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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조 숙 녀 조 폭 되 기 ◈
Graceful lady become gangster
Written by.땡깡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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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거래자가 바뀌었군요.”
“거래자는 똑같습니다. 저희 보스시죠. 교섭인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현권이 빙그시 웃는 얼굴로 가볍게 묻는 질문에도 그는 덩달아 예의상으로라도 살짝 웃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여전할 뿐이었다. 그냥 무표정이 아니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그게 꼭 불만에 들어찬 얼굴 같아서 현권은 불쑥 기분이 나빠지려했다. 그래서 살짝쿵 웃던 얼굴을 지우고 눈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치켜떴다.
“이유는요?”
“그게 중요한 겁니까?”
움찔. 그의 무미건조한, 그리고 뭔가 귀찮다는 뜻이 다분한 말투에 자극을 받은 현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긴 앞머리가 그걸 가려버렸기에 바라보고 있는 로봇처럼 굳은 면상 짝을 하고 있는 그는 전혀 몰랐지만.
“중요합니다. 갑작스레 아무 통보도 없이 교섭인이 바뀌었을 땐 조직 내부 안에 무슨 문제가 있을 경우가 대다수이지 않습니까? 강호파가 현재 불안정한 상태라면 거래는 못합니다. 저희 조직에도 폐를 끼치게 될 것 아닙니까?”
현권이 까칠하게 내던진 말은 일 리 있는 말이었지만, 평소에 그 답지 않게 쌀쌀맞아서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희는 양 주먹을 꽈악- 쥐었다. 대체 어쩌려는 셈이냐, 강 한준. 그래, 강 한준. 현권과 미묘하게 현재 대치를 하고 있는, 딱딱한 얼굴에 주인공은 비의 남자친구였던, 아니, 남자친구인 한준이었다. 희의 복수계획에 동참한.
“걱정 마십시오, 문제없으니까.”
한준 역시도 쌀쌀맞은 현권의 말투를 느꼈는지 사뭇 말투에 가시가 돋혔다. 지켜보고 있는 희는 왠지 모르게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었다. 교섭인으로서 나왔으면서 싸우자는 식으로 구니 당연했다.
“납득할 수 있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하시라고 드린 말씀입니다.”
싱긋 현권이 얼굴에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꽃미소를 샤방하게 띄워 올렸지만, 그마저도 한준의 눈엔 거슬렸는지 한준의 고운 이맛살에 살짝 찌푸려졌다가 펴졌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현권은 용케도 캐치했다.
“보스께선 딱히 정해두신 팔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섭인으로 가장 형님이랑 가까이 지내던 ‘김 상훈’이 교섭인으로 나왔을 뿐입니다.”
차근차근, 조목조목하게 잘도 설명한다. 그것만 봐서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고개 끄덕이면서 잘 정리 된 말에 기분 좋을 법한데, 이미 한준을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찍은 현권은 여전히 불퉁스러워 하는 얼굴로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반면에 뒤에서 한준의 말을 곱씹어가며 의미를 해석해 듣던 희는…
“이번에 보스가 본인의 바로 아래 일 할 팔을…”
한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생각에 빠져서. 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는 건…’
희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생각에 빠져있느라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홱 쳐들어선 한준을 쳐다봤다. 딱딱하기가 강철 같을 정도인 얼굴을 한 한준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한준의 어렴풋하게 변했던 목소리가 다시 또렷하게 귓구멍으로 파고들었다.
“저로 정했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강호파와 관련한 중대한 일은 제가 맡을 예정이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오른팔이란 소리잖아!’
한준의 말과 거의 동시에 생각을 마친 희는 놀라 자빠지고 빽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속으로만 연신 소리를 꽥꽥 질렀다. 잘하고 있다더니, 너무 잘하고 있던 게 아니던가. 자신은 고작 해봐야 강호파와의 거래 건에 졸졸졸 따라오는 경호원 역으로 온 게 다인데, 한준은 오른팔로, 교섭인으로 직접 이곳에 왔다. 격차가 너무 크다! 실로… 다시 한 번 한준이 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가 느껴졌다.
