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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9월 24일자로 오토기어에 등록된 기사로 현재 큰 화두가 되고 있는 폴크스바겐 사태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트기어 독자분들 가운데 자동차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 참고가 되리라 사료됩니다.)
지난 18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환경보호청(EPA)은 폴크스바겐이 미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타, 골프 파사트 등 5종과 아우디 A3를 포함한 모델 4종에 대해 미국의 자동차 배출 가스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눈속임을 했다고 판단, 총 48만 2,000대의 디젤 차량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습니다.
EPA는 이들 차량이 평상시 산화질소 배출 통제 시스템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는데, 정기검사시에는 이 장치가 작동돼 산화질소 배출량을 최소 수준으로 억제하지만, 평상시에는 소프트웨어 작동시 대비 40배까지 산화질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폴크스바겐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차량에 대한 미국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캐나다에서도 판매 중단이 이뤄졌다고 불룸버그 통신이 캐나다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EPA의 조사가 완료되면 폴크스바겐 그룹은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경영진에 대한 형사 소송, 미국내 집단 소송 가능성 등 막대한 재정 손실과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직면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향후 폴크스바겐 존립을 위협하는 악재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폴크스바겐 주가는 현재 40% 가까이 폭락해 이틀만에 약 40조원이 증발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폴크스바겐, 아우디의 차량은 최소 1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모두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조차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입니다. 이미 폴크스바겐 사태는 다임러, BMW,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 자동차 업계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부분의 유럽 브랜드의 주가 역시 2~3% 정도 하락하는 등 폴크스바겐 사태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클린 디젤’로 불리는 유럽 디젤 자동차입니다. 낮은 회전수에서 두터운 토크를 기반으로 도심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주는데다 연비 효율까지 높은 유럽 디젤 자동차는 최근 10년간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를 바꿔 놓았다고 할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습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디젤 열풍은 강력한 환경 규제로 일찌감치 하이브리드로 전환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도 흔들어 놓았습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 일부를 BMW에 내어주는 대신 쓸만한 디젤 엔진을 공유하기로 했고 닛산은 아예 르노와 벤츠의 디젤 엔진을 통째로 갖다 쓰는 등 디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펴왔습니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비 효율이 높은 것은 높은 압축비로 인한 결과입니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서 배운 ’열역학 공식’을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인화점이 높은 대신 자연 발화점은 더 낮습니다. 즉 휘발유는 화기를 가까이 할 경우 불이 바로 붙지만 가열만 할 경우 불이 잘 붙지 않으며 경유는 휘발유처럼 화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가열시 휘발유보다 빨리 불이 붙습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은 점화 플러그를 사용하여 폭발을 일으키고 디젤을 사용하는 엔진은 높은 압축비로 인해 실린더 내부의 온도를 높여 착화에 의한 폭발로 출력을 얻는 방식입니다. 가솔린 엔진은 점화 플러그로 불꽃을 일으켜 가솔린을 연소시키는 방식이여서 높은 압축비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반면 자연 발화 방식으로 연소되는 디젤 엔진은 연료인 디젤이 착화될 수 있을만큼 공기의 온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15:1~22:1 사이의 높은 압축비를 필요로 합니다. 뜨겁게 가열된 공기에 디젤을 분사하여 폭발을 일으키는 구조입니다. 더 높은 압축비에서 폭발하니 자연히 낮은 회전수에서 더 높은 힘(토크)이 발생하고 이는 곧 우수한 연비 효율로 직결됩니다.(디젤은 가솔린 대비 부피당 열량이 더 높습니다.)
높은 압축비에서 착화 방식으로 폭발하는 구조이니 당연히 낮은 압축비에서 점화 플러그로 발화 되는 가솔린 엔진에 비해 소음, 진동이 상대적으로 크며 강력한 폭발을 견디기 위해 엔진 사이즈도 크고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높은 압축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 대비 높은 회전수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는 각종 모터스포츠에서 디젤 엔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BlueTec 엔진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요소수’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요소수란 요소비료의 원료인 요소(Urea)와 순수한 물(water)을 혼합하여 만든 요소함량 32.5%의 화학물질입니다. 이 요소수는 디젤 엔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질소산화물은 스모그와 산성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기관지염,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 화물 트럭에는 유로5 환경 규제 이후 요소수를 이용한 정화 기술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정화기술은 크게 SCR(Selctive Catalytic Reduck) 방식과 EGR(Exhaust Recirculation) 방식으로 나뉩니다.
