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스님이 출가한 문경 사불산의 묘적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蒼空兮要我以無垢)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聊無愛而無憎兮)
물 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如水如風而終我)”
고려 말의 스님인 나옹선사 (懶翁禪師)의
청산은 나를 보고(靑山兮要我) 라는 시다.
이 시를 지은 나옹스님이 출가한 절이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四佛山)에 있는 묘적암이다.
김천 직지사의 말사인 이 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에 속하는 대승사(大乘寺)의 산내암자로
창건연대는 미상이나 신라 말기에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고려 말기에 나옹(懶翁)이 출가하여 수행한 사찰인데,
나옹이 처음 이 절을 찾아왔을 때의 일화가 남아 있다.
이 절의 요연(了然)을 찾아 나옹이 중이 되기를 청하였을 때 요연이 물었다.
“여기 온 것이 무슨 물건이냐?”
나옹이 대답했다.
“말하고 듣고 하는 것이 왔습니다마는, 보려 하여도 볼 수가 없고
찾으려 하여도 찾을 수 없습니다.”
나옹은 어떻게 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었다.
요연이 말했다.
“나 자신도 알지 못하니 다른 고승을 찾아가 물어보라”
오래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 나옹이 도를 깨닫고 다시 이 절로 돌아와
회목 42그루를 심었으며, 그 뒤 나옹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절에 찾아왔다.
나옹이 출가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이 절은 조선 후기까지 불교의 한 성지(聖地)로 부각되었다.
1668년(현종 9) 성일(性日)이 중건하였고,
1900년 취원(就圓)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남아 있는 당우로는 법당과 요사채가 있으며, 두 기의 승탑이 있다.
2024년 5월 15일 사워초파일에
내가 찾아갔을 때는
작은 법당과 절 마당에서 사월 초파일 법요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큰 절이 아니면서도 정성스럽게 올리는 법요식,
아름다웠고 경건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2024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