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대간팀의 발걸음은 백운산으로 향하는군요.
중고개재 ~ 육십령인데 그 중간에 백운산과 영취산이 끼어 있으니 볼만한 곳이 즐비한 구간입니다.
즉 백운산에서는 서래봉 ~ 감투봉 ~ 대봉산 ~ 도숭산 등 어디다 명함을 내밀어도 손색이 없는 산들이 줄 서 있고, 영취산에서는 남한 9정맥 중 하나인 금남호남정맥이 가지를 치니 이 정도되는 구간이 흔치 않다는 것입니다.
금남호남정맥은 이미 완주를 했으니 특별한 일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갈 필요는 없고....
늘 눈으로만 보던 서래봉 ~ 감투봉 ~ 대봉산 ~ 도숭산 등 위천단맥 라인을 이번 기회에 진행을 해야겠습니다.
중고개재에서 백운산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지만 무룡고개에서 영취산으로 올라 백운산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트랙을 그려보니 도숭산을 지나 대황마을로 하산하면 약 19.8km가 나오는군요.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
04:30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차를 가지고 가지 못하니 광명역에서 사당을 오가는 8507 셔틀 버스를 타고 낙성대 ~ 강남역 ~ 수지구청으로 이동을 합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수지를 떠납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대원들은 지난 구간 날머리였던 중고개재로 가고 저는 무령고개에서 하차를 합니다.
지도 #1
09:40
저 터널 위가 금남호남정맥이 지나는 정맥길입니다.
정맥길은 저 계단을 올라 장안산으로 오를 수도 있고,
이 길로 올라 영취산으로 접근을 하여 백두대간에 접속하여 대간길을 걷든 아니면 다시 되돌아 나와 정맥길을 걷는 꾼들은 자신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진행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정맥길이든 대간길이든 다 '목적산행'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다는 얘기죠.
잘 정비된 등로를 오릅니다.
반복하거니와 이 길은 정맥길입니다.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09:53
그렇게 13분 정도 오르면 선생님의 산패가 걸려 있는데 예전과 다른 곳에 부착되어 있군요.
누군가 훼손한 걸 다시 달은 것 같습니다.
1085.3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면 좌측으로 선명한 길이 보인다. 무령고개로 내려서는 길이다. 산죽 밭을 5분만 더 올라서면 ‘피사의 사탑’처럼 좀 기운 듯한 느낌이 드는 정상석과 삼각점(함양309) 그리고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는 영취산이다.
“여기가 그 영취산이구나. 영취산, 취서산, 영축산 다 똑같은 이름이지? 석가모니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파했던 인도의 그 영축산에 따온 이름. 그리고 여기가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의하여 대간과 금남호남정맥 사이에서는 금강이 발원하게 되고?”
역시 하나를 이해하면 둘을 깨우치는 그야말로 타고난 산경표 박사인 장감독이다.
“그래 대간 북서쪽으로는 금강! 그럼 남서쪽으로는?”
허를 찔렀나? 잠깐 당황스러워하는 장감독이다. 그러고는 지도를 펴든다.
“음...10대강 중의 하나인 섬진강이 여기서 발원하는 거란 말이야?”
“정맥이잖아. 정맥에서는 10대강이 갈리게 된다고 하잖아. 그런데 이 섬진강의 발원지는 데미샘이라고 봐. 이 금남호남정맥의 팔공산 부근의 샘인 데미샘.”
“그럼 섬진강 발원지는 여기 아니야?”
“발원지는 아무래도 그 강의 가장 긴 거리를 만들어 주는 곳이어야 하겠고 그렇다면 이곳이 맞아야 하잖아? 그런데 물이 나오는 양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 같아. 그러니 금강도 산자분수령에 의하여 여기서 갈라진 게 맞지만 발원지는 수분재 옆의 뜬봉샘으로 보고 있어.”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12쪽
이렇게 큼지막한 정상석이 있으며,
3등급삼각점(함양309)
영취산에 관해 많은 얘기가 적혀 있습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인도의 영취산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요?
그 산이 그 산이지 무슨....
지리산 연맥?
그냥 '지리산으로 이어지는'으로 쓰면 되지 무슨 '連脈 개념'까지 동원했나요?
