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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 없는 사람이 경제적 고통으로 자살을 하고 있다. 지하철에 뛰어드는 사람, 강물에 뛰어드는 사람, 목을 매다는 사람, 농약을 먹는 사람…. 이미 대한민국에서 자살은 일상사가 되어 있고, 자살뉴스는 뉴스 취급을 받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편가르기 싸움만 획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싸움을 하는 이유는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사와 야당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이 분열되어 있어도 이를 슬기롭게 통합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들의 현명한 여론마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쪽 편으로만 끌어당기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을 따르는 국민들과 대통령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국민들 사이에 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수도이전문제부터 보자.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 국민들은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많다. 국민들 마음이 이렇게 나타나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고, 야당을 설득하고, 그렇게 해서 국론을 모아 슬기롭게 해결할 생각을 하는 것이 국정담당자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강남사람들’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수도이전반대자들을 기득권자로 몰아붙이며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고집대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과거사 청산 문제는 더욱 가관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과거사에 대해 정리해야 하지만, 지금 시기에 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사 정리를 하며, ‘정적 죽이기’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더 많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과 입장이 같은 몇몇 시민단체와 방송을 동원해 과거사 청산을 밀어붙이려 한다. 반대하면 친일파 후손이 되거나, 매국노로 몰아붙인다.
국가보안법 개폐는 또 어떠한가. 애초에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폐지의 입장과 개정의 입장이 존재했었고, 한나라당은 개정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에서 당론을 정한 다음에, 한나라당과 교섭에 나서서 개정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선언’해 버리고, 열린우리당은 꼭두각시처럼 ‘폐지’를 당론으로 천명하니, ‘국체논쟁’으로 까지 비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국론분열을 일으켜놓고, 여론을 따르라고 하니,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서 ‘포퓰리즘 정치를 하라는 말이냐’는 식으로 반문한다. 여론정치와 포퓰리즘도 구분 못하면서 청와대에 앉아있으니, 청개구리도 이런 청개구리들이 없다. 돈이라도 있으면, ‘중용’에 관한 책이라도 한 권씩 사주고 싶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가끔 여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사명감에 불타 있다. 마치 ‘구국의 일념’으로 사는 사람들 같다. 부패한 기득권세력에 둘러싸여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이순신 장군’같은 비장감이 감돈다.
대통령, 그리고 정부와 여당이 국정을 슬기롭게 해결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전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기득권세력을 척결하여 나라를 구해내야 한다는 각오만 가다듬고 있으니’,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우리 국민이 ‘혁명정부’를 뽑은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외적의 침략을 받은 것도 아닌데, 여권의 이러한 모습을 어찌 보아야 할까.
난센스도 이런 난센스가 없다.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면 만사를 신중하게 여론을 살펴가며 처신할 생각은 안하고, 만화책에 나오는 ‘독수리 5형제’처럼 처신한단 말인가.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이순신’이 아니라,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다.
제발, 사사건건 분탕질만 하지 말고, 국민들이 마음놓고 생업에 열중하게 좀 해주길 바란다.
김진영(시사평론가) jyoung2007@empal.com
첫댓글 노무효 , 이미친넘 ! 자기 과거사나 바로 세울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