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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donodonsu/100010397668
놀랍게도 우리는 이틀동안 그런방식으로 무려 3 파인트의 혈액을 수혈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의 건강이 회복되었다. 녀석은 자기 간의 절반이 날아갔음에도 황달이나 다른 대사 이상을 보이지 않았고 ( 출혈후의 수혈에 의한 약한 황달은 곧 사라졌다 ), 2차 감염도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녀석은 결국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넘긴다음, 씩씩하고 건강하게 퇴원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퇴원하던 날 사단이 생겼다.
보호자가 하얕게 질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고, 보호자의 손에는 퇴원비 계산서가 들려있었다.
보호자는 자기의 아이가 수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것은 어떤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우리가 혹시나 일반 병동에 있는 동안 무심코 보호자가 챠트라도 볼 까봐 챠트에 혈액전표도 붙이지 않고 따로 이중장부를 만들다시피 하면서 완전 범죄를 했는데, 엉뚱하게 퇴원비 계산서의 치료내역에서 혈액이 청구된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야 했는지. 그다음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구차하게 다시 거론하고 싶지않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결국 사람사는 세상인데 해결이야 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그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원래 종합병원의 퇴원비 계산서는 수술비, 마취료, 진찰료, 입원료, 투약료, 처치료,약품료 와 같은 항목으로 청구되지 보호자가 들고 있는 상세진료비 계산서는 보호자가 특별히 요구 할 경우에만 발급되는 것인데,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그 경황중에 원무과에 내려가서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원무과 여직원으로부터 어떻게 보호자가 상세진료비 명세서를 들고 있고, 그나마 수혈 내역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었는지를 듣는순간, 나는 정말 태어나서 가장 심각하게 화를 냈다. 정말 사람에 대한 분노가 그정도에 이른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문제의 인턴 선생이 이번일에 개입한 것 이었다.
놀랍게도 보호자들이 그 인턴 선생을 찿아가서 아이에 대한 상의를 했고 ( 나는 그 종단의 교우들이 심지어 다니는 집회장소가 서로 달라도, 서로 알음알음으로 그렇게 서로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턴 선생은 아이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인턴 선생은 그일로인해 그 즈음에 병원에서 왕따가 되다시피해서,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출입은 못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보호자에게 아무래도 수혈을 한 의심이 가는데, 꼭 상세진료비 명세서를 확인하라고 가르쳐 준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인턴 선생에 대한 징계 위원회 소집을 요구 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갈등에 빠졌다.
이정도 사안이라면 가운을 벗길 수 있는 일이었고,공식적인 문제가 된다면 아마 그렇게 될 것이었다. 더우기 이런 사람이 의사가 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심각하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데. 어쩌면 정말 이 친구의 의사면허는 박탈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국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그날 저녘 인턴선생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나는 내심 경우에 따라 이친구의 인턴 수련을 정지시킬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상황에서 전공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최소한 인턴 수련을 이어 갈 가능성은 없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이일로 인해 이친구의 병원내 입지가 이미 식물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 수혈 사건만 해도 다들 뜨악 하더라도 한번쯤 넘어가 줄 수 있었지만, 이번일은 우리들뿐 아니라 간호사들이나 기타 다른 진료지원부서의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미 한계를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나는 대충 몇가지를 먼저 질문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린 자식의 운명마져 부모의 신념으로 결정 할 수는 없다, 누구던 삶보다 죽음이 중요 할 수 있다, 사실 이차돈의 순교나, 천주교 박해때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라는 말 한마디로 수 없이 죽어간 순교자들처럼 종교적 확신 뿐 아니라, 이준,안중근, 등과 같은 영웅적 죽음까지 어떤 면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있지 않다.
때문에 왜국의 개가 될 지언정 차라리 죽겠다는 열사들이나, 타인의 피를 수혈 받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당신들의 죽음이나 다 같은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아이의 문제와, 신념이 다른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심지어 자식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번에 엠블란스에서 자네로인해 적시에 수혈을 받지 못했던 환자가 왜 자네의 신념에 의해 죽고 살아야하는가? 그만큼 자네의 신념이 절대적이고 강고한 것인가?