연맥 즉 산맥과 산줄기는 같이 쑬 수 없는 개념 아닙니까?
한편 대동여지도를 보면 장안산의 위치가 지금과 다르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장감독의 궁금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형. 잠깐만. 산경표에는 이 영취산이라는 이름은 안 나오고 오히려 장안치만 나오는데. 영취산이 장안치란 말인가?”
분명 대동여지도에도 나오는 영취산이건만 정작 산경표에는 고개 이름일 장안치만 표기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동여지도의 장안산의 위치가 지금과 다르기까지 하다.
“좋은 지적이야. 먼저 장안치부터 볼까? 장감독 말대로 산경표를 보면 백두대간 편에는 장안치라고 나와 있는 게 맞아. 그런데 금남호남정맥 편에는 장안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그러니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한 걸음 더 들어가 볼까. 이 영취산은 예전 고지도를 보면 전라도 장수에서 보는 것과 경상도 안의에서 보는 것이 사뭇 달라. 그러니까 고지도의 ‘장수편’에서 보면 영취산, 장안산, 본월치 등이 구분돼 표시되어 있는 반면 고지도의 ‘안의편’에는 영취산에 대한 표기가 없어. 오히려 신동국여지승람과 장수현 읍지(邑誌)에는 영취산은 일명 장안산이며 읍치로부터 이십 리 지점에 있다(山水靈鷲山一云長安山東二十里)고 되어 있어. 장안산과 영취산을 같은 산으로 본 거지. 그래서 어떤 이는 영취산을 장안산의 이명(異名)일 것이라고 하기도 해. 곧 영취산이라는 게 금남호남정맥과 장안산을 이어주는 이음새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안산과 영취산이 같다고 했음에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있냐는 거지.”
“형은 어떻게 생각해?”
“글쎄. 사실 일제가 조선정부의 무능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고산자 김정호를 이용했잖아? 그 이야깃거리 중 하나가 ‘김정호가 백두산을 여덟 번 오르고 전국을 세 번씩 누볐다.’는 거잖아.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기야? 김정호는 훌륭한 지도 제작자이지 측량기술자가 아니거든.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 역시 기존의 자료나 구술에 의해 목판한 것이고 그걸 정교하게 과학적으로 제작한 거잖아. 그렇게 볼 때 지도 제작자나 책을 만드는 이들은 현지 주민 혹은 관리들보다 더 확실한 지명을 알 수는 없었을 것 같아. 그런 점에서 읍지(邑誌)에서 같은 산이라고 봤으면 그게 맞다고 봐야겠지.”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15쪽
한편 산경표는 이곳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산경표에서 본 정맥
“근데 여기 안내판에는 삼파수라고 적혀 있네. 하나는 어디야? 동쪽이니까 낙동강?”
“이 우측의 작은 골에서 나오는 물들은 다 남강으로 합류되지. 그러고는 낙동강에서 합류되고. 지난 번 지리산 걸을 때 얘기해줬잖아.”
유심히 지도를 뜯어보다시피 하던 장감독이 다시 말문을 연다,
“형! 근데. 형이 지난 번 정맥은 대간에서 갈라지는 산줄기라고 했잖아. 그런데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은 대간에서 갈라지는 줄기가 아니고 이 금남호남정맥에서 갈라지는 정맥이네. 이거 틀린 거 아니야?”
약간은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다렸던 그것이기도 했다.
“좀 어려울 거 같아서 얘기를 안 했는데....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난 이렇게 봐. 그 누구도 정맥이 대간에서 갈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해동도리보나 여지편람의 산경표 혹은 신경준의 여지고에도 그런 내용은 없어. 그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우고 본 수준에 입각하여 산경표를 보고 있는 거야. 우리 잣대로 본다는 것이지. 그리고 정맥은 10대강을 발원하는 줄기를 정맥으로 본 것이지 반드시 대간에서 갈라지는 줄기라고 본 건 아니야. 그리고 10대강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니 부득이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갈리게 되고 그러니 그 정맥의 이름을 따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눠 부를 수밖에 없게 됐겠지. 그러니 금남호남정맥이라는 겹침줄기가 생기게 된 것은 필연이었고 고육책이었겠지.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본 거야.”
