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화芙蓉花
석봉(춘암) 채성소
오늘은 날씨도 덥지도 않고 따스한 햇볕이 마구 쏟아지는 가을의 전형적인 날씨이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한점 뭉게구름이 마치 신부가 하얀드레스를 입고 사뿐 사뿐 걸어가는 모습이다
10월은 드레스입은 신부가 한껏 예쁨을 자랑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석수역에서 안양천을 따라 물속의 잉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있다
어제밤에 어항에서 춤을추는 잉어를 꺼내서 안아보는 꿈을 꾸었다
흔히 말하기를 잉어꿈은 길몽으로 재물 승진 출산 희망 부지런함 우아함 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꿈은 나에게 무엇은 시사사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잉어를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함을 느낀다
세월교를 건너느라니 젊은 엄마와 같이 예쁘장한 꼬마 여자 어린아이가 팝콘을 연신 다리 아래로 던저주고 있다
적게는 30여마리 많게는 50여 마리의 크고 작은 잉어떼들이 꼬마가 던저주는 팝콘을 뻐끔 뻐끔 잘도 받아 먹고있다
지나는 이들도 다리아래의 잉어를 보며 신기한듯 같이 즐기고 있다
잉어뿐만이 아니다 많은 물오리들도 덩다라 팝콘을 받아 먹으려고 서로 다투듯 모여든다
자연이 주는 천혜天惠의 따끈한 비타민 D를 온몸에 흠씬 받으며 2km정도 걸어내려가니 돌다리가 질서정연 하게 건너는이를 위하여 넙죽 엎드리어 있다 말없는 돌에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깃들어 있다
옛날에 우리집 앞 시내에도 징검다리가 있었고 큰비가 오는날에는 징검다리 위로 맑은 시내물이 넘처 흘렀다
우리 고모부 되시는 분이 들어다 놓았다는 징검다리는 앞에 보이는 돌다리에 버금갈 정도로 크고 넓었다
옛날 기중기가 무엇인지 모르던 시대 이 크고 무거운 징검다리를 어떻게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고모부는 힘이
장사였으며 난장판에 가면 웬만한 장사는 감히 기가죽어 대들지 못하고 기권했다고 어머니로 부터 들었다
임진왜란하면 이순신만있고 수많은 병사의 희생은 없는것 처럼 고모부 혼자 들어다 놓은것으로 알고있다
징검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을 한참을 바라보느라니 물속으로 빠저 들어갈듯 착각을 느낀다
앞을 다투지 아니하며 내려가다가 장애물이 있으면 다소곳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조용히 쉬어간다
옛날 아버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생전에 누구와 다툴줄을 모르시고 언제나 찡그리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마치 물흐름과 같이 바쁘게 서두르지도 않으시고 꾸지람 한번 하시는예가 없는 물과같이 부드러운 분이었다
우리집 아이들은 나무랄 일이 없다는게 평소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신념의 상징이기도 했다
안양천 뚝으로는 아름다운 장미 농원이 각종색채의 웃음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고 이름모를 꽃들도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다
- 이게 무슨 꽃이죠?- 참으로 어름답건만 지나는 이들은 똑같은 대답이다
-글쎄요 모르겠네요 - 무궁화 꽃같으면서도 무궁화 꽃이 아닌 꽃이 한껏 자태를 뽑내고있다
지나던 여인이 스마트폰을 꺼내 찰칵 찰칵 연신 누르고 있다
-혹시 이꽃이 무슨 꽃인지 아십니까?-
- 부 . 용 . 화 예요 부용화 ! -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대답을 하는 여인은 부용화 닮은 60대가 될가 말가 하는 아줌마이다 갸름한 얼굴에 양볼에 보조개가 보일듯 말듯 점을찍고 동그란 턱이 매우 인상적이다
- 내가 한장 찍어줄가요 - 어쩌면 외면하지 않고 미소로 대답할것 같아 말을 건넨다
- 고맙지요 멋있게 찍어 주세요 - 사뿐히 걸어 꽃밭속으로 들어가는 여인의 미소에는 부용화 꽃그림자가 아롱인다
- 꽃인지 여사님의 미소인지 구별할수가 없네요 -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은 거짖이 아니다
같이 한장 찍자기에 서투른 포즈를 취하려는데 여인이 다가와 팔장을낀다
