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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위주곤(不爲酒困)
술에 곤드레가 되어 난폭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술 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不 : 아닐 불(一/3)
爲 : 할 위(爫/8)
酒 : 술 주(酉/3)
困 : 곤할 곤(囗/4)
출전 :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불위주곤(不爲酒困)은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 나온 사자성어로, '술 때문에 곤란을 겪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술을 절제하고 조심하여 술로 인한 문제나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교훈적인 뜻을 담고 있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생기는 문제를 예방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문
子曰 : 出則事公卿, 入則事父兄, 喪事不敢不勉, 不爲酒困, 何有於我哉?
(자왈 : 출즉사공경, 입즉사부형, 상사불감불면, 불위주곤, 하유어아재?)
문법 설명 및 어휘 풀이
1) 不爲酒困(불위주곤) : 술로 인하여 고생하지 않다.
• 爲(위): ~에 기인하다, ~에 의하다.
射不主皮, 爲力不同科(사불주피, 위력불동과).
활쏘기가 과녁의 가죽 뚫기를 주로 하지 않는 것은 사람마다 힘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논어(論語) 팔일(八佾) 16
원(元)나라 백박(白樸)의 산곡에 이 구절을 변형하여 만든 不因酒困因詩困(불인주곤인시곤: 술 때문에 고단하지 않으면 시 때문에 고단하다/陽春曲양춘곡, 知幾지기)이라는 구절이 있다.
2)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 : 나에게 (이 네 가지 가운데) 무엇이 있는가. '나에게 있어서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자가 그렇게 오만한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고, 자신이 중요시한 덕목들에 대하여 스스로 그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탄일 가능성이 더 크다.
통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으로 나가면 고관을 섬기고, 집으로 들어오면 부형을 섬기며, 상사를 감히 게을리 하지 않고, 술로 인하여 고생하지 않는 것, 이 가운데 무엇이 나에게 갖추어져 있는가?"
불위주곤(不爲酒困)
술을 이기지 못하면 술이 너를 이긴다
한밤중에 누가 대문을 심하게 두드렸다. 대문 밖에서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가 다리에서 떨어졌다고 소리쳤다.
어머니와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면사무소에서 오는 길에 있는 섶다리 아래 개울에 사람이 떨어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리에서 떨어진 거 같았다"며 단숨에 얘기한 그분은 "술이 많이 취해 건져 올리긴 했지만, 모시고 오려 했으나 막무가내여서 두고 왔다"라고 알려줬다.
중간쯤에서 만난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며 컴컴한 밤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자전거는 앞바퀴가 휘어져 탈 수 없었다.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 날부터 아버지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억을 되살린 건 내가 대학 다닐 때였다. 술 취한 나를 친구들이 부축해 밤늦게 골목에서 노래 부르며 집에 들어왔다. 마당에다 먹은 술과 음식을 토해냈다. 어머니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걸 막아선 아버지는 마루에 꿇어 앉으라고 했다. 옆으로 쓰러질 때마다 대나무 막대기로 마룻바닥을 내리쳐 바로 앉으라고 했다.
필기구를 내주며 아버지는 "오늘 술 먹은 일을 빠짐없이 적으라"고 했다. 썼다가 지우고, 옆으로 쓰러졌다가 아버지가 대나무로 바닥 치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날이 밝을 때쯤에야 몇 장짜리 소위 술 먹은 그날의 보고서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읽지는 않고 내가 쓴 종이를 들고 "보태고 뺄 얘기가 더 있느냐"고 물었다. 정신이 돌아온 내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하신 말씀이다. "이기지 못할 술이면 마시지 마라. 술이 너를 이긴다. 술은 기호식품(嗜好食品)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니 즐길 줄 알아야 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십수 년 전 다리에서 떨어진 그 날을 떠올렸다. 몸이 성치 않은 사람이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린 일이 후회돼 그날부터 더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음주는 일시적인 자살이다. 음주가 주는 행복은 단순히 소극적인 것, 불행의 일시적인 중절(中絶)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기억해 지켜온 저 말을 이번에 찬찬히 찾아보니 버트런드 러셀이 한 말이다.
이어 "네가 쓴 이게 너의 음주 성적표다. 절제해야 할 정도(程度)를 나타낸 거다. 오늘을 기억해 그 주량을 가늠해라"라고 가르쳤다.
