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쓸모를 찾아주는…사람을 버리지 않아야 그 뒤에 사람을 얻는다
2023.08.07(월) 14:35:24
[비즈한국]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야알못’인 필자가 요즘 뒤늦게 이 프로그램 덕분에 야구의 묘미를 알게 됐다. 수많은 시청자의 호응 속에 벌써 시즌 2를 방영 중인 ‘최강야구’ 덕분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지인 추천으로 보게 된 이 스포츠 예능이 참말로 재미져서 지난 주말 내내 밤을 패며 보다가, 야구에 푹 빠진 주말을 보냈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 야구선수들을 모아 ‘최강 몬스터즈’라는 구단을 설립해 전국의 야구 강팀들과의 대결을 그린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흥미로운 건 한때 잘 나갔던 프로 야구 아재 선수들의 허허실실 농담 따먹는 구조의 프로그램으로 갈 줄 알았던 이 프로그램이 정말 야구에 진심인, 뜨거운 마음을 품은 선수들의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부터 비선출로 스물여섯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엘리트 야구훈련을 받게 된 육성선수에 이르기까지. ‘최강야구’에는 야구가 미치도록 잘하고 싶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기록된다. 이들의 성장드라마에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눈물 뚝뚝 흘리기도 하며 쭉 프로그램을 챙겨보다 보면, 감동 서서의 중심에 가장 큰 축에 ‘최강 몬스터즈’의 새로운 감독, 김성근 감독이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강야구 시즌2의 감독을 맡은 야신 김성근. 사진=JTBC ‘최강야구’ 화면 캡처
시즌 1의 감독이었던 이승엽 선수가 두산 베어스 감독이 되어 본의 아니게 사임을 하게 되자 새롭게 영입된 81세의 노익장 야구감독. 김성근 감독은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2022년 SK 와이번즈 감독 은퇴까지 53년의 지도자 생활을 거친, 살아있는 한국 야구계의 전설이다. 그동안 그의 손에 의해 길러진 수천 명의 제자들, 그리고 셀 수 없는 슈퍼스타들, 맡는 족족 최약세 팀이라 평가받는 팀들을 우승권에 근접한 외인구단의 팀으로 바꿔놓기도 한 이력의 그다. 그리고 김 감독은 육십 살이 넘은 나이에는 신생팀이나 다름없던 SK 와이번스를 맡은 첫해부터 우승팀으로 만들어 버린 최고의 승부사이기도 하다. 그를 칭하는 유명한 별명인 ‘야신’이라는 애칭은 동료 감독이자 야구계 최다 우승 감독이었던 김응룡 감독을 통해 얻게 된 것이라고 하니, 명실상부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임에는 틀림없는 이다.
시즌 1에서도 이미 단순 스포츠 예능이 아닌, 스포츠맨십을 그린 성장과 감동의 드라마가 함께 있다는 평가를 얻은 ‘최강야구’는 김성근 감독의 출연으로 예능이 아닌, 리얼 성장 드라마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된다. 80대의 나이에도 선수들의 기초 체력 훈련을 지옥훈련급으로 돌리고, 경기에 진 날이거나 성과가 나빴던 선수들은 경기 후 ‘특타’ 혹은 ‘펑고’ 훈련을 실시한다. 신기한 건 선수들이다. 그 지독한 훈련을 살짝 툴툴대는 와중에도 전직 프로선수들 모두가 숙연히 그 훈련을 받고 칼을 갈며, 자신들의 실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 김성근 감독은 그런 선수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선수들과의 훈련 과정에서 끊임없이 발견시켜 준다. 그리고 그러한 선수들의 실력 성장은 ‘최강 몬스터즈’의 팀워크와 승리의 결과로 연결되어 그 전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까지 안겨준다.
김성근 감독의 합류로 인해 팀이 재정비되면서 승리의 횟수가 많아져 가는 어느 날, 승리에 취한 선수들의 대화가 카메라에 잡혔는데, 평소 말 수도 별로 없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일침을 가한다.
