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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에 따라 '해산령 → 재안산 → 적설봉 → 해산령 갈림길 → 해산 → 6, 5, 4, 3, 2, 1봉(주봉) → 밧줄(계곡 갈림길) → 699봉 → 두류봉 갈림길 → 492봉 → 동촌1리 경로당'의 15km 코스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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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첫 번째 목요일인 7일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산행은 강원 화천의 재안산과 해산 연계 산행이다. 이 두 산도 역시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일정 게시판 공지를 보고 알게 된 산으로, 산 소개에 의하면 둘 다, 해발 1,000m가 넘는 천고지 산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서비스 중이던, '한국의 산하'나 요즘 많이 참고하는 '한국향토문화대전' 어디에서도 산 소개를 볼 수 없다. 구글링하면 산 소개가 아니라, 산행기만 있는 산이다. 이런 산이 많은 건 아니나, 오지 산 중에는 가끔 나온다. 하지만, 산에 대한 소개는 없는데, 해산령이라는 드라이브 코스 소개는 있는 걸 보면, 산행보다는 드라이브에 더 적합한 산이라는 생각과 다른 중요한 산행이 잡혀 있어, 당시에는 신청을 안 했다. 물론 조만간 목요 오지팀이 같은 산행 계획을 공지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역시 예상대로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는 다른 코스의 산행이 일정 게시판에 공지되는 걸 보고 바로 신청했다. 물론 최근 다른 천고지나 오지 산행처럼 실망할 확률이 큰 산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딱히 다른 갈만한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오를 기회가 올 거 같지 않은 산행이라,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산행이 일정 게시판에 올라온 걸 조금 늦게 확인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좌석을 채운 후라, 어쩔 수 없이 빈자리 중 그래도 앞좌석을 신청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모든 좌석을 채우고 대기자가 6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이다. 이거로 봐서는 많은 산꾼이 이 산행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방증이라, 약간 기대가 되기도 하는 산행이다. 지도의 등고선으로 봤을 때, 들머리와 최고봉의 고도차가 400m 내외로 실제 올려야 할 높이는 높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능선도, 거의 비슷한 높이라 기복은 많지만, 오르내림이 크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보면, 등산로라고 관리하는 산이 아니라, 쓰러진 고목이 진행 방향을 막고 있어 길목에 장애물이 많다고 했는데, 그거야 오지 산행이라면 일반적인 거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기상청 강원도 지역 중기예보에 의하면 당일, 종일 맑고, 기온은 0℃~12℃ 사이로 다소 추울 걸로 예상된다. 11월이니 당연한 날씨라, 이제는 여름용 등산복을 넣고, 간절기용 등산복을 꺼낼 때다. 사당역표 김밥을 포함 다른 준비는 다른 산행과 같다. 물론 인솔 대장이 선정한 하산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시는 것 또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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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50분 알람 소리에 잠이 깨, 아지트로 나와 기상 의식을 치르는 동안 밤사이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계획, 신청자 등은 어제저녁과 달라진 건 없다. 사실 큰 변동은 그저께, 5명이 계속해 대기하자, 기존 28인승 버스에서 3명을 더 태울 수 있는 31인승으로 증차해, 총 31명이 함께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며칠 전 심장이 좋지 않은 선배 산꾼이 취소해 대기자 1번이었던 친한 산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데, 몇 달 전만 해도, 28인승 버스에서 31인승 버스로 증차하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신청자에게 일정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줬는데, 그게 없어졌다. 분명 난 28인승 버스 비용을 지급했는데, 31인승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대안이 없어 참고 있을 뿐이다. 이 안내산악회 사장이, 아니 회장이라 부르는 듯하던데, 그걸 잘 알고 횡포를 부리는 중이다. 그리고 날씨는 중기예보 때보다, 기온이 2℃ 높아졌을 다른 건 같다. 그걸 확인하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간절기용 윗도리에 여름용 아랫도리, 간절기용 바람막이를 입고, 잘 빨아서 창고에 넣어둔 슬링백 대신 배낭을 메고 5시 45분 집을 나섰다.
산행지가 남도라 사당역 기준 6시 40분 또는 50분 출발이 아닌 7시 출발 산행은, 구산역에서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사당행으로 갈아타, 6시 43분 도착하는 게 패턴이 됐다. 역시 이번도 다르지 않아, 열차에서 책을 읽으며 가, 예정대로 사당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 즉석 빵집의 틈새 상품인 야채김밥을 샀다. 그리고, 그걸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1번 출구로 가다가 목요 오지팀 선배 산꾼을 만나, 같이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다른 목요일보다, 대기 중인 버스가 많다. 이전에는 4~5대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어제 심야에 출발한 버스 포함 8대다. 11월 평일 목요일에 다른 달 목요일보다 배 정도 많은 등산객이 산행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게 계속되는 게 아닌 걸 보면, 은퇴자가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고, 몇 년 전부터 13번째 월급이라는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12월은 그야말로 연말이라 힘들어, 11월에 연월차를 사용하는 직장인 많아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해서 목요일뿐만 아니라 다른 평일 산행도 찾아봤다. 예상대로 많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타고 가야 할 버스가 안 보인다. 혹시 우리가 시간을 잘 못 알고 있을 수도 있어, 다시 확인했다. 공영주차장 7시 정각 출발이 맞다.