아버지는 "공자백호(孔子百壺)라고 들어봤을 거다, 공자가 술을 무척 즐겨서 백 병 술을 기울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가 말한 '술을 마실 때는 일정한 양이 없었는데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唯酒無量不及亂)'라는 말에서 꾸며 낸 전설일 뿐이다"라고 했다. 공자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논어(論語) 향당편(鄕黨篇) 8장에 나온다.
아버지는 "저기서 비롯된 고사성어 유주무량(唯酒無量)이야말로 공자의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을 음주 정도를 밝힌 거다"라며 절제(節制)를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도 저런 추태를 보이는데 싫어하는 음식을 먹을 땐 어떨까 하는 평가를 남들이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추태를 주정(酒酊)이라고 한 아버지는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이어 공자가 말한 주곤(酒困)은 술을 마셔 마음이 산란해지는 상태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괴로울 곤(困)'을 파자해 '나무 목(木)'이 '우리 구(口)' 안에 갇혀 자라지 못하고 난처하게 된 모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인용한 고사성어가 불위주곤(不爲酒困)이다. 술이 곤드레 만드레 되어 난폭한 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술 때문에 곤경을 겪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이 말은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 나온다.
공자가 말한 원문은 이렇다. "나가서는 벼슬 높은 이를 섬기고, 들어와서는 어른들을 섬기며, 상을 당했을 때는 감히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고, 술 마시고 실수하지 않는 일(不爲酒困)과 같은 것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정도를 넘지 않게 조절해 욕구를 제한하는 절제는 자제력에서 나오고, 자제력을 키우는 방법은 자기 훈련뿐이다. 아버지는 "자기 훈련은 자신의 욕구나 습관을 조절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명심하라고 했다.
자제력은 인내심에서 나온다.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으면 쉽게 얻을 품성이 아니다. 가까이 있는 술이 유혹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손주들에게도 꼭 물려줘야 할 소중한 인성이다.
공자, 술, 그리고 한문 고전
논어(論語)에도 인류의 숙명적인 과제인 술이 언급돼 있다. 공자는 '불위주곤 하유어아재(不爲酒困 何有於我哉)'라고 말한다. 不爲酒困(불위주곤)은 '술을 마시고 곤경에 빠지지 않는다', '취해서 실수하지 않는다'고 번역하면 무난하다.
그런데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의 해석이 엇갈린다. 아래 설시한 다섯 가지 견해는 여러 유학자의 역대 주석을 참고해 구분했다.
1설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이다. 정현(鄭玄)과 형병(邢昺)은 "다른 사람은 이런 행실이 없고, 나에게만 오직 이런 행실이 있다"고 보아 공자가 술은 다루기 쉽다며 자부심을 나타낸 구절로 새겼다.
2설은 '어느 것이 나에게 있겠는가'이다. 황간(皇侃)은 "내가 어찌 이 일을 능히 행할 수 있겠느냐"며 공자가 술을 다스리기 힘듦을 고백했다고 풀이했다. 주희(朱熹)도 비슷한 관점에서 술을 깔끔하게 마시는 훌륭함이 부족하다고 말한 공자의 겸손한 자세를 기렸다.
3설은 '어찌 나에게 있다 없다를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이다. 다산 정약용은 형병의 1설은 너무 오만하고, 황간의 2설은 너무 겸양한다고 비판했다. 즉 공자가 술로 인한 곤란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는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고 하찮은 행실이므로 음주 능력이 있고 없음을 따질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4설은 '이런 일밖에 내가 할 줄 아는 일이 없다'이다. 이토 진사이(伊藤仁齊)는 "사람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서 이 밖에는 달리 내세워 덕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나에게는 없다"고 설명한다. 고작 주사가 없는 정도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낮춤이 오히려 공자의 덕을 빛낸다고 강조했다.
5설은 '나의 능력은 별다른 소용이 없다'이다. 오규 소라이(荻生?徠)는 "술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은 모두 나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예의 힘이다"고 주장한다. 예법에 충실하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술에 취할 위험을 피할 수 있으니 예를 익히라고 권하는 말로 이해했다.
