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시조 52/75 – 어부사시사 40/40
동사(冬詞) 10/10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지음
어와 저물어 간다 연식(宴息)이 마땅토다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 데 흥(興)치며 걸어가서
설월(雪月)이 서봉(西峯)에 넘도록 송창(松窓)을 빗겨 있자
어와 – 아! 감탄사. 어부사시사 40수의 마지막 수인지라 탄성이 나옴직합니다.
연식(宴息) - 안식(安息). 편히 쉼.
붉은 꽃 – 눈 위에 비친 석양(夕陽)빛을 붉은 꽃으로 봄.
설월(雪月) - 눈 내린 밤의 달빛.
서봉(西峯) - 서쪽 봉우리. 서산(西山).
송창(松窓) -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창. 설월과 잘 어울립니다.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작자와 닮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빗겨 있자 – 비스듬히 기대고 있고져.
날이 저뭅니다. 이제 쉬는 것이 정해진 이치입니다. 석양빛에 귀가하여 편히 쉽니다. 그런데 창밖의 한송(寒松)이 마음을 끄는군요. 자신의 처지를 빗대기에 딱 맞습니다.
어부사시사 마지막 수의 끝맺음도 절창(絶唱)입니다. 과연 고산이요, 시조의 대가입니다.
고전번역원 현대어 번역본을 끌어옵니다.
어와 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도다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 데 흥청이며 걸어가서
설월(雪月)이 서봉(西峯)을 넘어가도록 송창(松窓)에 기대어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