“강 한준이라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무미건조한 어조로 한준은 분명히 해두려는 듯 덧붙이며 현권의 물음에 대한 답을 마쳤다. 그 어조에, 딱딱한 그 얼굴에, 희는… 가슴이 무척이나 욱씬거렸다. 몇 살이더라, 스물일곱이던가. 그렇게 적게 먹은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까진 한창일 나이. 하는 일이 조폭이라지만, 충분히 이것저것을 즐길 수 있는 나이. 그런데 그는…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분명. 아니, 비를 떠올리며 다 죽어가는 목숨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었다. 복수라는 목적 하에.
“…그렇게 하죠.”
“그럼 그만 일어나도록 하죠-”
번쩍. 생각에 잠겨있던 어렴풋이 들려오던 대화가 거래가 성사 되었던, 성사 되지 않았던 간에 끝이 났다는 의미와도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게 들려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상태라 멍하던 정신을 챙겼다.
“참 뜬금없지만 나이가 몇입니까?”
본인이 한 말 그대로 참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건 현권.
“스물일곱입니다.”
미묘하게 현권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권의 참 뜬금없는 질문에 다들 그 둘에게 시선을 꽂고 있었고, 거기엔 희도 끼어져 있었다. 그리고 희는 현권의 미묘하게 굳어진 표정을 읽어냈다. 잠자코 그 이유가 무얼까, 나이를 물은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보고 있는데… 또 다시 현권의 뜬금없는 질문이 사뿐히 들려왔다.
“그럼… 키는 몇입니까?”
“잰 지가 오래 돼서… 아마 175cm정도 일겁니다. 그건 대체 왜 묻습니까?”
이제야 비로소 한준도 현권의 질문이 참 뜬금없다는 걸 느꼈는지 인상을 쓰며 쌀쌀맞은 어투로 물음을 던졌다. 불퉁스러운 그 음성에, 현권은 덩달아 불퉁스럽게 대꾸하지도, 그렇다고 얼굴을 구기지도 않았다. 그다운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키도 작은 게…….”
움찔. 누구랄 것 없었다. 참 뜬금없고 어이없는 현권의 중얼거림에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사람이 몸을 크게 움찔했다. 공통적으로 몸은 움찔했지만, 표정은 달랐다. 한준을 포함한 강호파 조직원들은 얼굴을 험상궂게 구겼고, 희를 포함한 은파 조직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게 뭔 일인가, 싶어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다만, 현권만이 당장에라도 패싸움 날 듯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어여쁜 미소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이도 어린 게…….”
움찔. 다시 한 번 같은 상황. 다만, 이번엔 강호파 조직원들과 은파 조직원들의 표정이 뒤바뀌었다. 왜냐, 윗에 말을 한 사람이 한준이니까.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어린 지 어떻게 알아?!”
현권이 잔뜩 구긴 얼굴로 참 새침도 하시지, 톡 쏘아붙였다. 그완 상반되게 한준은 여유롭기 짝이 없는 얼굴로 대꾸했다.
“내가 스물일곱이라고 했을 때, 그것보다 나이가 많았으면 그걸로 되지도 않는 꼬투리 잡았겠지. 굳이 키로 넘어가지 않고.”
일 리 있는 말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 상황인 겁니까, 대체. 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준과 현권을 번갈아 쳐다보며 눈치를 보았다. 그건 다른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섭인으로 나온, 한 조직에서 꽤나 큰 자리들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 입씨름을 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그것도 굉장히 유치한.
‘그나저나… 현권형님이 몇 살이시지?’
그러고 보니 현권의 나이가 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얼굴로 봐선 자신과 비슷하거나 해봐야 몇 차이 안 나 보이는데, 형님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냥 마냥 ‘윗사람’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이 형님이라고 부르던 것도 왠지 기분 상하지 않지.…라고 희가 생각할 쯤, 현권이 스스로 자신의 나이를 실토했다.
“스물여섯이니까 고작 한 살 차이군요?”