차고지에서 출발한 버스가 무슨 이유에서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수도 있어, 막 도착한 선배 산꾼에게 그렇게 얘기하자, 그럼,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맞는 말이라, 평소 대장을 대신해 기점인 여기서 인원 점검을 하는 선배 산꾼에게 전화했다. 공영주차장에 있단다. '응? 아무리 봐도 없다!'라고 하자, 뒤로 끝까지 오라고 해 가 보니, 제일 뒤 사각지대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말인즉 가장 빨리 공영주차장에 도착한 거다. 해서 밖에서 대기 중인 산꾼 몇과 인사를 나눈 후 버스에 타, 배낭에서 슬리퍼가 든 비닐봉지를 꺼낸 후 그건 앞 좌석 의자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등산화는 내 자리 밑에 넣었다. 그렇게 방해가 될 만한 것들은 다 치웠음에도 31인승 버스는 역시 좁다. 같은 비용을 지급하고 왜 내가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 언제부터인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어쨌든 7시 정각 공영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양재 국립외교원 앞과 복정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화천 해산령으로 향했다.
버스가 사당 공영주차장을 출발하고 잠이 들어, 잠결에 양재와 사당에서 나머지 승객이 타는 걸 느꼈을 뿐, 잘 자고 있는데, 실내등이 들어오고 버스가 속도를 줄이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휴게소다. 해서 천천히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고개를 들어보니, 춘천휴게소다. 기본적으로 이 동네 자체가 처음이라 여기 또한 처음이다. 복정에서 인솔 대장이 탄 후 기사에게 가평휴게소는 너무 복잡하니, 좀 한가한 휴게소로 가자고 하는 말을 잠결에 들어, 가평이 아닌 건 알고 있었으나, 춘천휴게소가 있는지는 몰랐다. 어쨌든 볼일을 보고, 주변을 둘러봤으나 별로 볼 것도 없고 날씨도 쌀쌀해 바로 버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재안산은 군사 지역이라, 군이 출입을 통제하는 일도 있으니, 혹시 주변에 군인이 보이면 움직이지 말고 해산으로 올라가는 척하다, 그들이 떠난 후 재안산 들머리로 가란다. 오지 중의 오지라, 이정표나, 어떠한 표지도, 제대로 된 길도 없으니, 절대 선두 조 앞으로 나서지 말고 그 뒤를 잘 따라가라고 한 후, 날씨가 추워지면 특히 위험하니,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다 맞는 말이다. 해서 내가 슬링백을 창고에 넣고, 비상시에 대비한 옷가지와 평소보다 더 많은 비상식을 넣고, 한 짝뿐인 등산지팡이도 넣을 수 있는 배낭을 짊어지고 온 거다. 물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거기에 아이젠과 스패츠 등의 동계 장비도 들어간다. 이건 내년 춘삼월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이후 인솔 대장이 재안산으로 안 가고 바로 해산으로 오르는 인원을 파악했다. 뒤는 보이지 않아 모르겠지만, 앞에는 의외의 두 사람이 손을 들어 약간 놀랐다. 그럼, 저 두 산꾼은 재안산은 이미 다녀온 건가? 끝으로, 하산 코스에 관해 설명했는데, 주의 깊게 듣지 않았으나, 그것 때문에 산행 후 약간의 이슈가 있었다. 처음 계획한 하산 코스는 능선이나, 만약에 대비해 그보다 좀 빠른 계곡 코스도 추가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일행 대부분이 설명 중 어느 게 계곡이고, 능선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와중에 나는 더 짧은 계곡 코스가 있고, 그걸 대장이 설명했다는 것도 산행 중 그 갈림길에서 알았다. 설명이 끝나고, 다시 취침 상태에서 버스가 힘겹게 고개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눈을 뜨고 창밖을 봤다. 느낌대로 힘겹게 급경사를 올라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지난 망경대산과는 달리 왕복 2차선이라는 거[산행기]! 그리고 해산터널을 지나, 9시 54분 들머리인 해산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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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해산터널을 향해 올라갈 때,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신은 후, 앞자리 밑에서 배낭을 꺼내, 오늘은 필요가 없는 옆 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우산을 꺼내 앞좌석 주머니에 넣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이후 버스가 해산령에 도착하는 순간, 인솔 대장의 말대로 빠르게 재안산 들머리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하는 게 중요해 최대한 빨리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산행을 막을 요원은 없는 듯해, 먼저,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이 부근의 날씨를 확인했다. 현재 기온은 3.3℃로 춥다. 그리고 산행 중 날씨는 아침에 확인한 광덕산 산악날씨와 큰 차이가 없고,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시야는 좋을 전망이다. 그걸 확인한 후 벌써 재안산 들머리로 향하는 여성 산꾼을 바라보며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물론 램블러는 폐기했으니, '산길샘'과 'e-산경표'다. 다만 산길샘이 위성과 동기화하는데, 시간이 걸려 이미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기록 시작'을 누른 뒤다. 665m~691m, 그동안 램블러와 산경표 조합에서 산경표가 현실에 부합한다는 걸 확인했으니, 해산령의 높이는 691m 내외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번 산행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해산이 1,194m니, 고도차는 503m로 천고지 산행치고는 고도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올려야 할 높이를 확인한 후 바로 그 여성 산꾼의 뒤를 따라, 인솔 대장이 재안산 들머리라고 알려준 곳으로 가, 도로 오른쪽 사각지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집중하며, 가야 할 코스를 주의 깊게 확인했다. 