이에 대한 그녀의 답은 이랬다.
"나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다,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신앙은 확신이다. 그것에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 할 수 없는 맹목성이 존재한다, 믿음이란 문자 그대로 믿어 버리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 나는 내 종교를 믿고있고 믿고 있다는 말은 곧 "따른다"는 뜻이다.
선생님 관점에서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까지 개입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믿음"을 확신하는 내 관점에서는 그냥 두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구원이다, 만약 내가 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아예 "믿음"자체를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고로, 비록 소수로서 존중 받지 못함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내 믿음대로 행 할 수 밖에 없다., "
사실 내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말은 틀렸고, 그녀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틀렸다.
이대목에서 수혈의 의미를 이야기하거나, 그 종파에서 에이즈나 간염등의 사례를 들어서 수혈금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는 이야기들은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그냥 그 상황에서 죽으면 되지, 왜 수혈이 의무가 되는 "의사"의 길을 들어 섰느냐? 만약 그것이 확신이라면 의사외에 다른 직업을 택했어야 하지 않느냐?
그녀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
애석하게도 우리 교파에는 의사가 거의 없다, 아주 드물게 나이가 들어서 우리의 교리에 믿음을 가지고 뒤늦게 입문하게 된 의사가 몇 분 계시지만, 그분들은 그 수가 극히 적다,
더우기 우리가 수혈을 거부한다고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도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만, 다만 수혈을 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때문에 누군가 의사중에는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수혈이 없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거나,의술을 발전시켜 줘야한다,
그런데 선생님 역시 그렇지 않느냐,
일단 상태가 나빠지면 수혈을 하고 쉬운길로 가지 않느냐,, 만약 선생님 같은 분이 내 담당 의사가 된다면 나는 몰래 한 수혈 때문에 정신적인 불구자가 되거나, 아니면 우리말을 존중해서 수혈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사실 속수무책으로 죽게되지 않겠는가? 선생님 머리속에는 "그런 상황에서는 수혈외에는 대안이 없어.."라는 확신이 박혀 있지 않느냐,,
하지만 단 한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전통적 가치 기준으로 보면 수혈을 거부하는 우리들의 목숨도 중요한 것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백만에 한명이 있는 희귀병 치료에는 우리나라의 일류의사들이 매달리면서, 백만이 넘은 우리들의 문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지 않느냐,,
우리도 대수술을 받으면 두렵고 공포스럽다,, 이럴때 우리들을 위해서 어떤 의사가 그나마 수혈을 받지 않고도 최대한 생존률을 높여줄 수 있는 연구와 배려를 해준다면,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지 않겟는가?
그것이 내가 의사가 된 이유다,,..
사실 나는 그 종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의사로서 수혈 문제와, 국가의 일원으로서 군복무 문제 등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 그 사람들이 지키려는 원리주의적인 삶은 어떤 면에서는 현재 타락한 기성 교회에대한 모범이 될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은 생명을 담보로 성서에 쓰여진 "피를 취하지 말라"는 구절을 그대로 시행 할 만큼, 소위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즉 수혈 문제를 일으킨만큼 다른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기성종단이 "말씀"을 의역하고 임의로 해석하여, 수혈이나 다른 금기들을 유연하게 피해 갈 수 있는 만큼 대신 다른 규범들을 쉽게 왜곡하고 지키지 않고, 방종하며 , 신앙을 신앙 답지 않게 만들고, 성전에 기름이 번들거리고, 교회에 황금이 넘쳐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나는 결국 그녀의 오류를 덮기로 했다.
다만 그녀가 외과,내과와 같은 수혈로 인해 타인의 생명을 위협 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는 더이상 이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
...
지금 그녀는 진단 방사선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같은 교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의원을 개설해서 진료중이며, 교인들이 심각한 외상이나 기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 자신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혈액학회 회원으로서 대체 수혈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삶은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출처 : 시골의사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donodonsu/100010397668)
첫댓글 대체.. 뭔 교리길래 피를 수혈받으면 안되는거야..? 나 진짜 이해가 안가네; 물론 모든 사이비가 이해가 안되지만
여호와의 증인..