SCR 방식은 선택적 환원 촉매 감소 기술로 애드블루라고 불리는 요소수를 주입하여 배기 가스에 뿌려 질소산화물을 대기성 질소와 수증기로 변환시키는 기술입니다. SCR 방식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질소산화물을 비롯해 일산화탄소까지 저감시켜줍니다. 질소산화물을 90% 가량 중화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SCR 방식은 약 20리터 내외의 요소수 탱크와 배관 순환 장치 등이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 비용 부담이 큽니다.
EGR 방식은 배기가스 재순한 기술로 질소산화물(NOx)의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EGR Cooler가 추가로 장착됩니다. 폴크스바겐이 배기 가스 저감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EGR 방식입니다. EGR 방식은 SCR 방식 대비 설계, 비용 면에서 유리합니다. EGR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고 디젤 엔진의 또다른 문제점인 PM은 DPF로 잡는 구조인데, EGR로 인해 연소온도가 낮아질수록 NOx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연소 온도 저하로 PM(Particulate Matter : 입자상물질)은 증가하게 됩니다.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PM은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로 제거를 합니다. DPF는 디젤 연소시 발생하는 PM을 필터러 걸러낸 뒤 600도 이상의 고온으로 태워 PM 배출량을 줄여줍니다. DPF 필터가 정상적으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를 태워 분해하기 위해서는 약 600도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 대비 열손실이 많지 않은데다 EGR 방식이 배기가스 재순한 기술을 이용해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때문에 축적된 PM을 태우려면 강제로 온도를 높여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DPF에 PM 쌓이면 배기 가스 배출이 둔화되면서 압력차가 발생하고 이를 압력 센서가 인지해 자동차 ECU에 전달합니다. ECU는 쌓인 배기 찌거기를 고온으로 태우기 위해 연료를 추가 분사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PM 양를 조절합니다. EGR에서 넘어가는 PM이 흡기관에 누적될수록 엔진 동력 성능과 연비 효율이 떨어지 때문에 정해진 주기에 따라 필터를 청소하거나 교체를 해줘야 합니다.
DPF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연료가 추가 사용되기 때문에 DPF가 제 기능을 할 경우 연비가 일정 부분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축적된 PM양 또는 DPF 상태에 따라 출력 저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장착해 놓은 장치에 속된말로 ’장난질’을 쳐 놓은 것인데,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실시하는 배기 가스 규정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차량 테스트시에는 배기 가스 저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정하고 소비자가 일상 환경에서 주행할 때에는 배기 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셋팅했다는 것입니다.
즉 디젤 엔진의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정화 장치를 달아 놓고 이를 단순히 형식 승인을 받기 위해 테스트용 진단기를 연결한 상태에서는 정상 작동하도록 설정하고 진단기를 떼고 일상적인 주행을 할 때에는 정화 장치가 꺼지도록 펌웨어를 조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테스트 진단기가 연결되어 배기 가스 정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질소산화물이 유로 5 기준에 맞게 억제되지만, 정화 장치가 작동을 멈출 경우 유로 5 기준치의 40배까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높아집니다. 즉 테스트 환경에서는 ’클린 디젤’일 수 있어도 일반 도로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물질을 내뿜는 흉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질소산화물은 산성비, 스모그의 주요 원인이자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입니다. NOx로 표기되는 질소산화물은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2) 외에도 N2O, N2O₃, N2O4, N2O5, NO₃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기오염물질로 거론되는 것은 NO, NO2입니다.