당연히 서로 발견한 인적을 토대로, 어디로 어떻게 올라가야 좋을지 얘기를 나눈 후, 인기척이 있던 오른쪽에 사람의 움직임이 없는 걸 확인하고, 9시 57분 쓰러진 나무가 진행을 방해하는 개활지를 빠르게 지나, 미리 봐둔 등산로로 진입하는 거로 재안산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도로에 통제 요원이 나타나기 전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중요해, 낙엽 쌓인 급경사를 네발로 기어 정신없이 위로 갔다. 물론 사진 따위를 찍을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기록의 민족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길목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길을 안내하고, 어차피 능선이라, 특별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시작부터 깔딱이라 쉽지는 않았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일단, 도로에서는 보이지는 않는 위치까지 올라와 가쁜 숨을 고르며 위를 보니, 재안산과 적설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와 능선이 보이기 시작해, 그걸 자세히 관찰한 후 기록으로도 남겼다.
이번 산행 코스 중 재안산에서 해산령 갈림길까지는 군사지역이라, 입산 금지고, 해산령부터 날머리 갈림길까지는 비록 입산 통제 지역은 아니나, 역시 군사 지역이라, 산악회 리본을 제외하고 이정표나 지자체의 표지 따위는 없다. 고로 인적이 있는 곳이 등산로이기는 하지만, 그 또한 비바람에 쓰러진 고목이 막고 있어, 그걸 우회하거나, 아예 다른 길을 만들며 진행한 인적이 수없이 많다. 해서 선두 조의 한 명이 따라가고 있는 앞선 산꾼의 트랙과 현재 등산로가 부합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고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등산 앱의 지도로, 그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 길을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고로 어쩔 수 없이 수시로 지도를 확인했다. 와중에 통신 불량 지역도 많아, 산길샘은 미리 지도를 내려 받기 위해 수시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노력까지 해야 했다. 그래봐야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는 등산로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올라, 10시 40분 봉우리 둘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도착해, 지금 가고 있는 직선 능선 끝의 봉우리와 거기서 좌회전하면 바로 나타나는 봉우리 중 도대체 어느 게 재안산인지 지도로 확인했다. 높이는 두 번째가 높아 보이나, 지도상으로는 첫 번째 봉이다.
재안산의 위치를 확인한 후 멀지 않은 정상으로 향해, 10시 44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거로 보이는 헬기장을 지났다. 그리고 헬기장 끝에서 보니,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해, 남은 거리를 예측하기 위해 지도를 봤다. 아직 정상까지는 200m 이상 남아, 산행 초반 급경사에 낙엽이 쌓여 죽죽 미끄러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배낭에서 꺼낸 한 짝밖에 없는 등산지팡이를 사용하면 정상으로 향하다가,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정상까지 대략 100m 내외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열심히 올라갔으나 정상이 아니라, 급경사를 오르는 동안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는 동안, 나를 추월한 일행이 휴식하는 곳에 도착해, 촬영을 중단했다. 그들이 쉰다고 나도 쉬는 인간이 아니라, 그들을 추월해 위로 가다,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쁜 숨을 내쉬며 올라, 10시 53분 '새마포산악회'에서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단 '재안산 해발 1040M' 명패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선두 조 둘과 역시 나를 추월했던 두 명의 산꾼 등 총 네 명이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거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정상 나뭇가지에 매달린 명패에 의하면 재안산의 높이는 1,040m고, 등산 앱의 지도에 의하면 1,060m다. 그런데 정상을 오르며 본 바에 의하면 정상이 생각보다 넓은 평지인 이유는 규모가 큰 콘크리트 참호의 지붕이라 그렇다. 말인즉 참호 이전 재안산의 높이를 알 수는 없지만, 참호 덕분에 실제보다 더 높아졌다. 어쨌든 먼저 도착한 서두 조의 도움으로 명패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능선을 따라 좌회전 다음 봉인 적설봉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는 동안, 앞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있는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적설봉의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런데, 여기가 확실히 군사지역이라는 걸 실감하는 게, 적설봉까지 참호로 이어져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등산로 또한 인적이 아니라, 군사 목적으로 닦은 거의 임도 수준이 도로다. 그런데, 그 도로에 잡목이 무성해 진행이 쉽지 않다. 심지어 참호까지 잡목이 차지하고 있고, 경사가 급한 곳은 참호가 무너진 곳도 있다. 이걸 보면 정황상, 지금은 군사지역에서 해제된 게 아닐까? 그리고 지도로 정상이 멀지 않은 지점을 확인하고, - 트랭글이나 램블러라면 음성으로 알려주나, 산길샘은 그 기능이 없어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며 위로 갔다.
