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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편
"미소씨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그런 것 같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저야 잘 지내죠.. 근데 둘이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아..."
미소의 표정이 굳어지자 살짝 은련을 쳐다본다.
눈이 마주친 은련은 금방 눈을 딴 곳으로 돌려버린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쌀쌀맞은 은련을 보자 미소 역시 살짝 뾰루퉁해졌다,
중간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호영은 그저 사랑에 대해 초보자 두 명 사이에서 난감해졌다.
[똷똶똶!!! 전화 왔어여!!!! 얼렁 츠어받으세역역역!!!!]
그 때 호영의 과격한 핸드폰이 울리자 얼굴이 화색이 돌며 잠시 자리를 비운다.
멀어지는 호영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는 큰일났다라는 표정으로 은련을 살짝 본다.
"뭘 봐."
"!!! 아니야!!!"
"왜 자구 힐끔힐끔 보는거냐. 기분 나쁘게."
자신이 가만히 있자 자꾸 성질을 돋구는 은련이 어느 정도로 짜증나는 미소는 거의 한계점에 다 왔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 쪽은 딸기우유나 맛있게 처.먹.으.세.요."
많이 화났는지 무표정으로 은련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쿵쾅쿵쾅 걸어가는 미소.
이런 미소를 보며 은련 역시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모른다.
"뭐 때문에 기분이 이런거지?..."
"어? 미소 씨 갔어?"
"야, 언제부터 이미소가 미소 씨 였냐?"
"흠... 저기 주은련, 니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아닌 것 같아."
통화를 마친 호영은 잔뜩 뾰로퉁한 은련을 보며 미소의 행방을 묻는다.
하지만 쉽게 알려주지 않는 은련.
호영은 한숨을 쉬며 자신을 질투하는 은련을 보며 핸드폰 하나를 보여준다.
그러고서는 몇 번 만지작 거리자 은련에게 보여준다.
"야, 주은련. 그럼 언제부터 미소 씨가 너의 '달링♡' 이 된거냐? 웃기다. 생퀴야."
"저기... 호영아...? 그거는 오해!!!!! 오해라고!!!!"
호영은 옆에 있는 나이프를 살며시 들으며 은련에게 다가간다.
깜짝 놀라는 은련은 오랜만에 돌변한 호영으로부터 멀리 달아난다.
호영은 한숨을 쉬며 은련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에휴... 도대체 너는 언제 철들꺼냐? 이 미친놈... 미소 씨가 불쌍하다!"
"아씨, 이미소 어디 간거야? 미치겠네!!!"
미소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 은련은 차 자체가 사라지자 어쩔 수 없이 걸어서 호텔로 간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차까지 가지고 은련을 버리고 가는 모양이니.
"이거 줄리아가 알면 바로 당장 잘릴텐데 겁대가리 없이... 어?"
오랜만에 걸으면서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는 은련의 눈에 띄는 가게 하나.
[아름다운 발]
여성 전문 구두 가게였다.
진열장 맨 앞에서 반짝거리는 은색빛 구두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가격도 딱히 비싸지 않고 가죽도 좋아보인다.
"와, 남자인 내가 봐도 이쁘다. 음... 헤헤헤"
곧바로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은련, 아마 미소에게 깜짝 선물을 해 줄 것 같다.
사과도 할겸...
"어서오세요~"
"저기 저 은색 구두 좀 주세요."
"아, 여자 친구분에게 선물 하시게요? 안목이 좋으시네요~ 요즘 유행하는 구두예요~"
직원은 잠시 창고에 들어갔다 다시 돌아온다.
"손님, 죄송하지만 여자분 발 사이즈 좀 알 수 있을까요?"
"아, 발 사이즈요?"
난감한 은련, 여태까지 여자 구두를 사 본 적도 없고 미소의 구두를 자세히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전화해서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난감하다.
하는 수 없이 은련은 작업용 미소와 함께 점원에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쪽분 발 사이즈 좀 보면 안될까요?"
"네? 아... 그럼요~////"
잘생긴 손님이 발 사이즈를 본다는 것이 좋았는지 금새 볼이 빨개지는 점원.
