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
감천문화마을을 보며 해운대 도시재생을 고민하다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대 6.25 피난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였지만 문화예술을 가미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지금은 연간 185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명소가 되었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의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동해선을 타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로 환승해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했다. 평평하고 넓은 해운대 길을 다니다가 폭도 좁고 경사가 심한 도로를 버스로 오르자니 약간 불안했다. 문득 이곳에 눈이 오면 길이 얼어 차량이 통행하기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통학이나 출퇴근하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따라 날씨가 포근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았다. 다양한 카페들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옛날 교복과 한복을 빌려 주는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재작년에도 왔기에 대충 지리를 알 것 같았는데, 아직도 모르는 곳이 더 많았다.
감천문화마을은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 아닌가 한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에 다양한 색깔을 입혀 놓아 옥상에 내건 빨래들조차 미술작품들처럼 서로 소통하는 것 같았다. 낡고 오래된 도시지역을 이렇게 감성이 풍부한 곳으로 바꾸어 놓다니. 문득 어릴 적 내가 살던 고향 마산 마을이 생각났다. 그곳 사촌형님 집도 골목길이라서 명절 때면 세배 다닌다고 힘들었다. 이제는 친척 어르신들도 다 돌아가셔서 우리집 골목에도 어릴 때는 4가구 20여 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3가구 5명밖에 살지 않는 삭막한 곳이 되었다.
감천문화마을을 보면 무조건 재개발하여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생활이 어려운 기존 주민들과 세입자들은 비싼 아파트 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는 활기를 띠고 주민들의 경제수준은 높아질지 몰라도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지역 생태계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해운대에도 높고 세련된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주거지역이 많이 있다. 그 중 많은 곳이 재개발되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심 구석구석에 노후한 주거지역이 많이 남아 있다. 또한 기존의 아파트들은 점점 노후화되어 가고 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좌동도 초창기에 인구가 12만이었다가 지금은 10만이 채 안 된다.
주민들이 행복한 도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오늘 찾아본 감천문화마을이 무조건 대안일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층 아파트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해운대의 수려한 관광자원과 세련된 도심을 잘 살리면서, 노후한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각 지역에 맞는 특색있는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한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