11시 21분 나뭇가지에 명패가 아닌, 하얀 천에 '좋은 적설봉, 1,060m'라 쓴, 급조된 리본이 달린 정상에 도착했다. 그 리본은 정상석이 없는 주요 봉우리에서 올라서면, 주변에서 넙적 돌을 주워 정상석을 만든 선두 조 산꾼의 작품이다. 그 정상 표지를 기록으로 남기기만 하고, 인증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선두 조 단체 사진을 찍자는 제안에, 그 표지를 잡고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정상이 흰색으로 칠한 블록을 바닥에 깐 헬기장이고, - 해서 북녘 산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 인솔 대장이 급조한 산행지다. - 그 한편에는 보수를 위한 건지, 헬기장을 만들고 남은 건지, 블록이 잔뜩 쌓여 있다. 그걸 보더니, 정상석 만드는 게 취미인 선두 조 산꾼이 블록 몇 장을 주워 정상석을 만들어 세웠다. 비록 블록 몇 장을 겹치기는 했지만, 과연 강한 바람에 견딜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만약 쓰러진다고 해도, 다음 산꾼이 바로 세우고 인증을 남길 거다. 수많은 산 정상의 비공식 정상석이 그렇게 세워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와중에 국립공원 요원이 가져다 버리면, 다시 주워, 장성에 세우고 인증을 남기는 게 한국의 산꾼이다.
정상석도 만들어 세우고, 예정에 없던 단체 인증도 남긴 후 좌회전해 해산령 갈림길을 행해, 역시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보이는 참호 옆 군사로를 따라 잡목을 헤치며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던 선두 조 중 한 명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큰 소리로 외친다. 응? 맞게 가는 중인데?! 하지만, 지도에 의지하는 나보단 앞선 산꾼의 트랙이 더 정확할 수 있어, 왼쪽으로 보이는 평지를 향해 좌회전해 내려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오히려 뒤에서 따라오던 선두 조와 일행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가고 있어,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진행 방향 오른쪽에 등산로다. 즉, 처음 내가 갔던 곳이 맞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 올라갈 수는 없어, 우하(右下) 대각선으로 내려가, 애초 가던 등산로에 다시 합류했다. 그런데, 다른 산꾼의 트랙에 의지해 가는 뒤 팀은 계속 오른쪽으로 간다. 물론 과거 기록이 그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해서 그 방향에 또 다른 능선이 있을 수도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낭떠러지라, 목청껏 여기가 길이라고 외치며, 잘 보일 수 있도록 양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2분~3분 동안 외치고 손을 흔들고서야, 일행이 제대로 된 길을 찾아 내려오는 걸 보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역시 군사로를 따라 해산령 갈림길로 가며 보니, 군사지역에서 해제되었다는 내 추측이 맞는지 윤형 철조망은 제 역할을 못 한 지 오래되어 보이고, 경고문은 사라지고 그걸 품고 있던 철골만 남았다.
뒤에서 일행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수시로 고개를 돌려 확인하며, 해산령 갈림길로 향하다, 등산로 위에서, 앞서간 일행의 흔적을 찾았다. 산행 시작을 같이한 여성 산꾼, 그리고 조금 뒤에서 출발해 나를 추월한 노년의 여성 산꾼 둘이 내 앞에 있다. 물론 재안산에 오르지 않고 바로 해산령에서 해산을 향해 오른 B 팀은 해산령 갈림길을 지나 합류라 제외다. 그럼, 두 여성 산꾼의 인적이 있어야 해, 바닥을 자세히 살피며 갔는데, ‘이거다!’ 할만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인적이 없는 게 아니라, 오늘 생긴 건지 확신이 안 드는 것들뿐이다. 결국 인적 찾는 걸 포기하고 해산령 갈림길이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갈림길을 찾으며 갔는데, 역시 그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특별히 등고선 사이가 긴 완만한 코스가 있는 게 아니라, 다 비슷한 간격이라, 모두 제멋대로 해산령에서 올라오고, 해산령으로 내려간 듯했다. 어쨌든 정황상 해산령 갈림길을 지난 후, 앞에 보이는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데, 나를 추월한 선두 조는 급경사를 직진하지만, 아무리 봐도 길은 앞에 보이는 정상을 좌로 돌아 올라가, 그렇게 갔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앞에 봉우리 몇 개가 보인다.
