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날 산부인과 의사인 닥터 김에게 30대 후반의 사촌누나가 찾아왔다. 사촌누나는
매우 쑥스러워 하면서 자신이 임신 16주째라고 고백하였다. 그러면서 임신중인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 봐 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딸을 셋이나 두었기 때문에
도저히 딸을 더 낳을 수 없는 사정이라고 말한다. 시부모님 등 집안 사람들의 눈총이
심하고 경제적으로도 딸 셋을 키우는데 허리가 휠 정도라고 한다. 시부모님은 재산을
꽤 가지고 계시지만, 딸만 있다는 핑계로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있어서 남편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대 독자인 남편은 요즘들어 아들을 원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아내인 자신에게 대한 태도도 몇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고 근래 들어
외박도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아들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집안이 말이 아니다.
사촌누나는 남도 아닌 사이니 만큼 사촌 남매간에 한번만 봐 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고 있다. 사촌누나의 입장은 딱하기만 하다. 그러나 닥터 김의 입장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딱한 누님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성감별이 불법인데다가 평소
자신의 소신과도 달라서 난처하기만 하다.
닥터 김은 어떻게 해야 할까?
2. 김명성 박사는 신경외과 전문의이다. 그는 몇일전 한 50대 남자를 수술하였는데,
수술 당시 환자는 술을 마시고 쓰러져 경막외출혈로 매우 심한 중태 상태로 병원에
실려 왔었다. 두개골을 열어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지만 살아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환자는 아직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오늘 아침 환자의 보호자인 아내가 김박사를 찾아 왔다. 환자의 아내는 거리에서
과일행상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힘에
부치는 형편에, 수술비며 병원 입원비를 댄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강력하게 퇴원을
요구하였다. 게다가 환자의 일가 친척이며 아는 사람들중에서도 그 많은 병원비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있어도 그 환자는 살아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퇴원을 하게되면 수일내에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김박사는
환자 보호자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자니, 퇴원하게 되면 금방 죽게 될 환자가 마음에
걸리며, 퇴원 요구를 거부하자니 살아날 가망성이 거의 없는 환자를 입원시켜
놓음으로써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2시간 후에 퇴원 허락을 간청하러 환자의 아내가 김박사를 방문하게 되어 있다.
오늘은 어느 쪽이든 김박사가 결론을 내려 주어야 한다. 김박사는 그 보호자인
아내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하겠는가?
3. 어느 병원 외과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는 박영철씨는 오늘 응급실 당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새벽 1시경 갑작스런 사고로 출혈이 심한 친구 1명을 업고 어떤
청년이 응급실로 뛰어들어 왔다. 닥터 박이 급히 검진한 결과 그 환자는 뇌출혈이
심하고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응급수술을 집도해야 할 상사인 외과 과장은 밤 11시경 큰 수술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오늘은 굉장히 피곤하니 환자가 있어도 콜(call)하지 말고 웬만하면 딴
병원으로 보내라고 엄명을 내린 상태이다. 외과 과장은 실제로 오늘 8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하여 피곤한 상태였으며, 그 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외과과장의
성격이다. 그는 대단히 권위적이며 직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지시를
어기는 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다. 이 상황에서 콜(call)을 하게 되면 닥터 박은 상당한
질책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며칠 전에도 지시를 어기고 콜(call) 하였다가, 일처리를
눈치껏 요령있게 못한다며 심한 꾸지람과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문에
세심한 성격의 닥터 박은 꽤 오랫동안 마음고생, 몸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닥터박이 보기에 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게 되면 이송 도중 문제가 생겨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것 같다. 닥터 박은 환자를 쳐다보며 외과과장의 화난 얼굴을
떠올려 본다. 환자를 업고 온 친구는 빨리 수술을 해서 친구를 살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닥터 박은 어떻게 해야 할까?