오이향 내음이 스친다 도대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처음으로 받아보는 노인네 대접이다
요지음은 어디가서도 노인대접은 찾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먹다남은 찬밥인데 오늘은 특별한 날인것 같다
부용화는 중국이 원산지이고 학명은 희비스커스 뮤탈빌라스 이며 아욱과 무궁화에 속한다
무궁화 꽃과는 형제처럼 너무닮아 남부 무궁화라고하는데 무궁화보다는 약간 크며 크기는 1~3m 이고 개화기는 8월~10월이다
꽃말은 섬세함 아름다움 정숙한여인들 미묘한 아름다움 사랑의 여신등 으로 꽃이 무척 크면서도 아름답다
부용은 양귀비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할때 흔히 인용되는 꽃이다
어떻게 그리도 잘아는지 마치 부용화의 설명 안내사처럼 알아듣기 쉽게 또박또박 설명을 이어간다
정원용으로 훌륭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는데 아침에는 꽃색이 옅으나 낮에는 점점 짙해저 빨강색에 가까운 분홍색이 된다 힌색은 순수함과 청순함 핑크색은 사랑과 우정 을 비유 하기도 한다 연꽃과도 비슷 하며 피부건강 스트레스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김유성이라는 훤칠한 선비가 있었는데 전국 여행중 평양에서 기생 부용이를 만났다
서로가 너무나도 아름다움에 빠진 두남녀는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과거후 서로 혼인하기로 약속하고 한양으로 떠나지만 못된 신임 감사의 수청을 거절하다 대동강에 뛰어들은것을 어부에게 간신히 목숨을구하여 후에 만났다는 전설이 있다
어쩌면 춘향전에서 나오는 이몽룡과 춘향이의 전설과도 흡사하네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안양천을 거슬러 석수역으로 향했다
오늘도 안양천을 걷는다
아무런 표정없이 앞만보고 힘없이 걷는 노친네들이 이제는 익숙한 이웃같은 느낌이든다
저노인들은 어쩌면 나의 자화상일수도 있다 어느누구도 세월앞에서 말 한마디 없이 끌여가고 있다
그 아름답던 부용화의 꽃잎도 이미 시들어 바람에 흩날려 거리에 나뒹굴고 있다
부용화 속에서 오이향 풍기던 여인도 세월따라 안양천에서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다
물길 흐름과 무엇이 다르랴 !
- 마음을 비우니 몸도 훨씬 가벼워진것 같아요- 세상사를 달관이나 한것 같은 그녀의 미소섞인 말이다
- 그래요 인생불만백人生不滿百 상회천년우常懷千年憂라고 하잔아요 사람들은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을 살것처럼 아등바등하며 살죠 여사님의 삶의철학이 존경스럽습니다 -
- 여사님! 여사님 ! 그게 저에겐 너무나 부담스러워요 혹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화번호좀 입력해도 될가요 ?-
-글세요 대수롭지 못하여 보여드릴것은 없지만 다음에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한참을 걷다보니 금천교회 아래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굳이 마다하는데도 이야기 하고 싶다는 그녀 따라 커피를 마신다 역시 커피가 오늘따라 향이 짙은것 같다
-서울에서 S여고를 나오고 대학을 졸업후 조그만 사무실을 차리고 일을 한다고 묻지 않는 말을 한다
취미가 글을 쓰기를 좋아해서 글의 소재를 찾아 좋은사람 같으면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연다고 한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녀의 미소와 커피 향에 취해 있었다
그후 낯선전화를 수취 거절로 한것이 그녀와의 약속을 지워버린 꼴이 되였다
요지음 세상이 하도 수작군들이 난무하는지라 입력되지 않은 전화는 수취거절로 받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혹시꽃뱀이라고 착각한 나를 꼰대 노인으로 알고 이미 잊고 있으리라
앞에는 노친 여럿이서 바둑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역시 바둑에 넋을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저들에게도 꿈이 있었고 로맨스도 있었겠지 역시 일장춘몽一場春夢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옛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거리가 어두워지는줄도 모르고 있는그들을 보며 슬며시 어둠을 등지고 자리를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