비아냥대듯 현권이 또 다시 새침하게 톡 쏘아붙였다. 그러나 이미 나이로선 ‘Win’을 차지한 한준은 훗, 하고 짧고 거만한 미소를 흘렸다. 것도 대꾸 없이. 그건 굉장히 현권의 자존심을 긁어놓는 일이었으므로…
“거래 안 해도 괜찮습니까?!”
폭발한 현권이 높아진 언성으로 협박했다. 하지만, 그의 협박에 놀라 양 손 싹싹 비비며 ‘아이고, 죄송합니다.’할 위인은 아니었다, 한준은.
“그걸 왜 마 현권씨가 결정합니까? 거래에 대한 것은 가장 위에 계신 은파 보스께서 결정하실 일이고, 중간에서 우리 조직에 대해 나쁘게, 혹은 좋게 평가해서 보고해 올리는 일은 앉아계신 청 우석씨가 하실 일 아닙니까?”
똑 부러지는 말. 그 말에 현권은 몸을 살짝쿵 움츠렸다. 이게 바로 조직에 오른팔인 자와 오른팔의 오른팔인 자의 위엄 차이인가. 희는 문득 얼굴은 구겼으나 무어라 대꾸하지 못하는 현권이 측은해졌다.
“윤…”
이러다간 진짜 싸우겠다 싶었는지 입을 연 우석. 그의 나직한 목소리는 좌중을 압도했고, 그 덕에 단박에 분위기의 흐름은 변했다. 엉뚱하게 잡힌 경계태세들은 흐트러지고, 다들 우석의 입술이 던질 말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우석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시선을 쏟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별 감흥 없는 표정이었지만.
“…요조.”
29.
“…요조.”
움찔. 그가 내뱉은 말에 반응한 건 현권과 희. 희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 때문에. 현권은 사람을 부를 때 별명을 잘 부르지 않고 이름을 똑바로 부르는 우석이 ‘윤…’이라고 말을 꺼냈다가 집어넣곤 ‘…요조’라고 호칭을 고쳤다는 사실 때문에. 그가… 희를 걱정했기에.
조폭이라는 일 자체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명을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니는 건 그리 좋지 못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차피 이쪽저쪽으로 다들 까발려질 대로 까발려졌기 때문에 이름을 더 말하고 다니든, 덜 말하고 다니든 같다. 그러나 희 같은 경우는 이제 막 떠오르는 중이기에 가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녀의 이름은 가려주는 편이 그녀의 신상에 위험이 덜하다. 고로, 현재 우석은 분명하게 희를 걱정했다. 우석을 잘 아는 현권만이 눈치 챈 사실이지만.
“왜… 그러십니까, 형님?”
우석의 부름에 잠시간 어리버리한 얼굴이던 희가 정신을 챙기곤 얼른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사람들의 청각은 아이러니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둘의 대화로 모였다.
“초콜릿.”
“네?”
“저번에 준 거.”
“저번에… 아. 아, 그거… 지금 없는데…… 아, 아니. 없습니다.”
‘이쪽도 뜬금없는 소리냐.’
귀를 기울였던 조폭들의 표정이 하나같이들 황당함으로 일그러졌다. 희는 그의 뜬금없는 초콜릿 타령에 당황해서 더듬대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 우석은 어딘가 뾰로퉁한 얼굴이 되었다. 티는 잘 나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뾰로통한 얼굴이. 우석의 표정을 매일같이 보는 은파 조직원들은 모두 알아챘다, 그의 그 뾰로통한 얼굴을. 그래서 그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 끝났으니까 먼저 가계시면 제가 사가지고 가겠습니다.”
어떻게든 대화를 끝내야겠다 싶어서, 그만 여기서 이 부산스러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희가 사뭇 거기 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 침착하고 있어 보이게 깔끔히 모든 것을 정리할 만한 대사를 날렸다.
“그럼-”
그리고 그건 제대로 먹혔다. 우석이 항상 그렇듯 간단한 한마디를 남기고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났으니까. 그에 맞춰서 다들 일사분란하게 갈 준비를 했다. 분위기를 탄 한준도 알아서 조직원들을 데리고 갈 준비를 했다.