위 다섯 가지 견해는 서로 중시하는 지점이 살짝 다를 뿐 결국 지향하는 바는 대동소이하다. 굳이 고르자면 2설이나 4설이 좀 더 가슴에 와닿는다. 매일 되풀이되는 평시 상황 속에서 수양하라는 유가의 가르침에 좀 더 부합하는 태도가 아닐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널리 확산하는 정성에서 성인(聖人)의 길이 시작된다.
흥미롭게도 '논어'에는 제자들이 묘사한 공자의 일상도 전하는데 "술만은 양을 정하지 않았으나 술에 취해 어지러워지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惟酒無量 不及亂)"고 추앙을 받았다. 정해진 주량은 없으나 취하지는 않고 기분이 좋은 정도에서 그쳤다니 엄청난 경지다.
제자가 바라본 공자의 모습은 술을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는 '초인'으로 미화된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공자가 토로한 술에 대한 입장은 다섯 갈래로 해설 차이는 있으나 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한문을 모국어처럼 편안하게 사용하는 한국인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 한문 고전은 문언 자체의 정확한 의미 파악보다는 개별 독자가 어떻게 응용해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 될 듯싶다. 옛글 속 과거의 발언을 온전히 복원하려는 시도는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그다지 실익이 없다.
한문 고전에서 고정된 진실을 찾기보다는 시대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재해석해야 한다. 세세한 자구 풀이 사례를 소개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업은 배움을 얼마나 실천하느냐다.
술과 시
정조 술상 정치로 화합 도모… 음주 절제하면 약이오, 과하면 악이오
호학(好學) 군주 정조(조선 22대 왕, 재위 1776~1800)는 지극 정성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했다. '내가 원하는 바는 공자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라는 '정조 묘지문' 내용이 절절하다.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달이 천하의 냇물을 비추듯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베풀겠다는 마음을 담은 호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만큼이나 홍재(弘齋)라는 호도 유명하다. 그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로 오늘에 전한다.
조선 왕 27명 가운데 유일하게 문집을 남긴 정조이다. 세손 시절부터 사용하던 호 홍재는 논어(論語) 8편(태백)에서 따왔다. '선비는 뜻이 크고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공자 제자인 증자의 말이다. 대학교수들이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여기서 나왔다.
또 하나는 일성록(日省錄, 국보 153호,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760년(영조 36) 1월 세손이던 정조가 처음 시작하여 1910년(융희 4) 8월까지 151년 동안 이어진 왕의 일기이다. 논어 1편(학이)의 '나는 매일 내 몸을 세 번 살핀다(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신)'는 증자의 다짐처럼 스스로 반성하는 자료로 삼으려는 목적이었다.
정조는 백성을 고루 잘 살게 하고 문화를 꽃 피우고자 했으나 세상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술을 정치에 활용했을까. 개혁과 통합이라는 정조의 꿈이 담긴 수원 화성에 그 증거가 남아 있다. 팔달문시장의 불취무귀(不醉無歸) 조형물이 그것이다. 정조가 소박한 술상을 앞에 두고 술잔을 권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화성을 만들 때 애쓰는 사람들을 위해 건넨 덕담, 성균관 유생들에게 연회를 베풀며 당쟁을 수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제안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소통과 화합이 핵심이다. 이 정도면 술의 순기능이겠다.
정조가 마련한 술자리를 빗대 자식을 훈계하는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 덧붙인다. 술의 역기능도 덧붙인다.
다산은 먼저 큰 붓통 가득 따른 술을 세 차례나 연거푸 마시고도 끄떡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정조의 하사주였다. 그리고 아들과 곤드레 만드레하는 세태에 직격탄을 날린다. "소가 물 마시듯 마시는 저 사람들은 뭐냐?"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꼴을 빚댄 드싸다.
술은 근심하는 마음을 쓸어 내는 빗자루, 소수추(掃愁帚)라고 하나 사람이 의지대로 절제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이다. 신의 선물인 동시에 악마의 유혹이요, 백약의 으뜸이지만 만병의 근원이라는 술을 공자께선 어떻게 다스렸을까.
절제와 균형으로 술을 다스린 공자
논어 10편(향당) 8장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은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한 번도 안 들어봤으면 모를까, 한 번만 듣고 만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나 할까. 공자께서 술은 마시는 양을 따지진 않았으나,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으셨다는 의미이다.
