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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화, 다시는 이딴 짓 하지 마라, 간다."
그 말에서, 나는 신해찬이 돌아가지 않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아다지오 칸타빌레(Adagio Cantabile) 04#
부제 ; 그들이 사랑하는 방법
어색함이 감도는 우리집.
냉장고에 쿡 처박혀있던 오렌지주스를 가져와 녀석들에게 주었다.
"아, 난 오렌지주스보다 포도주스가 더 좋은데."
"그냥 마셔."
오렌지주스는 싫다며 투덜거리는 배지균에게 귀찮다는 듯 이야기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 하는데,
이런 제길슨.
왜 하필이면 신해찬과 강이봄 옆에만 자리가 있냐고.
강이봄과 배지균 사이에 자리 하나와 신해찬 바로 옆에 자리 하나.
강이봄 옆에 앉으려니, 신해찬이 신경쓰이고.
신해찬 옆에 앉으려니, 그것도 좀 이상하고.
그래도 강이봄이랑 배지균 사이가 낫겠지.
내가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 하자, 망할 배지균이 소파에 누워버렸다.
"아아, 편하다~"
"…여기가 니네 집 침대냐?"
"왜, 누우면 닳냐?"
"난 어디에 앉으라고?"
"신해찬 옆 있잖아."
실실 웃으며 신해찬의 옆자리를 가리키는 배지균.
의도적이다, 이녀석.
신해찬을 흘끗 바라보니 녀석은 인상을 찌푸린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옆에 앉는게 그렇게 싫은가.
나도 울컥해서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됐어, 이 민폐로 똘똘 뭉친 자식아."
"소은아, 여기에 앉아."
강이봄이 생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더니, 강이봄이 신해찬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와 동시에 확 굳어버리는 신해찬과 배지균, 백동화.
하지만 강이봄의 표정은 여전히 생글생글이다.
불안불안하다 싶더니, 결국은 배지균이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씹새야, 니가 왜 신해찬 옆에 앉아!"
"응? 왜? 앉으면 안돼?"
"당연히 안돼지!"
"왜?"
"그야…"
"그만해, 배지균."
낮고 차가운 신해찬의 목소리.
배지균이 신해찬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백동화가 배지균의 어깨에 손을 올려 녀석을 말렸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해찬과 배지균, 백동화의 살벌한 눈빛에도 마냥 웃고만 있는 강이봄.
그 살벌함이 싫은 내가 입을 열었다.
"니네 왜이러냐? 이러려고 우리집에 온거야?"
하지만 침묵.
어색함에 나는 가까이 있는 신해찬과 강이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같은 학교 애들끼리 왜…"
탁.
"…하."
어깨에 얹은 손을 세게 쳐서 떨쳐내는 신해찬.
어깨에 손을 얹는 것 조차 싫은거니?
시무룩해진 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내는 신해찬의 한마디.
"더러워."
신해찬의 그 한마디에, 내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조용히, 소리 없이.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던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들리는 둔탁한 소리.
"…미친새끼."
"……."
"뭐가 더러운데."
"……."
"왜 울리는데."
"……."
"니 여자친구였잖아."
"…쿡."
싸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신해찬.
그 웃음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린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바보같이, 난 아직도 신해찬을 좋아하고 있다.
그걸, 이제 알아버렸다.
잊을 수 있다고,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난 아직 신해찬을 사랑한다.
그래서,
신해찬의 차가운 웃음이 너무 아프다.
너무 시리다.
"…미안한데, 다들 돌아가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리는 신해찬.
나는 또 병신같이 상처를 받는다.
신해찬의 얼굴을 얼핏 봤다.
입술이 터진 듯, 피가 맺혀있다.
아플텐데….
신해찬의 뒤를 배지균이 쫒아가고, 백동화는 내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를 내뱉고는 나간다.
"소란피워서 미안하다."
강이봄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본다.
"강이봄, 나가줘."
"소은아."
"나가달라구."
"……."
"제발. 지금 나 혼자 있고싶다구. 좀 나가달라구!"
나도 모르게 강이봄에게 화를 내버렸다.
당황한 내가 강이봄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상처받은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미안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 내 머리 위로, 강이봄의 따뜻한 손이 올라왔다.
"임소은아, 아직 신해찬 좋아하지?"
"……."
"아직 나는 아닌거지?"
"……."
"그래도 소은아."
"……."
"…기다릴게."
녀석의 한마디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상처받은 강이봄은 사라지고, 어느새 따뜻함으로 가득 찬 녀석이 웃고 있었다.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은 녀석은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신해찬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차오르려 하고, 코끝이 싸해지고, 심장이 떨린다.
근데 강이봄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녀석의 따뜻함에 전염이 되 버릴 것 같다.
그래서…
녀석이 좋아질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신해찬을 잊을 수 있을까?
신해찬. 해찬아.
난 아직도 너를 보면 심장이 떨리는데, 내가 널 잊을 수 있을까?
내가 널 잊고 강이봄을 좋아할 수 있을까?
'기다릴게.'
강이봄의 한마디.
기다릴게, 라는 그 한마디에 차가웠던 마음이 따뜻하게 풀렸다.
나에게 녀석을 좋아할 자격이 있는걸까.
결국, 생각만 복잡해졌다.
* * *
안녕하세요~스윗스윗한 스윗밍입니당!
계속 시간이 안나더니, 결국 오늘에서야 올리네요!
이제 이번주에 합숙이 끝나고 고백(Goback)하게 되었습니다~
꺄하하 드디어 집에 가는군요!
프라페노님,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용
13일에 연재예정인 소설도 많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댓글 즐감해요
감사합니다^^
이봄이 멋져요~ 기다릴게 이런 사람 좋아요ㅋㅋㅋㅋ
ㅋㅋㅋㅋ저도 좋아요~ 나를 기다려주는 남자 ㅋㅋㅋㅋㅋㅋ
이봄이는 제가 아끼는 캐릭터인데... ㅋㅋㅋ 나중에 어떻게 될런지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