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Darling - The Diamonds
봄동..봄똥 겉절이
(봄똥:봄동 / 전라도 사투리. 봄에 나오는 어린 배추
'동'은 꽃이 피는 줄기 →점심 반찬은 봄똥이나 주물러라)

봄똥 / 안도현
봄똥, 생각하면
전라도에 눌러 앉아 살고 싶어진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
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
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
솎아 먹는
봄똥, 찬물에 흔들어 씻어서는 된장에 쌈 싸서 먹는
봄똥, 입 안에 달싸하게 푸른 물이 고이는
봄똥, 봄똥으로 점심밥 푸직 먹고 나서는
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
정말로 거시기를 덜렁덜렁 거리며
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
봄똥 / 김시천
세상엔, 이렇게 신통한 똥도 다 있구나
겨우내 굶주린 가난한 이들의 밥상에 올라
아직 시린 손 호호 불며 깡똥한 푸른 치마 맵시 좋게
춤을 추는 어린 배추이파리 몇 장
누가 그 이름 처음으로 불렀을까
희망이 되고 노래가 되는
저녁 밥상 위의 겉절이 한 접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구나
꽃이 아닌, 몸 떨리는 사랑이 아닌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배추이파리 몇 장에
행복해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