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설야(雪夜) - 김광균
1993년 오늘(11월 23) ‘설야(雪夜)’의 주인공 김광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니 첫눈 내린 다음날이었다
고 합니다. 시인 김광균은 뇌졸중 때문에 쓰러졌고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광균은 사업가로서도 유명했습니다. 1950년 동생이 납북되자 아우가 경영한 무역회사 ‘건설실업’을 맡아 꾸려나갔고 무역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건강이 악화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시의 세계’로 돌아왔고 세상을 떠나기 전 “기업을 한 것은 생활의 방편이었다. 내가 죽은 뒤에는 시인으로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인 구상은 “모더니즘의 맏형인 TS 엘리엇이 은행원으로도 훌륭했으니 기업가로 일가를 이룬 김광균이야말로 한국의 엘리엇”이라고 말했지요. 김광균은 한국엘리엇협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어제와 오늘 머언 곳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같은 눈 소식은 없습니다만 어제는 소설(小雪)이었습니다. 조상들은 소설 무렵 첫눈이 오고, 추위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고도, 소설 때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고도 했습니다. 소설은 아직 햇볕이 남아 있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추위를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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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시를 감상하니까 더욱 마음에 와 닿는것 같아요... 진호님 귀한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대 문학사를 보면 기라성 같은 시인이 많았습니다~^^* 정다운 발걸음 고마워요^^~장미님..
한양에 눈 안왔어여~ 여기는 두어번 왔써여~참새사는곳이 조은곳인가봐여 ㅎㅎ 진호님 ~아는것도 많으셔요 부럽씀니돠~~~
까꽁참새님 상큼day
고운시 잠시 머물다 갑니다....기쁨 가득하시길...
울 제리님^^오랜만이야요 건강하시죠 님도 항상 행복하시길..
고운시향에 젖습니다진호님 머찐날 되셔요
고우신 발걸음 항상 고마움을 전합니다건강하시고 건날만 있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