은련은 어쩔 수 없이 점원의 발을 재본다.
언젠가 미소에게 발 마사지를 해줄 때 대충 감은 알기 때문이다.
"음, 발이 비슷한 것 같네요. 그 쪽분 사이즈에 맞게 주세요."
"아... 네! 잠시만요!"
후다닥 창고를 들어가는 점원.
그런 점원의 모습을 보며 은련은 한숨을 쉰다.
"에휴... 어쩜 구두 사는 것까지 힘드냐. 진짜 이미소 가지가지 힘들게 하네."
씁쓸한 표정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구두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은련.
그리고 함께 떠오르는 어렸을 적의 장면 하나하나.
[은련아!! 이거 너무 이쁘다~]
[이쁘긴 뭐가 이뻐, 빨리 와. 얘들 기다리겠다.]
[어?... 그래~ 에이~ 저 구두 이뻤는데.... 얼른 가자~]
그 날 역시 흑발의 그녀와 구두 가게를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커플 동창회를 가고 있었다.
찰랑이는 흑발을 가진 그녀와 함께....
"손님~ 한 번 보시고 결정해주...? 손님?!"
"...아? 네! 이게 저 구두인가요?"
"똑같은 상품입니다."
"그럼 이걸로 주세요. 포장도 같이 해주세요."
"네~ 삼십이만원 되겠습니다."
"여기요."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끝까지 과하도록 친절한 점원을 보며 한 번 더 웃어주는 은련.
왼쪽 손에 든 구두를 보며 뿌듯해한다.
'그 날도 내가 이렇게 했다면 울지 않았겠지...'
최근 들어 그녀와 비슷한 미소를 보며 과거 회상이 떠오르는 은련.
지금은 너무나도 다르게 변해버린 그녀를 보며 치를 떨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아직은 정이 남아있나 보다.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그 때 은련의 핸드폰이 울리며 화면에 [달링♡] 이라고 떴다.
"풋, 뭐야. 사람 마음 들뜨게 하고... 밀당 고수인가?"
먼저 전화를 한 미소를 보며 은련은 또 다시 한 번 빙그레 웃으며 전화를 받는다.
"달링~ 내가 보고 싶었구나~"
[아 미친. 배 고프니까 빨리 오라는거 였어.]
"에이~ 쑥스러워 하지 말고~ 좀 만 기다려~ 이 남편이 얼른 갈게요~♡"
[닥치고 얼른 오세요?]
통화 시간 20초.
시크한 미소 덕분에 정말 은련 기록 중에 가장 짧은 통화였다.
다행히 화는 풀렸나 보다.
"음~ 싱그러운 오후야~ 얼른 가야지~"
가장 짧은 통화였지만 가장 짧은 사랑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꼬마 아이처럼 방긋방긋 웃고 가는 은련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 * *
"네, 줄리아입니다."
[줄리아, 내가 부탁한 거는 어떻게 되었나요?]
"네, 사모님이 말하신 대로 연락드렸습니다. 내일 오후 3시 비행기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오후 3시라... 알았어요. 매번 줄리아가 수고가 많네요.]
"과찬이십니다."
[후후... 그럼 나머지도 줄리아한테 맡길게요. 아, 그리고 우리 미소양 좀 많이 챙겨주세요.]
"네. 최선을 다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내일 다시 전화 주세요.]
전화를 끊은 줄리아의 얼굴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기뻐해야 할지, 화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사모님께서 당신을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요."
혼잣말을 한 줄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서류들을 검사한다.
"야!!!!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아씨!! 왜 오자마자 소리 지르고 난리야!!"
"배고프니까 그러지!! 얼른 밥 차려 줘!"
"나 참... 어떻게 방금 들어온 사람한테 밥 달라고 어쩜 저렇게 뻔뻔하냐. 에휴, 착한 내가 참지..."
"거 참. 쪼잔하게 삐진 사람이 열라 툴툴대구먼~ 보기 참 좋수다?"
"비꼬지 마. 뭐 먹고 싶은데?"