그중 하나가 해산이 아닐지 생각하며 가는데, 길목 바위에 무언가를 누르고 있는 돌이 있어 뭘 고정하고 있는지 다가가 확인했다. 10시 36분 통과한 B 팀이 남긴 방향 지시다. 그리고 그 아래는 우리보다 몇 개월 앞서 산행했던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의 방향 지시다. 아래나 위나 산꾼을 위해 그걸 깐 두 사람 다 익히 아는 사이고, 그 둘 또한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그리고 아래의 방향 지시는 재안산에서 적설봉으로 향할 때도 주요 갈림길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방향 지시의 상태로 봐서는 그 팀과 우리 사이에 이 코스를 달린 다른 산꾼은 없는 듯했다. 어쨌든 현재 시각 12시 2분, 평소 같이 다녔던 B 코스 팀과 선두 조의 속도가 비슷하니, 재안산을 거쳐 해산으로 가는 코스는 최소 1시간 24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정표가 없어, 공식 거리는 알 수 없으나, 등산 앱의 기록으로 추측건대, 재안산을 거치는 게 대략 3km보다 조금 더 긴 듯하다. 그 방향 지시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해 앞에 있는 봉우리를 향해 급경사를 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땅에 처박고 가는데, 북서사면 음영 지역에 마치 눈 뭉치, 아니 나뭇가지가 아니라, 땅에 핀 상고대처럼 보이는 게 있어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보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조각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다. 최근, 이 지역에 눈이 내리지 않았으니, 영하의 기온에 서리나, 수증기가 얼어붙은 걸 거다. 그게 상고대인데?! 문제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땅에서 솟아 났다는 거! 그 흰 것의 정체는 산행 후 전문가에게 문의하기로 하고, 계속 길을 재촉하는데, 북서쪽으로 운무에 갇힌 봉우리가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에는 그 높이로 봐서 화악산이라 생각했는데, 위치상 화악산은 북서가 아니라 남동쪽이다. 고로 저건 이름을 알 수 없는 북녘의 산? 당연히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를 향해 오르며 역시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북녘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이미 12시가 넘은 점심시간이라, 배를 채우고 가야 할 거 같아 적당한 식당을 찾으며 가, 12시 25분 등산로에서 벗어난, 햇볕은 잘 드나, 그래서 바람도 잘 통과하는, 따뜻한지 추운지 모호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와중에 초면의 산꾼이 선두에서 길을 안내해 줘 고맙다며 나눠주는 과일 몇 조각도 받아먹었다.
점심을 먹는데, 그동안 흘린 땀이 식으며 오한이 나, 통제 요원이 발견하기 전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낙엽 쌓인 급경사를 정신없이 오르느라 끊임없이 흐르는 땀 덕분에, 중간에 잠깐 멈춰 배낭에 넣었던, 넥워머와 바람막이를 꺼내 다시 입었다. 그리고 그건 식당에서 하산주를 마시는 동안 잠깐 벗고, 다시 입은 후 집에까지 그대로 갔다.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다. 대략 10분 동안, 휴식을 겸해 점심시간을 가진 후 다시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갔다. 그런데, 정상이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3분을 넘게 올라갔으나, 막상 도착해 보니 정상이 아니라, 촬영을 중단했다. 이 상황에는 음성으로 고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램블러나, 트랭글이 필요하나, 두 앱은 기본 중의 기본인 트랙 기록에 오류가 심해, 현재 사용 중인 앱의 지도로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12시 56분 현재, GPS 기준, 해발 1,170m인 현 위치에서 해산까지의 거리는 100m가 조금 넘는 듯하다.
지도를 확인한 위치에서 시간으로는 2분 정도, 거리로는 50m가량 더 오른 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해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선두 조는 역시 급경사로 직진이다. 분명 길은 완만한 경사의 오른쪽 능선으로 우회하고 있다. 해서 선두를 버리고, 오른쪽 우회로를 따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2시 45분 정상목이 있는 해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1,170m의 해산은 암봉이라, 전망대다. 왼쪽은 구름에 싸인 북녘이고 오른쪽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파로호라, 먼저 그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선두 조의 도움을 받아 인증을 남겼다. 이후 나뭇가지에 매달린 지 오래된 합판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선두 조가 해산으로 오른 길이 아니라, 내가 오른 길로 후미를 인도하는 방향 지시를 바닥에 깔고, 해산을 떠났다. 그런데, 선두 조 선배의 과거 산행 기억에 의하면 해산 다음에 다닥다닥 붙어 1봉부터 6봉까지 있다는 거다. 해서, 해산을 떠나자마자 그 선배와 내가 번갈아 가며 도저히 뚫고 갈 수 없을 거 같은 잡목을 뚫고, 봉우리 몇 개에 올랐으나, 선배가 기억하는 어떠한 정상 표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해서 군에서 폐기한 거로 생각하고, 생고생하며 정상에 오르는 바보짓은 더 이상 하지 않고, 그저 앞만 보며 갔다.
