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초에 시골서 부산으로 전학을 와서 그해
4월부터 피구 선수로 뽑혀서 전국 결승까지 끝낸게 10월
이었다. 엄마는 내가 중학교 입시에 붙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2등으로 합격해서 학부모를
불렀다. 내 담당은 언제나 아버지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오셨는데 우리 교장 선생님과 아버지는 마치 죽었든 사람들이
다시 만난것처럼 난리가 났다. 교장 선생님이 고등하교 교사이실
때 우리 아버지가 반장을 하셨댄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당연히
공부 잘해야하는 아이로 낙점됐다.
아들이 학교에 갔을 때 난 한번도 공부해라 소리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우리에게 정해준 하한선인 반에서 5등 이하로는 절대로 떨어지면
안된다는것만 못박았다. 아들은 그 말을 따라 주었고 사실은 공부를 아주
잘했다. 중학생일 때부터 붙어다닌 별명이 "이조선비"인에 그 별명에
걸맞게 침착한 아이로 자라서 어른이 되고 역시 제 자리를 잘 잡고 산다.
여기서 아버지, 나, 아들 이렇게 3대에 걸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한번씩
생각하면 유전자의 힘은 무서운것 같다. 세 사람 다 별로 활달하거나
사교적이지 않다. 그리고 셋 다 술을 못마신다. 그리고 셋 다 취미가 독서다
아버지도 옛날 일본 유학시절 공부하든 책부터 꽤 많은 책을 갖고 계셨고
나도 시골로 와서 다시 모으기 시작한 책이 벌써 책장 2개를 넘치게 만들고
있다. 아들집에 가면 진짜로 많은 책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특별히 외롭거나 사람들이 그립거나 하지는 않는다.
학생 시절엔 그렇게 얌전(?)한 아버지가 진짜 싫었는데 지금의 나는 옛날
아버지가 하든 그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아들의 은퇴 이후의
생활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조용한 시골에서 책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아들이 깔아준 영화와 드라마들 가운데 지금도 중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랑야방"이라는것이 있다. 어제 그걸 보면서 아버지가 역모에 가담되면
그집 식구들 모두를 몰살하거나 유배를 보낸다. 이른바 연좌죄다. 옛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 그대로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말도 맞는것 같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니까 또
같은 일을 벌릴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것도 맞는것 같다. 정말로 머리에
뭔가 조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자식 혼사에서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위치보다는 그 집 부모의 성품을 먼저 살피는게 맞을것이다.
어제 밤 늦게까지 랑야방을 보고 오늘 아침엔 조금 늦게 일어나서 아직도
헤매고 있다. 랑야방은 아마 중국에서 만들어진 최고의 작품일 것이다.
첫댓글 연좌제 생각만해도 무서워요
권력유지의 걸림돌이 연상 됩니다
부모의 성품이 엄청 중요하다는데 공감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외모, 경제적 능력, 사회적 위치등에 민감하니
저 역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떳떳하면 되겠지요
정도로가면 후회가 많이 덜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부모의 품성은 정말로 중요하죠. 지금의 현실은 자녀들에게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중에서 금수저를 물려줄
부모만이 대접을 받게 되죠. 흙수저를 물려줄 부모는 부모로서의 자격 미달로 취급되니까요. 정도로 가서
후회없는 인생이 대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 동생의 카톡사진을 보고 놀랐어요...우린 오형제가 그냥 각각이다 생각했었는데...그동생의 얼굴에 내모습이 보이더라구요...
유전자...이제 나이드니 아버지하시던행동도 내게서 나오지 뭡니까..생긴모습까지 비슷해지면서...그런데 궁금한건 어머니께서 장지지겟다.
하신말씀을 어떻게 마무리 하셨을까요...?...^^........
같은 씨에서 나와서 그런지 늙으니까 형제들 얼굴이 다 비슷해지드라고요. 우리 엄마 손에 장지지도 않고 딱 한마디.
뒷걸음치다 쥐잡았나 보다.ㅎㅎㅎ
우리나라 역사에도 반역자 집안은 3 족을 멸했다는 수업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술을 전혀 못하신다니 좀 아쉬운 마음이 . ㅎㅎ 술은 마실 줄 알면 세상이 달라 보일때가 많거든요. ㅋㅋㅋ
이론적으로 설명 불가 ! 마셔보고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는 몽환적 정신세계 ! ? ? ? 그런게 있답니다. 물론 과유불급이지만요.
이제 책은 거의 안봅니다. 못 봅니다. 시력도 나빠지고 집중도 안되고 머리가 띵한게 도무지 읽혀지지가 않고 재미없다는 생각만....
술 잘 마시고 친구많고 선후배 많고 활달한 남자가 근사해 보여서 결혼했다 혼난 사람입니다.ㅎㅎㅎ
시력은 크게 나빠진것 같지 않은데 젊었을 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건 확실한것 같습니다. 할 일이
없으니까 짧게 보고 쉬었다 또 짧게 보고 합니다.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과정의 집안의 분위기와 가정교육등이 이어지는 면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옛부터 혼사가 있을적에 집안을 본다는 것을 고루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해가 갑니다,,
책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의 자식은 그렇지 않으니, 우리는, 유전자가 안맞는듯 ~
아들의 책들만 바라보아도, 얼마나 흐믓하실는지,,, 부럽습니다 ~~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집안의 분위기도 중요하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별로 안봐요. 스마트폰이 너무 많은걸 해결해 주면서
모든 일들이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같이 책을 논할 수 있는 아들이 있다는게 제 행복입니다.
ㅎㅎ 엄마쪽을 닮을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제가 외탁을 했거던요.
아버진 성격이 아주 호탕 하신데 어머닌 아주 조용하신 분이고
그런데 제 성격과 외모 생각등은 엄마를 많이 닮았어요.ㅎ
아버지를 닮은 언니에 어머니를 닮은 나 ㅎ
우리형제 자매는 양부모님쪽을 골고루 닮은것 같아요 ㅎ
저는 전적으로 아버지 쪽입니다. 6형제인데 나만 아버지 성향을 닮아서 둘이는 너무너무 친했었어요.
그게 엄마의 화를 돋구는 이유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다른 형제들과는 지금도 별 왕래가 없어요.
전혀 다른 사람들 같아요.
돌연변이도 있습니다
저는 돌연변이도 밨고
유전자 우성도 밨지요
유전자... 너무 경이롭지요.
너무나 많은 것이 유전자에서 비롯된다니...
저는 그래서 딸을 다그치지 않았어요.
제가 물려준 유전자를 어느정도 짐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