“거래 당일 날 뵙죠.”
한준이 예의상으로 존댓말을 썼다.
“그러죠.”
현권은 예의상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퍼런 스파크를 파직파직- 튀기고 있는 그들의 눈동자는 아직 그들의 엉뚱한 라이벌 관계는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과연-! 형님 멋있었습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형님 한마디에 갑자기 일사분란하게 정리되고 말입니다.”
“아, 아닙니다.”
경호원 역으로 온 것에 맞게 우석, 현권의 뒤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교섭 장소를 빠져나오던 희는 졸졸졸 옆에 따라붙으며 짝! 커다랗게 박수까지 쳐가며 그녀를 치켜세우는 그에 의해 머쓱하게 콧잔등을 긁적거렸다.
“아니요, 아닙니다! 과연, 형님이십니다!”
헤벌쭉 웃음 지으며 양 손 엄지를 척 내미는 그의 모습에 희가 풋, 하고 짧게 웃음을 흘렸다. 나이가 서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에 걸맞지 않은 귀여운 모습 때문이었다. 눈도 동글동글하고 까매서 꼭 강아지 같았다. 서른이라곤 절대 볼 수 없는 완전 동안이라서 더 그런 듯도 싶었다.
“그렇게 자기 이름이 좋습니까? 저였으면 당장에 가서 계명했을 것 같은데.”
희는 불쑥 장난기 어린 마음이 들어서 넌지시 물음을 했고, 그 물음에 그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요? 이 이름이 어때서 그럽니까? 오 과연! 멋지지 않습니까? 그냥 오 과연! 이것만 들어도 멋지고, 자랑할 과(誇)자에, 인연 연(緣)자라는, 자랑할 인연이라는 뜻을 들어도 멋지잖습니까!”
자신의 이름을 비하했다고 금세 삐진 얼굴을 짓는 그, 과연. 그 모습에 희는 입가가 스멀스멀 올라갔다.
‘나보다 6살이나 많은데 귀엽다고 말하는 건 실례겠지? 그치만…’
“귀엽습니다, 오 과연씨는.”
“과연…, 존댓말 따박따박 하지 마시래도 그러십니다. 게다가, 부하한테 ‘씨’가 뭡니까, ‘씨’가!”
“입에 베서 그럽니다.”
매번 하는 대화지만, 희는 기분이 나쁘다거나 지겹다거나 하진 않았다. 단지, 이렇게도 오버해가며 자신을 떠받드는 그가 마냥 고맙고 귀여울 뿐이었다. 그래서 빙긋 웃어 보이는데 그녀의 여자다운 미소에 과연은 삽시간에 얼굴을 붉혔다. 정말이지, 정직한 얼굴이었다. 물론,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것에 대해 자각이 별로 없는 희는 자주 그렇게 과연이 얼굴을 붉히곤 했었기에 그 얼굴 붉히던 게 매번 자신 때문이었다는 걸 알 리 없었지만.
“요조!”
하나 둘 차에 올라타던 중, 희와 과연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던 것을 발견한 현권이 벼락같이 목청을 높여서 그녀를 불렀다. 그에 반응하듯 희가 ‘네!’하고 크게 대답하는 게 들리더니, 웃음 지으며 과연에게 ‘먼저 가세요.’라고 말하는 게 보였다. 당연하게 현권의 고운 미간엔 금이 가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그의 부름에 총알같이 달려온 희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사슴같이 커다랗고 맑은 두 눈동자에 자신의 질투로 일그러진 얼굴이 비쳐지는 것을 본 현권은 재빨리 표정을 풀었다.
“초콜릿 사러 갔다 오자.”
“아. 네!”
현권의 말에 희는 생각할 것 없다는 듯이 얼른 대답하며 고개까지 끄덕였다. 밝게 대답하는 희의 모습에 현권은 기분이 좋지만, 좋지 않은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됐다.”
“아, 형님?”
“가서 거래건 보고할 거나 정리해둬라.”
