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조금 다른 성향을 가진 우리 아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매일 마음을 졸이시나요? 아이가 자신을 숨기는 것이 과연 안전한 선택일지, 아니면 용기 내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장기적인 심리 건강에 더 나을지 살펴봅니다."
Q. 선생님, 아이의 끝없는 방황과 상처를 지켜보며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고등학생인 제 아들은 어릴 때부터 행동이나 말투가 유독 여성스러웠고, 얼마 전 조심스럽게 자신은 남자를 좋아한다고(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노골적인 조롱과 따돌림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매일 상처받고 우울해하며 학교생활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아이가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엇나갈까 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응원해 주고 싶지만, 험난한 현실을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정체성을 숨기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행동하라고 억지로라도 타이르는 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안전한 길이 아닐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아이가 학교에서 겪는 가혹한 괴롭힘을 곁에서 지켜보시며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실지, 그리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정체성을 숨기라고 타일러야 할지 갈등하시는 부모님의 절박한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청소년기 성 정체성 공개(커밍아웃)와 심리적 적응에 관한 장기적인 추적 연구 결과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우울감과 부적응은 아이의 '여성스러운 성향(성별 비순응)'이나 '성소수자(LGBT) 정체성' 그 자체 때문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성별 비순응(성역할에 맞지 않는 행동)이 청년기의 우울증이나 낮은 삶의 만족도를 직접적으로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겪는 장기적인 심리적 고통은 정체성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학교에서 겪게 되는 'LGBT 관련 괴롭힘과 따돌림'에 의해 전적으로 매개(설명)됩니다.
특히 생물학적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성별 비순응으로 인해 또래로부터 더 많은 괴롭힘과 따돌림을 직면하게 되며, 이는 아드님이 현재 겪고 있는 가혹한 현실과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정체성을 숨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연구 결과, 학교에서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고 느낀 아이들은 청년기에 더 높은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정체성을 숨기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학교에서의 괴롭힘 위험이 최소화되거나 예방되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반면,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아이들은 비록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더 많은 괴롭힘에 노출될지라도, 괴롭힘이 주는 부정적 영향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청년기에 더 낮은 우울증, 더 높은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 등 긍정적인 심리사회적 적응을 이루어냈습니다.
결론적으로, 학교에서의 커밍아웃이 단기적으로는 괴롭힘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험난한 길일지 모르나, 아이의 장기적인 정신 건강과 안녕을 위해서는 결국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긍정적인 선택입니다.
지금 부모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은 아이에게 "안전을 위해 숨어라"라고 말하며 세상의 폭력에 굴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하시고, 학교 측에 성소수자 및 성별 비순응 학생을 향한 차별적 괴롭힘을 금지하고 보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숨기며 고립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방안을 제안합니다."
1. 명시적인 괴롭힘 방지 정책 도입 및 시행하기
학교는 성 정체성이나 성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을 구체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명문화하고, 이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철저히 교육해야 합니다. 괴롭힘을 방관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학교 분위기가 학생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입니다.
2. 안전한 물리적·사회적 환경 조성하기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을 제공하거나 교복 및 교내 활동에서 불필요한 성별 분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성별 비순응 학생들이 일상적인 학교 생활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배제를 겪지 않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3. 지지적인 교내 네트워크 구축하기
학교 내에 성소수자 및 지지자 연대와 같은 모임이 있는 경우, 학생들의 자살 시도 위험이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하지 않고 안전하게 표현할 시기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지적인 어른과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Toomey, R. B., Ryan, C., Diaz, R. M., Card, N. A., & Russell, S. T. (2010). Gender-Nonconforming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Youth: School Victimization and Young Adult Psychosocial Adjustment. Developmental Psychology, 46(6), 1580-1589.
Russell, S. T., Toomey, R. B., Ryan, C., & Diaz, R. M. (2014). Being Out at School: The Implications for School Victimization and Young Adult Adjustment.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84(6), 635-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