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릴 때부터 감정 표현이 큰 편이었습니다. 속상하면 울거나 화를 크게 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만 또래보다 감정에 민감하고 승부욕이 강한 편이며, 새로운 활동에는 적극적으로 도전합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인 편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독립성을 키워주려고 했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는 최대한 자유롭게 놀도록 했고, 남편도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감정을 잘 받아주는 편입니다. 평소에는 미디어 노출도 제한해서 어린이용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친척 아이들이 며칠 집에 머물면서 태블릿으로 게임이나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아이에게 이상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니 점점 가족을 죽이고 싶다거나 모르는 사람을 해치고 싶다, 칼로 찌르고 싶다는 등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친구의 신체를 만지고 싶다는 성적인 내용도 갑자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을 자다가 깨서 무서운 생각이 난다며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되고, 그런 생각이 들면 부모에게 이야기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모습이 강박적인 사고와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계속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며 저나 아빠에게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하고 나면 잠시 괜찮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가 친척들과 함께 캐릭터들이 총을 쏘고 죽는 내용의 영상을 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청 기록을 확인해보니 장난감 캐릭터를 이용해 피가 나오는 것처럼 만든 영상이나 범죄 장면을 따라 한 영상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장면을 실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사람이 다친 것이 아니라 장난감과 그림, 편집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라고 설명하고, 무서운 장면을 봐서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에는 아이가 무서운 생각이 떠오를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 재미있는 표현을 만들어 함께 웃어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아이가 이상한 말을 할 때 혼내기보다는 최대한 차분하게 반응하려고 합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힘들겠다고 공감해주고,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낮 동안 함께 놀아주고 활동을 많이 하면 증상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잠들기 전이나 밤중에 깼을 때는 여전히 무서운 생각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제가 계속 안심시켜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건지, 오히려 아이가 부모에게 확인받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됩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이전부터 가족이 죽는 것이 싫다거나 자신도 죽기 싫다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당시에는 성장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것 역시 강박적인 걱정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해외에 있어 당장 아동 전문기관을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이가 이런 생각으로 힘들어할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해주는 것이 좋을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이 도움이 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아이의 말과 행동이 달라져 부모님께서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죽음이나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누군가를 해치고 싶다거나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그 말 자체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차분하게 물어보며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세요.
특히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거나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지냈던 기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누구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특별히 무섭거나 불편했던 일은 없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보세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감정을 조금 순화해서 표현해주신 점은 잘하신 부분입니다. 또한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놀아주고 마음을 살펴주신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영상이나 게임에서 본 내용을 현실과 혼동하거나, 무서운 장면을 본 뒤 실제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무서운 영상을 본 경우에는 먼저 안아주고 안정시켜 주면서 실제 세계와 영상 속 이야기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영상은 당분간 접하지 않도록 조절해 주세요. 특히 잠들기 전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부모님께서 충분히 설명하고 도와주셨는데도 무서운 생각이나 반복적인 확인이 계속되거나 수면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현재 해외에 계시더라도 온라인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전문기관에 상담을 요청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1.분노 뒤에 있는 불안을 먼저 살펴주세요.
아이가 화를 낼 때 행동만 보고 혼내기보다, 그 직전에 어떤 강박적인 생각이나 불안이 있었는지 살펴주세요. 특히 강박행동을 하지 못한 직후 화를 냈다면 불안이 커진 상황일 수 있습니다.
2.화가 난 순간에는 짧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주세요.
감정이 크게 올라온 상태에서는 긴 설명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감정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고, 진정된 뒤 상황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3.꾸준한 치료를 받게 해주세요
강박증은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박증에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되며, 아이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Storch, E. A., Jones, A. M., Lack, C. W., Ale, C. M., Sulkowski, M. L., Lewin, A. B., De Nadai, A. S., & Murphy, T. K. (2012). Rage attacks in pediatric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phenomenology and clinical correlate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51(6), 582–592.
Lebowitz, E. R., Omer, H., & Leckman, J. F. (2011). Coercive and disruptive behaviors in pediatric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Depression and anxiety, 28(10), 899–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