와중에 앞서가던 선배가 의지하던 트랙 기록이 다시 경로를 벗어났다고, 삑삑거리는 바람에 내가 앞장서서 지도를 주시하며 가는데, 멀지 않은 곳에 '일산'이다. 응? 해산의 한자 표기가 일산(日山)인데, 그럼, 여기는 해산도 있고 일산도 있는 거야? 그런데, 높이는 해발 1,040m로, 1,170m인 해산보다는 130m가량 낮다. 해서 이건 또 뭔지 궁금해하면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에 올랐으나, 어떠한 표지도 없어, 사기당했다고 생각하며 촬영을 중지했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던 선두 조 선배가 혹시 뭐가 있을 수도 있다면, 앞장서 정상에서 내려가 10여 미터를 가더니 유레카를 외친다. 정상석 아니, 철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다. 해서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해산 6봉’이라 세로로 쓴 양철 비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 아래에는 '곡산'이라는 산꾼이 '해산(주봉, 日山), 1100m, 배낭주인·곡산'이라 쓴 양철판 명패를 기대놓았다. 어쨌든 6봉 정상에 올랐다. 해서 먼저 명패를 들고 정상 표지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긴 후 왼쪽 아래 파로호를 다시 파노라마로 남겼다. 이후 다른 산꾼의 도움으로 선두 조 단체 인증도 남겼다.
그렇게 해산 주봉이라는 6봉에서 할 일을 다한 후, 정상을 떠나, 길목의 작은 바위를 지나,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에 오르자, 오른쪽 끝에 무언가 서 있는 게 보여 가 봤다. 해산 6봉 표지와 같은 재질에 '해산 4봉'이라 쓴 정상 표지다. 그럼, 조금 전에 지나친 작은 바위가 5봉일 확률이 높다. 참고로, 산행 후 일행에게 혹시 5봉 정상 표지를 봤는지 물었지만, 다들 못 봤다고 하는 거로 봐서, 바위에 설치한 거라, 강풍에 낭떠러지로 떨어진 게 아닐까? 어쨌든 4봉 정상 표지를 기록으로 남긴 후 뒤따라오는 일행에게 여기가 4봉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다시 길을 재촉해 역시 같은 재질과 규격에 ‘해산 3봉’이라 쓴 정상 표지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선배가 기억하는 게 맞다. 물론 약간 오류가 있기는 하나, 6봉부터 3봉까지 다닥다닥 붙은 봉우리다. 고로 2봉, 1봉도 길목의 가까운 봉우리일 확률이 높아, 3봉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파로호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긴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바로 앞에 있는 봉으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앞의 세 정상 표지와 같은 규격과 재질에 '해산 2봉'이라 쓴 정상 표지가 있다.
그럼, 다음 봉우리가 1봉이라, 역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는데, 앞의 다른 봉과는 달리 그 방향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일행이 아닌 다른 산꾼일 확률은 지극히 낮고, 남성의 인기척이라, 앞서 달려간 두 여성 산꾼도 아니니, B 팀의 남성 산꾼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역시 같은 재질과 규격에, 한 면에는 '해산 주봉', 그 옆면에는 '해발 1,100m'라 쓴 1봉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인기척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B 팀 남성 산꾼으로 과거 몇 번 안내산악회로 같이 산행했으나, 올해 7월 포천 지장계곡 산행 때 정식으로 인사한 이 안내산악회 초창기 인솔 대장이다. 이제는 무릎이 좋지 않아, 가끔 산행에 참여하는 선배 산꾼으로 지장계곡 인사 후 아주 친하게 지내는 중이다. 그 대장도 휴식을 끝내고, 짐을 꾸려 본격적인 하산을 하려다 나를 보더니,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내게 권한다. 막걸리다! 다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워 한 모금 남겼다며 권한다. 해서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받아서 병째 들이켰다. 그런데, 한 모금이 아니라, 1/3이 조금 넘는 듯했다.
해서 뒤따라온 일행에게 권했으나, 다들 거절해 내가 다 마셔야 했다. 물론 그동안 선배 대장이 안주하라고 육포가 든 비닐봉지도 준다. 해서 한 조각만 꺼내 안주로 하고 돌려주자, 나머지는 일행에게 나눠주라고 해, 한 조각씩 나눠줬다. 이후 조금 더 있다, 내려오겠다는 대장과 일행 중 한 명을 남겨두고 낙엽 쌓인 급경사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체력이 좋은 선두 조 선배 산꾼이, 이번 산행 인솔 대장이 준 정글도로 앞을 방해하는 잡목을 제거하면, 내가 뒤에서 바닥에 떨어진 가지를 주워 등산로 밖으로 집어 던지며 급경사를 내려가, 2시 25분 인솔 대장이 강조했던 밧줄이 설치된 곳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밧줄만 들은 인간이라, 별생각 없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려고, 밧줄을 맨 나무를 끼고 돌며 보니, 바닥에 B 팀이자, 목요 오지팀 산행 대장이 바닥에 깐 방향 지시가 보인다. 우리보다 앞섰으니, 당연한데 문제는 둘이다. 우회전해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곳에는 '계곡'이라, 직진 방향은 '능선'이라 쓰여 있다. 그걸 보는 순간 재안산 등산 여부로 A, B를 나눴다면, 여기서는 능선과 계곡의 선택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애초 인솔 대장이 공지한 산행 계획의 코스는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거다. 물론 지도도! 해서 그 하산 코스를 산경표에서 찾아봤으나, 없어, 내가 직접 그린 게 산행기 초반의 산경표 코스 지도다. 그럼, 당연히 처음 계획대로 능선을 따라가야 하는데, 선두 조 두 선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게 아무런 미련 없이 밧줄을 잡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나야 애당초 특별한 목적이 있는 산행이 아니면, 능선 산행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라 잠깐 고민해 보고 우회전해 밧줄을 잡고 계곡으로 향했다. 그렇게 내려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좀 전의 갈림길이 문제가 될 듯했다. 어쨌든 해산 주봉을 떠날 때와 같이 정글도를 든 선배가 앞에서 잡목의 가지를 제거하면, 뒤따라가는 내가 그걸 길 밖으로 던지며 가다가, 무언가 이상해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둘 다 지금 가고 있는 계곡 방향이 정규 등산로다. 그리고 산경표에 없어, 직접 그려야 했던 능선 코스는 정규 등산로가 아니다. 같은 재질과 규격의 여섯 정상 표지라면 산꾼이 만들어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 지자체에서 만들어 세운 거고, 지금 우리가 잡고 내려가는 밧줄도 마찬가지다. 고로 정규, 비정규 등산로도 성립한다.
