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주강홍
상처에 상처를 덧씌우는 일이다
감당하지 못하는 뜨거움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한쪽을 허물고 다른 한쪽을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애써 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처절한 비명 참아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끊어진 한쪽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이질이며
동질이다
불이(不二)다
기술혁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인근의 새너제이(산 호세)를 중심으로 펼쳐진 '실리콘 밸리'입니다. 인텔, 엔비디아, 구글(유튜브), 애플, AMD, 메타 등 최고의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여기에 본사를 두고 있지요.
실리콘 밸리가 이처럼 기술의 메카로 자리잡은 데에는 미국 백인들과 각국 인재들의 오랜 세월에 걸친 치열한 경쟁과 협력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대학 입학사정이나 기업의 인력채용에 있어 다양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합니다.
미국 주도 세계 평화질서의 함축적 표현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도 그 힘의 근원은 결국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에서 나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고 보면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학을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아이패드와 같은 창조적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결합 덕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학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도 근친교배가 반복되면 열성유전자(기형, 면역저하 등)가 나올 확률이 점점 높아져 나중에는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에 대한 소감을 쓰면서 비유가 너무 확장되었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만, 어쨋거나 요지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섞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세계의 모든 것은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출처] 오늘의 시(139)-용접/주강홍|작성자 나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