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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부진(萎靡不振)
시들고 약해져 떨치고 일어나지 못한다는 뜻으로, 활기를 잃은 절망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萎 : 시들 위(艹/8)
靡 : 쓰러질 미(非/11)
不 : 아닐 부(一/3)
振 : 떨칠 진(扌/7)
마르고 시들거나 힘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할 상태가 위축(萎縮)이다. 어떤 현상이 사회에 널리 퍼지는 것을 풍미(風靡)라 하는데 초목이 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뜻한다. 시들어 쓰러진데다(萎靡) 도저히 세찬 기세에 떨쳐 일어나지 못하는 부진(不振)까지 겹쳤으니 절망상태다.
엎친데 겹쳐 활기를 잃고 희망을 바라볼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어떤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거나 잘나가다 큰 벽에 걸려 오도가도 못 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맥이 풀리는 수두상기(垂頭喪氣) 상태가 되는데 이와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에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아무리 위로해도 들리지 않는다.
맡길 위(委)에도 시들다, 쇠퇴하다란 뜻이 있어 위미(委靡)로 써도 같다. 중국 당(唐)나라의 명문장가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사람인 한유(韓愈)의 글에 먼저 나타난다. 유가를 존중하고 불교를 멀리했던 한유도 초서의 대가인 고한(高閑)이란 승려와는 글을 화제로 논했다.
불문에 있다고 세상사에도 담담하면 생기가 없다며 말한다. '편안과 담담이 서로 만나면 의기소침해지고 맥이 빠진다(泊與淡相遭 頹墮委靡/ 박여담상조 퇴타위미).' 한유는 초성(草聖)으로 불렸다는 장욱(張旭)의 서체처럼 힘이 있어야 한다고 느낌을 말한 것이다. '송고한상인서(送高閑上人序)'란 글에 나온다.
북송(北宋)의 휘종(徽宗, 재위 1100∼1125)은 시문과 서화에 뛰어나 선화(宣和)시대를 열었으나 정치는 뒷전이라 여진족(女眞族)의 금(金)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어리석은 황제로 기록된다. 휘종이 여느 때처럼 술자리를 즐길 때 수도 부근까지 금의 군대가 다가오자 너무 놀라 우왕좌왕했다. 이때 양시(楊時)라는 대부가 침착하게 나서며 말했다.
지금은 장작에 불이 붙은 위급한 시기인데 용기를 갖고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잇는다. '이전처럼 겁을 먹고 원기를 잃는다면(若示以怯懦之形委靡不振/ 약시이겁나지형 위미불진), 모든 일이 끝장날 것입니다(則事去矣/ 즉사거의).' 송사(宋史) 양시전에 실려 있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평시 국방에 대해 대비가 없었으니 양시의 건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쫓겨 남송(南宋)이 된 것은 필연이다. 보통사람들도 지금 안락한 생활이 계속된다고 후일을 생각하지 않고 흥청이면 머지않아 바닥이 난다. 그런데 국민이 원한다고 인기에 영합한 국가가 세입을 생각하지 않고 부채에 의존한다면 미래세대에게 짐만 물려주게 된다. 인구는 줄어들고 괜찮은 직장도 갈수록 줄어들어 그렇지 않아도 어깨가 늘어진 청년세대는 떨쳐 일어날 기회도 없어지니 유의할 일이다.
▶️ 萎(시들 위)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委(위)가 합(合)하여 '둥굴레'를 뜻한다. 그래서 萎(위)는 ①시들다 ②마르다 ③쇠미하다(衰微--: 쇠잔하고 미약하다) ④앓다 ⑤둥굴레(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凋(시들 조)이다. 용례로는 마르고 시들어서 오그라지고 쪼그라듦 또는 우그러져 펴지 못함을 위축(萎縮), 쇠약하여 마름 또는 식물체의 수분이 결핍하여 시듦을 위조(萎凋), 시들고 느른해짐이나 쇠하여 피로해 짐을 위미(萎靡), 몸이 만성적으로 차차 시들어 쇠약해지는 병을 위병(萎病), 시들어 떨어짐을 위락(萎落), 풀이나 나무가 시들어 마름 또는 몸이 여위어 마름을 위고(萎枯), 시들시들 죽어감을 위최(萎摧), 볕에 시들어 마름을 위양(萎暘), 쇠하여 시듦이나 쇠하여 마름을 쇠위(衰萎), 주로 허리와 아랫도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병을 골위(骨萎), 풀이나 나무에 물기가 모자라 시듦을 조위(凋萎), 힘 없이 사그라져서 시듦을 소위(消萎), 식물이 뿌리줄기의 밑부분의 도관이 곤충 등의 침해를 입어서 수분의 운반이 방해되어 잎이나 줄기가 시들어 마르는 병을 위조병(萎凋病), 어떤 힘에 눌려서 기를 펴지 못하는 느낌을 위축감(萎縮感), 인심과 문화와 사회에 새롭고 확실한 것을 찾는 활기가 없어 진보나 발전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위미침체(萎靡沈滯) 등에 쓰인다.