“그래?”
“그래. 대간 → 정맥 → 기맥 → 지맥. 이런 거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거야. 산경표를 보니까 대간에서 정맥이 갈라진 거지 반드시 대간에서 정맥이 갈라지는 게 아니야. 정맥은 정맥에서도 갈라질 수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정맥의 끝이 반드시 바다와 10대 강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야만 한다는 법칙도 없어. 즉 이 산경표가 편찬된 시기가 조선시대의 유교적 질서가 팽배하던 때이니 더욱 그러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걸 증명해 주는 것이 한북정맥이 서울을 지나게 만들었고 금남정맥의 끝이 공주를 지나 부여로 갔으며 낙남정맥의 끝이 김해로 갔다는 것 등이야. 그 정맥의 끝이 거기로 갔다고 해서 정맥은 대간에서 갈라져야만 한다고 하는 사실의 반증은 되지 않잖아? 이 정도만 하고 더 자세한 것은 여기서 얘기할 사항이 아니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
이 부분이죠.
금남호남정맥은 장안산에서 시작한다고 하는 부분.
그런데 이 금남호남정맥은 겹침줄기에 해당이 되고 그 연장인 금남정맥은 금강과의 합수점이 아닌 부여 부소산으로 가는 것이 산자분수령이라는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에서는 이에 대해 메스를 대게 됩니다.
겹침줄기를 해소하여 1대간 9정맥을 1대간 7정맥으로 하면서 그 이름도 바꾸게 됩니다.
가령 한남금북정맥은 금북정맥이 한남정맥보다 도상거리가 더 길므로 그 끝을 안흥진에서 금강과의 합수점인 금강으로 틀면서 그 이름은 그 지방의 이름을 따서 호서정맥으로, 금남호남정맥은 호남정맥이 금남정맥보다 더 길므로 호남정맥에 편입시키되 금남정맥의 끝 또한 금강과 서행의 합수점으로 틀면서 그 이름도 금남정맥에서 금강정맥으로 각 변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호서정맥과 금강정맥의 옛 정맥 줄기의 자투리는 각 금남기맥과 금북기맥으로 변경하였는데 이게 곧 신산경표의 골자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월간 산' 2014년 5월호부터 12월호까지 남한 7정맥이라는 제하의 해설을 해 놓았으므로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것입니다.
한편 대한산경표에서는 위 신산경표의 이론에는 내용적으로 동조를 하되 이름은 산경표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두자고 합니다.
그러니 신산경표에서의 금강정맥은 그저 금남정맥이 되니 신산경표의 금남기맥 중 싸리봉 부근 ~ 성정산 갈림봉 부근 + 노성지맥 + 논산천과 금강 합수점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논산지맥이 되고, 나머지 줄기는 석성지맥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지맥 산행을 석성지맥으로 잡았으므로 그때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런 거 몰라도 산에 다니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다만 알고 가는 게 산을 조망하며 즐기기에 좋으니 알고 가자는 것입니다.
이제 그만 가기로 하죠.
지금부터 백운산까지는 백두대간 남진으로 걷습니다.
그 길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의 도계이기도 합니다.
우측 나뭇가지에 가려 백운산은 보이지 않고.....
좌측으로 서래봉1172.9m이 주인행세를 하듯 멋지게 보이는군요.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저 1172.9봉이 아닌 그 좌측에 티도 나지 않는 봉우리인 1075.7봉이 서래봉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저 1172.9봉이 백전면과 서상면 그리고 서하면의 삼면봉이기도 하고 높이도 더 높으며 생김새 또한 특출하기도 하니 저 봉우리가 서래봉이라는 이름을 갖는 게 맞을 것입니다.
10:00
무령고개 3거리를 지나,
10:07
1085.3봉을 지납니다.
10:15
드디어 백운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좌측으로는 덕운봉983m에서 이어지는 재산봉852.8m이 볼록 솟아 있군요.
우측 아래에 있는 상부전 마을에서 오를 수 있는 봉우리입니다.
내일 함께 지리산 산행을 하기로 되어 있는 유목민님.
반갑습니다.
