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속에 생강나무 빈터

[홍사]

귀속에 생강나무 빈터

                                      아홍사

여태 들리지 않았던 옛날 트로트 가끔 달팽이관을 비집고 들어앉았다 이젠 귀가 순해졌다는 아내의 지적 잎이 푸르던 날 내 귓불은 까칠했지 내 고막은 껄끄러운 물고기 비늘 거슬러 쓰다듬는 손길을 물어댔던 귀

순해진 귀

고막 속 평수가 불어났다 허허로운 고막 안 씨방이 터지며 뿌리내린 생강나무 무성한 가지에 내가 모르는 사이 둥지를 튼 되새 고막 속 깃털 둥지에서 부화한 새끼들 자려고 누우면 노란 부리로 쪼아대며 조잘대는 노란 부리의 잔소리 내 고막에서 튼실하게 늘어지는 소리의 허벅지 허드레 이명은 아니었고 고막 속에 소복한 깃털의 보드라운 질문에 자면서 늘 대답을 웅얼거렸지 수시로 들리는 새소리에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면서도 찾지 않은 이비인후과 병원에 걸음을 던지면 깃털을 빼내고 고막 속 새 둥지를 비정하게 헐어버릴 불길한 예감 이젠 틈만 나면 달팽이관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귀 밖에서 서걱대는 갈대 아무래도 생강나무 빈터에 갈대밭이 생긴 모양 나이는 항상 귀로 먹는다는 말씀 또 귀를 후볐는데

귀는

비로소 모시 두루마기를 입고 중절모를 지긋하게 쓰고 생강나무 빈터를 서성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