▶️ 靡(쓰러질 미, 갈 마)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아닐 비(非; 어긋나다, 아니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麻(마)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靡(미, 마)는 ①쓰러지다 ②쓰러뜨리다 ③멸(滅)하다 ④말다, 금지(禁止)하다 ⑤호사하다 ⑥다하다 ⑦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그리고 ⓐ갈다(단단한 물건에 대고 문지르거나 단단한 물건 사이에 넣어 으깨다)(마) ⓑ흩다, 흩어지다(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른이 병으로 편하지 못함을 미령(靡寧), 치레하여 아름답게 꾸밈을 미문(靡文), 변함없이 늘 한결같지 않음을 미상(靡常), 의지할 곳이 없음을 미의(靡依), 물품이나 돈 따위를 모두 써 버리거나 허비함을 미비(靡費), 초목이 바람에 쓸리듯 어떤 위세가 널리 사회를 휩쓸거나 또는 휩쓸게 함을 풍미(風靡), 음탕하고 사치함을 음미(淫靡), 풀이 바람에 나부껴 한쪽으로 쏠리듯이 순종함을 초미(草靡), 경박하고 소신이 없음을 투미(偸靡), 쇠퇴하여 쓰러짐을 퇴미(頹靡), 가볍고 화려한 것을 부미(浮靡), 곱고 화려함을 여미(麗靡), 시들고 느른해짐 또는 쇠하여 피로해짐을 위미(萎靡), 나무나 풀이 바람에 불려 쓰러지거나 쓸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나 위력에 눌려 여러 사람이 굴복함을 피미(披靡), 자신의 특기를 믿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미시기장(靡恃己長), 마음과 힘을 다하여야 한다는 말을 미불용극(靡不用極), 무엇이든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미소불위(靡所不爲), 대세에 휩쓸리어 좇는다는 말을 종풍이미(從風而靡), 그 시대의 사람들을 그 일에 쏠리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 바람에 몰려 한쪽으로 쓰러지듯이 위세에 딸려서 저절로 복종한다는 말을 일세풍미(一世風靡), 물결이 끝없이 흘러가고 차차로 변천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추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파류제미(波流弟靡)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振(떨칠 진)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떨며 움직이다의 뜻을 가지는 辰(진)으로 이루어지며 손을 떨며 움직이는 뜻이다. 전(轉)하여 원기왕성(元氣旺盛)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振자는 '떨치다'나 '진동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振자는 手(손 수)자와 辰(지지 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辰자는 조개 모양의 낫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振자를 보면 彳(조금 걸을 척)자와 辰자, 止(발 지)자, 그리고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또 止자의 양옆에는 점이 찍혀있는데, 이것은 발을 내디딜 때 나는 진동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振자의 본래 의미는 '진동하다'였다. 하지만 후에 '떨치다'라는 뜻이 파생되었고 소전에서는 글자가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振(진)은 ①떨치다 ②떨다 ③진동(振動)하다 ④구원(救援)하다 ⑤거두다 ⑥건지다, 구휼(救恤)하다 ⑦떨쳐 일어나다, 속력(速力)을 내다, 무리를 지어 날다 ⑧들다, 들어 올리다 ⑨열다, 열어서 내놓다 ⑩받아들이다, 수납(收納)하다 ⑪정돈하다(整頓), 정제하다(整齊: 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다) ⑫뽑다, 빼내다 ⑬바루다, 바로잡다 ⑭조사(調査)하다, 알아보다 ⑮무던하다(성질이 너그럽고 수더분하다), 인후(仁厚)하다 ⑯오래되다 ⑰버리다, 내버리다 ⑱멎다, 그만두다 ⑲홑겹, 한 겹 ⑳예, 옛,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떨쳐서 일으킴 또는 일어남을 진작(振作), 침체된 상태에서 떨쳐 일으킴을 진흥(振興), 흔들리어 움직임을 진동(振動), 진동하는 폭을 진폭(振幅), 정신을 가다듬어 일어남을 진기(振起), 몹시 울리어 흔들림을 진감(振撼), 북을 울림을 진고(振鼓), 방울을 울림을 진령(振鈴),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춤을 진무(振舞), 기운을 떨쳐 냄을 진기(振氣), 떨쳐 일으켜 선양함을 진양(振揚), 소리가 하늘까지 떨쳐 울림 또는 이름을 천하에 떨침을 진천(振天), 무섭거나 두려워서 떨며 삼감을 진숙(振肅), 가난한 사람을 구하여 도와 줌을 진궁(振窮), 가난한 사람을 도와 줌을 진발(振拔), 어떤 일이나 힘이 활발하게 움직여 떨치지 못함 또는 세력이 떨쳐 일어나지 못함을 부진(不振), 진동을 일으킴을 발진(發振), 떨치어 일어남을 흥진(興振), 진동을 막음을 방진(防振), 기본 진동에 대하여 2배수가 되는 진동을 배진(倍振), 대단히 높은 산 위에서 옷의 먼지를 턴다는 뜻으로 아주 상쾌한 느낌을 이르는 말을 진의천인강(振衣千仞岡), 보리 이삭을 뽑고 마른 나무를 벤다는 뜻으로 아주 손쉬운 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발풍진고(撥麷振枯), 문란한 법강을 바로잡고 해이한 풍기를 떨쳐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돈강진기(頓綱振紀), 진중의 종소리와 북소리가 하늘을 뒤흔든다는 뜻으로 격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금고진천(金鼓振天), 마른 나무를 꺾어 낙엽을 떨어낸다는 뜻으로 일이 매우 쉬움을 이르는 말을 절고진락(折槀振落), 의욕이나 자신감이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씩씩한 기세를 떨쳐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사기진작(士氣振作), 재주와 지혜와 인덕을 충분히 조화 있게 갖추고 있음의 비유 또는 인격이 대성함의 비유하는 말을 금성옥진(金聲玉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