“괜찮습니다. 갔다 와서 해도……알겠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똑바르게 눈을 맞춰오는 우석에 의해 현권은 한숨처럼 내뱉으며 뜻을 굽혔다. 그의 눈동자가, ‘됐다지 않냐.’라고 말하고 있었기에. 그나저나 그럼 이 늦은 시간에 희 혼자 보내는 것인가. 자신의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고 남이 들으면 황당해할 만한 것인지를 모르는 현권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힐끗 희를 쳐다봤다. 누구 붙여줄 놈 없나, 주위를 둘러보던 현권의 시선에 막 출발하려는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희와 사뭇 친하게 지내는 과연이 탄 차였다.
‘싫어, 저 새낀. 툭하면 요조 보고 얼굴 붉히잖아. 요조 좋아하는 놈이다, 분명.’
이러한 이유로 패스.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데…
“윤 희.”
“네, 형님.”
“타라, 차에.”
“네?”
“가자.”
“어딜… 초콜릿 사러 말입니까?”
혹시나 싶어 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말에 우석은 가볍게 눈짓으로 수긍의 의미를 내비쳤다. 움찔. 둘의 대화를 듣던 현권은 움찔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것을 멈추고 시선을 우석쪽으로 돌렸다. [밝게 대답하는 희의 모습에 현권은 기분이 좋지만, 좋지 않은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 이유는…’
“가 있어라.”
“네, 형님…….”
우석과 그와 나란히 앉은 희를 실은 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하고 남겨진 현권은 다소 멍청한 얼굴을 하고 가고 있는 차를 멍하니 바라봤다. 현권을 태워가기 위한 차가 그의 옆에 멈춰서고 타지 않는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인 가 싶어서 운전석에 있던 녀석이 내려 차문을 열어줄 때까지.
“왠지… 가까워졌다, 두 사람…….”
“예? 뭐라 하셨습니까, 형님?”
“아냐.”
창밖을 내대보며 가만히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옅게나마 들은 부하 녀석이 되물음 하는 것을 대충 얼버무리며 무시해버리고 현권은 복잡한 마음에 눈을 감았다.
30.
똑똑- 분명하게 들릴 정도지만 작고 조용한 노크소리.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노크소리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이 갔다. 자신의 청각이 남들과 다르게 특출 난 것은 아니니까, 소리로 구분해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느낌이라는 건데, 어째서 느낌만으로 밖에 서있는 게 그녀임을 알 수 있는 걸까.
“들어와.”
의문점을 풀기도 전에 우석은 밖에 있는 그녀를 일단은 길게 세워두고 싶지 않단 생각에 얼른 노크에 답했다. 역시나.
“이거 드시라고 가져왔습니다. 현권형님이, 우석형님 초콜릿 좋아하신다고 그러시길래요.”
“아.”
우석은 생각지 못한 선물에 기분 좋은 듯 낮게 탄성을 내뱉으며 희가 쪼르르 다가와 건네는, 그녀의 손바닥 크기만 한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거기 상표 보이시죠? 거기 가게에서 수제로 만들어 파는 초콜릿인데 이거 되게 맛있습니다. 그냥 슈퍼에서 파는 그런 초콜릿이랑은 비교도 안 돼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또 다시 아이처럼 조잘조잘 얘기하는 희. 그리고 그런 희의 조잘대는 말을 듣는 데에 이젠 제법 익숙해진 우석은 이젠 그녀의 말을 끊거나 그러지 않고 잠자코 들어주었다. 그녀의 조잘대는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게 해주어서. 그러다, 자신이 생각한, 자신이 느낀 감정을 깨달으면 우석은 퍼득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이만 나가봐라.”
“아, 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우석의 명령에 토 달지 않고 냉큼 허리 굽혀 인사하고 쪼르르 들어올 때처럼 또 다시 쪼르르 나가는 희를, 달칵- 하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바라보던 우석은 복잡 미묘한 마음에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가은이 같아서다.”
