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동마 신청을 하는게 무슨 전쟁 치루는 것 같다. 참가 희망자가 많아서 그렇겠지만 추가 모집에서도 탈락하고 보니 동마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참가자만 2만8천명(10km 포함)이란다. 부득불 대회 가까이 되면 불참자가 생길 터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촌마라톤 최형길이 불참한다고 배번을 올려놓자마자 내가 낚아채다시피 하여 뻐꾸기(?)로 참가하게 되었다.
두어달 제안서에 보고서를 쓰다보니 입술이 틀 정도로 피로가 가시지 않고 있다. 내 배번이 아니라 대충 뛸까도 생각했지만, 최형길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4시간 완주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6시 12분 첫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서둘렀지만, 배번을 맡아 준 김희정씨가 그냥 기다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무지막지하게 늘어진 줄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27번차 줄에서 짐을 맡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더 없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김희정씨가 도와주면서 짐을 맡기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출발시간에 임박하자 화장실마다 인산인해다. 세종문화회관 뒷쪽 지하 화장실을 발견하여 그나마 소변은 비울 수 있었다.
C그룹에서 출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평촌마라톤 갑장인 송암과 신경희가 동반주하는 모습을 찾아냈다. 셋이서 함께 주행하다가 송암은 앞서 나가고 경희는 뒤쳐졌다. 2km 지나면서 가민시계가 조금 튀기 시작하는 것인지 실제 거리와 맞지 않았다. 5분 20초 내외로 달리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5분 30초 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9km 지점에서는 4분 36초가 찍히기도 했다.
14km 지점부터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이런 고통은 27~28km 지점에서 나타나는데 너무 일찍 생겼다. 몸 여기저기 염증수치가 높아진 듯 과거에 한번쯤 아파본 듯한 모든 곳에서 신호를 보내왔고 어깨를 짓누르는 듯 몸은 무거워졌다.
하프는 1시간 55분 50초로 통과했다. 6분주만 넘지 않으면 4시간 완주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27km 지점부터 5분 40초를 넘기더니 6분주를 넘나들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대개는 뒤에서 밀어줬다. 도로변 응원하시는 분들도 콜라와 꿀물, 오렌지를 주면서 네 팀, 내 팀 구분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4시간 안에는 골인할 수 있었다.
가민 시계로는 43.05km가 찍혔다. 가민시계를 착용한 모두들 거리가 500m 정도는 길게 나왔다고 했다. 몇번 GPS가 튄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거리가 조금 길지 않았나하는 의문이 생겼다.
평촌마라톤 일행들과 함께 조상웅 가게에서 삼결살에 맥주한잔을 걸치면서 달리기 얘기를 하다가 집에 들어가자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