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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살아줘서 고마워요』는 상처의 폐허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낸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 사랑이 지니는 절절하고도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휴먼에세이. 우리 이웃들의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다큐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며 ‘사랑PD’라는 별칭을 얻은 저자는 <휴먼다큐 사랑>
저자 : 유해진
저자 유해진은 수많은 사람과 사랑 들을 만나고 기록해온 16년차 다큐멘터리 피디. 가슴 절절한 사랑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사랑PD’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이 어렵고 사람이 아프다. 하지만 상처의 폐허에서 희망을 꽃피워낸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세상은 분명 아름답다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됐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199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MBC에 입사해 <생방송 화제집중> <생방송 모닝스페셜> <와 e멋진 세상> <타임머신> <우리시대>
프롤로그. 당신들로 인해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졌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요
Part 1 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비와 함께 춤추는 것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내 사랑
열두 살 소년의 유일한 꿈은, 동생들이 죽지 않는 것
암병동의 닭살 커플
가난한 로커의 위대한 전설
저는 아프면 안 돼요, 엄마니까요
Part 2 천 가지 슬픔은 한 가지 기쁨으로 덮인다
엄마가 되고 싶은 엄지공주
바보 같은 사랑
가장 진실한 사람의 모습
‘정의의 주인공들’에게 영광을!
진실을 말한다는 것
Part 3 삶이란 그래도 계속 나아가는 것
피의 현장,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총 앞에 맨몸으로 선 여인
누구에게나 ‘그날’은 있다
가난은, 가난 때문에 울지 않는다
다큐 피디로 산다는 것
Part 4 나는 아직도 사랑이 아프다
사백삼십 일의 고군분투 끝에 얻은 이름
나는 아직도 사랑이 아프다
내 편견을 무너뜨린 스타들
그녀 생애 마지막 스캔들
에필로그. 당신의 아름다움의 순도는 몇 퍼센트인가
2012년 우리의 마음을 적실 단 하나의 감동!
2006년 <휴먼다큐 사랑> ‘너는 내 운명’,
2007년 ‘안녕, 아빠’, 2009년 ‘풀빵엄마’,
그리고…… 2012년 『살아줘서 고마워요』
그럼에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증거,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
메마른 세상에 온기를 더하는
절절한 삶의 풍경들, 따뜻한 사랑의 모습들을 만난다.
날로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세상, 나날이 힘겹고 외로워져가는 사람들, 그래도 여전히 우리를 지탱해주는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오직 사랑이다.
이 책 『살아줘서 고마워요』는 상처의 폐허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낸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 사랑이 지니는 절절하고도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휴먼에세이. 우리 이웃들의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다큐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며 ‘사랑PD’라는 별칭을 얻은 저자는 <휴먼다큐 사랑>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 뜨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세상 어딘가에 진정한 사랑이 꽃피고 있음을 반드시 알리고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았던 사람들, 처참한 상처에 희망의 꽃을 피워냈던 사람들…… 그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지만, 머리 대신 가슴으로 살았던,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냈던 ‘희망의 증거들’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당신의 팍팍한 삶을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한부를 선고받은 연인과 혼인신고를 하고 암병동에 신혼살림을 차린 채 극진하게 보살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암 병동의 닭살 커플’ : 다큐 ‘너는 내 운명’), 자신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척박한 환경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를 위해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풀빵을 구워 판 싱글맘의 위대한 모성애(‘저는 아프면 안 돼요, 엄마니까요’ : 다큐 ‘풀빵엄마’), 얄팍한 계산 없이 우직하게 노력하는 삶을 사는 땀과 열정(‘가장 진실한 사람의 모습 : 다큐 ‘진호야 힘을 내’) 등, 그 색과 결이 다양한 사랑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정말 자신을, 가족을, 삶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피를 토하다가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창원씨는 침착하게 간호사를 불러왔고 응급처치가 이뤄졌다. 한 시간의 사투 끝에야 간신히 피가 멈췄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피곤이 몰려오는 듯했다. 지친 영란씨가 눈을 붙였다. 그제야 비로소 창원씨가 큰 두 눈에서 눈물을 떨궜다. 그리고 다음날 잠시 창원씨가 병실을 비운 사이, 영란씨가 마음속에 감춰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어요. 어제 마음 같아서는 이제 정말 좀 그만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자꾸 마음이 약해져요. 끝내고 싶은데…… 포기할 수도 없고……”
아직 서른도 안 된 나이, 그녀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도 있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아픈 사람이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결혼식을 올려야 하나라는 의문이,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 하나라도 더 이뤘으면 좋겠다는 응원으로 바뀌었다. 죽음이 예정돼 있다고 해서 지금의 삶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살아 있는 나날이라도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그녀의 바람이 어찌 이기심이고 욕심일까. 그것은 살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응당한 요구이고 살아 있는 자신에 대한 최선의 예의였다. - ‘암병동의 닭살 커플’ 중에서
가슴 먹먹한 사랑, 땀과 눈물이 배인 희망, 뜨겁게 벅차오르는 감동의 이야기들에 눈물을 쏟아내다보면, 어느덧 마음은 가만히 미소를 짓게 된다. 아프고 힘겹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았던 사람들, 누구보다 열심히 사람을, 삶을 사랑해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깨닫는 덕분이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스스로에게 건넬, 벅찬 위로,
늘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곤 하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낼, 절절한 감사,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줄 모든 사랑에 표할, 경의.