10:16
106.6봉은 우회를 합니다.
우측으로는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을 조망하려고 해도 잡목에 가려 보이지가 않는군요.
현재까지는 이 정도가 최선입니다.
10:34
백운산까지 아직 1.2km가 남았고....
덕유산 쪽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전망이 되는 바위봉이 하나 나옵니다.
재산봉 방향.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
바위봉을 돌아,
10:53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을 보고...
그 장안산을 이어주는 영취산이 이곳에서는 살짝 그 끝만 보이는군요.
11:03
그러고는 백운산1278.9m입니다.
서진암 삼거리에서 20분 정도 걸어 임도를 만나 여기서 우회전하면 마을이 나온다. 매점에서 좌회전을 하면 정면으로 백운산과 등구재가 보인다. 백운산이라!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 참 많기도 하다. 지리산만 해도 저 백운산과 백두대간상의 함양 백운산1279m, 광양에 있는 호남정맥 상의 백운산1228m 그리고 7구간 정도에 지날 백운계곡의 백운산516m 등 4개나 있다. 신성한 산이기 때문이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99쪽
백(白)자 이름을 가진 산 이름
정상석 뒷면을 본다. ‘흰구름이 봉우리에 걸리고....’
“형. 이거 아주 웃기는데. 마치 백두산 얘기 같네. 산이 높아 사시사철 정상부가 눈에 덮여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됐다는.”
일반인들도 사실 백운산하면 흰 ‘백(白)’자에 구름 ‘운(雲)’자를 쓰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이해를 하지. 근데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형도 알잖아. 형같이 열렬한 육당 팬인 사람이.”
“ᄇᆞᆰ‘사상 얘기하려는 거야? 좀 들어보자. 사실 불함문화론에 대해서 아직 정리가 잘 안 되서 말이야.”
독립운동가로 활동을 하던 육당은 그 유명한 ‘독립선언문’ 작성으로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1921. 10. 18. 가출옥을 한다. 가출옥이란 곧 ‘회유’의 다른 말이었다. 그는 1925년 ‘불함문화론’을 내놓는다. ‘불함’이란 ‘ᄇᆞᆰ’ 즉 광명, 하늘, 신(神), 태양을 뜻하는 말이다. 육당은 단군사상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천신숭배사상 즉 ‘ᄇᆞᆰ사상’이 고대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퍼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 ᄇᆞᆰ사상의 ‘ᄇᆞᆰ’의 한자어가 바로 ‘백(白)’이라는 논지다.
그러면서 이 ‘백(白)’자 계열의 땅 이름 중 가장 먼저 지목한 곳이 바로 민족의 영산 백두산인 것이다. 즉 애당초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3,000명의 무리를 데리고 내려온 곳이 바로 태백산(太白山)이고 이 태백산이 바로 백두산(白頭山)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백두산의 원래 이름은 ‘ᄇᆞᆰ뫼’나 혹은 그 비슷한 이름이 한자어가 들어오면서 ‘ᄇᆞᆰ’에 존경 혹은 우두머리의 의미를 내포한 두(頭)를 붙여 백두산이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래. 우리 민족의 산악숭배사상은 좀 알아줘야해. 그리고 예로부터 각 부족은 이렇게 자신들 고유의 신격화 된 산 즉 ᄇᆞᆰ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 그 부족들이 통폐합 되는 과정에서 이 ‘ᄇᆞᆰ산’ 서열의 높낮이도 결정이 됐고. 그러니 우리나라의 최고 대장인 산은 백두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야. 물론 ‘백’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이 ‘ᄇᆞ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가 없지만 유별나게 ‘백’자 계열의 산이름이 많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거지.”
“맞아. 형. 그리고 그 ‘ᄇᆞᆰ’이 시간이 지나고 또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변하게 되었는데 ‘박’, ‘발’, ‘밭’ 등이 그 예잖아. 제천 부근에 있는 박달재의 박달재도 ‘ᄇᆞᆰ(明) + 달(高, 山) + 재(岾)의 조합이라는 것이고.”