4. 10여년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김씨를
데리고 닥터 신을 찾아 왔다. 김씨를 검사해 보니 신장을 기증하는 데 있어
의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환자는 경제적으로는 꽤 부유하지만 오랫동안 신부전증을 앓아 신체적으로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고, 이제 생명을 건지려면 신장이식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들도 병간호에 모두 지쳐있었기 때문에 신장이식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한편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김씨에게 닥터 신은 기증동기를 알아보는 몇가지 질문을
하는 중에 이것이 자발적 기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자발적 기증에
의해서가 아니라 삼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돈을 받고 신장을 이식하겠다는 김씨에게는 두 살난 아이가 한명 있는데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김씨는
이천만원이 넘는 수술비용을 구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에게
통사정을 해 보았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병원 화장실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고 장기 매매를 결심하게 되었고 곧 자신의 장기를 살 환자와
연결이 되었던 것이다.
환자와 김씨 모두 자신들의 절박한 사정을 내세워 장기 이식 수술을 닥터 신에게
요청하고 있다. 닥터 신은 두 사람의 사정이 딱하고, 이 상황에서는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기매매는 비윤리적이라고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닥터 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5. 닥터 최는 현재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닥터 최의 병원을 방문하였다. 그 딸은 20세 정도로 심각한 정신지체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어머니는 닥터 최에게 딸에게 불임시술을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이유는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서 아무 남자나 만나 사귀어 임신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벌써 네 번째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건강상 낙태 수술을
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만 가두어 둘수는 없다고 하면서 아예 불임수술을
시키는 것이 딸을 위해서 좋겠다는 것이었다.
딸이 미성년자는 아니지만 그 정신상태가 자신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으니 보호자의 말대로 불임수술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에게 함부로 불임시술을 할 수 있는가? 딸이 자신의 신변을
책임지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신능력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서 어머니가 딸의 의사를
대신할 권한을 가지는가? 의사는 환자 당사자의 의견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보호자의 요구라고 하여 들어 주어야 하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천진한 딸의 얼굴과 수심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며 닥터
최는 고민에 빠졌다.
닥터 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6. 닥터 채는 53세의 여의사이다. 그의 남편 박씨는 현재 간암 말기 환자로서 1년째
투병중이다.
남편 박씨는 전혀 소생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고 얼마 안 있어 죽을 텐데 그럴 바에야 조금이라도 고통 없이
죽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의사인 아내에게 치사량의 수면제 주사를 놓아 편하게 죽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아내는 몹시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가망이 없는 남편을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아내의 도리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로서 인위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하는 생각에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는 고통속에 누워 있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인가라는 회의도 든다. 지금도 남편은 고통을 참다 못해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잠이 들었다.
닥터 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아내로서 의사로서 잘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닥터 채는 어떻게 해야 할까?
7. 다음은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다.
8살난 소년 로렌조는 ALD라는 희귀 질환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병은
특정한 지방산이 신경의 수초에 축적되어 실명, 보행실조, 사지마비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 질환으로 현재 치료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렌조의 부모는 치료법을 찾아 헤매다가 로렌조 오일(평지기름)이 이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의사인 K박사와 동료들은 평지 기름에 포함된
에루쿠산이 쥐에게서 심장 질환을 일으켰고 그것의 체내 대사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치료약으로 쓰는 데 반대한다. 그러나 로렌조의 부모는 평지
기름을 아들에게 투여했고 효과가 보이자 다른 환자 아이의 부모들도 이 기름을
써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이 기름은 아직 공인기관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하였을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태이다.
그러나 ALD는 다른 치료법이 없는 치명적인 질환이라 그대로 두면 환자들은 몇 년
내로 사망할 것이 확실하다. 환자의 부모들은 의사들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 하며
기회주의적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의사의 입장에서는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동물 실험에서 결과가 나쁘게 나온 약물을 한두 사례만 가지고는
환자들에게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희귀질병이라 그 원인에 대한 연구도 없고, 더구나 그것에 대한 검증 받은
치료약이 없을 때, 의사는 환자의 생명에 위험하더라도 가능성 있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노력인가? 아니면 약의 효능이 검증될 때까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가?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원한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8. 닥터 박은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후 이곳저곳의 도움을 받아 산부인과 의원을
개원한 지 5년이 되었다. 개업 때만 해도 운영이 그럭저럭 되었으나 작년부터 이웃
동네에 현대식 시설의 규모가 큰 의원이 들어서고부터 경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닥터 박의 병원이 있는 동네는 경제적으로 잘 사는 곳이어서 인지,분위기가 소위
`미시족' 취향이어서 산모들이 제왕절개를 많이 원하고 있다. 이웃 동네에 새로 생긴
병원에서는 웬만하면 제왕절개를 권하여 미씨족 산모들이 많이 모여들어 환자 일인당
수입이 큰 반면, 닥터 박은 질실분만을 고집하고 있어 제왕절개를 원하는 산모들이
모두 옆 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환자도 줄어들고 수입도 형편없다.