“살아줘서 고마워요.”
지금, 당신의 눈물겨운 삶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살아줘서 고마워요”……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의 의미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 누구보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기어이 한 송이 꽃을 피워낸 사람들.
‘안녕, 아빠’의 이준호씨는 엄습하는 죽음의 그림자와 싸우는 와중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준호씨 가족은 다가올 이별에 아파하기보다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서로의 존재에 감사해했다.
그에게서 마음의 통증이라도 덜어주려는 거였을까. 암세포는 간까지 전이돼 뇌에도 손상을 입혔다. 언젠가부터 준호씨는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지 못했고 생각하는 단어를 글로 쓰지도 못했다. 통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어떤 날은 한 곳이 가렵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온몸으로 가려움이 번졌다. 준호씨는 얼이 빠진 사람처럼 온몸을 미친 듯이 긁어대며 고통을 호소했다. 가려움이 준호씨를 공격한 그날, 하필이면 막내 규빈이가 병실에서 놀고 있었다. 그간 아이들 앞에서는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기에 아이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처음 봤다. 놀란 표정의 아이. 규빈이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 고민하는 순간, 아이가 아빠 곁으로 다가갔다.
“제가 긁어드릴게요.”
“고마워, 규빈아.”
“간지러워?”
“응. 가려워. 규빈아, 고마워. 우리 규빈이 최고야, 우리 규빈이 최고야……”
조막만한 손으로 아빠의 몸을 긁어주던 아이. 아마 그것은 어떤 본능이었던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는 원초적인 반응. 평소와 전혀 다른 아빠의 모습이 낯설고 두려웠겠지만 그 공포를 뛰어넘는 사랑이, 아이로 하여금 아빠로부터 물러서기보다 아빠에게 다가가도록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사랑이 지니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을 나는 규빈이의 돌발행동을 통해서 다시금 확인했다. 아이는 아빠의 모습이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섭지만 그래도 다가섰던 것이리라.
사랑, 하니까. -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내 사랑’ 중에서
가난과 질병, 기아로 점철된 아프리카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작고 야윈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열두 살 소년, 마야미코. 부모님을 에이즈로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소년은 세 동생을 위해 기꺼이 가장이라는 책임을 떠안았다. 삶의 유일한 소원이 ‘동생들이 죽지 않는 것’이라는 소년은 그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납했고 소원이라는 이름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두 살 소년의 유일한 꿈은, 동생들이 죽지 않는 것’
힘들 때마다 무덤을 찾는다던 아이는 무덤 앞에서 한참을 엎드려 있기만 했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아이처럼, 아빠 등에 기댄 아이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엎드려 있었다. 차갑고 축축한 땅에서 기어이 온기를 찾아내려는 듯이.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가 향한 곳은 바로 옆의 작은 무덤이었다. 말라리아로 죽은 막냇동생의 무덤이라고 했다.
“동생을 병원에 보내기 위해 돈을 모았어요. 간신히 병원비를 마련했는데, 너무 늦었어요…… 제 동생은 병원에 가자마자 아무 기척도 없이 죽어버렸어요.”
자신이 너무 어리고 힘이 없어 동생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소년은 촬영 내내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제 소원은 제 여동생들을 제가 잘 돌봐서, 동생들이 더이상 죽지 않는 거예요. 저는 동생들이 잘 살아가길 바라고 공부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마야미코에게 소원은 책임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뤄지기 바라는’ 무엇이 아니라 ‘이뤄내야만 하는’ 무엇이었다. 기대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이에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버거운 삶을 버텨내야 하는 아이에게, 소원이라는 단어는 덧없는 꿈같이 느껴졌다. 뭔가를 꿈꾸고 희망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아이 앞에서 소원이라는 단어는 한없이 잔인할 뿐이었다. 소년은 소원이라는 이름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일 당나귀를 돌봤다. 가장 신선한 잎을 골라 당나귀의 먹이를 주면서, 정작 자신은 점심도 거른 채 땡볕에서 몇 시간 동안 당나귀를 지켰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100화차. 우리 돈으로 800원 정도다. 아이가 포기한 배움과 미래의 대가는 그토록 보잘것없었다. - ‘열두 살 소년의 유일한 꿈은, 동생들이 죽지 않는 것’ 중에서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늘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곤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가슴에 사무친다. 그리고 가만히 읊조리게 된다.
“그저 내 곁에서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요.”