“그래. 우리가 이 대간길을 진행하다 보면 박달령이라는 고개 이름도 많이 나와. 박달령의 다른 이름인 단목령도 보게 되고. 그러니 앞으로는 ‘박달나무가 많아서 박달령이다.’라는 말은 삼가자!”
“그럼 이 백운산의 경우는 어떤 뜻인 거야?”
“그러니까 백운(白雲)은 ‘ᄇᆞᆰᄋᆞᆫ’ 혹은 ‘ᄇᆞᆰᄋᆞᆫ애’에서 왔다고 하는 견해가 있어. 곧 천계(天界)를 뜻한다는 거지. 그게 신의 세계, 신의 산이라는 뜻에서 제사를 주관하는 사제(司祭) 즉 남자무당을 뜻하는 ‘박수’로 되기도 하였고 여러 전형(轉形)으로 백운(白雲), 백암(白巖)이 생기게 된 것이지. 그냥 간단하게 ‘신의 산’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 신령스런 산이라는 거지.”
얘기가 끝이 없다. 빨리 끊고 산행에 임해야겠다. 이 백운산에는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도 앙증맞게 새 정상석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백운산 정상을 빠져나오자마자 대간길은 크게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고도를 낮추게 된다. 행정구역도 백전면에서 서상면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지리산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좌측으로는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1237.4m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정면으로는 뾰족하게 영취산1075m이 머리 부분만 내밀고 있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00쪽
3등급삼각점(함양308)도 봅니다.
오늘 제가 진행할 곳.
산림청에서는 빼빼재라고 부르지만 함양군에서는 후해령이라 부르고 '김형수 555'에서는 원통재라 부르는 등 제각각입니다.
나라의 지명이 이렇게 제각각이어도 되는 겁니까?
도대체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렇게 권위가 없어도 되는 것인지....
이 산의 흐름만 봐도 그렇습니다.
앞의 볼록 튀어나와 산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봉이 서래봉이라는 이름을 갖기에 충분함에도 정보원 지도에는 그 뒤의 볼품 없는 1075.7봉이 서래봉이라고 표기하여 놓았으니....
어쨌든 그 뒤로 이따 진행할 대봉산 천왕봉1251.7m이 집채만한 크기로 떡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니 등로는 '∽' 형식으로 진행하게 되겠군요.
사랑하는 대간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보니 백운산의 위력을 체득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다른 기수에 비해 탁월한 산행능력을 갖춘 '해밀대간 6기팀'
제가 주절대는 산줄기 얘기 잘 들으시고 좀 더 큰눈으로 대간을 보며 진행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중봉1243.0m과 그 뒤로 대간길.
월경산981.8m 바로 우측이 보입니다.
한편 간幹은 줄기이고 맥은 이 줄기에서 가지를 치 가지줄기라 했습니다.
그러니이 가지줄기가 이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가 하나 나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일 터, 이곳에서는 위천이 발웡하게 됩니다.
참고도 #1 위천의 발원지
참고도 #2 위천과 남강의 합수점
그러니 이 위천이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물줄기인 남강에 흡수되는 그 합수점까지 이 가지줄기는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지줄기는 도상거리가 24.9km가 되므로 30km 채 되지 않아 지맥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저 단맥으로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이 위천의 이름을 위천단맥으로 하면 될 것입니다.
11:05
카톡으로 저는 이곳을 통과했음을 '홀가분 '대장님께 고하고 이제부터 제 갈 길로 진행합니다.
11:32
지도 #1의 '가'의 곳에서 이정목의 '원통재'를 따릅니다.
우틀하면 계곡을 따라 백운암으로 진행할 수 있고....
우측으로는 백운산 ~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936.8봉에서 잠깐 위로 고개를 드는군요.
그 뒤 어디쯤에 상연대라는 암자가 있을 텐데....
그 맞은 편을 임천지맥이 높게 가로 막고 서 있군요.
중앙 우측 갈라진 곳이 오도재이고 우측이 삼봉산1187m이겠습니다.
11:43
1172.9봉입니다.
아까 볼 때 뾰족하게 튀어 나오게 보인 봉우리.
그 봉우리입니다.
케른의 돌 하나에 누군가가 '서래봉'이라고 표기하여 놓았습니다.