절제와 균형이 돋보인다. 이를 엉뚱하게 비틀어 해석하다가 훈장에게 혼이 난 훈도 이야기가 전설처럼 서당을 떠돈다. '오직 주량은 한정이 없었으니, (술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난을 일으키셨다'니 경을 칠만 하다.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이 술을 대하는 공자의 태도를 설명한다면, 공자 말씀은 이렇다. "나가서는 공경(公卿)을 섬기고, 들어와서는 부형(父兄)을 섬기며, 상사(喪事)를 힘쓰지 않음이 없으며, 술 때문에 곤란을 당하지 않는 것, 이 중에 어느 것이 나에게 있겠는가."
논어 9편(자한) 15장인 이 구절 가운데 불위주곤(不爲酒困) 역시 주량에 관계없이 주곤(酒困)의 어지러움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교 신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오계(五戒)에 '술 마시지 말라'가 포함된 이유는 많은 사람이 탐닉하고 곤란에 이르기 쉬운 탓이다.
공자께서도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셨지만 선을 넘지 않았다. 예의규범을 무너뜨리고 의리를 무시하며 소동을 일으켜서 자신을 해치고(亡身/망신) 나라를 망치는(亡國/망국)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함께 하는 즐거움… 술, 시로 승화
술을 절제와 균형으로 즐긴다면 응당 더해지는 것이 있다. 안주가 아니다. 바로 시(詩)이다. 정조의 불취무귀(不醉無歸)는 '맑고 맑은 이슬이여/ 해가 나지 않으면 마르지 않는도다/ 즐거워라 밤의 술자리/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시경(詩經) 시구를 인용한 것이다. 정조가 보기엔 '취하지 않은 사람은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에 안성맞춤이었겠다.
시경을 두고 공자께선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고 했다. 분노와 욕심, 음모와 계산으로 감아치는 술자리가 아니라 사특함이 없는 술자리라면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다. 그래서 "시에서 선한 마음을 일으키고, 예에서 서며, 악에서 인생의 완성을 이룬다"고 했다.
이 땅의 많은 앞선 이가 공자를 롤모델로 살았다. 풍류 사상이 신라시대 때 발원했고, 고려 선비들이 '한림별곡'을 낳았고, 조선 선비들이 향음주례와 원로를 모시는 기로회를 통해 예의를 다하며 시로 승화했다. 시주풍류(詩酒風流)와 맥이 닿는다. 어릴 적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숨지는 참변을 겪은 정조는 통치의 수단으로 승화했다. 예의를 갖추고 즐거움을 함께 누리려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혼술 유감
'술은 술이요, 물은 물이로다.' 그렇다. 술의 바탕은 물이지만, 마음은 활활 타오른다. 물은 살기 위해 마시지만, 술은 살아 있어 마신다. 물은 목을 축이고, 술은 가슴을 축인다.
물에 불을 담은 것이 술이라 했다. '수(水)+불'이 '수불'로 발음되다가 순경음 비읍의 '수블'로, 이어 '술'로 변화돼 왔다는 것이다. 물과 술의 공통점은 칼로 벨 수 없다는 것이다. 벨 수 없기에 끊기도 힘든 것일까. 잡을 수 없는 게 바람이면, 자를 수 없는 게 정(情)이라 했다. 그래서 벨 수 없는 술을 꺾는 자리에서 자를 수 없는 정도 나누는 것일까.
술은 더불어 나눠야 제격이다. 수작(酬酌)할 상대가 없으면 달과 함께 마시고, 달도 없는 밤이면 꽃이라도 꺾어 놓고 마신다고 한다. 그래도 자작자음(自酌自飮)보다 여군동취(與君同醉)이다. '혼술'보다는 '더불어 술'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 없는 호주(好酒)이리라. 여자와 남자가 만나 좋을 호(好)를 이루지 않나. 시쳇말로 심쿵(심장이 쿵쾅쿵쾅)한 상황이다. 그 절정이 합환주(合歡酒)이다. 설렘과 기대감에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술이란 뜻이다.