이젠 희가 조금만 귀여운 짓을 하고 갔다하면 습관처럼 중얼거리게 된 말을, 습관처럼 중얼거리며.
희의 설명에 따라 차를 운전해 도착. 그리고 도착한 지 5분 만에 희와 우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괘, 괜찮습니다! 제가 사오겠습니다. 그냥 계십시오!”
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엉뚱엉터리Sugar]라는 간판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남자들보단 여자들이 눈길을 돌릴만한 달콤한 향내나, 독특한 소스 냄새가 뭉글뭉글 풍겨 나오는 가게에 손수 들어가서 초콜릿을 사오겠다고 얘기하는 우석때문이었다.
“제가 저번이랑 똑같은 걸로 사오겠습니다.”
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석을 달래기 위해서. 솔직히 말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위협적인 포스를 마구잡이로 풍겨대는 인물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협박이고 영업방해가 되지 않겠느냐 말이야. 희가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은 뒤로 하고 우석을 달래기 위해 용 썼다.
“형님 들어가시면 저 앞에 탄 녀석도 오겠다고 할 거 아닙니까.”
“오지마라.”
“넵, 형님!”
희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던진 핑곗거리를 우석은 간단히 무마시켰다.
“아, 저기…”
“다른 초콜릿 먹고 싶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제가 이번엔 다른 걸로…”
“내가 고른다.”
‘형님, 제발!’
희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속으로 연신 토했다. 이 남자가 진짜. 앗, 실수. 이 형님이 진짜. 형님, 저 외관을 보고도 당당히 들어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포스에? 저 달콤한 향기 풀풀 풍기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가게를 말이에요! 이 모든 말들은 속으로밖에 하지 못하는 희가 그를 가지 못하게 막는 진실한 이유였다.
“형님!”
희가 크악, 하고 소리라도 지를 기세로 그를 불렀지만 우석은 멈춰서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 가게로 걸어갔다. 거침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가게로 발걸음을 한 우석의 뒷모습을 희는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며 침울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
딸랑-♪
상큼발랄한 방울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다행히도 손님은 없었다. 영업방해는 아니 되겠다. 이제 문제는 주인 언니 반응인데 말이지.
“어서 오십…”
올 것이 왔다. 밝게 웃음 지으며 손님을 맞으러 나오던 그녀가 하던 말을 멈추고 멀뚱히 우석을 쳐다봤다.
“보라색머리.”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건 우석이었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희는 무슨 소릴 하시려고 그러나, 속을 꿰뚫을 수도, 어디로 튈 지 예상할 수도 없는 그의 말에 긴장을 하곤 침을 꼴깍 삼키고 넋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던 주인도 정신을 차렸는지 눈이 맑아졌다.
“블루베리 초콜릿.”
‘고작… 그걸 떠올리신 겁니까.’
희는 한숨을 들리지 않게 작게 내쉬며 긴장한 자신이 괜히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지끈대는 머리를 살짝 손으로 짚었다. 그나저나 주인 언니는 무슨 반응을 하려나, 싶어서 힐끔 그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보라색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녀가 이내…
“아, 손님이시구나. 난 또 엊그제 싸운 여자 손님 남자친구나 되는 줄 알았죠. 풍기는 분위가 영 무서워서.”
…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서는 메뉴판을 건네주기까지. 깡 좀 있겠거니 싶은 분이긴 했지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해서 되려, 희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뉴판을 건네준 그녀나, 건네받은 그나 서로 메뉴에 관한 얘기에 여념이 없었다.
“초콜릿 스페셜로.”
“예쓰! 선물이에요?”
잠시간 고민하는가 싶던 우석은 곧 얼마가지 않아 금세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우석의 결정에 만족한 듯 그녀가 밝게 웃으며 물어왔다. 그녀의 질문에 우석은 답하지 않고, 주변에 있는 테이블에 대충 자리하고 앉았다.
“선물 좋아하나?”
“선물 좋아하죠, 당연…이 아니라, 아, 아닙니다. 선물 안 해주셔도 됩니다!”
