 희생자의 부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주69) 가해자 측에서 자기가 친권자로서 적합함을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법률상의 추정은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판사로부터 그 재량권을 박탈하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주70)
주68)
_ 배우자간 남용과 그 남용에 노출된 자녀에 대한 부정적 영향 사이의 연관성을 인식한다면, 가정폭력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 친권 문제의 결정과 관련하여 이 법률상의 추정은 지지되어야 한다.주71) 배우자에 대한 신체적 남용의 증거가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논거에 기초하여 남용배우자의 친권 아래 자녀를 두는 것이 자녀에게 해가 된다는 법률상의 추정을 통하여 자녀와 피해배우자를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인정된다. 또한 이 추정은 배우자에게 남용을 한 자는 이혼절차에서 친권을 차지하겠다는 위협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용자에게 주게 된다. 이 추정은 1994년 소년 가정법원 판사 전국위원회의 모델법인 가정폭력법(Model Code of Domestic and Family Violence)에서 이미 채택하고 있었다.주72) 이에 대하여는 항을 달리하여 논한다.
주71)
V. 소년가정법원판사전국위원회의 모델법
_ 이 모델법은 친권에 관한 다툼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절차에 있어서 가정폭력의 전력이 있는 경우에 단독친권, 공동의 법적 친권(자녀의 복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형태), 또는 공동의 신상의 친권(자녀에 대한 일상적 보호를 부모가 분담하는 형태)이 가정폭력을 행사한 어버이에게 부여되는 결정을 하는 것은 자녀에게 해가 되고 자녀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추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모델법 제401조. safety presumption이라고 통칭됨. 이글에서는 '불안전 추정'이라고 씀).주73) 이것은 가정폭력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입안된 것으로 그에 대한 신뢰가 주어져야 한다. 배우자에게 심대하거나 반복적인 남용을 가하는 사람은 누구나 단독친권자 또는 공동친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어야 하고, 남용의 증거가 있으면 가해자는 친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법률상 추정되어야 한다. 수많은 아이들이 지속적인 폭력의 순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과학 데이터도 이 추정을 지지하는 강력한 논거가 된다.주74)
주73)
_ 모델법에 의하면 위해로부터 적절히 보호될 수 있다는 서면의 설시 이유 없이는 가해자에게 단독친권이나 공동친권이 부여될 수 없다. 가해자는 자기에게 단독친권이나 공동친권을 부여하는 것이 자녀와 피해자인 어버이에게 위험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의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불안전 추정'은 친권과 면접교섭권의 조정을 위한 모델법의 구조 안에서 3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첫째 현 상태유지의 원칙(status quo rule)은 가정폭력이 있었던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둘째 자녀의 최선의 이익 원칙(best interest rule)의 적용은 가정폭력이 있을 때 불안전 추정에 종속되도록 되어 있다. 셋째 공동친권 선호의 추정 원칙(the presumption for joint decision making)은 가정폭력의 전력이 있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법원은 다음과 같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동친권을 부여할 수 없다. 즉 자녀와 피해친이 위험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공동친권이 자녀와 피해친에게 위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가해자가 입증하는 서면의 설시이유를 법원이 밝히는 때에만 예외이다. 간단히 말해, 이 추정은 부모가 친권에 합의하지 못하여 유사접근(현상태유지의 원칙)이 결정 원칙일 때, 또는 법원이 공동친권을 부여하려는 때, 또는 신생아 경우처럼 최선의 이익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 등 어떠한 경우에도 적용된다.주75) 주76)
주75)
_ 모델법 하에서는 가정폭력 희생자의 장래의 안전에 대한 강조가 보다 뚜렷하다. 첫째 모델법의 추정을 통하여 가정폭력이 자녀와 피해친에게 지속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재된 인식이 드러낸다. 둘째 모델법은 가정폭력이 있을 때 가해자에 대한 친권 또는 면접교섭권의 부여가 자녀의 최선의 이익과 부합하느냐의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적 배제를 허용한다. 부모가 친권에 합의하지 않고 공동친권이 피해친과 자녀에게 위협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가해친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설사 가해친이 어버이로서 적합성이 있을지라도 가해친에게 친권을 부여할 수 없다. 셋째 가정폭력의 가해자에게 친권이나 면접교섭권을 부여하기 전에 법원은 자녀와 피해친이 위해로부터 적절히 보호될 수 있다는 서면의 설시이유를 밝혀야만 한다. 모델법은 개인의 안전이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주77)
주77)
_ 모델법의 또 다른 특정은 피해자의 안전과 관련하여 그 중요성이 문제되었을 때 판사에게 거의 재량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판사에게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해친 및 자녀의 안전을 평가 절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판사들은 역사적으로 가정안에서의 남용에 대하여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을 받아 왔다. 판사들은 가정폭력의 동적 구조에 대하여 충분히 교육받지 못했고, 가정폭력을 가족 아닌 사람사이의 폭력보다 덜 중하게 다루었으며,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왔다.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판단함에 있어 가정폭력의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델법의 추정이 판사가 가정폭력의 중요성 을 폄훼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추정은 항소심이 원심을 더 잘 모니터하도록 도울 수 있고, 판사가 가정폭력을 더 신중하게 다루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델법의 추정은 법원이 친권이나 면접교섭과 관련된 결정에서 피해자의 안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것이 다른 고려 요소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주78)
주78)
_ 모델법이 피해자의 장래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합당하다. 왜냐하면 가해자에게 친권이나 면접교섭권을 주는 것은 피해자와 남용자 사이의 접촉을 강요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주79) 남용자는 때때로 면접교섭을 피해자에 대한 남용적 행동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남용의 위험은 별거 후에 증가하므로 안전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증가하는 위험은 법적 간여가 이루어진 후에도 때때로 지속된다.주80) 이 추정 원칙은 피해자와 자녀의 안전을
고양시키는 것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기여한다. 소년가정법원 판사 전국위원회가 인식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한 면접교섭을 도와 줄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면접교섭을 허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곳에는 이 추정이 더욱 유용하다.주81) 주82)
주79)
_ 모델법의 추정은 개인의 안전 보장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혜택도 준다. 때로는 매 맞는 여성이 친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서 남용적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일부 여성은 공동양육이나 면접교섭명령이 내려질 경우에 이를 통해 자신에게 접근할 때 위험이 증가하리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남용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 추정은 자기 자신의 안전이나 그 자녀의 안전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돕고, 또 매 맞는 여성이 남용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주83)
주83)
