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가 케미칼 일병을 구하기 위해 일명 '사우론의 눈'이라고 불리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는다고 합니다.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는 건축비만 4조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현재 가치는 6조원 이상에 달합니다.
그런데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은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 특약을 미준수해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고, 사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해당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롯데는 은행권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아 회사채의 신용을 보강하고,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알리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한편 롯데가 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견은 반반으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비관론자들은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2021년 48.0% ▲2022년 55.1% ▲2023년 65.5%로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며 지적했습니다.
물론 다른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은 더욱 커지고 있고 G화학이나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경쟁사와 달리 사업구조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겁니다.
또 영업이익 적자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에 투자하여 신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를 실적으로 반영되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또 다른 사업 부문인 식품, 호텔, 면세, 슈퍼 등에서도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금 창출력 저하로 인해 부채의 압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한 상태이고, 롯데그룹의 10월 기준 총 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5조원에 달합니다.
또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4조에 달합니다.
이에 낙관론자들은 잠시 지나가는 가랑비에 놀랄 필요 없고, 현금 또한 충분하니 유동성 위기도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팩트만 체크해 보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중동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에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를 알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60%에서 30%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업황이 올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 화학업체 전반적인 재무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에, 롯데케미칼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될 때까지 버티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