서상면과 서하면 그리고 백전면의 경계이기도 한 이 삼면봉三面峰을 저 역시 서래봉이라고 부르고 싶군요.
꽃길을 걷습니다.
11:53
지도에 서래봉이라고 표기된 1075.7봉.
그저 평범한 봉우리에 불과한 이 봉우리를 서래봉이라고 하였으니....
여기서 백운산을 봅니다.
그리고 조금 전 들른 삼면봉인 1172.9봉.
제가 서래봉으로 부르고 싶다고 한 그 봉우리입니다.
빼빼재까지 4.0km.
거기까지는 내리막이라 별 문제없겠지만 그 이후로는 또 치고 올라가야 하겠군요.
지도 #2
12:07
화과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도 #2의 '나'와 '다' 두 곳입니다.
유목민 대장님이 보내준 관련 자료.
자하 신경수님과 같이 어울려봅니다.
12:09
멋진 등로.
그런데 좀 처럼 진도가 안 나갑니다.
속도는 시속 2.7km를 넘지 못하고.....
12:12
지도 #2의 '다;'의 곳.
좌측으로 서하저수지가 보이는군요.
우측으로 시멘트 도로가 보이고 민가 몇 채가 보이는군요.
그 안에 대호사라는 암자가 하나 있고 그 골짜기가 대승골.
결과적으로 핑크색선이 하산길이 되는군요.
사하면 운곡리.
중간에 꺼진 부분이 지도상 원통재.
중봉과 중간이 백운산.
12:30
930.9봉을 지나고,
중앙이 월경산.
그 좌측이 봉화산.
사진으로는 희미하지만 봉화산 우측에서 흘러내려오는 임천지맥이 보이기는 합니다.
이제 빼빼재도 거의 다 왔군요.
12:45
2차선 도로가 지나는,
후해령이라고도 불리는 빼빼재, 원통재입니다.
백운산 등로 안내판과,
함양8경에 대해서도 큼지막한 안내판이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함양은 참 살기 좋은 곳 같습니다.
물도 많고 산도 많으니 공기 또한 맑을 것 같고...
늘 지리와 덕유를 보며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니....
개인적으로는 마천면 중황리를 그런 곳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내판에도 2번으로 금대지리를 올려놓았군요.
금대봉851.5m에서 지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금대를 金台로 써야 하는데 金臺로 쓰셨군요.
주차장을 가로질러 감투봉으로 향합니다.
무조건 오르기만 하면 되는데 날이 너무 덥군요.
13:25
감투산1036.7m입니다.
함양군에서 제작한 정상석의 특징.
음각된 곳에 꼭 붉은색 페인트로 칠을 해서 새벽에 이를 대할 때는 좀 섬뜩한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빼빼재가 804m 정도였으니 230m 정도를 올라온 것입니다.
4등급삼각점(함양432)도 보고....
여기서는 지도에 나오는 대봉산 천왕봉1251.7m을 천왕봉으로 보지 않고 1229.6봉을 천왕봉으로 보고 있습니다.
감투산을 나오면서 이제는 병곡면과 사하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우측으로 임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임도는 대황령으로 갈 것이고....
그 좌측으로 눈길을 주면 좌측이 대봉산 그리고 우측이 1229.6봉인데 여기 이정목은 꾸준하게 천왕봉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13:43
지소마을로 빠지는 삼거리인 원통재를 지나,
13:49
지도 #2의 '라'의 곳인 폐헬기장을 지납니다.
13:59
1019.7봉을 지나고,
14:06
이정표를 지나고,
14:11
지도 #2의 '마'의 곳에 있는 헬기장입니다.
헬기장이 많기도 하군요.
진행은 좌의 대봉산에서 우측 1229.6봉으로 진행하게 되겠죠.
감투산과 그 뒤로 백두대간 상의 월경산.
14:32
1111.1봉의 폐헬기장.
고도 표시가 볼만하군요.
더위에 힘이 들어옵니다.
바위봉 하나가 나오는군요.
올라가 주위를 조망해 봅니다.
아! 지리산.
천왕봉이 잡힙니다.
그 좌측으로 왕산이 보이고 그 우측 뒤로 웅석산도 보이건만 화면으로는....