와중에 앞서가던 정글도 선배가 능선을 따라 계속 가는데, 바닥의 낙엽 속에 종이 조각이 보여, 일단 선배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그 종이를 확인하니, 우회전하라는 산행 대장의 방향 지시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구멍이 뚫린 방향 지시가 바닥에서 뒹굴고 있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머리를 맞대고 추리해 봤다. 먼저 바닥에 우회전하라는 방향 지시를 깔았으나, 주변의 낙엽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오른쪽 나뭇가지에 또 다른 방향 지시를 꽂았다. 그런데, 바닥의 방향 지시는 예상대로 낙엽에 파묻혔고, 와중에 나뭇가지에 꽂은 방향 지시마저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진 거라는 게 우리 넷의 결론이다. 그럼, 후미를 위해 같은 방식으로 방향 지시를 놓아봐야 의미가 없어, 갈림길 일정 부분의 낙엽을 치운 후 방향 지시 두 장을 나란히 바닥에 깔았다. 이후 밧줄을 잡고 다시 내려가는데, 워낙 급경사고 낙엽이 미끄러워 여러 번 뒤로 넘어졌다. 와중에 한 번은 엉덩이가 떨어진 곳이 돌 위라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엉덩이가 얼얼하다. 그나마 다행은 그 돌이 모나지 않고 평평했다는 거!
급경사에 쌓인 낙엽 덕에 거의 뛰다시피 계곡으로 향해, 3시 8분 계곡의 너덜 지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길을 찾는데, 앞에 심상치 않아 보이는 정상에 깨진 옹기가 놓인 돌탑이 있고, 그 옆에는 안내문으로 보이는 게 서 있어, 뭔지 확인하러 갔다. 예상대로 호식총이다. 여기라면 당연히 그랬을 듯하다. 산이 높고 험한 와중에 휴전선과 가까워 감히 산림조합도 어쩌지 못하는 산지라, 오지를 좋아하는 나도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로 힘든 오지다. 아마,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남도의 산이라면 이 정도 오지는 아닐 거다.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발목을 잡는 덩굴을 헤치고 계곡 옆으로 난 과거 임도 아니, 군사로를 따라 날머리로 향해, 3시 23분 고객용으로 만들었으나, 고객이 찾지 않아, 폐허가 된 너와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사유지 경고문을 지나, 어는 순간 포장도로로 바뀐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물론 계곡 아니 개천 옆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날머리에 도착하기 전 씻기 위해 적당한 소가 있는지 주시하며 갔다. 그런데, 몇 가구와 밭을 지나자, 감히 물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개천이 더럽다! 해서 개천에서 씻는 건 포기하고, 뒤로 보이는 해산의 전경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 3시 44분 빨간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동촌1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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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1시 16분 전 날머리인 동촌1리 경로당에, B 코스 산꾼과 평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A 코스 산꾼 다음으로 우리 선두 조가 도착했다. 그리고 낙엽 쌓인 급경사를 내려오는 동안, 미끄러져 여러 번 엉덩방아를 찧어, 뒤가 엉망이 된 걸 모르고 버스에 타려다, B 코스를 달린 산행 대장이 붙잡아 에어건을 이용해 먼지를 털어줘다. 이후 버스에 타, 올 때와 같이 배낭을 벗어 앞 의자 밑에 밀어 넣고, 등산화와 비닐봉지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이후 다시 버스에 타 등산화와 양말이 든 비닐봉지를 역시 내 의자 아래에 넣고, 차에서 내려, 씻을 만한 곳을 알아봤는데, 없다! 경로당 야외에 수도가 있기는 하나,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사용을 못 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따라 내려온 계곡은 마을 지나며 생활하수가 섞여 씻기에는 부담스러운 오염된 물이라, 계곡으로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 당연히 그 물이 파로호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물로 산천어를 키우고 겨울이면 산천어 축제도 한다. 어쨌든 선두 조 중 산꾼 한 명은 사무장 욕하며 위로 갔고, 다른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씻는 걸 포기하고,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라졌던 선두 조 중 한 명이 어디선가 씻고 나타나, 어디서 씻었는지 물었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개천이 두 개로, 우리가 따라 내려온 계곡 말고, 반대편에도 계곡이 있고, 거기는 그나마 물이 깨끗해 씻고 왔다는 말을 듣고 수건을 들고, 그 계곡을 갔다. 