질소 및 질소화합물의 산화에 의해 생성되는 NOx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비롯해 화력발전소, 소각로, 보일러 등에서 발생하며 질소산화물이 태양광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생기산소가 발생하고 발생기산소가 오존 형태로 탄화수소, 유향산화물과 반응하여 알데히드, 황산미스트, PAN과 같은 광화학 물질을 생성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함께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디젤과 가솔린의 배기 가스 규제가 동일한데 이는 새롭게 적용되 유로 6 기준치의 절반 수준에 해당할만큼 엄격합니다. 결국 폴크스바겐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하는 미국 당국과 출력, 연비 효율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테스트 환경에서만 기준치에 적합하도록 ECU 펌웨어를 조작하는 속임수를 썼습니다. 엄격한 환경 기준을 통과하면서 출력, 연비 부분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디젤 자동차를 ’기술력’이 아닌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자사의 실제 배기 가스 정도를 알아내려면 테스트용 진단기를 연결해야 하고, 이럴 경우 ECU가 배기 정화 장치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도록 셋팅되어 있으니 해당 문제가 발각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는 미국 비영리환경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와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배기가스 연구팀이 2013년 미국 LA에서 실시한 한 실험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해당 실험의 목적은 ’디젤 엔진의 친환경성을 증명’하기 위함이었고 실험 대상은 폴크스바겐 제타, 파사트, BMW X5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험자들의 기대와 매우 달랐는데, BMW X5만 기준치를 통과했고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타, 파사트의 배기 가스가 기준치를 크게 상회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ICCT는 이 결과를 폴크스바겐에 통보했고 폴크스바겐은 자발적 리콜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 그 해 12월, 50만대 리콜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국(CARB)이 실시한 후속 실험에서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 규제 당국은 CARB 실험을 바탕으로 폴크스바겐의 충분한 해명이 없을 경우 2016년형 모델의 판매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궁지에 몰린 폴크스바겐은 ECU 펌웨어를 조작해 테스트 환경에서만 DPF가 작동하도록 셋팅을 했음을 실토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은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되는 ECU 펌웨어가 적용된 EA 189 타입의 디젤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가 전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 가량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의 CEO인 마르틴 빈터코른은 ’신뢰를 저버린 것에 대해 끝없이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를 함과 동시에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만 어떻게 해서 이러한 속임수를 사용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빈터코른은 퇴직 연금으로 380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빈터코른의 지난해 연봉은 1,660만 유로(약 220억원)이었고 이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급료입니다. 빈터코른의 사퇴가 단순 조기 사임으로 인정될 경우 2년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퇴직 수당으로 받고 퇴직 이후 수년간 회사 차를 이용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집니다. 물론 빈터코른이 이번 스캔들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회사내 규정에 따라 퇴직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EA189 타입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델은 총 5종으로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아우디 A3 2.0 TDI,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폴크스바겐 제타 2.0 TDI,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폴크스바겐 비틀 2.0 TDI,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생산된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 5개 모델이며 총 48만 2,000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해당 엔진은 폴크스바겐 그룹의 산하 브랜드를 비롯해 다른 규격의 디젤 엔진에도 탑재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리콜 대상에 해당하는 차량은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약 5만 9,000대가 판매된바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해당 차종의 리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한국에서 판매된 디젤 모델들은 유럽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 모델이여서 미국 리콜 사태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만, 이러한 해명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는 일단 ’세관 통과를 마친 신차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수시 검사를 진행하여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판매된 차량에 대해서는 실익이 없어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독일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상황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일로 ’메이드인 저머니’가 주는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말로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워낙 사안이 중대한데다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히는 사건이기에 다양한 음모론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피에히 전 감독이사회 의장의 복수’라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의장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외손자이자 현 폴크스바겐 그룹을 만든 인물인데, 현 CEO인 마르틴 빈터코른을 해고하려다가 빈터코른을 지지하는 감독 이사회의 반격으로 의장 자리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TDI 엔진 역시 그가 아우디 CEO로 재직하던 시절 개발된 엔진입니다. 그런가하면 미국이 토요타 사태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율을 보이고 있는 폴크스바겐을 견재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사실이 어떻든간에, 이번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눈속임 사태는 당사자인 폴크스바겐은 물론 향후 유럽 디젤 자동차 시장의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EPA의 조사가 완료되면 폴크스바겐 그룹은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실제 벌금은 그보다 낮게 책정되겠지만) 속임수를 주도하거나 눈감아준 경영진에 대해서도 형사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내 집단 소송 가능성과 대규모 환불 사태입니다. 폴크스바겐이 밝힌 1100만대로 한정해도 엄청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폴크스바겐 산하 브랜드의 타 모델까지 연루되었음이 드러날 경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습니다. 소송은 폴크스바겐 투자자들에게로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번 사태로 인해 폴크스바겐의 시가 총액은 이틀만에 40조원이 증발했을만큼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 현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나라의 환경 단체들로부터도 많은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건전한 수익 구조가 보장되는 상황이라면 위의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해도 버텨보겠다는 의지가 생길 수 있지만, 이번 사태의 쟁점이 ’심각한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만큼 ’일반인들을 위해 가성비가 뛰어난 자동차’와 ’가장 앞선 청정 디젤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되었고 이는 전세계적인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게 뻔합니다.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막대한 수량의 리콜 비용과 소송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폴크스바겐이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고 말한들 이상할게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