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소백주 ♥️
(22) 나무꾼 총각
세상일이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그 오묘한 그 무엇이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김선비는 문득 사랑방에서 식객으로 함께 있었던 어느 선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터덜터덜 홀로 길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풍수지리에 도통한 지관(地官) 도선이 어느 가을날 높은 산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배가 고파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머리가 허옇게 새고 다리근육에 힘이 풀리는 노인의 몸으로 이 산 저 산 산 구경을 재미삼아 다니는 도선도 쇠약해져가는 몸에 더구나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허기가 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던 것이다.
“아이구! 배도 고프고 힘들다! 예서 좀 쉬었다 가자!”
산 고개를 넘어오던 도선이 기진맥진하여 크게 혼잣말로 소리치며 산마루 아래 개울가에 앉아 지친 두 다리를 잠시 멈추고는 바위위에 턱 걸터앉았다.
눈앞에 들어오는 불붙는 단풍이며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산야가 따가운 가을볕에 하염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쿵쿵 나무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선이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웬 젊은이가 지게를 받쳐 놓고 도끼질을 하며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도끼질을 그만 두더니 도선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오는 것을 자세히 보니 머리에 노란 끈 댕기를 묶은 순박하게 생긴 나무꾼총각이 한손에 작은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
“아이구! 어르신, 많이 시장 하신 모양이시네요. 이 누룽지라도 요기하고 산을 내려가시면 좀 수월하실 겁니다.”
나무꾼 총각이 작은 보자기를 도선 앞으로 쓱 내밀면서 말했다. 누룽지를 싸와서 배고프면 먹으려고 나무위에 걸어 둔 것을 내려다 주는 것이었다.
“어허! 늙은이가 배고프다고 망령이 나서 혼잣소리를 하던 것을 들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렇다고 젊은이가 나무하다가 먹으려고 가져 온 것을 나를 주면 어떻게 하느냐?”
도선이 선뜻 내미는 누룽지를 바로 받지 못하고 말했다.
“어르신, 저야 저 아랫동네에 내려가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염려마시고 드십시오.”
나무꾼 총각이 말했다.
“허허! 그래, 고맙네.”
도선은 하얀 수염을 쓸어내리며 배가 고픈 터라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 누룽지를 받아 맛있게 먹었다.
산 개울물을 마셔가며 누룽지를 다 먹고 난 도선은 한껏 기운이 돋아 힘이 나고 살 것 같았다. 고마운 마음으로 도선이 다시 나무꾼총각을 눈여겨보니 머리에 노란 끈 댕기를 묶은 것이 아무래도 상(喪)을 당한 모양이었다.
“자네 요 근래에 상을 당했는가 보네?”
ㅡ계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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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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