우석의 넌지시 불쑥 던져지는 질문에, 우석의 손짓에 따라 주춤거리며 자리에 앉던 희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려다가 얼른 대답을 정정했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가 백발백중 선물할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 지낸 지 벌써 몇 개월. 그 사이에 느낀 바지만, 그는 선물하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툭하면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걸 보면.
“먹고 가겠습니다.”
귓가를 매만지며 그가 선물해준 귀걸이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자각하는 와중에 불쑥 제법 정중한 존댓말이 그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듣는 그의 존댓말이었다. 여태 존댓말 쓸 만한 상대가 그에겐 없었으니까. 그런데… 참 안 어울린다. 살다 살다 존댓말이 안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또 처음이다. 한 조직에 형님쯤 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건가.
“피곤하면 자라.”
“네? …아닙니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느라 잠시 멍을 때리고 있던 게 피곤해서 그런 걸로 보였나보다.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희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쪽 구석을 밀어내고 멀뚱멀뚱 그가 아닌 그의 뒤쪽, 허공을 쳐다봤다. 그를 응시하고 있는 건 왠지 뻘쭘하고, 그렇다고 고개 푹 숙이고 있다거나 다른 데 쳐다보기도 뭣하고…….
“이쪽…쳐다봐라.”
“네?”
“눈. 보고 싶다.”
저는 내일 국어능력평가 시험을 치러 갑니다.
기왕 보는 거 잘 봐서 1급 따고 싶습니다.ㅠㅠ
응원하여 주세요!ㅋㅋㅋㅋㅋ
첫댓글 우석이와 희의 묘한 분위기!! 좋아좋아~ 담편도 기대할께요!!!
홧팅!
날씨가 이제 확 추워졌네요, 그렇죠? 옷 꼭꼭 잘 입고 다니세요! 감기 들겠어요ㅠㅠ글쎄, 아침에 머리를 안 말리고 나갔다고 얼더라니까요ㅠㅠㅋㅋㅋ엄청 춥네요, 정말! 넵, 앞으로 우석이와 희의 묘한 분위기는 좀 더 이어질 거구요~ 미리 예고 드리자면, 50편부터 본격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깨알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험 완전 잘 보고 왔어요!//대성아쪽님 愛♥
형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윤희 너무 귀엽귀엽 ㅋㅋㅋ 한준이는 어느새 조직의 수뇌부에 접근해가고 있었군요 ㅠㅠ 희와 현권이랑 우석이 요 셋의 묘한 분위기 땜시 희의 복수는 약간 잊고 있었어요 ㅠㅠ 그 복수는 어찌되었든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어용 엉엉 캐릭터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아요 ㅋㅋ 아웈 오과연씨 ㅋㅋㅋㅋㅋㅋ 이름이 환상이네요 ㅋㅋ 오늘도 재미나게 읽고 갑니닷!! 다음편 기대할게요 ㅋㅋ 눈. 보고 싶다라닛 ㅋㅋ 시험 잘 보실거예요!! 화이팅!!!!
희 예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ㅋㅋㅋㅋㅋㅋㅋ제가 인소닷에선 연재를 좀 늦게 시작해서 다른 카페보다 인소닷 연재가 조금 늦습니다. 현재 조금 더 빠르게 연재 되고 있는 카페에서 희갘ㅋㅋㅋ미움 좀 받고 있는 중이라 기죽은 참이었습니다.ㅠㅠㅠㅠ저는 희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제겐 그런 아인데!!ㅋㅋㅋㅋ네, 점점 중심부 인물이 되어가고 있어요. 칭찬해줄 만한 일은 못 돼요ㅠㅠ~ㅋㅋㅋ오우왕. 정말요? 한 명도 버리고 싶지 않아요?!ㅎㅎㅎㅎㅎ내 새끼들 예뻐해주시니 ㅠㅠ몸둘바를ㅋㅋㅋ네, 과연이에 이어서 후에 이름이 환상인 놈이 하나 더 등장합니다!ㅋㅋㅋ넵! 시험 잘 보고 돌아왔어요ㅎㅎ!!//릴라키키님 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