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의사보다 면역력에 맡겨라-들어가는 말
자율신경의 균형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질병 상담을 할 때 상담자에게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려고 가장 주의한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면 “복합 비타민제나 복합 미네랄제를 거르지 않는다”나 “일주일에 세 번 체육관에서 수영한다”, 또는 “하루에 한 끼는 일본식 식사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상담자 대부분은 무엇이든 ‘몸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암에 걸렸거나 위궤양을 앓거나 몇 년씩 편두통에 시달린다.
한편 체육관에는 다니지 않고 대신 근처를 부지런히 산책하는 정도로 움직이고, 영양 보충제를 먹는 적도 없고, “이것이다”라고 할 정도의 건강법도 없는데 원기 왕성하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두 부류의 사람이 건강에 차이가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
식사나 운동에 신경을 쓰는 것을 볼 때 단순히 부모에게 물려받은 체질 탓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지 안 걸릴지는 결국 운이 결정한다는 말인가?
필자가 정답을 말하겠다. 건강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활습관이다. 우리의 신체 활동을 근본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환경이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몸이 잘 적응하도록 오장육부의 활동과 질병에서 몸을 지키는 백혈구의 활동을 조정한다.
활동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는 주간에는 교감 신경이 조정하고, 야간의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는 몸 상태는 부교감 신경이 조정한다. 두 자율신경이 균형을 취하며 활동하여 신축성 있는 몸 상태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유지된다.
사람의 생활 습관과 생활 형태는 자유신경의 균형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과도한 일을 계속하거나 정신적이 스트레스를 계속 품으면 교감 신경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부교감 신경의 활동을 억제한다.
몸 상태를 흥분하게 만드는 교감 신경이 우위일 때는 원기가 솟고 자신만만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강력해지면 혈압이 오르고, 혈당치가 오르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등 부조화가 나타난다.
한편 먹고 자는 즐거움이 지나친 생활이나 너무 편안한 생활 방식은 교감 신경의 활동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부교감 신경이 과도하게 우위인 상태로 변한다.
편안한 몸 상태를 조성하는 부교감 신경이 우위일 때는 기분이 느긋해져 안정 상태가 되고 식욕도 증가한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의욕이 없어지고, 아침에 좀처럼 일어나기 어렵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해지고, 사소한 일을 걱정하여 끙끙 앓는 등 부정적 상태에 빠진다.
‘몸이 내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아무리 열심히 건강법을 실천하여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생활 습관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잘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과도하게 일하거나,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자위하며 걱정거리를 계속 안고 살거나, 너무 편한 생활 방식을 계속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난조에 빠진다.
이런 태도에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즉 부모에게 ‘너무 분발하는 성격’을 물려받아 과도하게 일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온순한 성격’을 물려받아 사소한 일에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격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지배는 느슨한 것이다. 생활 습관을 고치면 질병으로 나아가지 않고 종결된다. 너무 무리해도, 너무 편안해도 질병이 달려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생활 습관을 실천하면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훌륭한 생활 습관을 발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몸이 내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물론 ‘몸의 신호’가 인간의 대화처럼 말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호를 알아차리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손발이 차다, 맥박이 쿵쿵거리며 빠르게 뛴다, 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잠이 안 온다, 얼굴색이 나쁘다, 으스스하게 춥다, 어깨가 결린다, 밥맛이 없다, 나른하다 등 몸이 내내는 불쾌한 신호는 다양하다. 이런 신호를 알아차리면 즉시 일의 양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몸과 마음 양쪽에서 생활 습관을 수정해야 한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자율신경의 균형이 회복되고 큰 질병으로 발전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불쾌한 증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미 질병에 걸린 사람도 ‘몸이 내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신호는 불쾌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열이 많다. 머리가 욱신욱신 아프다. 무릎이 벌겋게 부어오른다. 피부를 아무리 박박 긁어도 여전히 가렵다 등, 신호라기보다는 네온사인 광고처럼 눈에 확 띄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질병에 동반하여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은 우리 몸이 병을 치료하려고 일으키는 반응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몸에는 면역력이라는 스스로 질병의 침입을 방어하고 낫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런 불쾌한 증상은 이 힘이 활동할 때 생기는 ‘치유 반응’이다. 열이나 통증은 “지금 고치고 있어요”라는 몸이 보내는 메시지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좋은 예이다. 감기에 걸리면 목구멍이 근질근질하고 콧물이 줄줄 흘러나온다. 그런 가운데 오싹오싹한 오한(惡寒)이 따라붙고 열이 오른다. 독감에 걸리면 40도(℃)에 가까운 고열이 난다.
이런 일련의 증상은 백혈구 가운데 하나인 림프구가 감기 바이러스를 공격할 때 내는 열 때문이다. 림프구는 체온이 38~39도(℃) 정도일 때 공격력이 가장 강력하다. 상대방인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여 고열에서는 증식할 수 없다. 이런 까닭으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몸이 열을 올리는 물질을 잇달아 만들어 발열을 촉진한다. 감기 초기에 나는 오한은 조금이라도 빨리 열을 올리려는 반응이다.
열이 높게 오르면 몸이 나른해져서 움직이지 않게 되는데 이것은 효율이 높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집중하려고 우리 몸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는 뜻이다. 환자가 낑낑거리는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몸져누웠을 때 림프구는 바이러스에 맹공응ㄹ 가하기 시작한다.