닥터 박은 간호사들이 은근히 자신을 고지식하다고 비난하는 것을 알고 있다.
분만을 기다리느라 집에서 자다가도 뛰어나오기 일쑤이고 교과서대로 원칙을 고집하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인데 왜 질식분만을 고집하느냐는 것이다. 환자들도 산고를 잘
견디지 못하는 추세여서 웬만하면 수술을 해 주는 의사를 환자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닥터 박의 생각은 다르다. 제왕절개는 정상분만이 어려운 산모에 한해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돈도 더 들고, 산후회복도
더디며, 다음 아기도 결국 제왕절개로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동서고금의 대다수의
여성이 질식분만으로 아기를 낳아 왔는데, 진통의 고통을 두려워하여 제왕절개를
택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더욱이 의사로서 그런 것을 부추킨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다. 오늘도 제왕절개를 원하는 산모가 왔다. 그러나 닥터 박이 보기에는
질식분만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이런
산모는 계속 올 것 같다. 닥터 박의 등 뒤로 간호사들의 눈길이 따갑게 느껴진다.
9. 의대 최교수는 제약회사와 같이 새로운 뇌염백신을 개발 중이다. 어느날 제약회사
박부장이 최교수를 찾아와서 올해안으로 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끝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발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아동을 찾다가는 임상시험을 못할 것이라고 한다.
임상시험 결과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명 정도의 아동이 필요하다.
박부장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고아원이 있는데, 이미 원장은 자신의 고아원에서
임상시험을 해도 좋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교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험은 보호자 동의서도 받아야 하는데, 고아원에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면 시험이야
편하게 진행되겠지만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약회사 박부장은 이 약이 외국에서 이미 그 안전성이 증명된 상태고, 보호자
동의서야 형식적인 것이므로, 오히려 돈이 없어 뇌염백신을 못 맞는 고아원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한다. 그리고 고아원아이들의 보호자는 고아원 원장이므로
법적으로 필요한 서류는 문제없이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고아원
원아들에게 종합검진을 해 준다면 그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라는 것이다.
이 백신의 효과가 검증되면, 항체양전률도 높고 저렴하며, 또한 안전한 약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공중보건에도 기여한다고 초교수를 설득하고 있다.
최교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0. 닥터 김에게 젊은 20대 청년이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 왔다. 그를 진단해 본 결과
유잉육종이라고 어깨뼈에 생긴 골육종이 있었다. 이는 일종의 암으로써 폐에도
전이가 있고,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다. 이 유잉 육종은 전이를 안 했을 경우 환자가
치료를 열심히 받 으면 60%이상이 장기 생존이 가능하지만, 전이가 되었다면 그 확률이
20-39%로 상당히 떨어진다. 청년의 아버지가 닥터 김을 찾아 왔다. 청년의 아버지는
닥터 김의 설명을 듣고 나서, 자기 아들에게는 전이가 된 것과 살아날 확률이 적다는
말을 하지 말고,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완전히 치유 될 수 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자신의 아들은 마음이 약해 서 사실을 알고 나면 치료도 안받고 자포자기 하고 말
것이라는 것 이다.
닥터 김은 환자가 어린애도 아니고, 자신의 신상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와 책임이
있는 성인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진실을 알아야 자신도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치료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환자의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아들이 덩치만 컸지 아직도 어린아이나 같으 며, 희망을
잃으면 치료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부탁하였다. 닥터 김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