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3부 일통 천하 (204)
제13권 천하는 하나 되고
제22장 여불위(呂不韋)의 몰락 (6)
기년궁으로 들어서자 진왕 정(政)은 중대부 안설(顔洩)을 따로이 불러 물었다.
"자, 이제 마음놓고 말해 보아라."
그제야 중대부 안설(顔洩)은 잔치 중에 내내 도박을 한 일이며, 노애에게 뺨 맞은 일이며, 노애(嫪毐)가 자기는 진왕의 아버지뻘이라고 했던 말을 고스란히 일러바쳤다.
그것으로 끝났다면 두 사람 다 곤장 몇 대 맞는 것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다음 안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진왕 정(政)의 눈꼬리를 잡아당겼다.
"사실대로 말하면 노애(嫪毐)는 환관이 아닙니다. 그가 거세당했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노애(嫪毐)는 일부러 환관이 되어 태후와 관계를 맺어 아들을 둘씩이나 낳았습니다. 지금 대정궁(大鄭宮) 밀실에서 몰래 키우고 있습니다. 그들은 장차 그 아이로 하여금 왕위를 이어받게 하려는 역모까지 꾸미고 있습니다."
진왕 정(政)으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어머니 조희(趙姬)가 그러했단 말인가.
아니, 모두들 알고 있는 이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진왕 정(政)은 안설을 문초하는 대신 기년궁의 다른 환관을 불러 다그쳤다.
"사실인가?"
환관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배신감이 진왕 정(政)의 전신을 휘감았다.
아, 아!
몸속의 피가 역류하고 있음을 느꼈다.
입술을 바들바들 떨던 진왕 정은 별안간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옆의 신하에게 차갑게 명했다.
"기산(岐山)에 주둔하고 있는 환의(桓齮) 장군에게 이 호부(虎符)를 전한 뒤 군사를 이끌고 옹성으로 달려오라 전하라!"
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얼굴은 얼음장보다도 더 차가웠다.
왕의 곁에는 늘 내사(內史)가 따르게 마련이다.
내사란 국가의 기밀을 관장, 기록하는 관직이다.
사관(史官)과는 다소 다르며, 작책(作冊)이라고도 한다.
이때도 진왕 정(政)의 곁에는 내사가 따르고 있었다.
당시 내사는 사(肆)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내사 사는 정기적으로 노애의 뇌물을 받아 온 사람이었다.
그는 진왕 정(政)이 노애를 잡아죽일 마음이 있음을 알고 재빨리 좌익 갈(竭)과 함께 대정궁으로 달려갔다.
좌익(佐弋)이란 왕의 사냥을 관장하는 부서의 부책임자다.
갈 역시 노애에게 매수당한 자였다.
그들은 노애의 처소로 들자마자 외쳤다.
"큰일났소. 중대부 안설(顔洩)이 태후와의 비밀을 모두 진왕께 고해 바쳤소. 왕이 지금 그대를 죽이려 하니 빨리 대책을 마련하시오."
노애(嫪毐)는 술에 취해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따로이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좌익 갈(竭)이 의견을 내었다.
"이 참에 진왕(秦王)을 몰아내고 그대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시오. 지금 진왕이 환의(桓齮)에게 출동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그들이 이 곳에 당도하려면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할 것이오."
"그러니 오늘 밤 안으로 이 곳 대정궁을 지키는 위병(衛兵)과 그대의 식객들을 총동원하여 기년궁(蘄年宮)을 공격하면 능히 대사를 이룰 수 있소."
아직 술에 덜 깬 노애(嫪毐)는 좌익 갈(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태후의 처소로 들어 인장을 빌려 대정궁 내의 위병(衛兵)을 불러모았다.
여기에 자신의 처소에 머물고 있는 식객과 사인 수백 명까지 총동원한 후 외쳤다.
"기년궁(蘄年宮)에 난이 일어난 모양이다. 모든 군사와 사인(舍人)들은 지금 곧 기년궁으로 가 도적들을 해치워라!"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노애(嫪毐)와 내사 사(肆)와 좌익 갈(竭)은 군사를 거느리고 가 진왕 정(政)이 머물고 있는 기년궁을 에워쌌다.
진왕 정(政)은 노애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자 불같이 노했다.
그러나 역시 그는 냉철했다.
기년궁 안에 있는 군사와 환관들만으로는 싸워 이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얼른 대(臺) 위로 올라가 밖를 포위하고 있는 대정궁 위병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들은 무슨 일로 이 곳에 왔는가?"
위병(衛兵)들이 대답했다.
"장신후 노애(嫪毐)가 기년궁에 난이 일었다기에 대왕을 보호하러 왔습니다."
진왕 정(政)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외쳤다.
"난을 일으킨 자는 바로 노애다! 이제 사실을 알았다면 속히 노애(嫪毐)를 쳐라."
그제야 노애에게 속은 사실을 안 대정궁 위병(衛兵)들은 말머리를 돌려 노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만 노애의 사인(舍人)들만이 노애를 보호하며 공격해오는 위병들과 맞서 싸웠다.
사태는 이상하게 변하여 기년궁 밖에서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이를 본 진왕 정(政)이 다시 외쳤다.
"노애(嫪毐)를 사로잡아 바치는 자에게는 1백만 전을 줄 것이요, 노애의 목을 끊어 바치는 자에게는 50만 전을 줄 것이며, 역적의 목을 베어 바치는 자에게는 한 등급씩 작위를 올려주리라! 비록 미천한 신분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상을 내리리라!"
진왕 정(政)의 이러한 명에 기년궁 안에 있던 1백여 군사와 환관과 어인(御人)들은 모두 나가 노애의 사인(舍人)들을 공격했다.
나중에는 옹성(雍城) 안의 백성들까지 노애의 반역 소식을 전해듣고 농기구와 몽둥이를 들고 가세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첫댓글 회장님,
전국대회 치르시고 힘드셨지요?
이젠 마무리까지 끝내셨을 것 같습니다.
속이 쉬원하시겠습니다.
저도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하는 중입니다.
쬐끔 더위에 그냥저냥
끝내고 나니 견책이란 징계짱이 날라왔슈유!
멀어서 퇴직이나 해야
함안 땅
구경이나 하려나
생각합니다!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
예.
회장님.
고맙습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