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식 칼럼 [울산광역매일]울산시가 학교와 도서관을 확충해야 화는 이유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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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정광식 칼럼> 울산시가 학교와 도서관을 확충해야 화는 이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15년 간 28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합계 출산율은 오히려 1.13에서 0.81로 떨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저출산 대책을 위해 이런 예산 지출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야튼 어딘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경우, 출생아 수는 2017년 9천381명에서 2022년 5천399명으로 약 45% 감소했다. 인구 1천명 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저출산생율도 4.4명으로 전국 평균4.6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울산시 초등학교 수는 2017년 118개 교에서 2022년 121개교로 늘어났다. 학생 수도 `황금돼지 해` 등 사회적 관습의 영향으로 2017년 6만6천16명에서 2022년 6만6천450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울산지역 교원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전체 교원 수가 2017년 4천240명에서 2022년 4천537명으로 늘어났다. 교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동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그만큼 더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교원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가 2017년 15.5명에서 2022년에 14.6명으로 감소햇다. 중학교도 교원 1인당 학생수가 2017년 12.2명에서 2022년 11.7명으로 줄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소위 교육 선진국이라는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교육환경 자체가 다르다. 핀란드는 한반도 면적의 1.5배의 크기이지만 인구수는 2021년 기준 554.1만 명이다. 이웃 스웨덴이 1천42만 명, 노르웨이가 540.8만명이다. 이 세 나라 인구를 모두 합쳐도 대한민국 인구 5천174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교육 규모나 형태, 교육과정을 단순 비교해 비교우위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우리나라 유치원은 `어린이 안전 동요` `조심해요 송` 등을 가르친다. 노래 제작 목적이 유괴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가사 내용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제목도 `낯선 사람이 보이면 조심해`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불신을 배우고 익힌 아이들은 배운 대로 실천한다. 우리나라 대도시 아파트 대부분은 외부 사람이 개별 가구를 바로 찾아가기 어렵게 돼 있다. 아예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차단돼 `검문검색`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몇 동 몇 호가 어디쯤 있지?`라고 물어보면 낭패당하기 일쑤이다. 특히 복장이 초라할 때는 여지없다. 그 사람은 즉시 잠재적 유괴범으로 취급돼 신고당하고, 이어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가 하면 심하면 경찰관서로 동행해야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대낮에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을 만나기도 힘들다. 학교를 마친 후 바로 학원 차로 학원으로 이동한 후, 학원 수업이 끝나면 또 학원 차로 집으로 돌아간다. 정차 장소에 내린 후 가족과 함께 귀가하기 때문에 아동 유괴 방지 혹은 안전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아이를 키우고 인간다움을 가르치는데 부적절함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어느덧 우리 주거환경은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니라, CCTV 감시 아래 잠재적 범죄자를 차단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파놉티콘`으로 변했다. 이웃과의 연대나 인간의 품위가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셈이다. 


 교육과정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하지만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유치원 교육과정에 `낯선 사람이 보이면 조심해`라는 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 풍토와 교육 분위기 속에서 아무리 시설이 좋고, 교원 수가 많으면 뭐하겠나. 교육 담당자의 한 축인 학부모가 교육을 믿지 못하고, 어린이들이 불신을 강요받으면서 전 생애를 입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불신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기반이 되는 공공기관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이다. 공공기관의 대표적인 상징은 학생에게는 학교이며, 문화시민을 위해서는 공공도서관이다. 따라서 울산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가장 `교양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학교와 공공도서관 설비 확충에 예산을 최우선 배정해야 한다. 그래서 울산의 학교와 도서관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합리적 모임 공간이 되고, 생동감 넘치는 민주주의 문화를 익히는 장소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 저출산의 해결책도 이러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저출산의 실제 당사자인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견과 실행 여부가 진정한 해결책이다. 이웃과의 연대가 두터워지고, 인간의 품위가 존중받을때 저출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저출산 해결책으로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불합리하고 더디 가는 방법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상 가장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