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님의 원본메세지]=====================
나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남편과함께 제조업을하며 딸아이를 하나 둔 길은정과 같은 나이의 평범한 주부이다.
가끔 시간이 날때면 인터넷도 하며, 이웃들과 차한잔씩을 나누며 세상이야기를 하는 것이 낙이라면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하도 길은정 얘기를 하길래 도대체 어떤 사안이길래 남의 일에 아줌마들이 저렇게 의견들이 분분할까 궁금하여 길은정 일기도 읽어보고, 불교방송 홈피에 들어와 여러 의견들을 관심있게 정독해보고 (더러는 안읽은 것만 못한 상스런 쓰레기같은 것도 많았지만...) 한 결과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아니 솔직하게 말해 알면서도 부정했던 내 자신을 되돌아 볼수 있었던 것에 늦었지만 큰 감사를 드린다. 나도 그랬다. 길은정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었다. 시댁의 시누이들이나 형님들이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한다든지, 요구를 하면
무시해버리기 일쑤고 약이 될만한 쓴소리들을 아예 귀를 틀어막고 들을려고를 하지 않았다.
친정 식구들이 가끔 모이는 자리에서도, 항상 오빠들 때문에 내가 대학도 못가고 (마치 희생양인양) 나 결혼할때 부모님이 제대로 해준게 무어냐는등의 불만을 품기 일쑤였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여,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하며 대들고 왜 나만 들볶지 못해 야단들일까? 하며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아파 들어누운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이가 성적이 나빠도 '머리나쁜 남편탓' 어머님이 서운한 말씀만 하셔도'어머님은 내가 딸이라도 저러실까' 올케언니가 자기 친정어머니께 조금만 잘해도 '그정성 시아버지께 반만이라도 하지' 이렇듯 매사가 온통 남의탓 나는 '순한 양' 그 자체인데 주변에서 나를 점점 더
'악하고 교활한 여우'로 만들어 간다는 피해의식 속에서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 왔었다.
반면 누구든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면 그 사람이 또다른 나인양 착각하고,' 세상은 왜이리 정의롭지 못하고 혼탁하기만 할까?'하면서 자조의 한숨을 내쉬며 나이 사십이 넘게 살아 왔다.
그런데 이 게시판을 들여다 보면서, 안개, 언론사랑, 현빈,눈사람등등의 셀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따끔한 충고와 질책의 글들을 접하면서 그동안 나 자신안에만 갇혀서, 주변의 것들에 무심하고 너무나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며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던 내 자신에 분노를 느끼며 나도 길은정과 다름이 없는 그저 그런 동물인것을 왜 그리 아둔하고 근시안적인 삶에만 집착을 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와 때늦은 반성을 해 보았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점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나 실수도 자신의 교훈으로
삼을줄 아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리라. 이것을 '타산지석'이라 했던가.
길은정씨는 말을 참 잘한다. 아니 '자가당착'에 빠져서 아직 자신의 말대로 아직'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많은 '미성숙'한 사람들을 너무 혼란에 빠트리고
아프지만 약이되고 깨우침을 주는 '귀한 조언'을 아직도 식별해내고 있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사리 '록시'로 찾아가서 웃으며 위로의 몇마디, 격려의 몇마디 해주는 것은 참으로 쉽다. 그러나 문제는 그럴싸한 사탕발림으로 착한사람 되는것보다 비록 그녀의 말처럼 '악의무리'가 될지언정 문제의 핵심을 일깨우고, 옳고 그른것을 판단할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길은정은 감사할줄 알아야 한다.
나는 고졸학력에, 길은정처럼 수려한 미모도 아니고, 돈도없으며, 열광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도 하나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나를 억압하고 짓누르며 힘들게 했던 모든 것들이 바로 나 자신 이었다는 것을 안이상 앞으로의 내 남은 인생은 그리 불행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해보며, 나를 일깨운 동기를 부여한 길은정씨에게 감사드리며, 많은 교훈을 얻었음을
또한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