그 앞 줄의 법화산과 오도재를 지나 그 우측의 삼봉산이 보이니 그 앞줄의 옥녀봉과 오봉산 또한 확실합니다.
지나온 능선 뒤로 중앙 뒷줄이 백두대간.
월경산과 봉화산이 명백하며 중앙에 고남산 또한 크게 보입니다.
맨 좌측이 고리봉이고....
중앙 우측으로 중봉과 백운산이 보이니 그 중봉 좌측 바로 뒤가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1237m입니다.
장안산 좌측 뒤의 볼록 솟은 봉이 팔공산1149m이니 그 좌측이 요천지맥의 개동산과 천황산입니다.
그 백운산 옆의 봉우리가 서래봉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한 그 봉우리입니다.
대황령 임도와 안의면 뒤로 감악산953m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화면으로는.....
이곳에서는 천왕봉으로 부르는 1229.6봉.
가운데 무슨 삭도같은 시설물이 보이는군요.
좌측 대봉산으로 진행하여 우측 천왕봉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가지고 온 떡을 좀 먹고....
시간이 좀 부족할 것 같습니다.
임도 우측으로는 덕암일저수지가 보이고....
다시 백운산과 그 좌측의 중봉.
중봉 뒤의 장안산과 그 좌측의 팔공산.
병곡면의 옥계저수지와 그 우측 뒤가 임천지맥의 연비산843.1m.
이제 다 왔습니다.
삼거리를 지나 우틀하여,
15:19
대봉산1251.7m입니다.
저 줄기를 타고 대황마을로 하산을 하여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거 같습니다.
제가 진행한 루트가 요철이 심한 곳인데 비해 대간 팀들은 일단 백운산만 넘어서면 일사천라로 진행이 되는 곳이어서....
지금 진행한 거리가 13.5km이니 앞으로 6km를 더 가야 하고 그럴 경우 아무리 내리막 길이라 하더라도 2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대황마을 도착 시간이 5시가 넘는다는 결론이군요.
일단 계관산이나 다녀오기로 합니다.
좌틀하여 내려가자마자,
15:29
계관봉 정상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실은 계관봉은 저곳이고 이 지역 주민들은 갓거리봉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갓을 걸어놓은 것 같이 보였다나요.
이 동네 터줏대감이신 기사님이 귀띔을 해주시더군요.
그런데 누군가 이 봉우리가 닭벼슬 같이 생겼다고 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정상석을 보고 나니까 저길 가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납니다.
다음에 이 일대를 다시 한 번 돌 날이 오겠지요.
그때 계관봉 ~ 1101.4봉 ~ 내중산으로 한 번 돌아봐야죠.
여기서 보니 우측의 감악산이 바람개비가 아주 잘 보이는군요.
그 앞 줄이 남강지맥이고....
우측으로...
도숭산1041.0m.
천왕봉이라고 표기해 놓은 1229.6봉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뒤로 돌립니다.
돌아나오면서 다시 백운산을 보고,
그리고 그 좌측의 월경산과 봉화산의 대간길도 봅니다.
지리산은 희미해서 보이지도 않고.....
15:40
다시 삼거리로 나와서 하산을 택합니다.
된비알입니다.
16:16
대호암이 있는 대운암골.
민가 두어 채와 암자만 있는 청학동 같은 곳입니다.
맑은 계류에서 간단하게 씻고 예약한 택시를 부릅니다.
이 시각 대원들은 구시봉을 지났다 하고.....
나온 날머리....
구도로입니다.
아! 멀리 덕유산이 보입니다.
좌측 서봉과 우측의 남덕유.
이번 달 말일 저곳을 진행할 것입니다.
육십령에 도착하니 아직 대원들은 도착하지 않았고...
혼자 화장실 가서 머리를 감고 땀을 닦습니다.
이위원님과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맥주 한 통을 비우니 대원들이 내려오기 시작하는군요.
18:18
늦은 시간의 장계의 모습입니다.
멋진 산행.
오늘 하루도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게해 준 두 다리에게 감사를.....
첫댓글 산세 좋은 곳이지요...괘관산이지 대봉산인지...
요즘 이동네만 맹폭중이시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