그 밖에 콧물이 나오고 설사나 구역질을 하는 등 다채로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모두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내쫓으려는 반응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대체로 3~4일 동안 계속되며 림프구가 우세하게 되면 열을 올릴 필요가 없어 체온이 평열로 내려간다.
치유 반응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병에 걸리면 우리 몸은 온 힘을 기울여 낫도록 한다. 자신을 지킨다는 점에서 우리 몸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체계를 대부분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 불쾌한 증상을 나쁜 것으로 간주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약에 의존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감기를 예로 들면 38도(℃)를 넘을 때부터 대부분 사람이 약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을 먹으면 일단 편안해진다. 하지만 열이 내리면 몸의 공격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반격을 시도한다. 당연히 몸은 다시 열을 올려 대응한다. 이때 “또 열이 나네”하며 다시 해열제를 사용하면 열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감기는 낫기 어렵게 된다.
치유 반응은 감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고혈압, 암, 류머티즘, 요통, 아토피성 피부염 등과 같은 질병이 낫는 과정에서 반드시 일어난다. 오늘날 의료계에는 ‘몸이 내보내는 신호’인 증상을 ‘나쁜 놈’으로 취급하여 약으로 억누르는 방법이 치료의 주류를 이룬다. 고혈압에 혈압 치료제, 류머티즘에 스테로이드제, 요통에 진통제라는 방식으로 증상을 억눌러버리면 모처럼 몸에서 일어나는 치유 반응이 멈춰 나을 병도 낫지 않는다.
한편 통증이나 발열, 부기가 나타날 때 환자가 그것을 ‘몸이 나으려고 내보내는 신호’라고 알아차리면 질병의 흐름이 크게 바뀐다 불쾌한 증상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을 이겨내면 낫는다”라고 달게 받아들이게 된다. 약에 의지하지 않으면 병은 치유를 향해 간다.
생활 습관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사실 필자도 불쾌한 증상을 나쁜 것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다. 위가 아플 때는 위장약으로 증상을 멈추게 하였고, 몸이 저지르는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려고 해마다 건강 진단을 받았다. 40대에 들어와서는 암 검진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율신경의 활동을 통하여 사람이 질병에 걸리는 체계를 안 다음에는 약을 멀리한다. 또 건강 진단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내 몸이 내는 신호를 알아채려고 더욱 신경을 쓴다.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을 그만두고 수면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또 가능하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산책하거나 마음이 내키면 휴일에 산에 오른다. 물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걷는다. 그리고 제일 즐거운 일은 해수욕이다.
필자는 아오모리(靑森) 현에 속한 쓰가루(津輕) 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바다와 아주 가깝게 있었어도 어릴 적에 해수욕을 즐겼던 기억이 없다. 여름에도 바닷물 온도가 너무 낮았다. 수영할 정도가 아니었다.
다행히 지금은 니가타(新瀉)대학 근처에 해수욕하기 좋은 해변이 있다. 초여름이 되면 필자는 학생들을 불러내어 아직 차가운 바닷물에 자맥질한다.
필자가 이렇게 조금씩 생활 방식이나 행동 방법에 변화를 주니 지금은 만성 어깨 결림이 없어지고, 쉽게 피로하지 않고, 체중도 가벼워서 움직임이 편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몸 상태가 아주 좋게 느껴진다.
몸 상태가 나쁘거나 질병을 앓는 사람도 ‘몸이 내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면 스스로 건강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자율신경의 활동과 질병에서 몸을 지키는 백혈구의 활동을 통하여 몸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반응과 불쾌한 증상이 뜻하는 의미 등을 다루었다.
‘몸이 내보내는 신호’을 알아차릴 때 이 책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아보 도오루(安保 澈)의 “의사보다 면역력에 맡겨라”(삶과 지식, 김준영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아보 도오루(安保 澈)는 1947년 아오모리(靑森) 현 히가시쓰가루(東津輕)군 출생, 1972년 도호쿠(東北)대 의학부졸, 나가타(新瀉)대 대학원 의학부 종합연구과 교수(면역학, 의동물학 분야),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면역학자로 주목받고 있음. 1980년 미국 앨라배마대학 유학 중 ‘인간 NK세포 항원 CD57에 모노클로널 항체’를 만들어 냄, 1990년 흉선외 분화 T세포를 발견, 1996년 백혈구의 자율 신경 지배 메커니즘을 해명, 1999년 말라리아 감염의 방어를 흉선외 T세포가 수행함을 발견, 2000년 위궤양의 원인은 위산이 아닌 과립구라는 설 발표, 저서로 〈약을 끊으면 질병은 낫는다〉, 〈암은 스스로 고칠 수 있다〉, 〈의료행위가 병을 만든다〉등 다수.
이 책은 몸속의 면역체계는 녹슬게 버려두고 의사에게 맡기려는 현대인의 잘못된 생각이 병을 만든다고 경고한다. 우리 몸에서 수시로 발신되는 신호를 소중히 여기고 ‘병에 걸리지 않는 생활 습관’과 ‘면역 증진 방법’을 체득하면 치료를 물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만인의 의료 및 건강 지침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