"나 김치볶음밥. 맵게~"
"그래, 나도 올만에 김볶 좀 먹어야지. 나 앞치마 좀."
은련이 들어오자 마자 뚱과 함께 놀고 있던 미소는 뚱의 뒷발을 들고 물구나무 서기를 시키며 은련을 향해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지른다.
은련은 다소 불쌍해 보였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요리 할 준비를 한다.
앞치마를 끄내달라니 화려한 앞치마를 가져 온 미소.
"자! 몇 일 전에 아는 친구가 선물 해 준건데, 너한테 잘 어울리겠다."
색색의 꽃무늬와 함께 수 많은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
은련의 표정은 썩어간다.
"야, 아무리 앞치마라고 해도 이건 사치인 것 같아. 어떻게... 참.... 말이 안나온다. 이런 앞치마는 왜 받아온겨."
"그래서 지금 하기 싫다는 거야? 그럼 너 윗옷 벗고 해."
갑작스러운 미소의 돌발 발언.
윗옷을 벗고 하라니... 그럼 기름이 튀기면 바로 은련의 몸을 향해 튀겨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갑자기 혼자만의 상상으로 빠진다.
[아~ 은련씨~ 당신의 몸이... 어머! 몰라욧!!///]
[우~ 베이비~ 오늘 밤은 그대와 뜨겁게...]
"주은련! 뭐 생각 하는 거야! 빨리 앞치마 둘러!"
'아... 아쉽다!!'
"알았어. 한다 한다. 너 뚱이랑 놀고 있어. 다한면 부를게."
"알써.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맛있게! 오케이?"
"오킹. 접수 완료."
"오킹, 그럼 지금부터 실시."
이제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은련과 미소의 모습은 얼핏 봐도 알콩달콩한 부부로 보인다.
이 둘 사이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뚱이는 잊혀진 체...
두 사람은 두 사람 모두 모르게 핑크빛 오로라를 뽐내고 있었다.
* 잠시 후 *
"이미소! 얼른 와서 먹어! 이미소! 어?..."
김치 볶음밥을 다 만든 은련은 거실로 대답 없는 미소를 찾으러 갔지만 어느새 뚱과 놀기 지쳤는지 쇼파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폭탄 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깨지 않을정도로 깊게 잠든 미소.
이런 미소를 보며 은련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뚱을 바라본다.
"뚱아. 내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월!"
"덮치라고? 노노~ 그건 남자로써 하는 행동이 아니야. 쳇, 만들어 놓으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잠만 자고..."
은련은 뚱의 머리를 몇 번 만지고 난 후에 일어나 곤이 자고 있는 미소의 얼굴을 꾹- 한 번 눌러본다.
미소는 꿈으로 착각했는지 갖은 인상을 쓰며 중얼거린다.
"음... 그건 내 음식이야! 아니아니, 그 알바 내 꺼야!! 푸-..."
"정말 꿈 속에서도 살벌하게 살구나. 에휴, 저건 내가 다 먹어야겠다."
은련은 춥지 않게 살포시 담요를 덮어준 후에 뒤통수를 긁으며 부엌으로 간다.
"...아놔... 이미소 때문에 심장이 한시라도 쉬지를 않네... 미쳤나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분량이 다소 길수 있지만 긑까찌 봐주시면
당신은 센스쟁이!
앞으로 성실연재 하겠습니다!
그럼 ㄷㅏ음 편에서 뵈용!!★
첫댓글 은련이가 너무귀여워졌어요ㅋㅋ
ㅎㅎ 은련이의 성격은 백만가지 매(력)덩(어리)이입니다~
진짜 귀엽다 잘됫으면은 좋겟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덧글 너무 감사해요~
곧 잘 되겠죠?ㅎㅎㅎ
-3-다음에또이렇게 오래기다리게 하시면 나 화낼고에효!-ㅅ- ㅎㅎ
아...갑자기 오한이...ㅎㅎㅎ
죄송해요ㅠㅠ 요즘 원서 접수 때매... 오늘 겨우 신청했네요ㅠㅠ
다음에는 이런 너무나도 늦은 지각하지 않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