# 세상의 무수한 슬픔에 아파하기보다 단 하나의 기쁨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기타리스트 김도균씨.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거구의 사나이가 17년 된 소형차를 몰고 다니고 반지하방을 전전하며 생활고에 허덕이면서도, 자신의 꿈인 록에 빠져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비루한 생활일지 몰라도, 그는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일생을 바쳐서 하는 삶의 미덕을 보여준다.
120센티미터의 키와 3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진 1급 장애인의 몸으로 아이를 낳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윤선아씨.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한 사람의 아내로서, 한 명의 여자로서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고자 했던 그녀의 노력은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임신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믿고 싶었을 뿐이다. 열렬히 원했을 뿐이다. 정말로 튼튼이가 선아씨 배 속에 있다고 굳게 믿으면, 아이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 갸륵해서라도 아이가 들어와주지 않을까, 바랐던 것이다.
그날부터 선아씨는 소리내어 태교동화도 읽고, 십자수로 아기용품도 만들며 튼튼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오기도 했다. 혹시나 나중에 아이가 엄마를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이었다.
“마트라든지 길을 가다보면 아이들이 절 너무나 신기해하고 이상하게 생각했거든요. 다리 없는 아줌마다, 뭐 얼굴은 어른인데 다린 아기야. 이런…… 아이가 나중에 엄마를 창피해하면 어떻게 하나. 아이가 엄마를 피하고…… 그래서 내 위치를, 방송인으로서 입지를 더 다져놓으면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 같고, 조금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그런 욕심이 조금 있었던 거 같아요.”
걱정과 우려가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모든 감정을 앞섰다. 선아씨에게 아이는 희철씨와의 사랑에 대한 징표였고, 자신도 평범한 여자일 수 있다는 증거였다. - ‘엄마가 되고 싶은 엄지공주’ 중에서
부족한 환경일지언정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것이 꿈이든 신념이든 사랑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지켜갈 한 가지만 있다면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문득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스스로가 대견해진다.
“열심히, 뜨겁게, 살아줘서 고맙다.”
# 처참한 상처에 희망을 꽃을 피워냈던 사람들.
삶의 장밋빛 계획을 내려놓고 모국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맨몸으로 총구 앞에 선 여인 후웨이다씨(‘맨몸으로 총 앞에 선 여인’), 뒤늦게나마 배움의 꿈을 이루고자 자신의 치부를 용기 있게 드러내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평균연령 예순넷의 할머니 삼총사(‘누구에게나 그날은 있다’),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험악한 협박과 압력에 맞서 싸우며 황우석 박사의 연구와 관련된 오류들을 증명해낸
“당신들로 인해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졌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요.”
한국 방송사상 최초 국제에미상 수상, 반프월드TV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 아시안TV어워즈 대상!
전 세계를 울린 감동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
이 책의 저자는 ‘풀빵엄마’를 통해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국제에미상을 수상했으며, ‘너는 내 운명’으로 아시안TV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반프월드TV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휴먼다큐멘터리 전문 피디다. 그는 『살아줘서 고마워요』를 통해 전 세계를 울린 감동의 이야기들을 다시금 풀어낸다. 생동감 넘치는 상황 묘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에 저자가 느낀 감회와 깨달음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책에는 비단 ‘예쁜’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전쟁터라고 하면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곳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어울리지 않는 다소의 평화로움도 존재한다. 폭격으로 집이 불타고 부서져도, 상황이 가라앉으면 어느 틈엔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먹고살기 위한 일들을 한다. 작물을 수확하는 사람들도 있고 먹거리를 물물교환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살기 위한 또다른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터,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그곳은 전쟁터이기 전에 누군가의 생활터전이고 어떤 가족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한없이 유약한 존재인 동시에 놀랍도록 강인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전쟁터에서 배웠다. 쉽게 주저앉고 무너져내리지만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고 걸어가는 것이 사람이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갈등과 고통의 순간들마다, 마치 처음 겪는 일인 듯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나약한 존재. 하지만 그 아픔과 힘듦과 슬픔을 짊어지고 또다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존재. 그것이 사람이다.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처에도 아파하지 않아 강한 것이 아니라 맥없이 흔들리고 끝없이 아파하면서도 살아냄을 멈추지 않기에 결국 강한 것이다. - ‘피의 현장,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중에서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서 인연을 맺고, 그 속에서 우리 삶의 참된 가치를 찾아가는 유해진 피디의 모습은 메마른 마음으로 쓸쓸히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고 강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서도 살아냄을 멈추지 않는 많은 이들의 이지와 끈기는 무기력에 빠진 사회에 오아시스 같은 희망을 전달할 것이다. 믿기 힘들 만큼 끈끈한 가족애, 불편할 만큼 지고지순한 사랑, 보는 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의지와 희망 앞에서 울고 웃으며, 반성하고 성찰했던 몇 년간의 기록. 이 책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활동한 산증인인 유해진 피디, 오직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첫댓글 유해진 지음 /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0.08