건국설화에도 합환주가 나온다. 바로 고구려의 동명성왕, 주몽(朱蒙) 이야기다. 하백(河伯)에게 세 딸이 있었다. 유화, 선화, 위화다. 이들이 압록강에서 미역을 감는데, 천제의 아들 해모수 눈에 띈다. 신하를 보내 모두 함께 만나자고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짐짓 예를 차려 웅장한 궁전을 짓고 이들을 초청한다. 설레는 자리에 술이 빠질 수 없다. 대취한 여인들은 돌아가려 하지만, 해모수의 생각은 다르다. 만취한 유화와 합환합궁(合歡合宮), 머지않아 아들이 태어난다. 그가 주몽이다.
좋게 보면 합환이지만, 달리 보면 '심신 상실을 틈탄 간음'이다. 그럼에도 역사서에 버젓이 나오고 합환주의 효시로도 일컬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약탈혼이 성행하던 부족국가 시대임을 감안하면, 그 또한 낭만적 만남이란 인식이었을까. 여하튼 그때는 맞더라도 지금은 틀리다.
당연히 구속감이다. 그런데 법률이 묘하다. 바로 형법 10조인데, 요약하면 '심신미약자는 한정 책임능력자로서 형이 감경(減輕)된다'는 것이다. 심신미약자의 대표가 알코올 중독이다. 달리 말해 '술이 죄를 지었다'는 말이다. 잘못이 있다면 술 마신 게 죄라는 뜻인가. 그래서 술을 벌 주자는 벌주(罰酒)인가. 이런 따위를 '휴머니즘 형법'이라고 해야 하나.
술은 죄가 없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술이 무슨 죄가 있나. 강도가 부엌칼을 휘두르면, 칼이 죄인가. 장미 가시에 심장이 찔렸다면, 장미를 처벌해야 하나. 술을 탓하는 자는 '주성(酒性) 모독'으로 가중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논어에 '불위주곤(不爲酒困)'이라 했다. '술 때문에 곤경에 처할 만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진정 술 마시는 자세이다. 그래서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고 했다.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하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술에 물을 타면 술인가 물인가. 물에 술을 타면 물인가 술인가. 전자는 '술물'이요, 후자는 '물술'인가. 한 방울이라도 술이 섞였으면 술이라는 주장이 있다. '소낙비만 비냐, 이슬비는 비가 아니냐, 안개비는 어떠냐.'
기상청 강우 기록에 '0.0mm'가 있다. 비가 내리기는 했으나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강우량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도수가 '0.00001도'라도 술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한 방울의 비가 대지를 바꾸듯이 한 모금의 술도 인간과 세상사를 바꾼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드라마 '혼술남녀'를 보도록 권했다고 한다. 척박한 제작 현실에 PD가 죽음을 택했던 그 드라마이다. 혼술이든 혼밥이든 '스스로 혼'에는 소통과 공감의 '더불어 혼(魂)'이 없다. 불통과 나르시시즘에 취하기 쉽다. 심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 그래서 '혼술유감'이다.
꾀꼬리 소리 잦아드는 날이다. 물오른 자귀나무 꽃 그늘 아래 벗과 함께 임과 함께 합환주를 나누면 어떤가. 근심만 남기는 합환주(合患酒)는 말고. 마침 자귀나무 한자명도 합환수(合歡樹)인데.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爲(할 위)는 ❶상형문자로 为(위), 為(위)는 통자(通字), 为(위)는 간자(簡字)이다.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떴다. 전(轉)하여 하다, 이루다, 만들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삼고 다시 전(轉)하여 남을 위하다, 나라를 위하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爲자는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爲자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爲자를 보면 본래는 코끼리와 손이 함께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코끼리를 조련시킨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爲자의 본래 의미는 '길들이다'였다. 하지만 후에 코끼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시킨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爲(위)는 ①하다 ②위하다 ③다스리다 ④되다, 이루어지다 ⑤생각하다 ⑥삼다 ⑦배우다 ⑧가장(假裝)하다 ⑨속하다 ⑩있다 ⑪행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사(徙),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옮길 이(移), 다닐 행(行), 구를 전(轉)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를 위함을 위국(爲國),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 다른 것에 앞서 우선하는 일이라는 위선(爲先), 힘을 다함을 위력(爲力), 첫번을 삼아 시작함을 위시(爲始),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생업을 삼음 또는 사업을 경영함을 위업(爲業), 사람의 됨됨이를 위인(爲人), 정치를 행함을 위정(爲政),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예정임 또는 작정임을 위계(爲計), 진실한 즐거움을 위락(爲樂), 어떤 것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함을 위수(爲首), 기준으로 삼음을 위준(爲準), 나라를 위한 기도를 위축(爲祝), 부모를 위함을 위친(爲親),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치부致富하려면 자연히 어질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위부불인(爲富不仁), 바퀴도 되고 탄환도 된다는 뜻으로 하늘의 뜻대로 맡겨 둠을 이르는 말을 위륜위탄(爲輪爲彈),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되거나 안 되거나 좌우 간 또는 하든지 아니 하든지를 일컫는 말을 위불위간(爲不爲間),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을 위선최락(爲善最樂),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어육(爲魚肉),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함이나 남을 위해 정성껏 꾀함을 일컫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가난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귀소소(爲鬼所笑),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 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지록위마(指鹿爲馬),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손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이르는 말을 객반위주(客反爲主),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진적위산(塵積爲山),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등에 쓰인다.