그 몰 또한 생활하수로 약간 오염되기는 했으나, 씻을 만은 했다. 그렇다고 세수하기에는 부담스러워 발만 깨끗이 씻은 후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때 위로 올라갔던 다른 선두 조 산꾼도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가 우릴 보더니 왜 전화를 안 받냐고 뭐라고 한다. 위 교회에서 씻을 수 있어, 교회로 오라고 전화했는데, 우리가 안 받은 거다. 사실은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내려, 전화가 왔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미 씻었으니, 상황 종료다. 이번 산행 코스가 쉽지 않은 걸 고려했을 때, 낙오자가 있을 거로 생각하며,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대장을 따라, 걱정했던 초면의 산꾼들은 도착했으나, 목요 오지팀의 노련한 산꾼 둘이 결국 낙오했다. 대장에게 10분 정도 걸리니, 그 동아만 기다려 달라고 전화했고, 대장은 나머지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다. 물론 10분 후면 무조건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낙오한 이유가 계곡 갈림길에서 능선을 택했고, 와중에 알바까지 했다고.
그 알바가 거의 도착해서라, 예정대로 능선을 타고 왔으면, 버스 옆 계곡으로 내려와야 하나, 알바 덕분에 버스에서 한참 아래 도로로 내려왔다. 다행히 기사 백미러로 뒤에서 뛰어오는 두 명을 보고, 후진으로 그들을 향해 달려, 그 둘을 태우고 화천읍 내에 있는 하산주 식당으로 향했다. 애초 인솔 대장이 들머리로 향하는 중 예약을 받은 식당은 통화를 못 해, 산행 시작 전 기사에게 식당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기사가 처음과 비슷한 메뉴의 식당을 찾아 예약한 거다. 그 식당에 5시 40분경 도착해 이미 세팅이 끝난 테이블에 네 명씩 자리를 잡고 앉아, 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을 겸해 하산주를 마셨다. 선두 조와 주당은 식탁 두 개를 차지하고 부어라 마셔라 해,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그리고 6시 40분 식당에서 나와 서울로 향해, 7시 30분경 가평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했다. 이후 다시 달려, 먼저 복정역에서 인솔 대장이 2차를 산다고 해 많은 수의 승객이 내렸으나, 나와 주당 몇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8시 37분 양재역에 도착해, 짐을 들고 버스에 내려, 열차로, 집으로 향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그런데, 집에서 짐을 정리하며 보니, 등산 양말이 없다. 서둘러 배낭에 넣는 중, 실수로 버스 바닥에 떨어트린 듯하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해산령 → 헬기장 → 재안산 → 적설봉 → 해산령 갈림길 → 해산 → 6, 5, 4, 3, 2, 1봉(주봉) → 계곡 갈림길 → 계곡 코스 → 동촌1리 경로당'의 17.99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49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25분, 휴식 24분!
천고지에 휴전선과 가까운 산이라는 소개에, 따라나선 산행으로 기대보다 훨씬 재밌고 조망도 좋았다. 하지만, 한 번으로 족하지 두 번씩 갈 산행은 아니다. 물론 워낙 변덕이 심한 인간이라, 생각이 바뀌어 다른 코스로 다시 달릴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번 산행 중 나를 추월한 두 여성 산꾼 중, 젊은 산꾼은 재안산을 뺀 B 팀과 합류해, 계곡으로 내려와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고, 노년의 산꾼은 능선으로 달려, 우리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이 두 여성 산꾼의 도착 시간을 비교해 보면, 계곡 코스와 능선 코스의 소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데, 능선이 계곡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더 걸렸다. 와중에 주요 지점에 달린 '맑음'이라는 노란 리본이 노년의 여성 산꾼 작품이라는 건 산행이 끝나고 알았다.
지금도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재안산이야 군사지역이라 애당초 등산객이 출입할 수 없는 산이나, 해산은 1봉부터 6봉까지 정상 표지만 봐도 산이 개방된 초창기에는 지자체에서 관리도 했던 거 같은데, 왜 그걸 중단했을까? 관리만 제대로 하면 조망이 좋아 많은 등산객이 찾을 듯한데?!
산행 후 인솔 대장이 안내산악회 '여행/산행(국내/해외) 사진' 게시판에 올린 '화천 재안산~해산' 앨범을 보면, 5봉 정상 표지도 있다. 고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거지 없어진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