“여러분들은 프로 출신이고, 돈 받고 하고 있어. 돈 받는다는 건 프로라는 것이야.” 이후 그는 선수들의 출장 리스트를 알리는 오더 타임에 다시 다음과 같은 책임 의식에 관해 이야기를 더한다. “우리가 지면 이 식구들 하루아침에 다 없어져. 우리 뒤에 제작진만 200명이 있어. 200명의 제작진 뒤에는 500명, 600명의 가족도 있다. 우리가 실수하면 이 사람들한테 어떤 피해를 주겠어. 이런 걸 잘 인식하라고. 어쨌든 시합에는 상대가 프로가 되든 아마추어가 되든 관계가 없어. 어떤 시합을 해도 이겨야 해.”
참고로 최강야구는 ‘최강 몬스터즈’가 7할의 승리를 이루지 못하면 이 프로그램은 폐지가 되는 것이 룰이다. 돈 받으면 프로니까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 프로그램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까지 고려하는 책임감의 마음으로 꼭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데 놀랍게도 최강 몬스터즈가 대차게 패한 날, 김성근 감독은 놀라운 말을 선수에게 던진다.
시즌 1의 숙적이었던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최강 몬스터즈가 패배한 날, 200일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가 다시 첫 투구를 시작한 장원삼 투수에게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지나가면서 툭 던지듯 이렇게 말한다. “어이, 나이스 피칭!”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 김 감독이기에 장원삼 선수는 그의 말을 듣고도 그것이 자신에게 한 말인지 놀라서 사람들에게 되물을 정도다. 경기에는 비록 패했으나 자신의 차례에서 만큼은 잘 던진 그를 위해 긴 시간 동안 주눅 들어 있었을 그를 고려한 김 감독의 배려 어린 응원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어른의 칭찬은 격이 다르다.
사진=JTBC ‘최강야구’ 화면 캡처
그 외에도 김성근 감독은 시즌 1을 마무리하는 회식 자리에서 입스가 온 포수 이홍구가 고민에 빠지자, 담담하게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괜찮아, 지나고 나면 더 좋을 거야.” 그리고 부상을 입어 더 이상 투수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심수창 선수에게는 “야구를 포기하고 살 수 있으면 야구를 버려라. 그러나 그렇지 못하겠으면 일주일에 세 번 나한테 와”라는 말을 남긴다. 모두 잘하는 선수들만 호평할 때도 김 감독은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잊지 않고 담담하고 조용히 응원하고 격려하며, 스승의 마음으로 그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그랬던 선수들이 재기하는 모습을 볼 때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행복해한다.
스승으로서도 책임을 다하기에 선수들에게도 책임감을 철저하고 지독하게 묻는 김 감독이다. 그의 이러한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은 그의 저서인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책 구절에도 증명이 된다.
“스스로 자기를 포기 하지 않은 이상 하려는 의지가 있는 선수라면, 리더는 어떻게 해서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모든 선수가 다 유용하다. 모든 선수에게는 그들 각자의 자신만이 가진 쓸모가 있다. 그걸 찾아주는 것, 그리고 끝까지 그 유용함을 살려주는 것, ‘그 사람’의 ‘그 능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참모습이다.”
지옥훈련과 같은 엄격한 훈련으로 한국 야구계 현역 시절 비난을 받기도 한 김성근 감독이지만, 제자인 선수들을 대하는 리더로서의 그의 마음을 살펴보면 그는 분명 격이 다른 리더십을 가진 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모든 선수를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쓸모와 유용함을 살려주는 것.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모여 하나씩 성취를 이뤄가는 사람, 그 과정에서 매일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 김성근 감독과 같은 이런 리더십이야 말로 진정한 어른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그의 책 제목처럼 진정한 어른 리더라면, 그들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을 버리지 않았기에 그 뒤에는 반드시 사람을 얻는다. 그러니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사람을 포기하지 마라. 야신 김성근 감독처럼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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