피를 먹지말라는 구절이 있어서 그렇다고 들음 선지도 안먹는대
아니 그래도 남한테 강요하면 안되지 환자 수혈 못하게 하는건 뭐야 그럴거면 인턴도 본인들 병원가서 하지
저사건전에도 멧돼지로 오인당해서 하여튼 사냥용 산탄총 온몸에 맞은 아저씨 이송한다고 구급차타서 수혈팩은 안달았던거 밝혀져서 왕따 당하다싶이 했는데
저사건도 터진거
글쓴의사책읽어서알아..
지금봐도 애기가 뭔 죄인가 싶어ㅠ
딱 수혈만 하면 드라마틱하게 나아지는건데 부모가 반대해서 몰래 수혈한건데...저 여의사가 알려줘서들킨거
혹시 책 제목 알려주실수있나여
@비토리아 세레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권까지 있어
@Here Now 감삼다
지들끼리야 뭐 그렇다치는데 죽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왜...
단지 성경에 나온 "피를 취하지 말라" 이 문장 때문에 수혈을 안한다는 거야...?
와우 저 정도면 종교와 망상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야? 죽으려면 혼자 죽지 지가 뭔데 남의 목숨을
2025년에도 벌어지는 일이고 지금도 사람들 죽어나감
학생 때 여호와의 증인인 애 있어서
교수님이 너 그러면 수혈환자오먼 수혈 안할거냐는거에 ㅇㅇ해서 너같은애는 간호사하면 환자 죽일 애니까 다른직업 찾아라고 대놓고 말했음ㅋㅋㅋ
그래도 병원 취업했는데 쟤 계속 간호사하는지는 몰겠답
근데 교인한테면 수혈은 안하면 몰라도 일반 응급환자힌테 위에 이여기처럼 수혈 안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 나도 아릴때 여호와증인 지인 있었는데 칼대는 수술도 졸대안함..
그레이아나토미에도 나오는데 자기자식 죽는다해도 반대하더라
당사자가 원치않을때만 해야지 구원을 왜 자기기준에 맞춰서 자기 멋대로 하는데;;
사회적인 기준에 자기들이 안맞는거 알면 지들끼리만 구원하던가해야지 자기들의 정신적인 불구를 무시하는건 안되고 남의 살고자하는 신념은 자기들 멋대로 무시하고 생명을 빼앗아도 됨?
고기에도 엄밀히말하면 혈액이 소량씩 섞여잇을텐데..;;;
나 중환자실 일할때 여호와의 증인 환자분이 심장 수술 받고 나왔는데 혈색소 수치가 5-6점대(정상 남자 14고 병원에서는 10이상은 맞춤)까지 내려가는데도 안 했음. 결국 살긴하셨지만 뇌에 산소가 부족 했는지(혈색소가 산소 운반 해주니까) 약간 사람이 덜 해짐.... 그 때 맞은편에도 똑같은 케이스 남자분 있었는데 그분은 다행이 멀쩡해지심 면회 때 보호자분들끼리 서로 인사하고 알아서 신기했는데 그때 생각 나네
와근데 대인배다 따로 징계안하고 밥먹고(이것도 대단 나같으면 밥이 안 넘어갈듯) 면담하면서 신념이 어떤지 묻고 너무 확고하니까 수혈할일 없는 과로 돌리게 해서 피해보는 환자도 앞으로 없게하고 저 인턴 인생도 나름대로 구원? 해준거 아니야
개싫다
ㅡㅡ;;
와.....근데 저사람을 의사로 만나면 환자들 다죽는거아님..? 그리고 선지국같은것도 안먹나?
저 종교는 순대도 안먹음 피 섞였다고..
신념이 이렇게 무서운거야...
미친거고 이기적인거지 신념이고 나발이고 남의 생사를 지가 뭔데 결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