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럴수가? 그렇게 맑고 깨끗하던 바다였는데
청정해역 천혜의 보고이던 태안 앞바다는 시커먼 기름으로 오염된 아비규환의 지옥
그 자체입니다.
인간의 실수로 일어난 대재앙! 이런 바다를 살려보려고 다시 인간들이 나섭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에 제가 근무하는 곳의 어민들도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팔을 걷어 붙이고 방제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되었는데 내집앞 바다는 내가 지키겠다며
자신들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방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준비된
방제 기자제가 없다는 것이 첫째 난관...
방제본부와 바로 상급부서, 면사무소, 수협등에 방제 기자제 지급요청을 해봤지만
지금 전국에서 방제 기자제를 수거 중인데 우리에게 차례가 올지는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제가 직접 마을 트럭을 몰고 만리포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다행이도 잘아는 직원이 전국에서 집하되는 방제기자제를 분배해주고 있었습니다.
애타는 어민들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압력도 써서 유흡착제 30상자, 방제복 48벌,
고무장갑 50조 등 1톤트럭에 한 트럭을 수령하여 어선에 나누어 싣고
오염이 심한 바다로 향했습니다.
한시간여를 달려 나가니 역겨운 기름 냄새가 코를 찡그리게 하는데 그곳 바다위에는
시커먼 기름띠가 끝도 안보이게 펼져져 있는데 마치 거대한 화장실에서 덩어리진
변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부근 해상은 기름바다였습니다.
우리는 가지고 나간 유흡착포를 기름바다 위에 투하하기 시작 했습니다.
검은 바다에 하얀 유흡착포를 내던지며 단 한방울의 기름이라도 더 많이 붙어 달라며
기도를 드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흐릅디다.
하늘빛 같이 맑고 푸른 바다였는데..
언제나 싱싱한 먹거리와 풍요를 안겨 주던 어머니 품과 같은 바다 였는데...
이젠 꿈과 희망이 사라진 바다가 불쌍하고 안타까워서인지
유흡착제를 건져 올리는데 눈물은 왜 그리도 흐르던지 누가 볼까봐
몰래 몰래 눈물을 훔치며 방제 작업을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넓디 넓은 바다에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우리는 인간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무리 작업을 해도 밀려 오는 기름띠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한탄할수 밖에 없는 초라함에 또한번
눈물이 나더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3시 30분까지 컵라면 하나로 시장기를 해결하며 추위속에서
방제 작업을 한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우리가 수거한 유흡착제는 약 4톤이 됩니다.
매일 매일 이렇게 방제를 하다 보면 바다가 다시 깨끗해 지리라는 희망을 안고
우리는 오늘도 바다로 향합니다.
나의 작은 힘으로라도 내집 앞 바다는 내가 지키렵니다.
첫댓글 콧등이 찡합니다너무나 수고가 많으시네요그런데 정작 사고낸 회사놈들 은 어디로 가고 이런데요 정말 울화통 치미는 회사들 아닝교 불매 운동 이라도 벌여야 할까봐여그런데도 아직 니탓 타령만 하고 있으니 죄없는 민초만 고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