▶️ 酒(술 주)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닭 유(酉; 술, 닭)部와 水(수; 액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酒자는 '술'이나 '술자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酒자는 水(물 수)자와 酉(닭 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酉자는 술을 담는 술병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술병을 그린 酉자에 水자가 더해져 있으니 酒자는 '술'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고대에는 酒자와 酉자의 구별이 없었다. 酉자도 '술'이라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酉자가 십이지(十二支)의 열째 글자인 '닭'을 뜻하게 되면서 지금은 酒자가 '술'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酒(주)는 어떤 명 아래에 쓰이어 술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술(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 ②잔치, 주연(酒宴) ③술자리, 주연(酒筵) ④무술(제사 때 술 대신에 쓰는 맑은 찬물) ⑤술을 마시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는 간단한 잔치를 주연(酒宴), 시골의 길거리에서 술이나 밥 따위를 팔고 또 나그네도 치는 집을 주막(酒幕), 술을 따라 마시는 그릇을 주배(酒杯), 술 친구를 주붕(酒朋), 술을 마시며 노는 자리를 주석(酒席), 술을 파는 집을 주가(酒家), 술집을 주점(酒店), 주포(酒舖), 주옥(酒屋), 주청(酒廳), 술의 종류를 주류(酒類), 술에 취하여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막되게 하는 것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을 주정(酒酊), 술을 마시는 분량을 주량(酒量), 술을 잘 마시는 사람으로 주량이 아주 큰 사람을 주호(酒豪), 술을 마심을 음주(飮酒), 아침에 마시는 술을 묘주(卯酒), 약주를 뜨고 남은 찌꺼기를 모주(母酒), 끼니 때 밥에 곁들여서 한두 잔 마시는 술을 반주(飯酒), 술을 먹던 사람이 술을 끊음을 단주(斷酒), 술을 못 먹게 금함 또는 먹던 술을 끊고 먹지 않음을 금주(禁酒), 빛과 맛이 좋은 술을 미주(美酒), 별다른 방법으로 빚은 술 또는 이별할 때 마시는 술을 별주(別酒), 약재를 넣어서 빚은 술을 약주(藥酒), 아무렇게나 빚어서 맛이 좋지 않은 술을 박주(薄酒),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술을 우려 마심 또는 그 술을 엽주(獵酒), 곡식으로 만든 술을 곡주(穀酒), 술을 마실 때 곁들여 먹는 고기나 나물 따위를 안주(按酒), 술을 썩 좋아함을 애주(愛酒), 술이 못을 이루고 고기가 수풀을 이룬다는 뜻으로 매우 호화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주지육림(酒池肉林),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장이 따로 있다는 뜻으로 주량은 체구의 대소에 관계 없음을 이르는 말을 주유별장(酒有別腸), 술과 밥주머니라는 뜻으로 술과 음식을 축내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대반낭(酒袋飯囊), 술 마시는 용과 시 짓는 범이라는 뜻으로 시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룡시호(酒龍詩虎), 술이 들어가면 혀가 나온다는 뜻으로 술을 마시면 수다스러워진다를 이르는 말을 주입설출(酒入舌出), 돼지 발굽과 술 한 잔이라는 뜻으로 작은 물건으로 많은 물건을 구하려 한다를 이르는 말을 돈제일주(豚蹄一酒) 등에 쓰인다.
