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이창진 기자| 의원급의 필수 아이템으로 변모한 보톡스와 마늘주사, 칵테일주사 등 미용시술 비급여주사가 한 해 최소 1000억원 이상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정춘숙 의원실은 국정감사 요청자료로 의원급 비급여주사제 관련 연구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이 24일 한국의학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비급여 의약품의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및 해외 관리사례 조사' 정책보고서(책임연구자: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위원)에 따르면, 최근 4년(2011년~2014년) 보톡스 등 미용시술 관련 비급여주사가 의원급에서 4437억원 시술된 것으로 추정됐다.
수치상으로 한해 최소 1109억원이 비급여로 사용된 셈이다.
정책보고서는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 산하의 한국의학연구소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의뢰한 것으로, 사실상 복지부 용역보고서로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정진엽 장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승조) C형 간염 집단발생 관련 현안보고에서 "마늘주사와 신데렐라 주사 등 비급여 허가품 사용실태를 조사했다"고 답변한 근거이다.
당시 정 장관은 의원급 비급여주사 확산에 따른 관리대책을 묻는 여당 측 질의에 대해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의료계와 협의해 비급여 주사제 관련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답해 개원가를 긴장시켰다.
정진엽 장관이 비급여주사 사용실태 근거로 제시한 정책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연구팀은 미용시술 관련 허가범위 외 사용되는 의약품 실태 파악을 위해 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2011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전국 의원급에 공급된 주사제와 전국 약국에 공급된 경구제 공급금액과 청구금액 현황을 요청, 분석했다.
최근 4년 의원급 주사제·약국 경구제 분석…과다 추정 가능성도 명시
다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된 의약품 비급여 금액은 조사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공급된 금액에서 급여로 청구된 금액 차이를 비급여 금액으로 가정했으며, 사용되지 않아 남아있거나 버려지는 경우를 감안할 때 실제 비급여 액수보다 과다 추정 가능성도 명시했다.
분석 결과, 주름개선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명 '보톡스 주사'로 불리는 클로스트리디움보톨리눔독소 성분 주사제가 4년간 2443억원 공급됐으며, 같은 기간 급여로 청구된 액수가 없어 모두 비급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 보톡스 등 주요 비급여주사 의원급 비급여 처방 현황.
피로 회복 용도의 '태반주사'로 명명된 자하거가수분해물 및 자하거추출물은 779억원 규모가 비급여로, 마늘냄새로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티아민은 254억원, 비타민과 미네랄을 혼합해 '칵테일주사'로 불리는 아스코르비산은 238억원 각각 시술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톡스 2443억-태반주사 779억-마늘주사 254억-칵테일주사 238억원 '시술'
더불어 '윤곽주사, 달걀주사, 여우주사'로 불리는 지방제거 용도의 히알루로니다제는 199억원, '연어주사, 물광주사, 비욘세주사'로 명명된 미백과 미용 목적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나이트나트륨(PDRN)은 180억원, '신데렐라주사'로 알려진 치옥트산은 145억원, '백옥주사'인 글루타티온은 134억원 등이 지난 4년간 비급여 시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비급여주사제 특징은 최근 5년 사이 관련 품목 허가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보톨리눔 독소의 경우, 1996년 보톡스(판매사 한국알러간) 시판허가를 시작으로 디스포트(업젠코리아, 1999년), BTXA(한올바이오파마, 2002), 메디톡신(메디톡스, 2006년), 제오민(한화제약, 2009년), 보툴렉스(휴젤파마, 종근당, 2010년), 나보다(대웅제약, 2014년), 니노톡스(메디톡스, 2014년) 등이다.
피부미백과 재생 목적 PDRN 성분 연어주사의 경우, 2016년 현재 7개 품목 중 6개 품목은 2015년 이후 허가됐으며, 허가사항 효능효과는 '피부이식으로 인한 상처 치료 및 조직수복'이다.
비급여주사제 최근 5년 사이 허가 품목 급증…상당 수 허가사항 외 사용
물광주사로 불리는 히알루론산 주사제는 '슬관절이 골관절염과 견관절주위염 치료' 허가사항으로 현재 54개 제품이 허가됐으며, 이중 24개 품목은 2013년과 2015년 사이 허가받았다.
신데렐라주사의 경우, '격심한 육체노동, 아급성괴사성 뇌척수염, 직업성 소음' 허가사항으로 총 24개 품목 중 16개 품목이 2014년 이후 허가됐으며, 백옥주사 21개 품목 중 18개 품목이 2014년 이후 허가됐다.
이는 미용수술 보다 저렴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와 효과, 의원급 경영악화 그리고 제약기업 시장 관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는 시각이다.
▲ 약국에서 비만 치료 경구제로 판매하는 의약품 사용 실태.
비만치료 목적 경구용 의약품의 비급여 시장도 무섭게 성장했다.
최근 4년(2011년~2014년) 비만 환자 체중감량 목적으로 허가된 오르리스타트 701억원,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 1306억원, 팬터민 1434억원 등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만치료 허가범위 외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토피라메이트는 509억원, 플루옥세틴은 694억원 수준이다.
비급여주사제 모두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시장규모는 보톡스가 2011년 562억원에서 2014년 69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보고서는 지역별 비급여주사 규모도 분석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부산과 대구가 뒤를 이었다.
보톡스주사의 경우, 서울 비급여 규모가 50%를 넘어섰으며, 물광주사는 서울(31.3%)과 경기(19.5%)가 절반을, 태반주사와 마늘주사, 칵테일주사 역시 50% 가량이 서울과 경기에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비급여주사, 전문과 무관 모든 의원급…피부과·성형외과 전액 '비급여'
비급여주사는 진료과목과 무관하게 사용됐다.
▲ 비급여주사제 60% 이상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시도별 주요 비급여주사제 사용 비중.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모든 의원급에서 물광주사와 태반주사, 마늘주사, 칵테일주사 성분을 비급여로만 사용했다.
일부 성분의 경우, 미미하지만 급여로 청구된 경우가 있었으며,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모든 성분이 100% 비급여로 사용됐다.
의원급 경영난과 맞물려 증가하는 비급여주사 대부분이 허가범위 외 사용(오프-라벨)이라는 점에서 이를 처방하는 개원의사들의 인식이 정부 정책의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