_ 이 추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정폭력이 있다고 거짓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다.주84) 그러나 친권 다툼에 있어서 부모 일방은 타방을 이기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짓 주장의 가능성은 어떤 경우에나 있기 마련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적절한 증거 기준을 마련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추정이 자녀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은 이 추정에 반대하는 어떤 논거보다 가치가 있다. 반대자들은 또 이 추정이 어버이의 적법절차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남용을 한 자에게 친권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 추정은 번복될 수 있는 추정 규정으로서 자녀의 최선의 이익 보호와 이성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나아가 배우자간 남용자에게는 이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할 기회가 항상 주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 추정에 대한 또 다른 반대 논거는 친권문제의 결정에 있어서 판사가 재량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주85)
주84)
_ 그러나 가정폭력과 관련하여 판사의 이해부족이나 개인적 편견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주장에 비중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_ 다만 모델법의 추정 원칙은 그 자체로는 친권 부여의 실체적 기준은 아니다.주86) 이 추정은 자녀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실체적 친권 부여 기준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추정은 가정폭력의 전력이 있어도 피해친과 자녀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기능할 수 없고, 이 상황에서는 자녀의 최선의 이익 기준이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모델법의 추정 규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실체적 기준으로서의 자녀의 최선의 이익과 가정폭력의 전력을 관련지을
필요성이 있다.
주86)
_ 이 추정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추정의 발생요건에 필요한 증명 및 추정을 번복하는데 필요한 증명 모두가 상세하게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아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폭행을 하는 남편을 때린다면 남편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정도로 법조문은 명백하고 모호함이 없어야 한다.주87) 나아가 가정폭력 문제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가정폭력의 동적 구조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통하여 아이들이 장래의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친권과 관련하여 보다 공정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주88) 또 가정폭력이 전제된 친권 분쟁에서 제출된 증거를 평가하는 판사의 재량이 올바로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주87)
_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어버이는 자의 최선의 이익 및 자의 건강, 안전, 복지에 직접적으로 반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남용을 하는 자에게 친권을 부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보다 강력한 입법을 촉구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모델법의 추정 규정은 판사가 부모로서 부적합한 어버이에게 친권을 부여하는 잘못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가정폭력은 후속세대에도 전이되므로 그 증가를 막기 위해서도 이 추정은 정당화 될 수 있다.
VI. 맺음말
_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의 발생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인 30%를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가 부부간의 폭력에 노출
되거나 직접 목격한 비율도 20%를 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겪는 사회적, 심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어느 정도 이루지고 있으나,주89) 이 문제에 대한 법적 대처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의 경우는 성인피해자를 중심으로 법이 적용되고 있으며, 아동복지법도 직접적인 아동학대만을 다루고 있을 뿐 배우자간에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인 자녀에 대하여는 특별한 배려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법제도적 보완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_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이혼 후의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가정폭력의 전력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법학계의 논의는 거의 이루지지 않았다.주90) 미국의 경험을 통해 살펴 본 바와 같이 미국법에서는 이 문제에 대하여 상당히 진전된 입법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법은 자녀의 복리라는 일반 원칙에 의하여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가정폭력의 문제도 여기에 포섭하여 해석될 수 있으나, 가정폭력의 동적 구조에 대한 이해부족과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하여 실무적으로 가정폭력이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고려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자녀의 복리에 대한 해석은 판사의 재량에 거의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주89)
_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자녀의 건강과 안전이 친권, 양육, 면접교섭과 관련된 재판에서 다른 고려사항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정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는 법적 추정(반증을 들어 번복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둠)을 민법에 도입하는 방안이 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와 자녀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친권, 양육권, 또는 면접교섭권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해자에게 이러한 권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그 자녀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서면의 판결이유를 제시하도록 강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다만 자기방어는 가정폭력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하여야 하고, 상호간에 폭력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원칙이 일차적 가해자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 또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과 관련된 재판에서는 가정폭력의 전력에 대한 진술서를 당사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재판절차가 개시되면 가정폭력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법원이 당사자에게 알려주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가정폭력과 관련된 전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하여 법원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친권 및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 가정폭력의 증거가 드러난다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그 합의가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이혼 후의 폭력의 지속은 친권, 양육권, 면접교섭권의 변경 내지 제한 사유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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