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법
활 한 자루와 화살이 전부라도 우리는 지구를 구할 수 있다.
기후환경단체가 일하는 모습은 마블 히어로 같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러했고, 무엇보다 ‘기후위기’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기 위해 각자의 역량을 합쳐 나가는 모습이 그러했다. 다른 점이라면, 아무도 초능력이 없다는 것.
한 명의 비초능력자 변호사로서 기후환경단체 일원으로 기후위기와 싸우는 방법은, 벽으로 둘러싸인 책상에 앉아 수많은 자료와 고군분투하는 기존의 방식과도, 예상했던 모습과도 사뭇 달랐다.
우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각 팀은 주기별로 장기적 목표를 확인하고,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단기적 목표와 수단을 선정한다. 목표와 수단은 당해 문제의 이해관계자가 누구이며, 그중 누구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한다. 소송 자체 및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다른 팀들의 전략까지 감안하여 최종 전략을 수립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세상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므로, 나의 팀과 단체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함께 경로를 정해 핸들을 꺾는 경험은,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의제 속에서 주체적으로 전진하게 해준다.
또한, 팀원들 간 소통이 끊이지 않는다. 파티션 하나 없이 환히 트인 사무실에서 수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한다. 기존의 교류 전력 체계에서 직류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가 어떤 장벽에 부딪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연구원 팀원의 이학적·공학적 지식을 빌려야 함은 물론, 제도에 대한 정책적 판단, 기업의 입장, 국내외 언론의 관심사 등 각 업무를 담당하는 팀원의 의견을 구함으로써 법률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을 포착할 수 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팀원들은 서로의 자문역에 위촉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행사를 주최하거나, 관련 행사에 나가 최근 동향을 살피고 입장을 취합한다. 또한 진의가 무엇인지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기도 한다. 계획 중인 소송의 상대방이 될 사람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입술이 마르다가도, 제도에 문제가 있어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듣고 쾌재를 부른 적도 있다. 무엇보다 뜻밖의 동지를 찾아 기후위기 대응단의 외연이 확장될 때 희망을 느낀다.
아직까지 초능력자 동료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일각에 해치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궁술만으로 지구를 지켜 온 호크아이처럼 각자는 역량을 다하여 분투하고 있으며, 더 많은 활시위가 기후변화를 향하여 적시에 지구를 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건영 변호사(사단법인 기후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