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사랑이다-67
초령이에게 그렇게 말한 천지수는 초령이 얼굴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뚫어져라 보았다. 초령이가 손바닥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때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지선경이 초령이 곁에 와서 두 부녀를 애처러운듯 바라보고 있었다.
지선경은 그 크고 호수 같이 맑고 까만 눈에 눈물이 가득하여 그렁 그렁한 채 다시 초령이를 찾아 안고는 끝내 흐느끼었다. 공중은 푸른구슬 행성의 하늘같이 맑고 푸르렀다. 천지수가 놀라서 지선경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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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아. 우린 이상한 곳에 와있는 것 같다. 저기 초록들판과 깨끗한 조약돌 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르고 봄날같이 냇가에 피어있는 꽃들과 맑은 바람들. 우리가 지구에 온 것 같아."
"어머나. 정말 그렇군요.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원은 지구에서도 보기 어려워요. 초령아. 우리 냇가로 가서 물에 발 담궈보자. 얼굴도 좀 씻고.응."
그랬다. 그들 주변은 더 넓은 들판이었고 언덕아래 흐르는 냇물은 바닥이 다 보였으며 작은 돌맹이들이 깔려 있었다. 냇가엔 조약돌이 즐비하게 늘렸고 개울 건너편에는 하얀 모래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모래밭 끝에는 포플라가 냇물을 따라 줄지어 늘어서서 초록색 잎들을 바람에 팔랑거리며 날리고 있었다. 천지수는 그 곳이 어렸을 때 가 본 곳이었다. 외가집 앞 맑은 개천이 흐르던 그곳이었다. 지선경의 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났다.
"천지수. 이리와서 함께 징검다리를 건너 저쪽 모래밭으로 가요! 초령아. 너도 같이가자."
지선경의 맑고 싱싱한 목소리가 온화한 공기를 흔들었다. 어느 새 초령은 차돌반석에 앉아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있었고 그 옆에는 지선경이가 딸 초령의 옥같이 맑고 투명한 두 다리를 쓰다듬으며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 냇가 중간은 깊어보였다. 물살이 살아 있었고 짙은 푸른색이었다. 모녀가 앉아 있는 곳은 깊지가 않았다. 징검다리는 햇볕에 잘 말라있어 보였다. 9개였다. 그 넘어 모래밭과 포플라 나무 그늘도 있었다. 천지수는 되 돌아봤다. 뒷쪽은 뿌연 안개만 보였다.
"그렇게 하자. 지선경 그리고 초령아. 우리 저 징검다리를 밟고 건너서 저쪽 편 모래사장으로 가자. 초령아. 내가 엄마 손을 잡고 앞에서 건너 갈테니 조심해서 뒤 따라와. 알았지. 초령아?"
천지수는 초령이와 지선경의 손을 잡았다.
"네. 그래요. 모래밭에서 편히 좀 눞고 싶어요."
"예. 아버지. 어서 어머니 모시고 조심해 건너가세요."
"아니? 초령아. 넌 왜?"
손을 놓고 서서 미소지으며 비라보고 있는 초령에게 천지수가 놀라며 물었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행복하게 잘 사세요. 저는 신이잖아요. 여기서 두 분과 작별하여야 해요."
초령의 작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천지수와 지선경은 여덟번째 징검다리 위에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초령아~ 초령아~ 내 딸 초령아~"
지선경이 더 이상 부르지 못하고 목이메었다.
"초령아. 고맙다. 내 딸 초령아. 너를 한없이 사랑한다."
더 이상 천지수도 할 말이 없었다.
"어서 모래밭에 내려 서세요. 아버지!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그들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채 아홉번째 징검다리를 건너 모래밭에 내려서며 돌아보니 헤로스 행성의 지도자이자 우초 신인 늠름하고 표현키 어려운 아름다운 초령의 마지막 모습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77.
천지수는 가슴이 답답하였다. 지선경의 손을 찾아 더듬었다. 있었다. 숨을 쉬고 싶었다. 분명 모래밭에 내려 섰는데... 발에 닿는 감촉도 느낌도 없었다. 지선경을 돌아 봤으나 형체가 흐미하였다. 뭔가를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절대 지선경을 놓치 않으려 그녀의 팔을 힘주어 꽉 껴 안았다. 숨을 쉬고 싶었다. 참기 힘든 자연욕구였다. 그는 오른손을 크게들고 힘컷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때 지선경은 오른 팔이 조여들듯 아퍼서 못 견디겠음을 느꼈다. 분명 천지수 팔인데 너무 세게 잡아서 통증이 온것이다. 소리를 쳐야했다. 너무 아퍼서.
"으~ 푸하학~"
천지수는 커다란 호흡과 함께 눈을 떳다. 희미하게 쏘울나들목의 천정이 보였다. 다시 심호흡을 하자 시원 공기가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그 때 지선경의 외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아아악~ 천지수! 아파요! 너무 아파요! 팔 좀 놓아주세요."
천지수는 너무 놀라서 비스듬이 누운 채 지선경을 안았다.
"푸~ 하하하학~ 푸우~ 천지수!"
"지선경. 나 여기있어. 눈 뜨고 크게 숨 쉬어봐!"
천지수는 긴장이되어 안은 지선경을 흔들었다.
"여보! 천지수. 왜 이렇게 막 흔들어요. 숨 막히겠어요"
지선경이 눈을 떳다. 천지수는 손바닥으로 젖가슴을 문질렀다. 따뜻하였다. 다시 손바닥으로 지선경의 오지를 덮었다. 뜨거웠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천지수는 터져 나오는 폭발하는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돌아왔구나. 살았구나! 살았어! 지선경! 눈뜨고 날봐. 이곳이 쏘울나들목이야. 지선경!"
천지수는 충격적인 놀라움에 지선경을 다시 힘껏 끌어안았다.
"으- 아- 푸아 학. 천지수. 또 숨막혀요. 제발."
지선경이 천지수 품을 밀치려하자 천지수가 지선경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일으켜세웠다. 지선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바퀴 돈 뒤 갑자기 천지수의 뺨을 힘껏쳤다.
"아얏. 지선경!"
지선경은 그 비명을 듣자 그만 천지수의 품속으로 다시 안겨 들어갔다.
"아- 천지수. 당신의 비명을 들으니 꿈은 아닌가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병실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쏘울나들목에 당신과 있다니. 여보! 어서 키스해줘요."
지선경은 천지수의 말을 듣기 전에 벌써 까치발로 키를 높혀 천지수 입술에 입술을가져갔다.
"아~아아아~ 천지수. 당신 입술이 따뜻해요. 어서 제 입술을 느껴보세요. 네. 어서."
지선경은 초조한듯 불안한듯 급히 입술을 떼고 천지수 눈을 바라보며 졸랐다. 그들의 뜨거운 키스와 애무는 서영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우 눈을 떳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엄마! 천지수!"
서영이는 뭔가 주변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 겨우 눈을 떠 보니 눈 앞에 하얀 가운을 입은 두 사람이 서로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 지쳐 헛 것이 보이는가 생각하였다. 그 때 어머니의 비명 소리와 천지수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듣자 힘이 벌떡 나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서영아-"
천지수가 지선경을 서영이 앞으로 데려갔다. 서영은 일어나질 못했다.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너무 지쳐버렸다. 그러나 말똥 말똥 뜬 눈은 빛이났다. 천지수가 얼른 서영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서영은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 온 천지수의 팔을 느꼈다. 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