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 수요일.
우리는 책 한 권을 들고 성북구에 위치한 길상사로 향하였습니다.
「백석평전」(안도현 저) 을 읽고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 생각나기도 하고, 고즈넉한 곳에서 여름향기를 느끼고파 함께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백석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인물이며 안도현, 윤동주, 신경림 등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30여년간 백석을 짝사랑한 안도현 시인이 쓴 「백석 평전」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백석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을 통해 백석의 평범하지 않은 생애와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길상사에 들어서니 조용하고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어제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나무의 초록빛이 더 싱그러웠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라는 글이 눈에 들어와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곳은 원래 대원각이라는 요정이었습니다. 김영한씨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법정스님에게 아무 조건없이 시주할테니 절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거듭하여 법정스님이 이를 받아들여 1997년 길상사가 세웠습니다. 법정스님은 길상화라는 법명을 주셨고, 평생 백석을 그리워한 그녀의 소원대로 길상사 한 쪽에 뿌려져 영원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 많은 재산을 시주하면서 "그까짓 천억 원,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말할 만큼 백석을 사랑한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하였습니다. 남은 돈은 창작과 비평사에 출연해 '백석문학상'을 제정했고, 안도현 시인과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도 이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야는 백석이 그리울 때마다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애송하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그녀가 백석과 함께 만주로 떠났다면 어땠을까?
함께 떠났다면 지금처럼 둘의 사랑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백석도 자야를 평생 그리워했을까?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법정스님이 머무셨던 진영각으로 가는 길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진영각 앞에 앉아 있으려니 세상 그 어떤 것에 대한 욕심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진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욕심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보니 다시 백석의 삶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백석, 남자로서의 백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쏟아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절로 "참 좋다~" 하는 말이 나올 만큼 눈 앞의 풍경이 예뼜습니다.
마치 숲 속인 듯.
꽃향기에 이끌려 정말 행복해 하시는 대표님의 모습도 담아봅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꽃입니다.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예쁜 모습입니다.
길상사를 나오기 전 잠시 앉아 다시 한 번 「백석평전」을 꺼내 들었습니다.
먼저 대표님이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우리에게 주는 두 가지.
'친구가 되느냐, 원수가 되느냐.'
우리 모두가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삶이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였습니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토닥토닥 위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서정시를 주로 쓰던 백석이 북한에서 시인으로 살아내는 것은 큰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모임은 백석의 삶에 대한 이애와 그의 시를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기에 더욱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상사를 나와 근처 맛집에서 막국수와 전병을 맛있게 먹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근처의 카페를 찾았습니다. 2012년말 까지 서울시장공관으로 사용하였던 곳인데 지금은 한양도성전시안내센터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아름다운 야외정원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카페를 나와 천천히 성곽길을 걸었습니다.
6월의 초여름 날씨답게 햇살은 따갑고 조금 더웠지만 가슴은 열리고 머리는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이 채워주는 지식, 자연이 내어주는 편안함, 사람이 주는 함께 하는 기쁨 덕분에 선물같은 시간을 충전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달에는 어떤 책과 만나서 어디로 나들이를 떠나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자연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다음달에 읽을 '1987. 이한열/김정희' 책은 우리에게 또 무슨 깨닫음을 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