▶️ 困(괴로울 곤)은 ❶회의문자로 睏(곤)의 간자(簡字)이다. 困(곤)은 나무를 다발로 묶다, 붙들다, 괴로움을 겪다의 뜻이다. 일설에는 木(목; 나무)이 口(구; 우리) 안에 갇혀서 자라지 못하고 난처하게 된 모양으로 생각되어 왔다. 곤괘(困卦). ❷회의문자로 困자는 '괴롭다'나 '지치다', '곤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困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木(나무 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것은 정원에 나무를 심어놓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정원에 심어놓은 나무는 집안과 대문 사이의 경계선 역할을 했다. 그래서 困자는 본래 '문지방'이나 '문턱'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후에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지치다'나 '괴롭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困자의 뜻이 바뀌면서 여기에 木자를 더한 梱(문지방 곤)자가 '문턱'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困(곤)은 ①곤(困)하다(기운 없이 나른하다) ②졸리다 ③지치다 ④괴로움을 겪다, 시달리다 ⑤위태롭다, 위험하다 ⑥막다르다, 난처하다 ⑦괴롭다 ⑧통하지 아니하다 ⑨가난하다, 살기 어렵다 ⑩부족하다, 모자라다 ⑪흐트러지다, 어지러워지다 ⑫겪기 어려운 일, 난처(難處)한 일 ⑬괴로움 ⑭메마른 땅, 척박한 땅 ⑮괘(卦)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쓸 고(苦),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진(盡), 다할 궁(窮), 다할 갈(竭), 피곤할 피(疲), 고단할 비(憊),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경제적으로 몹시 어렵고 궁핍함을 곤란(困難), 어렵고 딱한 형편이나 처지를 곤경(困境), 가난하여 살림이 구차함을 곤궁(困窮), 괴롭고 수고로운 일 또는 그런 일을 겪음을 곤각(困却), 처지나 형편 따위가 고생스럽고 딱함을 곤고(困苦),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을 곤혹(困惑), 고달파서 노곤하고 힘이 없음을 곤핍(困乏), 괴로움과 모욕을 당함을 곤욕(困辱), 고달파서 힘이 없음을 곤비(困憊), 사람이 너무 오래 타서 지친 말을 곤마(困馬), 피곤한 기색이나 느낌을 곤기(困氣), 고단하여 잠이 깊이 듦을 곤침(困寢), 곤궁하여 재물이 다 없어짐을 곤갈(困竭), 고단하여 드러누움 또는 깊이 든 잠을 곤와(困臥), 가난하고 궁색하여 살기 어려움을 빈곤(貧困), 몸이나 마음이 지치어 고달픔을 피곤(疲困), 딱하고 곤란함을 궁곤(窮困), 곤란을 당함을 견곤(見困), 고생스럽고 곤란함을 고곤(苦困), 느른하고 고달픔을 노곤(勞困), 봄날에 느끼는 느른한 기운을 춘곤(春困),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피곤하며 자꾸 졸음이 오는 증세를 식곤(食困), 빙 둘러 에워 싸서 곤욕을 줌을 위곤(圍困), 위급한 경우에는 짐승일지라도 적을 향해 싸우려 덤빈다는 뜻으로 궁지에 빠지면 약한 자가 도리어 강한 자를 해칠 수 있다를 이르는 말을 곤수유투(困獸猶鬪), 지식 등을 고생하며 공부한 끝에 얻는다를 이르는 말을 곤이지지(困而知之), 궁하면 통한다를 이르는 말을 곤궁이통(困窮而通),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지쳐서 힘이 다 빠진 상태를 이르는 말을 혼곤단진(昏困斷盡), 이빨이 돋아 날 때에 그 부분의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일을 이르는 말을 생치곤란(生齒困難), 잡힌 짐승도 괴로우면 수레를 뒤엎는다는 뜻으로 약자도 살기 위하여 기를 쓰면 큰 힘을 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금곤복거(禽困覆車), 자기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망상으로 자기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빈곤망상(貧困妄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